둘이오 부부님들. 김장은 다하셨는지요?
저희도 예전에는 여늬집 과 마찬가지로 각자가 김장을 해결 하였습니다.
배추를 사서 절이고, 씻고, 속넣기 까지 아가다와 제가 하였습니다.
다른때는 모르겠는데 김장 담글때 만큼은 명콤비가 됩니다.
손발이 척척 맞아서 힘든줄 모르고 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치맛 하나는 자신 있었습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제가 연구를 하고, 아가다가 오케이 승인이 나면
새로운 컨셉의 김치가 담궈 집니다.
말하자면, 신선한 명태를 속에 넣는다거나 (나중에 김장이 익으면 명태는 곰삭아서
찿을수가 없고 국물맛은 무쟈게 시원하고 상큼 합니다), 생삼겹살을 속에 넣어
담근다거나 (김치찌게나 볶음의 맛이 완전히 달라 집니다) 하는 아이디어를 내서
결제가 나면 이런 방법으로 10포기, 저런 방법으로 10포기, 뭐 이런식으로
몇가지의 김장을 하면 그때그때 다른 김치를 먹는 맛이 있습니다.
김장을 담그는 재미도 있고,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 가면서 가족들의 잔정이 메말라 가는듯, 소원해지고
바빠서 그런지 왕래도 뜸 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각지에 있는 형제들과 함께 할수있는게 없을까 궁리 끝에 김장을 생각 했습니다. 전가족이 모여서 김장을 하는것이 어떻겠는가에 대해서 아가다와 상의를 하였습니다.
형님댁에서 하여야 되기 때문에 "형님이 힘들지 않겠느냐" " 모두 모이기가 쉽겠느냐"등 문제점과 우려되는점이 있었지만 결국 형님께 상의를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형님! 7남매가 모두모여 김장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나야 좋지! 동생들도 다모이고! 동생들이 힘들까봐 걱정이 돼서 그렇지!"
사실 이런것은 형님께 상의 해봐야 소용이 없는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형수님께 여쭈어 봤습니다.
"저야 좋지요!" "형수님이 힘드실 텐데요" "괜찮아요. 동서도 있고 애기씨들도 있는데요 뭘"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그게 수량이 많아지면 1박 2일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이건 형수님을 도와 드리는게 아니고 힘드시게 하는건데......."
"아이구 걱정하지 마시구 동생들 집합이나 잘 시키세요"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지금은 조카 부부까지 생겨서 식구가 더 많아 졌습니다.
김장때가 되고 형수님이 김장날을 잡으면 저희 동생부부들은 예외없이 집합을 해야 합니다. 집합하지 않으면 김치는 못먹습니다.
형님내외분이 땡볕에서 배추, 무, 고추, 마늘등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 동생들은
한번에 떼거지로 달려들어 몽땅 뺏어 가는 형국 입니다.
형님 내외분은 농사를 지을때 무슨 생각을 하시며 지을까.
아마도 토실토실하게 영글어서 동생들과 자식들이 잘먹을수 있게 영글기를,
온 가족이 모두모여 왁자지껄 하는때를 흐믓하게 생각하며 지으시겠지요.
김장을 담글때는 열외가 없습니다.
음식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여동생이(다섯째) "방장"(주방장)입니다.
"방장은 내가 할꺼야! " 그래서 "방장"이 된겁니다.
다른 형제들은 거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수 없습니다.
올해는 "방장"이 김장 직전에 대수술을 받아서 아직 실밥도 제거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장"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자리를 지켰습니다.
"방장"이 지휘를 합니다.
본래모습은 목소리가 유별스레 큰데 수술부위가 아물지 않은 상태라서 조금 작은
목소리로 지휘를 합니다.
"오빠하고 형부는 절인배추 가져 오고, 언니들은 준비한 양념 가져와!"
"아니! 양념 버무리는 그릇은 저걸로 하고, 아이참 비닐을 깔아야지! 비닐을!"
"오빠는 저기! 형부는 이쪽, 그리고 언니는 그쪽으로 자릴 잡아! 아니 그쪽 말야"
"알았어! 야 빨리빨리 말좀 들어라. 방장 목소리 점점 커진다"
"야! 너 배에 힘주고 소리 지르지 말고 조심해라. 배에 실밥 터질라!"
"아니 방장 말을 안들으니까 그렇치!"
"알았어! 알았어!" "야! 말좀 잘 듣자!"
속 버무릴때는 정말 말 잘들어야 합니다.
양념 버무리는 통은 어른이 목욕을 해도 좋을만큼 제일큰 자주색 고무함지로
3개를 버무려야 합니다.
"오빠! 준비 됐지? 무채넣고! 젓갈 부어! 좀더!좀더! 그만!!! 버무려!"
"소금 넣어! 고추가루 넣고! 더!더! 그만!!!! 또 버무려!!"
"야! 조금 쉬었다 하자!" 들은척도 않합니다.
"오빠 쉬긴 뭘숴! 빨리! 빨리! 파 넣고 ! 아이참 더 넣으란 말야!!!! 버무려"
양념 버무릴땐 죽을 맛입니다. 휴식이 없거든요.
고무함지 하나에 최소한 열번이상 뒤집으며 버무려야 하는데 팔이
양념속으로 거의 어깨까지 들어가도 잘 뒤집어 지질 않습니다.
그걸 세개씩이나 해야 하니까 그걸 하고나면 기운이 다 빠집니다.
"방장" 실밥 터질까봐 열심히 했습니다. 거의 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김장에서 큰일은 절이는것, 양념 버무리는것, 뒷설거지, 이게 큰일입니다.
올해는 조카네 부부까지 식구가 늘어서 양이 제법 됩니다.
형수님과 아가다가 그많은 양의 배추를 절이는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배추속을 넣을때는 평화롭습니다.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고무장갑에 양념잔뜩 묻힌 상태로 한바퀴 돌기도 합니다.
속넣는 방법도 형제들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릅니다.
같은 양념을 사용 했어도 맛은 다를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속을 비교적 많이 넣는 편이고 빨리 하는 편인데
한 동생부부는 부부가 똑같아서 배추 잎파리를 한장씩 한장씩 칠하듯이 합니다.
"방장" 이 한소리 합니다. "아이구 속터져!!!"
저혼자 7~8통을 담갔을때 동생부부는 둘이서 겨우 2통 채웠으니까요.
"야! 방장님! 양념 남지 않을까? "안남어 걱정마!"
양념 남기지 않고 딱 맞추었습니다.
속넣기가 끝나면 형제들이 자기가 필요한만큼 각자의 차에 실어 놓습니다.
그리고 뒷설거지를 끝내면 올해의 김장 작전은 종료 됩니다.
올해는 미리미리 형수님과 아가다가 고생한 덕분에 수량에 비해 작전이
일찍 끝난 셈입니다.
중간에 점심시간도 대단 합니다.
커피를 타도 대충 20잔은 타야 하니까 먹는것도 대단 합니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은행도 줍고 (일손이 모자라 은행 몇가마니가 그냥 방치
상태임) 마늘도 심고, 여러 가지 일을 추가로 해서 좋았습니다.
형님부부가 마늘심을 걱정을 했었는데 동생부대가 우루루 몰려들어 하니까
금새 끝나서 형님부부의 걱정하나를 덜어 드린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첫댓글 대단히 행복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희집도 어제 저녘부터 오늘 점심까지 180포기의 김자을 하여 시어르신과 저희 3남매가 나누어 왔습니다. 제가 김장에 얽힌 이야기를 못 올리고 저의 배우자 김승일이 올릴 것입니다. 아마 시간이 나면 기대해 주세요.
요즘 세상에 우리가 찾아야 될 풍경입니다. 그런데 이 글 남정네가 쓴 글 맞습니까?..
와우...대단하네요. 읽는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네요. 이세상 어떤 김장김치보다 더 맛있는 사랑과 화합의 그리고 방장님의 희생이 가득한 세상에 둘도없는 최고의 김치네요. 그런데 음..........한번 먹어봤으면.......
고스톱에 대해서 advice 하나하면, 고스톱은 여러번 먹는게 아니고 작은건 쉽게주고 결정적일때 3고를 해서 피박에 광박까지!!! 흔들면 더욱 따봉이지!!!저녁내에 두세번만 먹으면 되는거여,먹었을때 고생한 아가다 배추잎 두장씩만 줘봐!!! 내년에는 400포기 혼자 다할걸!!!동기간에 우애가 부럽군요.
쓰리고를 때리지는 못하고 동생들 한데 맞기만 숫하게 맞았습니다. 담에 한수 좀~
저절로 웃움이 묻어나는 회장님의 명문장이었습니다. 현장감있는 상황을 재현해 내고 필력이 대단한 글을 쓰시는 것을 보면 전문 작가로 등단하셔도 되리라 생각됩니다.
앗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