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누구의 창이 더 날카로운 지는 부딪쳐보면 안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닥뜨린 삼성과 두산은 마운드보다는 화려한 공격이 팀컬러다. 엄청난 파워와 파괴력으로 무장한 국내프로야구 최강의 라인업. 타선의 짜임새는 삼성이 앞서고, 파워는 두산이 반발짝 앞으로 나가 있다.
삼성은 국내 최고수준의 내-외야 수비를 자랑하고, 두산은 도루왕 정수근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펼친다. 갈베스-임창용-배영수를 축으로 한 선발진에 기대를 거는 삼성과 박명환-진필중으로 이어지는 셋업 듀오에 무게를 두는 두산. 변수가 판을 치는 단기전. 승리의 여신은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철저히 숨기는 쪽에 설 것이 분명하다.
▲공격력-몸통 vs 꼬리
삼성은 클린업 타선이 가장 안정돼 있다. 홈런왕 이승엽이 3번에 서고, 찬스에 강한 마해영이 4번이다. 5번에는 김한수(또는 마르티네스)가 버티고 있다. 강동우-박한이가 나서는 1,2번과 부상에서 회복한 진갑용이 진두지휘할 하위타선도 평균작 이상이지만 역시 해결은 중심타선의 몫.
두산은 중심타선 때문에 고민이다. 시즌내내 타선을 이끌어온 우즈-심재학-김동주 트리오가 동반부진에 빠져있다. 우즈는 왼쪽 손목 부상, 김동주는 왼쪽 발목 부상, 홀로 남은 심재학은 부진의 연속. 반면에 6번 안경현과 7번 홍성흔, 9번 홍원기로 이어지는 '안-성-기' 트리오가 포스트시즌 들어 대역을 완벽하게 소화해주고 있다. 흔히 감독들은 "단기전에선 한두명만 미치면(?) 된다"고 말한다. 누가 영웅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운드-선발 vs 마무리
두산은 올시즌 10승대 투수가 한명도 없다. 진필중과 이혜천이 나란히 9승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믿을만한 선발급 에이스가 없다는 반증. 반대로 삼성은 임창용(14승)-갈베스(10승)-배영수(13승)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탄탄하다. 삼성의 최대 고민은 갈베스다. 어깨 부상 회복과 미국에서의 몸만들기 정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갈베스가 예상보다 부실하면 김응용 삼성 감독은 즉각적으로 '벌떼 마운드'로 전환, 큰 틀을 손볼 수도 있다.
두산은 구자운-이경필-박명환 등 '재활 트리오'가 살아나면서 마운드에 숨통이 틔였다. 하지만 구자운-콜-최용호 등 선발보다는 역시 박명환-진필중의 셋업과 마무리가 든든하다. 7회 이전에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삼성과 어떻게든 7회를 넘기려는 두산의 치열한 전투가 눈에 선하다.
▲수비력-최고 vs 최악
삼성은 올시즌 팀실책이 79개로 8개 구단중 가장 적다. 안정된 내-외야 수비가 정규리그 1위의 원동력이었다. 1루수 이승엽과 3루수 김한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그물망 수비수'. 외야 역시 중견수 마르티네스, 우익수 박한이, 좌익수 강동우(김종훈)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준족들이다.
두산은 수비 얘기만 나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1루수 우즈는 '블랙홀', 유격수 홍원기와 3루수 김동주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나마 2루수 안경현이 위안거리다.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가 요원하기만 하다. 야구에서 실책은 '콜레라'보다 무서운 전염성을 지녔다. 상대의 기를 살리고, 아군을 전멸시키는 무서운 적이 실책이다.
▲베이스러닝-정수근 vs 마르티네스
두산은 올시즌 팀도루 132개로 전체 2위, 삼성은 팀도루 73개로 전체 꼴찌. 불방망이 타선인 삼성이 굳이 도루를 감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탓도 있지만 마르티네스(28도루)를 제외하면 '터보 엔진'이 없다. 두산은 4년 연속 도루왕 정수근(52도루)이 있다. 삼성이 강동우와 박한이로 하여금 마르티네스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두산은 홍성흔에게 '깜짝 도루'를 지시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어디까지나 '디저트 수준'. 정수근과 마르티네스의 발싸움이 볼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