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레지아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순교자들의 굳은 신앙을 본받고, 순교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매일 단원들이 순교자 현양비를 참배하고 있다. 순교자 현양비가 있는 중앙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낮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윷놀이, 바둑 등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많았고, 악취까지 심해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요즘은 순교자 현양비 앞에는 악취도 나지 않고, 깨끗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자매로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와 청소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어떤 분이신지 만나 뵙고 싶어 자매를 통해 연락을 드리고 집으로 찾아뵈었다.
먼저 현관 앞에 활짝 핀 예쁜 꽃들이 반겨주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 분은 봉명동성당(주임신부 이원순 사도요한) 이춘영 안셀모 형제(73세)이시다. 박카스를 건네주시며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하시면서 수줍어하셨다. 어르신 혼자 사시는 집인데 집안 살림이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깔끔히 정리정돈 되어있는 것을 보고 매일 청소하시냐고 여쭤보니 “혹시라도 집에 손님이 오면 깨끗해야지 기분이 좋지 않겠냐?”라고 말씀하신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lm.or.kr%2Fwp-content%2Fuploads%2F2017%2F06%2FDSC01087-.jpg)
안셀모 형제는 2010년 8월15일 세례를 받고 바로 레지오에 입단하였지만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 퇴단하면서 3년 정도 냉담하게 되었다. 그 후 2015년 11월13일 견진을 받고서 치명자의 모후 Cu. 직속 상아탑 Pr.에 다시 입단한 후 사창동 꽃동네회관 무료 급식봉사, 집 앞 골목 청소 등 봉사정신이 더욱 확고해지면서 열심히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일 순교자 현양비 주변 청소는 물론 꽃도 가꿔
그는 2015년 초순 육거리 시장을 가던 중 우연히 중앙공원 순교자 현양비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주위에 담배꽁초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있는 것을 보고 이날부터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교자 현양비 참배와 주변 청소를 하고 있다. 또한 생활도우미선생님 소개로 복지관에서 실시한 원예활동 교육을 8회 받고 수료증까지 받아 계절에 따라 꽃과 나무도 심는 등 중앙공원 순교자 현양비 관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교자 현양비를 참배하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위하여 묵주기도를 매일 봉헌하고 계신다. 이런 형제의 선행에 이제는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중앙공원에서는 안셀모 형제를 모르는 분이 없다.
안셀모 형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본당 교우의 권유로 2017년 2월 건강검진을 하면서 초기에 위암시술을 받게 되어 하느님과 성모님께 감사를 드렸다고 한다. 입원 중에도 현양비 관리 걱정에 조기 퇴원해서 주변청소와 잔디를 구입하여 입히는 등 열성을 다하는 모습에 주위 분들이 많이 걱정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안셀모 형제는 자매들이 해온 음식을 먹고 빨리 쾌유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시는 모습에 내가 외롭지 않고 하느님과 교우들한테서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고맙고 기쁘다” 고 말한다.
2016년 12월 교구 평협 정기총회 때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님께 성경책을 선물로 받았고, 봉명동성당에서는 공로패까지 주셨으니 앞으로 책임감을 느끼면서 더욱 겸손되이 봉사해야겠다고 한다.
안셀모 형제는 본당 단체인 대건회(65세이상 어르신), 위령회, 레지오에서 활동하고 계신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lm.or.kr%2Fwp-content%2Fuploads%2F2017%2F06%2F%EB%B4%89%EB%AA%85%EB%8F%99%EC%84%B1%EB%8B%B9-%ED%99%94%EB%8B%A8%EA%B0%80%EA%BE%B8%EA%B8%B0-.jpg)
“미사 때는 항상 앞좌석에 앉는다. 뒷자리에 앉는 교우들도 하느님께로 더 가까이 와서 함께 미사 참례를 했으면 좋겠다. 전에는 나 혼자니깐 많이 외롭기도 하고, ‘왜? 나만’이라는 생각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냥 기쁘고 즐겁다.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 줄도 모르겠다.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 형제를 보니 ‘주님께서 주시는 행복이 바로 이런 행복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타 본당 신자인 자매는 “매일 아침마다 순교자 현양비에 참배하러 중앙공원에 오면서 형제님을 알게 되었는데, 저보다 항상 먼저 오셔서 현양비 주변을 정리하시는 모습, 예쁜 꽃들을 봉헌해주고 가시는 분들을 대신해 제자리를 찾아 심어주시는 모습 등이 참 아름답습니다. 지난번에는 집으로 초대해주셔서 3명이 팥죽도 먹고, 여자인 저보다 음식솜씨가 좋더라고요. 다녀가신 흔적이 없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걱정까지 듭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현양비 지킴이로써 우리 곁에 계셨으면 합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