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1965) / 김승옥
■ 작품의 줄거리
월부 외판원인 '그'는 우연히 알게 된 여자와 결혼한다. 처가집이 대구쪽에 있다고 하나 내왕은 전혀 없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들은 돈이 생기면 여기저기 함께 다니면서 재미있게 산다. 아내는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도 앓은 적이 있다. 그런데 급성 뇌막염으로 오늘 아내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죽었다. 연락을 취할 길이 없는 그는 아내의 시체를 사천 원을 받고 병원에 판다. 포장마차에서 대학원 학생인 '안'과 구청 병사계에 근무하는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난다.
자기 소개를 끝낸 우리는 술만 마신다. 그러다가 나는 불쑥 '안'에게 파리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고 묻자 나는 그렇다고 응답한다. 나는 '안'과 평화시장 앞의 가로등과 화신백화점의 유리등과 같은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한다. 계산하기 위해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곁에서 술잔을 받아놓고서 연탄불에 손을 쬐고 있던 '그'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는 오늘밤 자신이 술을 사겠다고 함께 가 줄 것을 애원한다.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근처의 중국 요리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돈을 써 버리기로 작정했다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만 같아서 불안했지만 통닭과 술을 시켜달란다. 옆방의 다급해져 가는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휩싸인다.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자 그는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아내의 이야기를 꺼낸다. 나와 안은 조의를 표한다. 그는 실험용인 아내의 머리를 톱으로 가르고 배를 칼로 째는 장면을 연상하면서 괴로워한다. 거리로 나온 우리는 중국집 옆의 양품점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골라잡는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중도에서 내린 우리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소방차를 뒤따른다. 사내가 호주머니를 뒤져서 돈을 모두 안에게 준다. 안과 나는 돈을 세어보고 다시 돈을 돌려준다. 화재가 난 곳에 도착한 우리는 페인트통에 앉아서 불구경을 한다. 이때 그가 깡통으로부터 힘차게 일어나 소리치면서 돈을 흰보자기에 싸서 불속으로 던진다. 안과 나는 그에게 잘 있으라고 하고 돌아선다.
그는 혼자 있기 무서우니 같이 있자고 하소연한다. 자신이 여관비를 내겠다면서 어느 집의 벨을 누르고 월부책값을 요구한다. 통금시간이 다 되어서야 여관으로 들어간 우리는 혼자 있기가 싫다고 중얼거리는 그와 다른방으로 들어 간다. 다음날 아침 그가 죽었다면서 안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그가 자살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서둘러서 여관을 나선다. 그가 죽을 것을 알았던 안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 등장 인물
1) 그(사내) → 30대의 가난한 월부판매 외판원으로, 1960년대 방향을 상실한 하층민을 대표한다. 아내가 죽자 시신을 병원에 팔아먹고 자책감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는 인물 (삶에 절망한 자)
2) 안(安) → 25세의 부잣집 아들이며 대학원생으로, 1960년대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극도의 염세적 태도를 지닌 니힐리스트로, 과장된 절망에 빠져 있으며, 당대 지식인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냄. (회의주의자)
3) 나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사를 떨어진 뒤에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인물로, 도시 소시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심한 고독감을 느끼지만 거기에 닳아질 대로 닳아진 사람이다.(냉소적이고 무중심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
■ 작품의 구성
1) 발단 : '나'와 '안'이라는 대학원생이 포장마차에서 만나 무의미한 대화를 즐김
2) 전개 : 30대 중반의 낯선 사내가 말을 걸어오며 자신의 불행을 말하고 동행해도 좋으냐고 간청함
3) 위기 : 선술집에서 만난 세 사람은 자기들의 신분을 이야기하고,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면서 부질없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부질없는 불구경을 나선다. 화재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지고는 불안에 빠짐.
4) 절정 : 세 사람은 여관에 들기로 한다. '사내'는 같은 방에 들자고 했으나 '안'의 거절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한다.
5) 결말 : 다음날 아침, 사내의 자살이 밝혀지고, '나'와 '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곳에서 헤어졌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나'와 '안'과 '그'라는 새로운 인물 유형이다. 선술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이십오 세의 동갑내기인 이들은 결코 그들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 느꼈던 것만을 주고받는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우리는 도시적 삶의 파편화, 곧 개인주의의 심화를 읽어 낼 수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나', '안', '사내' 등으로 익명화되어 있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 그 속성으로 지니고 있는 자기 중심주의, 언어 불소통을 암시하는 문학적 의도이다. 또한 그들의 신원만 단편적으로 제시될 뿐 개개인의 개성이 서술되지 않은 것도 소외의식을 심화시키는 문체적 특징일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이름으로 대표되는 인격끼리의 만남이 아니고, 단순히 기호적 위상으로만 상대를 인식하는 무덤덤한 만남이 되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이렇게 인식하는 그들의 내면은 결국 사회화의 단계를 밟지 않은 미숙한 것이거나, 아니면 사회화를 포기한 태도라고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쓸데없는 말의 유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의사소통과 감정의 교류라는 측면을 생각해 볼 때, 세 사람의 대화는 그러한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는, 표피적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헛된 이야기이다. 포장마차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써 말을 하고 있거나, 말을 장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언어적 진실을 통한 관계맺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쓸데없는 말 장난에 불과하다.
이 작품의 공간(포장마차, 여관)이 지니는 상징성 또한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포장마차는 서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다. 허무주의자인 안과 속물적 사고의 나, 생활고에 지친 외판원 아저씨는 모두 서울의 쓸쓸한 군상들이다. 여관은 나그네가 깃들이는 곳이다. 그들에게 여관은 안식의 터전이 아니라, 나그네라는 의식만 더 강화시켜 주는 공간이며, 파편화된 단독자임을 확인시켜 주는 공간에 불과하다.
■ 핵심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순수소설, 도시소설
● 배경 : 공간적 - 허무의지로 가득찬 서울, 시간적 - 1964년 겨울
사상적 - 실존주의와 초현실주의, 허무의지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① 상징적(象徵的)인 언어의 사용 → 설명적 언어가 아닌 상징적, 비유적 언어를 사용하여 입체적인 문장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상상력과 사고력을 동원하여 책을 읽게한다.
② 인상(印象)적 언어의 사용 → 상투어를 쓰지 않고 참신하고 인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비관습적 문체를 만들고 있다.
③ 전형적인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통한 시대상의 제시
● 주제 ⇒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세 사람의 소외된 삶과 허무의지
■ 생각할 문제
1. 등장하는 세 인물의 성격을 한가지로 말해보면?
⇒ 세 사람은 각 계층을 표상하는 인물들로서의 성격을 지니는데, 방향의 상실, 무관심, 허무주의에 빠진 도시인의 무중력 상태를 드러내며, 원자화해 버린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태도를 함께 보여주는 인물들임.
2. 이 소설은 쓸데없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것이 의도하는 바는 ?
⇒ 현대인의 의미없는 만남과 삶의 파편성, 소외의식을 드러내고자 함.
3.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과 그것을 본 두 사람의 반응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려는 주제의식은 무엇인가?
⇒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은, 남의 문제가 바로 자신 가까이에 다가오는 계기가 된다. 스물 다섯 살의 청년인 두 주인공은 하룻밤 새 성큼 자란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황폐성의 극단인 죽음 앞에서 그들은 삶의 엄숙한 의미를 일순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 죽음을 외면하고 만다. 시체를 두고 거리로 나온 두 사람은 그저 방향없는 길을 향해 갈라서는 것이다. 죽음에 임하여서도 결코 합치할 수 없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파편적인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떠나는 길에는 '도시의, 눈을 맞고 서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쓸쓸히 서 있다. 그들은 바로 눈을 맞고 서 있는 나뭇가지인 셈이다.
■ 심화 자료
◆ 김승옥 문학의 감수성
김승옥은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전후 문학과 인식론적 단절을 이룩하고 스스로 새로운 글쓰기의 영도가 되었다. 이처럼 청신한 감수성과 젊음의 순수함만을 갖고 출발한 그의 소설은 60년대 한국 문학에 감수성의 세례를 주었다. 그러나 그의 문학은 60년대 후반에 이르러 급격한 퇴락으로 들어섰다. 그러한 문학사적 단명에도 불구하고 김승옥 문학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단편 소설의 모방할 수 없는 규범으로 군림해 왔고, 수많은 모방과 반역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승옥은 모든 문학적 출발의 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서울, 1964년 겨울」과 60년대적 소외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1965)은 궁핍한 낭만과 꿈의 시대의 경전이었다. '우리는 분명히 스물 다섯이지요?' 지극히 미숙한 성년 사내들의 궁핍 속에 비친 호기심과 낭만의 표류, 권영민의 말대로 도시 문명으로부터의 소외된 이들은 '절망과 권태' 속에 익명적 존재로서 기호화되어야만 했다.
- 안경환 「법과 문학 사이」-
◆ '나'와 '안'의 대화의 의미
이들의 대화에서 나타난 시간과 공간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두 사람은 이상한 말놀이만 하고, 그들에게 시간은 단절되어 있다. 시간은 다른 시간과 이어지지 못하고, 다른 사건을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공간, 역사적 사건이나 문체에 의미를 주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단절되고 타인과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할 때, 사람은 고독하게 된다. 현대인의 고독을 보여 주고 있다.
◆ 등장 인물의 익명 효과
「서울, 1964년 겨울」의 등장 인물은 '나', '안', '사내' 등으로 익명화 되어 있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 그 속성으로 지니고 있는 자기 중심주의, 언어 불소통을 암시하는 문학적 의도이다. 그들의 신원만 단편적으로 제시될 뿐 개개인의 개성이 서술되지 않은 것도 소외의식을 심화시키는 문체적 특징일 것이다.
◆ 「서울, 1964년 겨울」에서 '대화'의 역할
이 작품의 진행은 작가의 서술이나 묘사보다는 대화가 주요 전략이다. 대화는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고, 인물간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작품을 완성시켜간다. 문제는 인물들의 대화가 모두 작위적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언어의 기본 기능인 의사전달의 기능보다는 언어의 무상성 내지는 언어의 불통현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로 보여진다. 이러한 언어불통 현상은 인물들의 허무의식, 불안, 소외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공간의 이동과 주제와의 의미 관계
선술집에서의 우연한 만남 → 현대인의 특성(익명성)
여관에서의 각방 쓰기 → 현대인의 특성(개인성)
새벽의 거리 → 현대인의 특성(파편화)
■ 모의고사 (2002년 10월 시도연합)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 부분의 줄거리> 나는 술집에서 ‘안’이라는 성씨의 대학원생과 30대 중반의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아저씨는 자신의 사정과 처지를 하소연하며 함께 있어주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
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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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 방에 드는 게 좋겠어요.” 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좁았던 셈이었다.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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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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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서 떨어져 갔다.
“난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
라고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했는데…….”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씨팔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니까요. 씨팔것,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 -
① 작중 인물이 서술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②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③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④ 인물의 대화와 행동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⑤ 상징적 배경 묘사를 통해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2. 다음은 윗글에 관한 발표 수업 내용이다. [ ]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2점]
▶ 선생님 : 자, 이 글에서 ‘현대 사회의 인간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부분들을 찾아 그 의미에 관해 발표해 봅시다.
▶ [ ]
① 병헌 : 세 사람이 결국 방을 따로 쓴 것은 정신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상실한 세태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② 민수 : 등장 인물의 이름이 ‘안’, ‘나’, ‘아저씨’ 등 익명으로 설정된 것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인간 관계를 상징합니다.
③ 준호 : 세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관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④ 유진 : ‘나’가 숙박계에 인적 사항을 거짓으로 기록한 것은,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폐쇄적 사고 방식입니다.
⑤ 수희 : ‘아저씨’가 죽자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안’과 ‘나’의 모습에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인정이 메마른 세태를 엿볼 수 있습니다.
① ⓐ - ‘나’는 ‘아저씨’의 죽음에 연루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② ⓑ - ‘나’는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③ ⓒ - ‘안’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④ ⓓ - ‘아저씨’가 큰 병을 앓아 왔음을 알 수 있다.
⑤ ⓔ - ‘안’이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4. 윗글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의논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여관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허름한 곳으로 정하는 게 좋을 거야.
② 화투는 사건의 극적 반전을 암시하는 중요한 소품이니까 잊지 말고 잘 준비해 두어야 해.
③ 여관방 내부의 모습은 세 사람의 역할과 성격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꾸밀 필요가 있겠지?
④ 첫 장면의 밤거리 모습은 조명을 아주 밝게 해서 어두운 골목길과 대조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게 좋겠어.
⑤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안’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애틋한 표정과 목소리 연기로 이별의 아쉬움이 잘 드러나도록 하자.
5. ㉮ 부분의 대화에 드러난 인물간의 심리적 태도를 도식화하려 한다. (a), (b)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a) (b) (a) (b)
① 의존 냉담 ② 냉담 우호
③ 우호 의존 ④ 의존 우호
⑤ 우호 냉담
<정답 및 해설>
3 3 4 1 1
[ 1 ~ 5 ]
▶ 출전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1. [출제 의도] 작품의 서술상 특징 파악하기
제시된 장면은 세 사람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여관에 들어온 때로부터 다음날 아침 ‘나’와 ‘안’이 죽은 사내를 뒤로 한 채 여관을 떠나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오답 피하기]
① 작중 인물인 ‘나’의 입을 통해 사건이 전달되고 있다. ② 간결한 대화체를 주로 구사하고 있으며, ‘스물 다섯 살이죠?’, ‘두려워집니다.’ 등 문장 그 자체에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④ 사건을 요약하여 제시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주로 등장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⑤ ‘어두운 골목길’, ‘적막한 거리’, ‘찬바람’,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싸락눈’, ‘앙상한 가로수’ 등 다양한 배경 요소들이 작중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 [출제 의도] 작품 감상의 적절성 평가하기
이 글에서 조명하고 있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 의식 상실과 인간 소외, 그리고 개인주의적인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③과 같이, 세 사람이 여관에 들어간 것을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본문에서는 찾을 수 없다.
3. [출제 의도] 발화에 담긴 인물의 태도나 정서 추리하기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것’이라는 ‘안’의 진술을 통해, 약의 용도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살’을 위해 준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4. [출제 의도] 작품을 새로운 갈래에 적용하기
작품의 분위기는 인물이나 사건, 배경 등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인물들 간의 대화 내용이나 아저씨의 죽음이라는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고 쓸쓸함’이다. 여관은 사건을 둘러싼 공간적 배경이므로, 이러한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허름한 곳’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오답 피하기]
② ‘화투’는 실제 작중 사건 전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③ 여관방은 규격화된 공간일 뿐이며, 이 작품에서 인물의 성격이나 역할은 말과 행동을 통해 이미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④ ‘적막한 거리’, ‘찬바람’, “몹시 춥군요.” 등에서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지므로, 오히려 다소 어두운 조명이 어울린다. ⑤ ‘나’와 ‘안’은 아주 무덤덤한 모습으로 형식적인 인사만을 나눈 채 헤어지고 있다.
5. [출제 의도] 등장 인물 간의 심리적 태도 추리하기
㉮에서, ‘아저씨’는 “혼자 있기 싫습니다.”라고 하면서 ‘나’와 ‘안’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안’은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아저씨’와 ‘나’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자료 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