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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새만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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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자료 및 산행후기 스크랩 [ 9월의 어촌 ] 고군산도의 숨겨진 보석, 방축도 샘끄미 마을
동화(조흠규-한국산업단지공단) 추천 0 조회 118 11.09.06 16: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00. 프롤로그 - 낯설지만, 설레는 섬


섬다운 섬이 그리웠다. 북적거리는 곳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섬은 고즈넉하고, 조금은 쓸쓸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품은 섬의 로망이다.
많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고, 이름으로만 남은 섬은 이제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다.
방축도, 그리고 이름도 독특한 샘끄미 마을, 고백하건대 방축도라는 섬 이름도 내겐 생경하다.
마을 이름인 샘끄미는 더더욱 그렇다. 


01. 방축도 가는 길


(사진 01-1)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속한 섬 방축도는 장자도 방향 ( 장자도, 방축도, 관리도, 명도, 말도 )으로 가는 연안여객선을 타야 갈 수 있다.

군산항에서 남서쪽으로 40km, 표를 끊고 선착장에 나가 ‘장자도 말도 방향’이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간다.

아침 9시와 오후 2시, 하루에 딱 두 번 장자훼리가 방축도를 오간다.
배가 군산항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공장 굴뚝 풍경이 이어진다. 군산산업단지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빨간 등대를 지나면서 산업단지 풍경이 끝나고 망망대해에 점점이 떠있는 고군산군도와 저 멀리 수평선과 맞닿은 새만금 방조제가 나타난다.
흐린 날이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하늘은 뿌옇고 바다를 테두리 두른 듯 한 섬들은 그 속에 가려졌다 보였다 하며 숨바꼭질을 한다. 


(사진 01-2) 섬. 섬. 섬
내가 향하는 방축도는 고군산 군도에 있는 63개 섬 중 16개의 유인도 가운데 하나이다.
고군산 ( 古群山 ). 말 그대로 ‘옛날 군산’이다.

현재의 군산은 하나의 도시를 말하지만 원래는 지금의 군산 앞바다에 떠있는 섬들을 아우르는 지명이었다고 한다.

 바다 위에 점점이 솟아오른 섬들이 마치 산봉우리의 무리처럼 보여 ‘군산 (群山)’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군산 군도’라는 다섯 글자에 얼마나 긴 의미와 역사가 함축되어 있는지 모른다.
배에서 바라보니 야미도, 신시도, 길게 늘어서 있는 횡경도, 오늘의 목적지인 방축도, 그 뒤로 선유도, 장자도가 펼쳐진다.

배는 장자도, 관리도를 거쳐 방축도에 이른다.
군산 앞바다를 배로 여행하는 것은 지루하지가 않다.

 바다를 병풍 두르듯 제각각의 실루엣으로 떠있는 섬들의 이름만 기억해도 금방 목적지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02 .이름도 예쁜 방축도 샘끄미 마을


( 사진 02-1 )
출발한 지 1시간 20분 만에 방축도에 다다르니 어촌계장님과 간사님이 우리를 마중 나와 주셨다.
마을 구경 가는 길에 방축도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여쭤보니 ‘고군산군도의 방파제 구실을 한다’ 해서 방축도(防築島)라 한다고 설명해주신다. 

그럼 샘끄미 마을은?
방축도에는 왼편의 모래끄미, 중간의 샘끄미, 오른편의 방축끄미, 세 개의 마을이 있다고 한다.
‘끄미’는 마을이란 뜻이고 ‘샘끄미’는 ‘가운데 있는 마을’이란 뜻이라고 한다.
섬이라서 그런지 제주도 방언처럼 재미있는 지명이 많다. 40여 가구에 주민은 80명가량으로 젊은이들 (30,40대)이 25명인 비교적 젊은 마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유일한 초등학교인 방축분교가 폐교된 후 교육여건 때문에 엄마와 아이들은 군산에 나가 있고,

아빠 혼자 머물면서 생업에 종사하는 기러기 가정도 꽤 된다고 한다.

(사진 02-2)
방축도 선착장에는 유난히 높은
방파제가 있다.

고군산군도의 끝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세찬 바닷바람과 파도로부터 정박한 어선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연에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이다.

과연 방축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방축도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의 낚시꾼들이다. 낚시장비들과 아이스박스, 맥주 박스들이 줄줄이 배에서 내려진다.

즐거운 얼굴들이다. 어느 때고 북적대는 일이 없는, 심지어 피서 철에도 한적하게 쉴 수 있는 방축도 같은 섬이야말로 ‘꿈의 섬’이 아닐까?   


03.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옛날 어촌의 풍경


(사진 03-1)
마을을 둘러보았다.

집집마다 꽃이며 파도를 그려 넣은 낮은 담장, 그리고 바람에 펄럭거리는 빨래와, 조그만 방축슈퍼가 보인다.

전형적인 옛날 어촌마을의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경이다.
요즘은 한옥 체험처럼 ‘불편한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도 많은데, 방축도야말로 그런 여행에 적격인 섬이다.
음식점은 따로 없지만 민박집 아주머니께 부탁하면 전라도 손맛으로 차려낸 맛깔스러운 밥상을 받을 수 있다.
조그만 가게도 두 개 있다.
발전소도 있다. 디젤유로 발전하여 일으킨 전기는 방축도뿐만 아니라 명도, 말도까지 전기를 공급한다.
13년 전에는 발전기를 가동해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제한적으로 전기를 공급했었다고 한다.
어촌계장님께서는 전기가 들어온 후
여름이면 냉장고에다 시원하게 저장해두고,

겨울이면 장작불 대신 보일러 난방을 하게 된 것이 그렇게도 좋더라 며 빙그레 웃으신다.
어쩌면 뭔가 좀 부족한 듯 한 것이 행복체감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인지도 모른다.
아이스박스에 든 공장에서 사온 얼음덩어리를 송곳으로 깨서 미숫가루를 타마시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나도 그만 미소가 지어진다.


(사진 03-2) 
간사님을 따라 이번에는 쌤끄미 달샘과 동백나무숲에 가보기로 했다.
쌤끄미 마을은 2009년,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전국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동네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동네의 샘을 모티브로 쌤끄미 달샘을 복원하고

버려진 공터를 동백나무숲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그 노력이 성과를 얻은 것이다.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기요, 또 다른 하나는 식수다.
방축도는 예로부터 가뭄에도 샘물이 마르지 않고 물맛이 좋은 달샘이 있어 상하수도가 설치되기 이전에는 모두 이 달샘에서 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달샘을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 사진 03-3 )
너도나도 삽을 들어 샘을 파고 그 과정에서 채굴한 세 개의 큰 바위에 이야기를 만들어 달마중 항아리탑을 세워놓았다.

그리고 작은 동백나무숲을 조성하고 그 속에 물길을 만들어 일일이 자갈길을 빙 둘러놓았다.

휘황찬란한 관광지를 기대했더라면 실망할 수도 있는 이 풍경은 내겐 오히려 마음이 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샘물 맛은 과연 좋았다. 아담한 동백나무 숲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 앉으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분다. 여기 앉아서 책이라도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04 . 세상에 이런 바위가 !


( 사진 04-1 )
마을을 내려왔다. 어촌계장님과 간사님이 배를 선착장에 대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방축도 앞바다를 한 바퀴 돌기로 한 것이다. 

마을 입구 언덕 위의 하얀 스티로폼 인어아줌마(?)는 우리에게 잘 다녀오란 얘기도 해주지않는다.
다른 인어처럼 바다 쪽이 아닌 마을 쪽을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마을주민들이 큰 맘 먹고 마련한 작품이라고 한다.

지도를 보면 방축도를 중심으로 횡경도·명도·말도 등의 섬이 동서방향으로 줄지어 있다.
마치 막 날아오르려는 용처럼 보이기도 하고 뱀장어 같기도 하다.
그 가운데 가장 긴 모양의 횡경도는 무인도다.
옆쪽에서 보면 이등변삼각형 모양으로 섬 자체가 매우 가파르고 정상 부분이 매우 뾰족하다.
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내게 어촌계장님과 간사님은 즉석 문화해설사가 되어 주신다.

사람이 살려면 식수가 있어야 하는데 횡경도에는 물이 없고 너무 가파른 지형이라 배를 댈 수가 없기 때문에 무인도가 되었다고 한다.

횡경도에는 장자할아버지 바위가 있다.

울퉁불퉁한 바위 한쪽에 뾰족이 솟아있는 이 바위는 멀리서 보면 정말 도포자락 휘날리는 조선시대의 할아버지처럼 보인다.

대장도에 있는 장자할머니 바위와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하는데, 애절한 부부애의 전설이 서려있다. 


( 사진 04-2. 방축도 바위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루떡바위, 독립문바위, 책바위)
방축도에 있는 아주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으로는 책바위, 독립문바위 (구멍바위), 시루떡바위, 노적봉 등이 있다.

어딜 가나 기암괴석의 절경 운운하지만 방축도의 책바위는 꼭 한번 봐둘 만하다.
책바위는, 펼쳐놓은 두꺼운 책 페이지가 바람에 날리는 듯 보이기도 하고 잡지책을 말아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듯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소용돌이치는 파도 같기도 하고, 김환기 혹은 고흐의 필치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이는 또 막 피어나는 장미꽃 봉오리 같다거나 찌푸린 사람 얼굴 같다고도 한다.
멀리서 보면 깎아지른 절벽에 누군가 조각해놓은 거대한 작품 같기도 한 이 바위는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습곡으로 대규모 지각운동운동에 의해 지층이 큰 물결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이라 한다.

이 섬사람들은 ‘구멍바위’라고 부르는 독립문바위는 바위 한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바닷물이 빠질 때는 아랫부분의 암석이 드러나지만 바닷물이 차오르면 구멍을 둘러싼 바위 모양이 마치 아치처럼 보인다.

 이럴 때 구멍 뒤쪽으로 배가 지나가면 그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루떡바위는 부안의 격포에 있는 채석강처럼 얇은 암석이 층층이 겹쳐 있다.

그런데 방축도의 이 바위는 바위 층이 사선으로 기울어져 채석강보다 더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 사진 04-3 )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조업을 하고 계시는 마을 분들을 만났다.
“ 많이 잡으셨나요?”
“ 예~ 민어랑 광어 몇 마리 잡았어요 !”
어부 아저씨는 커다란 민어 한 마리를 들어 보여 주신다. 얼핏 봐도 두 자쯤은 되어 보이는 크기다.
“ 저 정도면 3킬로도 훨씬 넘겠는데요? 민어는 귀하게 잡히는 건데 오늘 수확이 좋네요.”
하시는 어촌계장님.

언젠가 민어매운탕을 맛본 적이 있었다. 담백한 국물이 참 고급스러웠다는 기억이 있을 만큼 민어 = 고급 생선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이날 우리 일행은 밥상에 오른 민어회를 맛볼 수 있었다.
옛말에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어 요리는 여름철 최고 보양식 중 하나이다.

여름철이 제 철이라 경매시장에서도 kg당 5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급 어종이다.


05. 마을 구석구석 돌아보기 -1. 고인돌, 어민복지회관, 뒷장불, 방축도 쉬리벤치,


(사진 05-1)
방축도의 마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무엇일까?
내겐 묵은 김치를 잘 씻어서 된장을 넣고 자박자박 끓여낸 ‘묵은지된장지짐’같은 마을이라 하겠다.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먹으면 속이 편하고,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를 않는다.
곳곳에 탱자만한 동백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마을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어느 시골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바로 옆에 바다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마을이 의외로 널찍한데다 뜻밖에도 남방식 고인돌에 조개무지까지 있다.

원래는 3기의 고인돌이 있었으나 2기는 예전에 도굴꾼들이 훼손을 했고 온전히 보존된 것은 마지막 1기뿐이다.

 통일신라시대 당나라 상인들이 표류하다 이 섬에 정착해서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져오거니와 이 고인돌은 그들의 무덤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고인돌을 보고서 이번에는 언덕 위 산책로 쪽으로 쭉 걷는다. 오른쪽에 이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민복지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외지 여행자들이 이 섬에 들어와서 편안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섬 주민들의 염원이었다고 한다.

총 8개 객실과 식당이 들어서 있어 이제 숙식을 한결 편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05-2)
어민복지회관 바로 앞에는 눈에 띄는 오렌지색 지붕을 인 뒷장불전망대가 보인다.
근처엔 마을 주민들이 ‘영화 쉬리에 나오는 쉬리벤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나무벤치가 놓여 있다.

소박한 벤치에 앉으니 나무 울타리 너머로 깨끗하고 충만한 방축도 앞바다가 펼쳐진다.
세찬 바람이 불어도 아래쪽 절벽에서 한번 꺾어주기 때문에 바람이 이 벤치까지 다다를 때는 양처럼 고분고분해진다고 한다.

그래선지 뺨에 와 닿는 바닷바람이 기분 좋을 만큼 살랑살랑하다.
떠들썩한 관광지의 풍경이 아니라 좋고, 상흔에 찌든 풍경이 아니라 좋다.
쩐지 이 풍경이 오롯이 내 것 같기만 해서 좋다.

방축도에는 넓은 해변은 없다. 하지만 ‘뒷장불’이라고 불리는 아주 아담한 해변이 마을 뒤쪽에 있다.
‘뒷장불’은 ‘뒤쪽의 자갈 있는 바닷가’란 뜻. 위쪽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튜브를 허리에 하나씩 두른 가족들이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명사십리가 넓게 펼쳐져 있진 않지만 뒷장불에 서면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앞바다가 시원하게 안겨온다.


06. 마을구석구석 돌아보기-2 . 산책로

( 사진 05 )
마을 뒤쪽에 나지막한 산이 있다.
이 언덕 꼭대기쯤엔 송신탑이 서있는데 송신탑을 바라보고 올라다가 보면 그 길이 바로 산책로이다.
꼭대기까지 20여 분을 걸어서 올라가는 이 산책로는 약간 경사가 가팔라 쉬엄쉬엄 올라가도 이마에 살짝 땀이 밸 정도다.

하지만 위로 오를수록 왼편 바다 쪽에서 나뭇잎을 스치며 불어오는 사이다 같은 바람이 여간 상쾌하지 않다.

 50년 수령의 동백나무들과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편리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이 나무를 정리해 길을 내놓았다.

울창한 숲 속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탓에 더덕, 으름, 고사리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는 것이 마치 울릉도의 내수전길을 연상하게 한다. 내겐 너무 길지 않아서 좋은 길.

내려오는 길에는 도둑게를 만났다. 우리를 보자 빨간 두 집게를 들고 “덤빌래?”하는 씩씩한 포즈를 취한다.
겁이 없는 걸 보니 요 녀석은 분명 왕초 도둑게인지도 모른다. 산에 사는 게라니 ? 처음엔 나도 갸우뚱했었다.
맨 처음 산에서 사는 게를 만나고 나서 백과사전을 찾은 적이 있어서 낯이 익은 녀석이다.
도둑게는 해안에 가까운 습지나 논밭에 구멍을 파고 산다.
여름철에는 해안의 산 위까지 올라가 살고 바닷가 민가의 부엌까지 들어와 먹이를 도둑질하는 게라고 해서 이름이 아예 ‘도둑게’가 되었다.

원래는 바다에 살아야 하는 게가 어쩌다 산까지 올라와서 적응과 진화과정을 잘 거친 모양이다.
도둑게는 등짝에 마치 웃는 입 같은 무늬가 있어 ‘스마일게’라는 별명도 있고,

 어떤 지방에서는 ‘거지게’라고 부르기도 한다. 잡식성에 적응력이 좋아서 요즘은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기도 하다.
내가 만난 게는 유난히 빨간 집게에 웃는 입 무늬와 그 위쪽에 두 개의 점이 나란히 찍혀있어 마치 호빵맨처럼 보인다.

전에 갈게를 며칠 키워본 적이 있어서 집에 데리고 갈까 생각했지만 혹시 게거품을 물다 죽을까 싶어서 ( ! ) 기념촬영만 하고 숲에 도로 내려놓고 왔다.


07. 풍요로운 방축도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


( 사진 07-1 ) 가족들 배낚시
방축도에 들어오는 외지인의 대부분은 낚시꾼들이라고 한다.

그만큼 방축도는 자연산 우럭, 광어, 놀래미, 농어, 참돔, 감성돔 등 다양한 어종들이 잡히는 바다낚시터로 유명하다.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도 있었지만 역시 이 섬은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한 배에 타고 갯지렁이나 크릴새우 같은 생미끼를 낚싯바늘에 끼우는 사람,

막 입질한 고기와 씨름하는 사람, 도마 위에서 숭덩숭덩 회를 치는 사람 등 낚싯배는 파티 분위기다.
우리도 한 가족과 함께 낚싯배에 올랐다. 아빠를 따라 나선 일곱 살 배기 아이는 자다가도 낚시 가자고 하면 벌떡 일어나는 ‘조숙한 낚시광’이다. 


(07-2)
생미끼 낚시는 해본 적이 있지만 가짜 미끼를 쓰는 루어낚시는 처음이다.
가짜 미끼에 속아서 덥석 무는 고기는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지능이 낮다고 해야 할까.
파도가 제법 높은 날이다. 내 낚싯대는 소식이 없다. 역시 루어 낚시는 초보 낚시꾼이 하기엔 좀 어렵다.
그나마 구름이 잔뜩 낀 날이라 땡볕이 아닌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저마다 광어, 놀래미, 점농어를 한두 마리씩 낚아 올리기 시작한다.
아이의 아빠는 제법 큰 광어 한 마리를 낚았다. 즉석에서 회를 치기 시작했고, 선장님이 준비한 초고추장에
두툼한 회 한 점을 찍어 먹어본다.

찰지고 쫀득쫀득하다. 이래서 자연산이다 !
아이는 회를 즐겨 먹지는 않았지만 분명 낚시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낀 듯하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 사진 07-3 ) 바지락 캐기
부녀회장님을 따라 바지락을 캐러 포구로 나갔다.
방축도 아주머니들은 물때에 맞춰 간단히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포구에 나가 찬거리를 마련하신다.
전문적인 어촌체험마을이 아니기 때문인지 호미로 긁자마자 까만 바지락이 쏟아진다 !
하루에 수천 명씩 다녀가는 어촌체험마을의 갯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이다.
그만큼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축도에 가면 누구라도 바지락을 캘 수는 있다. 호미, 갈퀴 등을 챙겨서 가거나 민박집에서 빌려 물때에 맞춰서 나가면 된다.

단, 갯벌이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너무 욕심껏 바구니를 채우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갯벌은 섬 주민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 삼아 캐는 정도면 좋을 것이다.
이곳의 바지락은 유난히 껍질이 까만데, 바지락이 사는 갯벌의 색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 사진 07-4 ) 고둥 , 홍합 따기
갯바위에 달라붙은 눈깔고둥이나 보말, 소라를 잡는 것은 바다에 나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연체동물들을 하나둘씩 따서 모을 때는 너무 집중한 나머지 바닷물이 들어오는지도 모를 정도다.

제주 사계리에서 미니쉘 초콜릿만한 보말을 줍는 재미를 맛본 후 이젠 바닷가에만 가면 갯바위를 두리번거리곤 한다.
방축도에도 예외 없이 선착장이나 갯바위에 이런 종류가 엄청나게 많이 붙어 있다.
우리가 타고 나갈 배를 기다리는 동안 바다에서 주운 비닐봉투를 하나 들고서 씨알이 굵은 것들로만 주워 담았다.

군데군데 홍합을 닮은 진주담치도 있어서 여러 개를 따서 함께 담았다.
껍질 안쪽이 진주 빛이 난다 해서 진주담치라 불리는 이것은 겉모습이 거의 홍합과 같다.

 진짜 홍합은 참담치인데 수심이 깊은 곳에서 살고 귀해서 요즘 먹기 쉽지 않다.
진주담치의 접착력은 대단해서 이를 이용해 방수가 되는 초강력 접착제나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 섬에서는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 저녁에 랜턴을 들고 갯바위를 뒤지면 주먹만 한 소라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일정상 소라를 잡을 수 없었지만 비닐봉투에 든 것들을 집에 가지고 와서 보말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08. 그 밖의 여행지 - 말도 (末島), 잊히지 않는 작은 섬


( 사진 08. 말도)
방축도에서 10여분 정도의 거리에 고군산군도의 끝섬인 말도가 있다.

 12가구에 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아주 작고 예쁜 섬이다.
마을 자체가 작은 만큼 아담한 포구의 풍경도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 그루 소나무가 외로이 서 있는 솔섬 뒤로 노을이 질 때의 실루엣이 정말 아름답다. 마치 어린왕자가 사는 소행성 B-612 가 이럴까 싶을 정도다.
말도도 낚시꾼들이 와서 낚시를 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느긋하게 푹 쉬었다가 가는 여행자들이 찾는 섬이다.

각자 다른 고장, 다른 사연을 가진 여행자들이 따로따로 와서 금방 친구가 되어 함께 낚시를 하고,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말도 포구에는 민박 겸 음식을 해주는 말도민박식당의 방갈로가 있다.
일식집에서 오래 음식을 담당했다는 아주머니가 요리해주는 음식도 맛있고,

낚시로 잡아온 고기를 뚝딱 회로 만들어다 주는 주인아저씨의 날랜 칼솜씨도 일품이다.

그보다도 이 분들은 마음이 넉넉하고 한없이 소박하시다.
후식으로 내온 식혜며, 붕어즙, 심지어는 술 마셨으니 간장을 보호해야 한다며 간장약까지 내주신다!
밤에 방파제에서 낚는 붕장어 낚시 (일명 아나고) 재미도 그만이다.

번개탄에 소금만 뿌려 간단히 구워먹기도 하고 민박집에 부탁하면 장어양념구이도 해준다. 
달뜨는 밤, 솔섬을 배경으로 한 잔잔한 포구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방갈로에 앉아보라.
방금 낚아온 농어회 한 접시 사이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한 잔 하는 그 낭만이란 !
한창훈의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에서 읽은 거문도 사나이의 생활이 부럽지 않다.

고군산군도의 끝섬이 아니라, 세상의 끝에 고즈넉하게 홀로 선 기분마저 든다. 

말도에는 1909년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등대가 서있다.

 등대 빛을 발하는 등명기는 37km 거리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어 서해안과 군산항을 오가는 선박들에게 길잡이가 된다고 한다.
말도를 가려면 방축도 갈 때처럼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두 번 운행하는 장자훼리호를 타야 한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12 개 객실의 펜션에서 숙박할 수 있다. 


09 . 방축도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


(사진 09.-1 )
방축도에는 음식점이 따로 없기 때문에 민박집에 묵는 경우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다.
방축민박집 아주머니는 손맛이 좋아 평범한 백반인데도 불구하고 우럭매운탕, 장대찜, 자연산달래김치 등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내놓으신다.

모든 반찬이 다 맛있었지만 특히 뒷산에서 캐와 김치로 담갔다는 자연산 달래김치는 자꾸만 젓가락을 유혹한다.

빛깔 고운 고춧가루와 양념을 듬뿍 써서 요리한 반찬들은 과연 전라도 여자 손맛이구나 ! 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갯바위에 흔하게 붙어있는 진주담치 (홍합)을 이용해서 시원하게 끓여낸 홍합탕은 숙취에 그만이다.
봄, 가을이면 방축도는 꽃게 천국이다.
꽃게잡이 배에서 꽃게를 사서 직접 쪄먹거나 민박집에 부탁해서 꽃게찜이나 탕으로 먹으면 된다.
방축도 앞바다에서 낚시로 잡을 수 있는 고기는 우럭, 광어, 놀래미, 농어 등이다.
낚싯배를 이용한다면 선장님이 회를 쳐주기도 하지만 따로 민박집 주인장에게 부탁하면 회도 쳐주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 TIPS >

* 방축도 & 말도 정보

1. 가는 방법: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에이치엘 해운의 장자훼리호 하루 2회 운항

운행시간 : 09:00 / 14:00
소요시간 : 1시간 20분 ~30분 가량
경유하는 섬 : 장자도, 관리도, 방축도, 명도, 말도
요금 : 방축도 ( 어른 13400원, 어린이 6700원 ) 말도 ( 어른 14500원 , 7250원 )
인터넷 예약 홈페이지 : www.hlhaewoon.co.kr
고객센터 : 063-466-7171

2. 숙박시설

방축도
어민복지회관 : 객실 8개
요금 문의 연락처 - 조명일 간사 ( 010-2886-5154 )
최규태 청년회장 ( 011-9627-5178 )
서일펜션 : 객실 20개
요금문의 연락처 -최창호 ( 010-3659-9960 )
민박 : 방축민박 063-465-9086
호남민박 063-461-0939 

* 말도
어촌계 직영펜션 : 객실 12개 요금 80000원 연락처 010-3125-9376 ( 윤재만 청년회장)
말도민박식당 : 010-5640-4709 

3. 배 낚시

하루 : 5인 35-40만원 (하루 8~10시간)
1인당 : 90000원(일반)-우럭, 놀래미
130000원-참돔낚시
문의 : 조명일 간사 ( 010-2886-5154 )
최규태 청년회장 ( 011-9627-5178 ) 

4. 식사

쌤끄미 달샘으로 향하는 길 오른 쪽에 쭉 골목길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방축민박, 호남민박이라고 적힌 두 개의 민박집이 있다. 식당은 따로 없고 이곳에서 머물면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매운탕이 필요한 낚시꾼들을 위해 회도 떠주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9월부터는 꽃게가 풍년이다. 저렴하게 민박집에서 꽃게 음식 맛볼 수 있다.


 

 

 출처 - 해양 관광정보 포털 ( 바다여행)

 


 

좀 더 자세한 어촌의 정보나 현황, 어촌 소식을 살펴보시려면 한국어촌어항협회를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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