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재 등급구분의 필요성과 전망
글·사진 / 김광모(국립산림과학원 목재성능과)
목재는 그 기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오랜 기간 인간생활과 함께 하였으며, 건축, 가구, 생활용품, 악기 등 그 용도 또한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동나무 가구, 비자나무 바둑판 등과 같이 사용 용도에 적합한 수종을 선별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하였다. 그러나 목재 소비 단위의 규모가 작고 체계적인 유통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했던 과거에는 목재 이용에 지역적인 제약이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에 대부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목재가 생활에 이용되어 왔다. 따라서 목재의 품질을 평가하여 용도에 맞도록 사용하기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그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용되었다. 목재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정확한 품질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목재가 천연재료로써 재질의 변이가 심하고 복잡하여 육안이나 기타 간단한 방법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에 산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보다 많은 이윤의 창출이 산업의 궁극적인 목표로 자리 잡으면서 주어진 원료를 최소로 사용하여 요구되는 성능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에 와서는 제품의 요구 성능과 재료의 품질이 거의 일치하는 단계에 도달하였으며, 특히 천연재료가 아닌 이차가공을 통해 생산되는 재료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원하는 품질의 재료를 생산하는 기술이 일반화되어 있다. 최근에 와서는 농축산품과 같은 천연재료의 경우에도 품종 개량이나 생육환경의 인위적인 조절을 통하여 품질을 향상시키고 균일화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맺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목재의 경우에는 수종이나 종자가 다양하고, 생육환경의 인위적인 조절도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의 목재를 인위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합판이나 집성재와 같은 공학목재들이 이용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활용범위가 제한적이다. 공학목재는 비교적 균일한 재질을 나타내는 목재의 작은 조각들을 공정제어가 가능한 공장에서 접착하는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천연목재에 비해 재질 변이가 적고 원하는 재질의 제품 생산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장 생산에 따른 추가 비용이 소요되고 재면의 무늬와 색상이 천연목재와는 차이가 있으며, 최근에는 접착제 사용에 따른 환경 유해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목재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목재 생산에 제한을 받고 이용 가능한 우량 원목자원의 양은 감소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목재의 효율적 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서 재질이 균일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목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재질을 균일하게 제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목재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생산된 목재의 품질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분류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목재의 품등(등급) 구분이라 한다.
목재의 품등 구분은 주로 원목과 제재목 상태에서 행하여진다. 원목은 수목을 벌채하여 수관과 가지가 제거되고 조재된 둥근 통나무를 의미하는데, 모든 목제품은 원목으로부터 생산되기 때문에 원목의 품질은 목제품의 품질 및 생산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목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로 국내산뿐만 아니라 수입 원목을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원목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품질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원목의 취급이나 목제품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원목의 품등은 옹이, 할렬, 굽음 등 결점의 포함 여부 및 그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산업규격에는 원목의 품등을 구분하는 데 기초가 되는 원목의 치수 및 재적 측정방법(KS F 2163), 원목 결점의 구분(KS F ISO 4473) 및 측정방법(KS F ISO 4475)에 관한 기준이 제정되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원목의 품등별 결점기준 및 결점 측정방법을 별도로 정리하여 고시(국립산림과학원 고시 제2007-2호)함으로써 실질적인 원목의 품등구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제재목은 원목 또는 큰 치수의 목재를 길이방향으로 켜거나 칩을 낸 후에 생산된 목재를 의미하며, 목재 수급면에서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제재목 중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침엽수 제재목은 주로 건축가설재, 구조용재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활엽수 제재목은 가구용재나 내장재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북미산 활엽수 제재목과 침목, 차량재, 문틀재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열대산 활엽수 제재목으로 구분되어 사용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활엽수와 침엽수 제재목 모두에 적용되는 등급구분 기준(국립산림과학원 고시 제2007-1호)을 마련하여 고시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침엽수 구조용 제재목의 등급구분 기준(국립산림과학원 고시 제2009-1호)도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산업규격에는 구조용으로 이용되는 침엽수 제재목만을 대상으로 등급별 결점기준(KS F 3020) 및 결점 측정방법(KS F 2151)에 관한 기준이 제정되어 있다. 침엽수 구조용 제재목의 등급구분 기준을 별도로 제정하고 있는 이유는, 구조용재가 건물이나 교량과 같은 목구조물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면서 다른 용도의 제재목과는 다르게 외부 하중에 저항하는 기계적 성질(강도)이 주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목재 소비량의 9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어차피 목재를 수입한다면 품질검사 등의 부분에서 불필요한 낭비를 방지한다는 이유에서 수출국의 규격에 큰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ISO 규격의 제정 방향과도 일치하며, 외국의 규격을 그대로 국내에서도 인정한다면 해당되는 국가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목재를 저렴한 비용으로 수입하여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용 제재목의 경우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여, 거의 대부분의 구조용 제재목을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침엽수 구조용재의 등급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KS F 3020에서는 북미와 일본의 기준에 따라 등급 구분된 구조용재를 국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규격의 해설 부분에 ‘외국 규격의 준용’ 항을 포함하고 있다.
앞에서 목재 등급구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국내 기준을 소개하였다. 목재의 체계적인 유통을 위하여 등급을 구분하며, 이 등급체계는 필요한 품질의 목재 조달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구조용재의 경우에는 등급구분에 의한 품질예측을 통하여 구조물의 설계 및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목구조물의 보급에 있어서 등급구분은 가장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사항이다. 국내의 목조주택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앞으로도 구조용재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목구조물의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서 엄격한 품질관리 및 등급구분이 이루어진 구조용재만이 국내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상에서 설명한 목재의 등급구분 기준이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된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서 목재의 등급이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국내의 목재 시장 특히 목재의 등급구분이 가장 크게 요구되는 구조용 목재의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목재의 등급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전문 인력이 요구되며, 이들을 교육, 인증, 관리하기 위한 운영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목재의 생산이나 유통 규모가 작은 국내 현실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과도한 비용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등급구분된 목재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수입재가 사용되며, 국산재의 경우 주로 등급구분이 필요 없는 저부가가치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나무, 낙엽송, 잣나무 등의 국산 침엽수재가 일부 구조용재로 이용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대부분 구조설계가 불필요한 소형 건축물이나 고건축물의 보수 등에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최근 목조주택의 증가와 함께 수요가 다양화되고 있으며, 대형 건물이나 교량, 옹벽 등과 같은 주택 이외의 목재 시설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목조건축공법에서 우리의 전통건축방식을 응용한 기둥-보 공법에 대한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수요의 변화는 시장에서 요구되는 구조용 제재목의 치수와 등급도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따라서 대량으로 생산, 수입되는 수입재 사이에서 국산재가 점차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으며, 수입재의 경우에도 특수한 규격에 대해서는 국내 가공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등급구분에 따른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국내에 구조용 제재목의 등급구분 시스템이 갖춰지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IT분야가 주목을 받으면서 통신 및 화상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등을 일상생활에 보편화시켰다. 우리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이러한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제재목의 등급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시각을 대체하기 위한 기계화, 자동화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 지난해 국내의 등급구분 기준을 적용한 자동화 등급구분 장치를 개발하여 특허 출원하였다. 개발된 장치는 연속적인 제재공정 상에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송중인 제재목의 화상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장치의 개발에 저가의 영역 카메라를 이용하면서 연구를 통해 개발된 화상병합 알고리즘을 적용함으로써 장치의 비용을 낮추면서 성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기존의 육안등급구분 방법은 작업자의 능력과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심리상태나 피로도 등에 따라 의사결정의 기준이 변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작업속도 및 품질의 일관성이 변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된 자동화 등급구분 장치는 전문 인력이나 그에 따른 운영시스템을 요구하지 않으며, 등급구분 기준이 개정되어도 쉽게 개정된 기준을 반영시킬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는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목재의 등급구분 시스템이 국내에 정착되고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들이 아직 적지 않다. 그러나 국산재의 효율적인 활용은 우리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실정에 적합한 목재 등급구분 시스템의 보급이 시급하다. 이는 목재의 활용가치 증진과 함께 국내 목재 시장의 안정적인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 국민들에게 우리 산림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재 원목
국산재 제재
국산재 건조
기둥-보 시공
기둥-보 접합부
기둥-보 내부
육안에 의한 등급구분
자동기계
자동기계 작동
자동기계 제어
자동기계 제어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