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 살던 고향 꽃피는 산골 - 내동면 시리(矢里)

[이용우(괘릉 영지7회 외중7회)]

나 살던 고향 꽃피는 산골 - 시동(矢洞)

친애하는 영지초등학교 동문 여러분!

지금은 왜소하게 웅크리고 앉아 ‘원동들’ 설한풍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우리들의 모교 영지초등학교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지난 1963년 괘릉초등학교가 분리되어 나가기 전 전성기에는 600여 명의 재학생에 한 해에 1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유수(有數)의 학교였습니다.

그리고 1963년 이전 우리들 모교의 학구(學區)인 방어리(防禦里)와 북토리(北吐里), 제내리(堤內里), 신계리(薪溪里), 괘릉리(掛陵里), 활성리(活城里), 시리(矢里 ; 지금의 시동)에는 때 묻은 가로등 전봇대에 달라붙은 껌딱지 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파일에서는 그 시절 우리들이 살던 영지초등학교 관할구역의 마을마다 얽히고설킨 아련한 사연들을 골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분량이 너무 많아 새로이 작성하는 것보다는 저희 ‘영지국민학교 제7회 동기회 카페’에 수록되어 있는 기사를 그대로 옮겨오고자 하니 동문 여러분의 깊으신 양해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 파일에서는 금오산맥(金鰲山脈)의 마석산(磨石山 ; 맷돌산) 북편 기슭에 자리 잡은 시리(矢里 ; 지금의 矢洞)와 관련된 파일을 옮겨 개재합니다.

- 영지국민학교 제7회 동기회 카페지기 이 용 우 드림 -

※ 제가 카페지기로 있는 영지초등학교 제7회 동기회 카페(다음카페)의 문패는 ‘영지초등학교’가 아니고 ‘영지국민학교’로 명명되어 있음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그리고 일부 기사 내용에서 필자를 ‘카페지기’라고 칭한 것은 이 글을 제가 카페지기로 있는 ‘영지국민학교 제7회 동기회 카페’에서 퍼 왔기 때문에 ‘영지초등학교 제7회 동기회 카페지기’라는 말이 그대로 옮겨진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시동(矢洞)은 경주시의 행정동(行政洞)인 불국동의 서쪽 마석산(磨石山) 자락에 위치하여 남으로는 외동읍 북토리(北吐里)와 접하고 있고, 북으로는 평동마을과 접하고 있으며, 마을에 대나무가 많이 생산되어 전란 때 쓰일 화살재료를 만드는 곳으로 이름이 나서 ‘矢里(시리)’라 불리어 졌다.

시동 큰대일 표지석

일설(一說)에서는 마을 뒷산의 지형(地形)이 활모양으로 되어 있어 ‘시리(矢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일제 강점기(强占期) 당시인 1914년 4월 1일 행정구역 통폐합에 의하여 경주군 내동면(內東面) 시리(矢里)로 되었고, 1955년 9월 1일 경주읍이 당시의 경주군 내동면 지역을 포함하여 시로 승격하자 시제(市制)의 실시에 의하여 경주시 시동(矢洞)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시동 위치도

이후 1973년 7월 1일에는 법정동인 시동(矢洞), 조양동, 평동을 묶어 삼성동으로 되었으며, 1986년 5월 1일에는 법정동인 시동(矢洞), 조양동, 시래동, 구정동을 묶어 행정동(行政洞)인 정래동으로 편성되었다. 그리고 1998년 11월 14일에는 동(洞) 통합으로 불국동으로 편입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동(矢洞)은 ‘대일(大逸)’, ‘샛대일’, ‘뒷대일’, ‘귀격(貴格)’등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대일(大逸)’이라는 말은 ‘시동’에서 제일 큰 마을이라는 뜻이고, ‘샛대일’은 ‘대일’과 ‘뒷대일’의 중간 마을, ‘뒷대일’은 ‘샛대일’의 북쪽마을을 이르는 부락이름들이다.

그리고 ‘구저기’는 ‘구석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구지기’, ‘구적애’, ‘구적(九敵)’, ‘구적동(仇敵洞)’, ‘귀격동(貴格洞)’이라고도 한다.

시동 전경

시동(矢洞)은 대부분의 토지가 사질(沙質)토양으로 형성되어 있어 양질(良質)의 부추생산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주요 기념물(記念物)로는 월성이씨(경주이씨) 정려각(旌閭閣)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려각(旌閭閣)은 건축물의 형상을 말하고, ‘정려’란 효자나 열녀, 충신 등의 행적을 높이 기리기 위해 그들이 살던 집 앞에 문(門)을 세우거나, 마을 입구에 작은 정각(旌閣)을 세워 기념하는 것을 말한다.

시동 마을

그리고 이 정려(旌閭)라는 용어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이라는 조선시대 고문헌에 ‘정문(旌門)’, ‘정표(旌表)’라고 기록이 되어 있다. 따라서 ‘문(門)’을 세웠다는 것은 ‘정려’를 나라에서 인정받아 문을 세웠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건물이 아닌 문을 세우게 되면 ‘정려문’이고, 건물을 세우게 되면 ‘정려각(旌閭閣)’이 된다. 또 건립된 기준이 효녀나 정절을 지킨 정절녀인 경우 열녀문이나 열녀각이 되고, 일반적으로는 그냥 ‘정려문’ 또는 ‘정려각’이라고 칭한다.

정려각

한편, 이러한 ‘정려(旌閭)’는 사는 집의 문간채 대문 위에 이러한 효행이나 충절과 관련된 인물의 이름과 고향, 이들이 행한 일에 대한 기록을 간략히 적어 놓은 나무판을 걸어두기도 하고, 별도의 문을 건립하기도 하며, 비석이나 나무판에 내용을 적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건물을 짓기도 한다. 이 경우가 ‘정려각(旌閭閣)’이 된다.

‘정려(旌閭)’를 받는 과정은 그 고을의 관청이나 유학자들, 혹은 ‘정려’를 받으려는 사람의 후손이 신청하는데, 중앙의 예조(禮曹)라는 행정기관에 신청을 하게 되고, 여기에서 인정을 받아 임금의 명으로 허락이 되면 ‘명정(命旌)’을 받는다.

‘명정(命旌)이란 임금이 명하는 ‘정려(旌閭)’란 뜻이다. 따라서 ‘정려’를 받는 건 그 사람의 집안뿐만 아니라 그 마을의 경사에 속한다. 또한 국가에서 세금의 면제나 군역(군대 복무)의 면제, 경우에 따라서는 관직도 수여가 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정려문 또는 정려각제도는 조선시대에 유교를 통치수단으로 정한 정치가들이 유교의 여러 지켜야할 항목, 효(孝), 충(忠) 등을 장려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임으로써 본받게 하여 이상적인 유교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담은 것으로 알 수 있다.

시동 마을 부추밭

(멀리 보이는 기다란 건물은 가축시장이다)

1983년에 정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모두 4362개의 ‘정려(旌閭)’가 있고, 비석으로 된 것이 전체의 45%인 1968개에 이른다.

그리고 비석(碑石)을 세우고 건물을 지은 것이 962개, 건물만 지은 것이 595개, 문으로 된 것이 563개, 나무판에 기록만 있는 것이 268개, 기타 32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건물은 대개가 단 칸짜리지만, 경북 달성에 있는 현풍곽씨 정려각(旌閭閣)은 12칸이나 된다. 한편 고려시대(高麗時代) 것이 34개, 조선시대가 1871개, 일제시대(日帝時代)가 859개, 해방 이후에 세운 것이 1588개로 되어 있다.

경주 시동마을 농작업 안전모델 시범사업 설명회

경주시 시동(矢洞)에는 ‘이사금부추’라는 이 마을 특산품이 재배되고 있다. 경주 ‘이사금’ 부추의 ‘이사금(泥師今, 尼師今, 尼斯今, 泥斯今)’은 신라시대 임금의 칭호다.

신라 제3대 왕인 ‘유리 이사금(泥師今)’부터 18대 ‘실성 이사금’까지 사용된 명칭으로 ‘이사금’이라는 표현은 현대 한국어의 ‘임금’이라는 표현의 원형(元型)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이름과 같이 경주 시동(矢洞)의 부추 밭에는 일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거름으로 토양(土壤)에 영양분을 준다고 한다.

시동 마을 부추선별 작업장

한편 경주시(慶州市)에는 ‘시동’의 ‘이사금 부추’를 비롯하여 ‘이사금 쌀’, ‘이사금 토마토’ ‘이사금 딸기’ ‘이사금 배’ 등 이사금 브랜드 농산물이 있다. 이 중 ‘이사금 쌀’은 지난 해 ‘전국 으뜸농산물 한마당 농산물품평회’ 곡류(穀類)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들의 고향 경주시(慶州市)에서 생산 출하되는 주요 ‘이사금(泥師今) 농산물’을 몇 가지 소개한다.

품      명	개요 및 특징
이사금  사과	사과의 색깔이 선명하고 당도가 높으며 타지역의 사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향과 맛이 독특하고, 아삭하고 연한 육질이 자랑이다. 이사금 사과
이사금 배	옅은 붉은 끼와 고유의 점 무늬가 크고 탐스러운 이사금 배는 풍부한 단맛과 톡톡 튀는 과즙으로 배중의 배라고 할 수 있다. 한약재와 목초액을 충분히 넣은 발효 퇴비로 재배되는 경주배는 당도가 뛰어나 일본 등 해외로도 다량 수출되고 있다. 이사금 배
이사금 토마토	과색이 선명하고 육질이 찰지며 탄력이 있는 토마토로 토마토의 맛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이사금 토마토
이사금 딸기	붉은 끼가 꼭지부위까지 퍼져있어 신선하고 달콤한 이사금 딸기는 향긋한 향기와 달콤한 맛이 살아 있다. 이사금 딸기
이사금 체리	상큼한 맛과 풍부한 비타민으로 몸에 좋은 자연의 체리는 맛과 더불어 건강까지 생각하는 이사금의 선물이다. 이사금 채리
이사금 오이	윤기가 흐르고 몸체가 쭉 뻗어 있는 이사금 오이는 시원함과 향긋한 맛이 좋다. 겉면에 윤기가 흐르고 몸체가 쭉 뻗어 있는 이사금 오이는 시원함과 향긋한 맛이 좋다. 이사금 오이
이사금 시금치	이사금 시금치는 잎과 뿌리가 빽빽하고 풍성하며, 얇은 잎사귀와 짙은 녹색의 부드러운 줄기로 맛깔스러운 모양과 신선함이 담겨 있다. 이사금 시금치
이사금 쌀	풍부한 일조량과 맑은 공기 속에서 재배된 고품질의 쌀만 엄선하여 밥맛이 최고다. 이사금 쌀
이사금 부추	시동을 비롯한 형산강 유역 사질토에서 주로 재배되며, 천혜의 자연 속에 고도의 기술로 재배하여 맛과 향이 뛰어나다. 이사금 부추
이사금 양송이	경주의 으뜸 농산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경주버섯’은 건천읍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는데 전국 생산량의 24.6%, 도내생산량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양송이버섯을 비롯하여 다양하게 생산되는 버섯들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청정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을 받고 있다. 이사금 양송이

한농연(韓農聯) 경주시연합회는 지난 해 개최된 제22회 전국 으뜸농산물 한마당 행사의 일환인 농산물 품평회에 사과, 배, 단감, 이사금 쌀 등을 출품해 대상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전국으뜸농산물 한마당 농산물품평회’는 ‘고향의 참다운 먹거리, 우리 으뜸 농산물’이라는 주제(主題)로 지난 해 경기도 성남(城南) 농협유통센터에서 열렸다.

이사금 심볼과 캐릭터

이 행사는 전국 각 지역에서 농업경영인(農業經營人)이 생산한 농산물의 비교평가를 통해 우수 농산물(農産物)의 생산을 장려하고 우리농산물의 우수성(優秀性)을 홍보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행사다.

전국 80여개 지방자치단체(地方自治團體)가 참여해 곡류, 과일류, 채소류, 화훼, 특작, 특산품 등 6개 품목에서 으뜸 농산물(農産物)을 가리고 있다.

시동 마을 이사금 부추밭

경주시(慶州市) 공동브랜드 ‘이사금(泥師今)’은 이 행사의 수상(受賞)을 토대로 지역 농가소득(農家所得)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지난 2012년 ‘이사금’ 브랜드로 출하물량 7,695톤, 매출(賣出) 236억2,200만원의 실적을 거둬 개장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 한해 실적(實積)은 2011년 223억5,300만원 보다 5.7% 성장했고, 출하물량 대비 농가가 벌어들인 가격도 상대적(相對的)으로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시동 마을 경주 가축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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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矢洞)은 내동면(內東面)이 1955년 경주읍과 천북면 황성리, 용강리, 동천리와 내남면의 답리가 통합되어 경주시로 승격되기 전에는 내동면의 법정리겸 행정리인 시리(矢里)였다.

그리고 당시의 내동면사무소(內東面事務所)는 지금의 동방동(東方洞)에 소재하고 있었다. 동방동에 ‘시장마을’이라는 자연부락이 있는데, 달리 ‘면소(面所)마을’이라고도 하여 5일마다 선 장터가 있었고, 면제(面制) 실시이후 내동면사무소가 위치했다고 하여 ‘면소마을’ 이라고 했었다.

농협창고ㆍ동방역ㆍ동방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불국사(佛國寺)와 석굴암, 보문(普門) 관광단지도 모두 내동면(內東面) 지역이었다.

옛적 내동면사무소

(지금의 동방역전에 소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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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잠시 당시의 경주군 내동면(內東面)이 등장하는 박목월(朴木月)의 시 ‘달’을 잠시 음미해 본다. 내동면은 당시의 경주읍(慶州邑)과 통합하여 경주시가 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영원히 전승될 박목월(朴木月)의 시에서는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달

박목월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慶州郡 內東面)

혹은 외동면(外東面)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시(詩)에서의 ‘배꽃 가지’는 슬픔과 애처로움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는 회화적(繪畵的) 이미지로 여백과 여운의 멋, 즉 탈속적(脫俗的)인 풍경을 그리고 있다.

‘경주군(慶州郡) 내동면(內東面) 혹(或)은 외동면(外東面)’은 운율을 살리기 위한 표현이며,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은 유구(悠久)한 역사의 터전을 상징하는 것으로 민족의 보편적(普遍的) 정서와 합일되는 배꽃과의 이미지 조화를 위한 시구(詩句)에 속한다.

그리고 ‘배꽃 가지 / 반쯤 가리고 / 달이 가네’라는 시구(詩句)는 수미쌍관(首尾雙關)으로 은은한 풍경의 동양화(東洋畵)가 영원토록 존재하는 듯 한 긴 시간과 여운(餘韻)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박목월(朴木月)의 ‘달’은 가곡(歌曲)으로도 불리어지고 있다. 백영운이 작곡한 가곡 ‘달’의 곡과 가사를 소개한다.

옛적 경주군 내동면이었던 보문관광단지

여기에서는 기왕 박목월(朴木月) 선생 얘기가 나왔으니 박목월 선생의 신상을 잠시 살펴본다. 외동면과 내동면을 대상으로 한 시를 쓴 작가의 면모를 조금이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목월(朴木月) 선생은 1915년 1월 6일 경북 경주군 건천읍 모량리(현재 :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 664-3번지)에서 아버지 박준필씨와 어머니 박인재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영종(泳鍾)’이나, 시를 쓸 무렵 본인의 필명을 ‘목월(木月)’로 지었다. 이 때 목월의 아버지가 언짢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8세인 1933년, 개벽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어린이》에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뽑혔고, 같은 해, 《신가정》 6월호에서 그의 시 ‘제비맞이’가 당선되어 동시를 주로 쓰는 시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940년, 《문장》 9월호에 ‘가을 어스름’, ‘연륜’으로 추천되어 본격적(本格的)으로 문단에 데뷔하게 되었다. 이 당시는 일제강점기 말엽인데, 특별한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1945년, 목월은 대구 계성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

박목월

그러나 이듬해에 그 유명한 《청록집》이 발간된 것으로 보아 이전에도 작품활동은 꾸준히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946년 6월, 목월은 조지훈, 박두진 등과 《청록집》을 발간했으며, 동시집인 『박영종동시집』도 발간하였다.

1945년부터 1950년대 말까지는 목월의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1948년에 목월은 한국문학가협회 중앙위원과 사무국장으로 취임하여 활동하였고, 1950년 이화여자고등학교로 학교를 옮겼으나, 6월에 한국전쟁이 터지자 한국문학가협회 별동대를 조직, 1953까지 공군종군문인단의 일원이 되어 군복무를 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목월은 홍익대학교와 서라벌예술대학, 중앙대학교 등지에서 강의하였고, 1959년 4월부터 한양대학교 조교수가 되어 은퇴할 때까지 한양대학교에서 후학을 키우는 일을 계속 담당하였다.

불국사에 있는 동리-목월 기념관

목월은 1977년, 자신이 봉직한 한양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78년에는 그는 자신이 출석하던 원효로 효동교회에서 장로 안수를 받았다. 1977년 3월 24일, 새벽에 산책하고 돌아온 후 지병(持病)인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났다.

민요의 가락을 살린 그의 동시(童詩)와 향토적 서정시(敍情詩) ‘송아지’, ‘뻐꾸기’, ‘흰 구름’, ‘청노루’, ‘윤사월’, ‘나그네’, ‘그리움’ 등은 국민 모두가 즐겨 읽는 시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 붙여진 ‘국민시인(國民詩人)’이란 칭호는 국민들이 붙여준 매우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목월(朴木月)의 시문학(詩文學)의 기본 축(軸)은 위에서 소개한 대로 그의 또 다른 직함이 기독교회의 장로(長老)이기 때문에 다른 한 축이 토속적(土俗的)이고 서정적(抒情的)인 면이라면, 본래의 한 축은 기독교 신앙에 기반을 둔 절대자(絶對者 ;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유고시집(遺稿詩集)인 《크고 아름다운 손》에는 절대자에 의존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그의 시(詩)에는 어머니의 기독교 신앙(信仰)과 관계된 추억들이 간혹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다시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잠시 감상해 본다.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위의 시(詩)는 조지훈이 ‘목월(木月)에게’라는 부제로 쓴 시 “완화삼(玩花杉)”에 대한 화답시(回答詩)이다. 화답시답게 ‘완화삼’ 중 한 구절인 ‘술 익는 강 마을의 저녁노을이여’를 부제(副題)로 달았다.

두 시(詩)의 주제(主題)는 모두 물길을 따라 가듯이, 구름에 달 가듯이 달빛 아래 길을 가는 나그네이다. 그리고 나그네는 어느 곳이든 오래 머물러서 살거나 정착(定着)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가는 길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끝이 없다.

나그네는 끝도 없고 정해진 길도 없이 밤하늘에 달이 구름 속을 지나가듯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강나루’도 지나고 ‘밀밭길’도 그저 자연스레 지나간다.

‘구름에 달 가듯이’라는 말은 구름이 달을 지나가는 것인지 달이 구름을 지나가는 것인지 모르게 자연스레 지나는 나그네의 걸음과 운명을 표현한 것이다.

구름에 가는 달

그리고 나그네의 길은 다른 길로 가거나 혹은 가지 않거나 하는 선택이 없는 외길이며, 그 한 줄기 외로운 길은 우리의 남도(南道) 즉, 충청, 경상, 전라로 향하고 있다.

끝없이 길을 가야 하는 나그네의 고독(孤獨)한 운명이 간결한 두 줄 형식으로 잘 드러나 있는 이 시에는 ‘강나루’, ‘밀밭길’, ‘남도’ 등의 토속적인 시어(詩語)가 ‘술 익는 마을’이라는 정감(情感) 어린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집에서 담가 익히는 ‘술’은 나그네의 음식(飮食)이 아니다. 몇 달 몇 년을 내다보고 담그고 익히는 술은 농경(農耕) 정착인들의 음식이다.

아마도 ‘나그네’의 고향 집에서도 술을 담곤 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기독교(基督敎) 신도였지만, 아버지가 기독교 신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술 익는 냄새는 나그네의 향수(鄕愁)와 회한(悔恨)을 함께 불러일으키고, 술 냄새와 어우러진 ‘타는 저녁 놀’은 후각(嗅覺)과 시각으로 나그네의 향수와 고독을 감각적(感覺的)으로 표현한다.

때문에 이 시(詩)를 굳이 일제치하기(日帝治下期)의 우리민족의 유랑의식(流浪意識)과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술이 익는 마을의 풍요와 평화의 정취, 그리고 근거지(根據地) 없이 유랑해야 하는 나그네의 고독과 쓸쓸함이 더욱 두드러지게 대비되고 있다.

활성리(活城里) 얘기에서는 ‘나마가시’얘기와 ‘땡전’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활성리 출신 동기생들과 동문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드렸는데, 시동(矢洞) 얘기에서는 박목월(朴木月) 얘기로 칠갑을 하고 말았다. 시동(矢洞) 출신 동기생들과 동문들에게도 같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구름에 가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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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에서는 시동(矢洞)의 자연부락을 찾아가 본다. 대다수 동기생들이 당시의 내동면이던 시리(矢里)에 가본 일이 없었을 것이나, 카페지기는 서울로 상경하기 전 마석산(磨石山) 기슭에 소재하는 선대의 묘소에 벌초를 다니면서 한 해에 한 번씩은 시리(矢里)에 살고 계시던 먼 고모님댁을 방문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 시절의 마을 모습을 어슴푸레 떠올릴 수 있다.

시동 마을

대일(大逸)

‘대일(大逸)’은 시리(矢里)에서 제일 큰 마을로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에 이 부락 사람들이 ‘중간대일(샛대일)’과 줄다리기를 해서 이겼는데, 승부(勝負)의 조건으로 이긴 마을을 ‘큰대일’로 하자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일 마을회관

샛대일

‘샛대일’은 ‘간대일(間大逸)’이라고도 하는데, 위에서 소개한 대로 ‘대일(大逸)’과의 줄다리기에서 진 결과로 ‘샛대일’이 되었다고 한다. 일설에서는 ‘큰대일’과 ‘뒷대일’ 사이에 위치한 마을이라 해서 ‘샛대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샛대일 마을회관

‘샛대일’에는 카페지기의 영지초등학교 동기생 중 이제형(李帝衡)군과 서공표(徐共杓)군이 거주하고 있었다. 당시의 시리는 내동면 구정동(九政洞 ; 지금의 불국동)에 소재하고 있던 구정국민학교와의 통학거리가 너무 멀어 영지국민학교의 학구로 조정되자 이들은 구정국민학교에서 영지국민학교로 전학하여 제7회로 졸업했다.

이제형(李帝衡)	서공표(徐共杓)

뒷대일

‘뒷대일’은 ‘샛대일’ 북쪽에 있는 마을로 3개 ‘대일(大逸)’ 중 가장 뒤편에 위치한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명 ‘후대일(後大逸)’이라고도 하는데, 예로부터 알맞은 농토와 인심이 좋아 도둑이 없는 마을로 소문이 난 마을이다.

이 마을은 앞서 말한 대로 카페지기의 먼 고모님댁이 있었는데, ‘뒷대일’ 산기슭에 사시다가 후일 귀격동 남천(南川) 변에 있는 모래언덕으로 집을 짓고 이주했었다.

시동 경주 축협 가축시장 입구 표지석

그러나 카페지기가 상경(上京)하던 몇 해 전인 1957년 ‘사라호’ 태풍(颱風) 때 전 가족이 홍수에 실종(失踪)되고, 고모님만 겨우 지붕을 타고 떠내려가다가 구출되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 뒤의 소식은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있다.

시동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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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矢洞)의 출향인사(出鄕人士)는 카페지기가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 향리에 거주할 당시 면단위 행정구역을 달리하기도 했지만, 고향을 떠나온 지 50년이 넘었고, 일체 왕래가 없어 전혀 아는 인사가 없다.

동문, 특히 시리(矢里) 출신 동문여러분께서 시동(矢洞) 출신 출향인사를 아시는 분들은 자세한 내용을 ‘답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愚空 우희곤(모화리 입실32)]

네. 이 귀한 글을. . . 어쩌다 이제보고. . . .이사금 공부도하고. . . 목월 선생님도 회상하고. . .그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 ? 수필집. . . . 학창시절 봤던 거 같습니다. 시리 시동이 시릿골과 같은지 다른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이용우(괘릉 영지/외중 7회)]

네, '시리'와 '시동', 그리고 '시릿골'은 같은 마을입니다. 과거 경주군 내동면 당시에는 '시리'였고, 내동면이 경주시로 편입된 이후에는 '시동'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부락으로서의 명칭은 '시릿골' 또는 '대일'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