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도가 운영하고 있는 ‘민원전철 365’의 인기요인에 대해 전해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그동안 진행된 민원전철의 활약상을 사례별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사례의 중심에는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무장한 직원 분들이 있었는데요. 그들의 진심어린 서비스가 민원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 인터뷰한 사례자 분들도 그런 점을 높이 샀습니다. 대부분 고령자로 평소 잘 모르고 있던 부분들을 상담을 통해 알게 되고, 또 끝까지 해결해 주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민원전철 운영팀에 따르면 이용 혜택을 본 민원인의 67%가 50대 이상 고령자로 나타났는데요. 아무래도 젊은 층 보다는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 이상의 긴 말 필요 없이 바로 가볼까요.
#사례1. “민원전철 덕분에 일자리를 구하게 됐어요”
고양시에 사는 이상권(70.남)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전에 일하던 건설회사에서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회사를 방문했지만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는데요. 힘없이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던 그 때! 운명처럼 민원전철을 만나게 됩니다.
이씨는 전철 내부를 둘러보던 중 일자리상담 코너를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따뜻하게 자신을 받아준 상담사에게 마음을 연 이씨는 그동안 겪었던 일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도장분야에서 30여년을 일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나이가 많아 직장 구하기가 어려워요. 전에 일했던 곳에서는 밀린 돈도 받지 못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상담사는 이씨의 사연을 듣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직장을 구하면 가능하다”며 많은 용기를 줬습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바로 고양시 일자리센터 직원과 통화를 시도해 구직안내를 부탁하기도 했는데요. 통상적으로 65세 이상은 청소원으로 고용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특별히 사정해 일자리를 알아봐 줬습니다.
결국 이틀 뒤 고양시 일자리센터에 정식으로 구직등록을 한 뒤 2건의 구직 알선이 진행됐고, 올해 1월 2일부터 인근 아파트 미화원으로 출근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고령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이상권씨에게는 축복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씨는 “그날따라 마음의 상심도 크고 그래서 힘없이 전철을 탔는데 민원전철이란걸 처음으로 접하고 취직도 하게 됐다”면서 “직원이 상냥하게 잘해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례2. “전시행정인줄만 알았는데... 미안했다”
올해 78세인 박영옥(여.안산시)씨는 지난 1월 18일 우연히 민원전철에 탑승했습니다. 서울에서 금정역까지 가면서 처음에는 ‘전시행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시큰둥하게 생각했다는데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상담을 받게 되면서 그 생각은 금세 미안함으로 변했습니다.
“남편이 91년에 심근경색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제가 건설업을 물려받아 영업을 해 왔지만 2001년에 부도를 내는 바람에 국세 2천만원을 못 냈지 뭐에요. 통장도 모두 압류 되서 기초노령연금조차 받지 못하고 힘들어 죽겠어요.”
박씨는 직원의 친절함에 마음을 열고 이러한 사정을 모두 말했는데요. 상담직원은 자료를 찾아본 뒤 “기초노령연금은 관련법을 보면 양도, 압류, 담보제공이 금지돼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줬습니다. 이와 함께 혹시 이천세무서에서 박씨의 통장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통장인 줄 모르고 압류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관련 서류를 가지고 세무서를 방문하도록 안내해줬다고 합니다.
이에 박씨는 다음날 바로 이천세무서를 방문해 서류를 제출하고 왔는데요. 다음날 생각지도 못한 전화에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바로 상담했던 직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는데요. 직원은 이천세무서에 아직 가지 않았다면 다음 날이 쉬는 날이니 같이 갈 것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제가 지난 번 함께 동행 취재를 했지만 한 번 근무를 다녀오면 피곤함은 말도 못합니다. 비번인 날 휴식을 취해도 모자랄 판에 이천까지 직접 가자고 했다는 것 자체에 박씨의 감동은 더욱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박영옥씨는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줘서 너무 고맙고 처음에는 전시행정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마음을 가진 것이 너무 미안했다"며 "모두가 어렵고 힘들 때 경기도에서 서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함께 애쓰고 노력해 주는 모습이 무척 고맙고 든든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사례3. “친절한 상담, 이것이 바로 서민을 위한 정책”
서울에 사는 진태화(74.남)씨가 민원전철을 타게 된 건 지난 1월. “경기도가 서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며 감사해 하던 진씨는 평소 궁금했던 주택 양도소득세를 문의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다세대주택을 월세로 얻은 사람이 연말 소득공제에 필요하니 증빙자료에 서명을 요청해줄 것을 요청했고, 특별한 생각 없이 서명을 했다고 하는데요. 진씨는 문득 주택 임대업을 해당관청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세무서에서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고민하던 찰나 민원전철에서 상담했던 직원이 알려준 전화번호가 생각났습니다. 바로 전화상담 요청을 했고, 직원은 “주택 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월 100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올해 5월 중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인적공제 등을 할 경우 세금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때부터 안도의 한숨을 쉰 진태화씨는 “처음 상담했을 때도 느꼈지만 바로 이런 것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례4. “터키와 비교되는 친절함에 마음속까지 감동”
터키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매흐매트(25.남)씨는 지난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는데요.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었는데, 볼일이 있어 전철을 타게 됐다가 민원전철을 발견하곤 건강 상담을 받았습니다.
유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게 되고, 건강에 무심하게 지내왔다는 매흐매트씨는 마침 이날 피부과 의사가 진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 진찰을 받았는데요. 얼굴이 군데군데 벗겨지는 증상을 말하자 뜻밖에 지루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매흐매트씨는 “전철 내 다양한 서비스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공무원들의 친절한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터키와 비교되면서 마음속까지 감동이 와 닿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례5. “전철타고 책보고 일석이조, 너무 좋았다”
지난해 12월 민원전철을 타게 된 권성희(여.수원시)씨는 전철을 타고 책을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는데, 대출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하는데요.
권씨는 “책을 몇 권 빌린 뒤 회송용 봉투 안에 책을 넣어 우체통에 넣었지만 제대로 반납됐는지 궁금했다”면서 “얼마 후 정상반납 됐다고 전화로 알려줘서 마음이 무척 편해졌고, 반납이 간편해서 앞으로도 많이 이용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민원전철 내부에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도서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는데요. 처음에는 전철 내부에서만 볼 수 있도록 비치해 놨지만,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일반도서관처럼 2주간 대출도 해준다고 합니다. 함께 주는 회송용 봉투에 넣어 우체통에만 넣으면 간편하게 반납이 완료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즐겨 이용한다고 하네요.
우연히 민원전철 타고 일자리 찾기에 나선 친구
마지막으로 제 주변 지인의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올해 서른, 1년 가까이 집에서 놀고 있던 친구가 있는데요. 신모씨라고 하죠. 신씨는 얼마 전 서울에 갈 일이 생겨 수원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민원전철이 있는 차량에 탑승을 했다고 합니다.
내부 곳곳을 신기하게 보던 신씨, 처음에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얼마 후 일자리상담 코너를 발견하고 재미삼아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칸막이로 둘러싸인 내부에 들어가자 상담사와 마주하게 됐고, 상담사는 친절한 말투로 이력사항과 자격증, 사는 곳 등에 대해 물어왔다고 합니다. 모든 사항에 성실이 답변한 신씨는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나왔는데요.
며칠 뒤 문자 한 통을 받았는데, 추천 일자리를 메일로 보냈다는 통보였습니다.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잊지 않고 일자리를 알선해 준건데요. 이메일에는 본인과 맞는 채용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돼 와있었습니다.
신씨는 “상담사 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용기를 준 것도 모자라 이렇게 채용정보까지 잊지 않고 보내주니 정말 심적으로 큰 힘이 된다”면서 민원전철과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그는 현재 관련 업체에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중인데요. 부디 본인과 맞는 업체에 취직해 백수 탈출에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글·사진 인사이드 경기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