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가람회원들의 데뷔작(가나다 순)
<가나다 순>
고두석 시인 편
지하철역에서
-시조문학 1993년 봄회 천료작품
마지막 전동차는
자정 너머 사라지고
하루가 터널처럼
뻥 뚫린 역구내는
석유등
가물거리던
아버지의 빈 방.
어느 손에 쥐어질까
예감 못한 차표들
살아온 시간만큼
개찰구에 쌓였는데
어디쯤
오고 있을까
날 실어갈 전동차는.
아우성 쳐대며
발다툼하던 승강대엔
발걸음 화석되어
족적으로 찍혔는데
레일은
긴 목을 뽑고
새벽녘을 기다리네.
<천료소감>
열세살 소년 시절, 홍수에 떠내려가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사나운 물결속에서 필사의 부침을 반복할 때, 강뚝에 늘어선 아이들은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그때 느꼈던 소외감은 내 일생동안 지워지지 않고 줄곧 따라 다녔다. 죽음과 직면했을 때 죽음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외로움이었으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바로 내 삶이었다. 그땐 다행히 강뚝에 뿌리 박은 두엄나무를 붙잡고 겨우 살아났었지만, 그 후로 끊임 없이 몰아닥친 내 인생의 물결과 맞서면서 나는 뭔가 붙잡지 않곤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해서 늦게나마 붙잡게 된 또 다른 두엄나무가 바로 글쓰기였다.
인간으로 부터 구원 받지 못한 내 외로움을 글쓰기를 통해서 극복하고자 한다. 내게 오랜 세월 동안 뿌리 내려온 두엄나무, 그리고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에 뿌리 내려온 시조, 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내 손을 잡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채소 장수 할머니
-시조문학 1992년 봄호 초회 천료작품
장마당 한 모퉁이
목 쉰 외침소리
온 몸을 저며오는
고달픈 삶의 토악질
한 생을 이어온 자취만큼
널려있는 푸성귀.
비늘이듯 번득이는
생존의 틈바구니 속
하얀 잔해로 남을
허망한 삶을 위해
아직껏 잃었던 젊음
내다팔고 있는걸까.
신명난 씻김굿 무녀
세찬 삶의 몸짓
각질진 손바닥에
동전을 헤아리다
지전이 산으로 쌓아
하늘보고 웃더이다.
김 광수 시인 편
<신인상 수상작> 2000년 가을호
보리밭 그림
김 광수
노을 핀 풍경화에 모서리 초록보리
주황색 밑바탕을 올곧게 점철해서
수평선 구도를 벗어 입체감을 주고 있다.
핏빛든 구름들이 하늘을 쪼개듯이
보리밭 곧은 이랑 화살로 날아들며
쓸쓸한 저녁시간을 그림 저편 몰고 있네.
화폭에 없던 인형 유령처럼 나타나서
붓끝을 되돌리며 서산을 바라보네
엄동을 지나오면서 다짐박힌 그 산이다.
당선소감· 김 광수
형체를 숨기고 평생을 따라붙는 운명의 그림자가 이제 부끄러운 본연의 모습을 내보이며 내 앞에 섰다. 의식과 무의식의 세상살이 속에서 각인되고 마주치게 될 흔적들에게
들려 줄, 하나뿐인 답변을 구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난 40년 동안 민족시인 시조를 지키며 터전을 일궈온 「시조문학」을 통해서 신인 작품을 발표하게 되어 더없는 영광과 함께 우리나라 시조계에 적으나마 도움이 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못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평소 격려와 버팀목이 되어주신 가족과 주위의 모든 분에게 머리숙여 고마음을 드립니다.
약력
1956년 경남 마산 구산면 남포리 출생
1987년 단국대학교 졸업
2000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문과 졸업
현 제일은행 근무 중
심사평
김광수는 3수로 된 연시조 9편을 보내왔다. 이미 자기의 시세계를 가지고 탄탄한 형식에 매작품을 3수로 압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볼 수 있는데 다만 소재가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경향을 띄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 고투로도 현대시조를 못쓸 것은 아니지만 시조가 현실을 노래하는 시절가조인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새벽군불","북극성", "대나무밭" 등이 논의 되었으나 모두 첫수의 긴장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다.
당선작 <보리밭 그림>은 소위 "제화시"로서 첫수에서 '초록보리'의 평면적 화면이 둘째수에서 '화살'로 날아 입체화 하고 '시간'까지 개입된 3차원의 세계로 발전하며 셋째수에서 그림밖의 화자가 '유령'으로 등장하여 물아일체가 되면서 인생을 나름대로 관조하고 있으며, 시각적으로도 핏빛 노을, 초록보리, 푸른 수평선, 주황색 보리밭 등의 시어를 통해 화려햔 색감의 그림을 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 시인은 앞으로 소재를 현대적으로 다양화하고 감정의 사치를 극복하면 좋은 시조를 쓸 것이다. 계속 정진하시를.
심사위원: 리 태극, 김 준, 이 우걸
김명호 시인 편
베틀가
김명호
해도 눈길 돌리는
골방에 들어 앉아
베틀가 가락 위에
청승을 실어주며
잔가지
많은 나무의
시름 짜는 어머니.
날빛을 씨줄 삼고
달빛을 날줄 삼아
보채던 어린 것들
짝 지어 보내고도
안개 낀
눈을 비비며
북을 놓지 못한다.
초회천/김명호
흙
무지개 잡으려고
솔잎을 떠났다가
밤마다 뒤척이며
가슴앓이만 하다
그 병을
끝내 못 이기고
발길 다시 돌린다.
울밑에 꿈을 심고
보호목을 세운다
바람을 이기어서
뿌리 깊이 내려라.
한 송이
꽃을 바라서
호미 되어 살겠다.
심사평
'흙'은 처음에 흙을 떠났다가 돌아와서 울 밑에 호박을 심고 그 꽃을 바라 살겠다는 자기의 다짐을 작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 뜻을 길이 살려 시조나무 가꾸기에 전념하여 주기바란다.
- 유 성규, 이 근배, 리 태극
약력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박리 출생
1967~68년 중앙일보 중앙시조 입선
1996년 중앙일보 지상 백일장 입선
불교신문 독자투고 시조 입선
132-020 서울 도봉구 방학동 683-46 02-3493-7725
천료소감
내 이름 뒤에도 시인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었다. 처음 시조에 입문하고 어려워하던 나를 옆에서 지켜보며 격려해 주던 아내에게, 또는 문우들레게 고마음을 전한다.
졸작을 밀어주신 월하 리 태극 박사님께 감사 드리며, 열심히 노력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시인이 되겠다
미는 말
김명호님의 <베틀가>를 천료작을 민다. 지난 날의 어머니의 베 짜시는 모습을 애타게 되세긴 마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베틀 생애를 회상하면서 그 애정을 내타낸 것이다. 별 수식 없는 실사이나 시감적이다.
'97. 12. 19 이 우종, 김 제현, 리 태극
김순금 시인 편
가슴과 무덤 사이
김 순 금
설움이 번져가듯
잿빛 노을 스러질 때
찔레꽃 무더기 wu
언덕이 다가 앉고
목울음 삼키는 이들 또 누구를 보냈던가?
외진 기슭 떡갈 서리
봉긋 솟은 무덤 한 땅
저 세상 세월에도
봉긋 솟은 무덤 한 쌍
저 세상 세월에도
기가리 이 있었던가?
묻혀간 찔레 향기는 젖내음으로 괴는 갑다
자궁을 벗어난 아이
젖무덤에 얼굴 묻고
돌아가 더운 대지에
쌍봉을 더듬거리다
해와 달 무던히 보내면 다시 오고 갈지 몰라.
「시조문학」'99년 겨울호
신인상 심사평
김 순금의 '가슴과 무덤사이'를 읽으며 자유시와 시조시의 진가를 체득한 경지를 대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질서 앞에 감정을 씻고 이성의 진실을 글에 담고자 힘쓴 가운데 문학 본연의 가치를 자연스레 표출한 재주가 충분하여 공인의 자리에 안내하게 되었다
- 심사위원 :리 태극, 김 준, 한 춘섭, 김 교한
약력
한국반송통신대학 졸업
부산 동서대학 사회교육원 2년 수료
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 3년 수료
'99경남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
당선소감/김 금순
삶의 마디가 흔히 그렇게 엮어지듯이, 문학에도 가라앉았던 자아를 길어 올리는 계기가 있나 봅니다. 5년 전 외남매였던 오라버니가 40세의 젊은 나이로 생의 허리를 접었을 때, 불길 속에 모든 것을 태워 보내고 재 속에서 피워낼 또다른 생명으로 시를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시를 삶이라고 고쳐 부르기로 했습니다.
삶을 생각하면 죽음은 언제나 함께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달빛 스미는 문틈 사이로 달려드는 고통을 밀어내는 길은 그것을 끌어안고 한 덩어리로 내달리는 방법이었지요. 그 일을 반복하면서 발견한 것이 삶과 죽음 사이에 걸친 질서입니다. 둘은 서로를 기다려서야, 그러면서 서로가 자족적일 때 완성된다는 질서 말입니다. 사변이 아니라 감성으로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그 내밀한 질서를 형상화하는 데에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 해 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였고 줄곧 시를 공부하면서 이 우걸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시조를 배웠으며, 장 성진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이론과 접목하여 심화시켰습니다.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뽑아 주신 심사위원들게 감사 드리며, 좋은 작품을 쓰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김영덕 시인 편
동자꽃
김영덕
바람에 찢긴 암자 얼어붙은 풍경(風磬) 소리
애 끓듯 허기에 찬 동자승 눈물 말라
탁발 간 노승 발소리 꿈꾸듯 기다리네
싸늘한 별무리는 솔가지에 걸려있고
움추린 외론 마음 어미 품 속 그리며
차디찬 눈(雪) 이불 덮고 젖무덤을 더듬네
사바(娑婆)에 두고온 정 목메어 그리면서
찬불송(讚佛頌) 불러봐도 아련한 어미 모습
죽어서 만나는 기쁨 붉게 피어 웃는가
미는 말--------------------
김 영덕님의 '동자꽃'을 천료작으로 민다.
이 작품은 동자승의 외로움을 잡아 그 외로움과 수행의 처지를 형상화한 것인데 그 행동과 마름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어루만졌다. 앞으로의 수련을 기대하면서
당선소감------------------
극성스러우리만큼 온 동네를 우러치던 매미가 올 무더위의 불쾌지수를 올려놓더니만 영글어 가는 연노란 은행의 하늘거림에 따라 창창한 울음도 한기에 쳐져 가고 있다. 단지 한 철을 매듭지어 살아야 하는 매미로서는 어쩜 속세(?)와 단절된 7년동안 암흑 세계에서 회망적이 홀로의 고독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지만 한 여름을 위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내재할지도 모른다는 신의 섭리를 기웃거리게 한다.
여름을 더욱 영글게 하는 햇살과 스러지는 매미소리, 소리, 소리….
K형! 싱클레어의 정신적 혼돈 세계에 던진 데미안의 메시지를 매미 울음소리와 단순 비교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도약일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새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눈을 뜨고 비양웃음 건네던 표정들이 책상머리에 가득하다. 영글지 않은 풋과일이라 소감이란 어휘조차 얼굴을 붉히게 한다.
그러나 K! 내 내재율을 마음대로 조율하는 그대는 겉표정 감춘 어줍잖은 얼굴에다 대고 분명 비껴 말할 거란 생각이 남대문 문지방이 있다고 우기다가 들켜버린 구겨진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알에서 깨어난 순간 찬란한 빛을 보았겠지만 언제나 밝음으로 비춰지리라 생각하는가?
인간은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남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의 자기 중심이 필요해."
K! 멍에를 지는 즐거움(?)으로 한발 한발 디디겠다. 모든 연결고리를….
그리하여 바람에 물결치는 누런 보리밭을 보고는 이내 황금빛 여우를 그리워하는 어린 왕자처럼….
천료 응모 졸작 "동자꽃"에 방점 해 주신 월하 선생님과 심사위원님들의 어려운 채찍 열심히, 그리고 아름답게 세상을 보아야겠다.
초회천 작/김영덕---------------------
정동진 포구에서
정동의 붉은 기운 조류타고 넘으면
검 붉은 겨울바다 은빛으로 물들어
보람찬 갈매기 울음 미리내를 가르고
산 모롱이 기적 소리 이침 햇살 껴안고
자동차 전조등이 짙은 해무 깨칠 제
통통배 만선 기쁨에 고동소리 우렁차
유일한 바닷가 역(驛) 해송(海松)은 고고하고
보드라운 해안선 명사십리 여기더냐
여명은 아우로라(Aurira) 여신 바닷가를 거니네
심사평/ 김 상훈, 임 종찬·,리 태극
정동진 포구에서는 정동진 포구의 정경을 3수에 담았다. 첫수에서는 아침 해를 맞이하여서의 갈매기 떼의 울음소기를, 그 둘째 수에서는 저녁에 만선으로 돌안올 기대를, 그 셋째 수에서는 정동역 근처의 해송들과 은모래벌을 기렸다. 마치 한 폭의 영상을 보는 듯도 하다.
그 정경들을 손에 잡힐 듯이 시작한 것이 좋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김성호 시인 편
- 1994년 추천 완료 작품
사기(砂器) 외 1편
김 성 호
1
놓이는 곳마다
흙 내음 피어나고
추슬러 욕심 몇 점
물 무늬 시를 이뤄
모래알 자잔한 몸살
향푸른 노래 넘치네.
2
깨어져 비릿 내음
가시꽃 문지르며
먹구름 천둥 번개
뼈 끝에 잠들어
죽어도 영원히 살아
육자배기 부르네.
이 별
1
한 번을
꼭 한 번을
바람 살
무릎 펴는 강
꽃잎 웃어
노래 빚는
물살 인양
빛발 인양
칼 세워
흐린 하늘 피
방울 방울
홍보석.
2
모래알
추슬러
바위섬
허무는 이력
어둠일랑
아픔일랑
어제런가
그제런가
휘황한
열두 폭 웃음
펴며 펴며
떠나랴.
# 이 작품은 1993년 KBS 제정, 신작 가곡에 쓰인 시조로, 매년 1개월 간 방송되는 작시를 일부 개작함.
미는 말/심사위원 이근배, 김 준, 리태극-----------
김성호님의 <사기>와 <이별>을 천료작으로 민다.
이 시인은 "창조문학"에서 시로 신인상을 받았다. 시조로 천료 받고자 응모하여 왔다. 이미 "청마 연구"로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도 마쳤다. 이러한 시인과 학자를 맞게 됨을 끼쁘게 여긴다.
이 작품은 사기그릇을 두고 그에서 얻은 감회를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감회를 형상화하였다.
앞으로 시뿐만 아니라 시조 창작에 더욱 매진 정진하여 주었으면 한다.
천료 소감---------------------------------
내 시는 절망의 빛깔과 소금덩이 몸짓일 뿐이다.
지금은 한없이 두렵고 부끄럽다. 덜 시립고 덜 부끄러운 사람이 되어 내 캄캄한 날, 빙벽 위에도 문득 무지개가 서고 화사한 꽃들 피어나, 내 상처의 계절을 지우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을 기다려 새 살이 돋아날 꿈꾸며 슬픈 이력을 돌려 세우고, 이제는 먼지를 털며 더욱 겸손한 사람이 되어 먼 바다로 헤엄쳐 가야겠다.
순간 순간마다의 바람과 하늘이 감격인 것을
노래하지 못하여 그림 그리지 못하여
헤매는 발길 발길에 햇살이 머물면
나는 한눈팔이로 살며
시의 꿈과 몸살을
비취 자잔한 바다로 띄어 보낸다.
생전에 많은 가르침을 베푸신 스승 홍준오 님 영전에 이 영광 돌려 드리며 월하 리태극 박사님과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약력----------------------------------------------
1951년 경남 거제시 출생
연세 대학교, 대학원 졸업
1992년 "창조문학" 시부문 신인상
시집: "소리의 하늘"."소리의 여행"."보도 블록에 깃든 숨결"
" 연약함이 강함을 용서한다"
논저: " 한국 대표 명시선 해설" (빛샘출판사)
현재: 잠신 고등학교 국어과 교사
김 원(金沅) 시인 편
원단 대국(對局)
김 원
아버지는 당상(堂上)에서 내려와 앉으시고
나는 저 개똥밭을 올라와 무릎꿇고
마주한 두 곳 자리가
한 천년쯤 멀어라
서로의 얼굴이야 구름 밖에 올려놓고
오히려 수담(手談)으로 그윽한 시간에는
발아래 세상만사가
물 흐르듯 고요하다.
화려한 포석으로 선망하던 흰 돌도
실리에 집요하던 세속의 검은 돌도
결국은 어울린 반상(盤床)
그린 듯이 곱구나.
돌이킬 수 없는 돌들 후회로 복기(復碁)하면
그때서야 눈트이는 미망(迷妄)의 순간 순간
한 걸음 물러앉아서
아침해를 맞는다.
「시조문학」'98년 봄호
미는 말/박 병순, 김 준, 리태극-----------------
김 원님의 <원단 대국>을 천료작으로 민다.
이 작품은 원단 아침에 아버지와의 대국을 통하여서 그 대국의 실상을 길감있게 그리고 그 마무리까지 진솔하게 그렸다. 대국의 경견성이 돋보이고 삶의 진솔성까지 보여 주고 있다. 앞으로의 건필을 빌면서.
'97 12. 10
초회 추천 시-----------------------------------
지도
김 원
지도를 그리다가 지도를 잃는다
무서운 망각 속에 누워있는 육신의 반
지도의 잃은 부분을 점선으로 이어본다.
해안선 구비구비 꽃처럼 피는 파도
쫓빛 바닷물에 헤엄치며 노는 섬들
그 섬을 거느리고서 나아가는 지도여!
햐얀 도화지에 그리다 만 지도 하나
그 지도 그리다가 잠이 든 어린 손에
동강난 크레파스가 피처럼 선연하다.
심사평/방 병순, 김 준, 리 태극------------------
「지도」는 몽매에도 잊혀지지 않는 분단의 아품을 비유적으로 실사하엿다. 매우 뛰어난 솜씨다. 여러 작품들에서 생동감을 느껴 마지 않는다.
약력 -----------------------------------------
1947년 경남 고성산(高城産)
중앙시조백일장 입선
현재 유창전자공업(주) 상무이사
주소: 137-062 서울서초구 방배2동 963-29
☏ 02-984-8656
천료소감----------------------------------------
시조가 좋아, 펼치고 어르고 맺는 종장의 그 휘몰이 가락이 좋아, 시조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현대화란 이름으로 원형이 파괴되거나 원형을 고집한 나머지 더 중요한 보이지 않는 가락을 놓치는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 고유 정서의 체험적 마지막 세대일지 모른다는 사명감으로 묻혀 있거나 잊혀진 보석 같은 우리의 말과 정서를 캐내어 시조로 노래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알고 천료의 무거운 짐을 지워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기꺼이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시조문학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박종대 시인 편
산정에 올라 서서
박 종 대
에헴
이로너라
아무도 없느냐
산도 물도 해도 달도
자네들 다 말고
저 숨결 깊은 속 마음 자네 얼굴 말일세
높은 데 올라선
귀여운 저 손님
찾는 게 어뚱하니
눈을 감고 불러보소
눈 감은 자네 속마음 그 얼굴은 어딘가
내 몸 여기 자네들 거기
우리 다 말짱한데
자네 없고 나도 없고
주객이 다 안 보이니
여봐라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약력---------------------------------------
서울대학교 사범재학 국어과 졸업
서울 시내 중·고교 국어교사
주일본 장학관
'94년 봄호「시조문학」초회천
현/ 석촌중학교 교장
천료소감-----------------------------------
살아갈수록 세상 사람살이의 절묘함을 새삼 절감하곤 간다. 조화, 갈등, 기쁘고, 즐겁고, 재미있고, 슬프고, 서럽고, 서글프고…
그런 속에서 남은 동안은 맑은 내 정신으로 알뜰하게 부듯하게 사는 것 같이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사는 것이 사는 것같이 사는 것인지 시간이야 절로 자꾸 가는 그런 것이니 그리하라 놔두고 좀 느긋하고 담담했으면 싶은데 어린애같이 마음은 왜 이리 바쁜지.
이제 시조에서 뜻을 찾게 되었으니 알뜰하게 살려는 나름의 삶이, 알뜰한 나름의 시조 작품을 낳게 되지 않을까.
쾌히 손을 잡아 끌어주신 월하 리 태극 선생님과 심사 위원님께 삼가 감사를 드린다.
미는 말/ 박 병순, 정 완영, 리 태극
박 종대 님의 '산정에 올라서서'를 천료작으로 민다.
이 시인은 다년간 시조창작에 전념하여 왔었는데 그 구성 양식이 남다른 바가 있다. 이 작품도 자문자답식의 형식으로 지어졌는데 산에 올라서 너와 나의 실체를 찾으려고 한 자문자답을 시조 형식으로 담아 본 것이다. 특이한 표현 기법으로 함께 온 3·4편이 모두 그러한 기법의 작품들이다. 매우 진지하고도 진곡의 수련으로 작시하였다.
앞으로 시조 작법의 새로운 면모를 열어 죽 것으로 믿는다. 계속 좋은 작품 보여 주기를 바란다
성철용 시인 편
개화산(開花山)
찾을 이 없을 때
다시 죽는 무덤 가
황혼녘 몰려 오는
개발의 귀퉁이에
기슭도 버림이 되어
끊겨버린 오솔길.
6 ·25의 상흔(傷痕)으로
산마루도 빌려 주고
날아가는 소리로써
도약(跳躍)이나 헤아리며,
굽어서 한강 물에다
묻고 있는 자화상(自畵像)
주) 개화산은 서울의 서쪽 끝 강서구 김포공항 옆에 서서,한강 너머 행주산성을 마주 보
고 있는 수도 서울의 요새가 되는 산임
약력 ---------------------------
·경기도 인천출생 37년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 (현) 한국문화영상회 고문
.·(현) 강서공업고등학교 재직 중
천료소감-------------------------
몸보다 빨리 늙어간다는 마음을 뿌리치고, 정리해야 할 나이에 새로 시작하려는 제 자신이 오늘만은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하게 생각됩니다.
그 동안은 형과 친구와 이웃과, 그리고 출세의 뒷전에서, 그들에게 박수나 쳐주거나, 아니면 목숨을 걸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살아왔습니다.
이름을 붙여주신 저와 평소 멀리 살았던 분들의 '우리' 속에 들어와, 낯선 삶이나마 시작하게 하여 주셔서 기쁩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에게도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노래를 꾸미기 위한 하루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시조에 눈을 뜨게 하여 주시고, 그리고 밀어주신 월하 선생님과 심사위원 선생님 그리고 「시조문학」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미는 말------------------------
성철용님의 「개화산」을 천료작으로 민다.
이 작품은 동란과 개발 등으로 시달리는 실상을 가슴 아피 형상화하여 놓았다. 그 착상과
표현이 순리적이고 개화산의 실상은 오늘의 실상인 듯도 하다. 앞으로의 정진을 바라며….
<한국수필> 당선소감------------------------------
성 철용 / 삶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슬픔, 기쁨
둥우리를 틀고 살다가 새끼를 떠나 보낸 뒤에야, 이렇게 수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한눈 파는 사이 남들이 벌써 뛰어간 길을 걸어서라도 목적지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언제나 뒷북이나 치며 귀퉁이를 살아온 늙다리였지만, 마음 안에는 삶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슬픔과 기쁨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늦깎이 시인으로 문단에 나와 보니, 관객을 잃은 외로운 비인기 스포츠처럼 독자를 잃은 허전함을 바라보면서, 문득 시와 수필을 하나로 묶어 독자를 찾아 나서는 것을 나의 일로 삼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옛노래가 산문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며 전해 온 것처럼.
얼마 전에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할 병을 무겁게 지고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거기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살아 있다는 것 하나가, 얼마나 위대한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를 배우고 왔습니다. 그 문을 활짝 열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한국수필」여러분께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그 우리 안에서 저를 닦고 갈면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아가고 싶습니다.
약력------------------------------
·서울대, 고려대교육대학원 졸업
·「시조문학」추천,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교단문학작가협회, 문인협회 회원
·(현) 여의도고등학교 교사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126 문촌마을 1905동 1404호
전화: 031- 913-6776/011-9709-0344
심사평/ 조경희. 서정범. 이철호--------------------
성철용씨의 <늦깎이 청소>에서 청소는 여자들만 하는 것이라는 기존 개념을 뛰어넘으니 즐겁고 편리한 것이더라며 평범한 소재를 수필로 형상화를 잘 시켰으며, 어머니가 마지막으 남기신 235원을 가보로 삼았다는 <우리집 가보235원>은 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가슴 찡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두 편 모두 문장과 구성이 탄탄하여 신인상 당선작으로 쾌히 결정하였다. 더욱 정진 있기를 바란다.
당선 작품 <우리집 가보 235원>과 <늦깎이 청소>는 홈페이지 성철용 작품세계란에 게재되어 있어 생략함.
유권재 시인 편
<신인상 수상작>
임진강에서
유권제
젖무덤 골을 파고 흐르는 눈물인가
천년의 한을 안고 강물되어 흐르네
저 강물 말라 붙어야 응어리가 풀리려나
반쪽의 젖으로만 키워낸 자식이라
힘센 놈 손아귀에 헤어나질 못하네
언제나 벗어나볼까 한맺힌 이 설움을
철없이 보낸 세월 후회한들 무엇하리
이 강물 뛰어넘어 두 손을 부여잡아
지난날 흘려버리고 새날을 기약하리
「시조문학」2000년겨울호
당선소감·유 권재
어느날 갑자기 신이 내린 무당의 몸부림과도 같이 가슴을 파고드는 시흥을 주체할 수 없어
쑥스러움에 들킬세라 식구들도 모르게 한 구절 한 구절 읊조려 본 글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몸을 숨기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움과 함께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저의 졸작
을 어여쁘게 보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학창 시절 아련하게 문학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언감생심, 주변만 맴돌다 이내 접은 지
이십여 년, 묻혀진 감성이 되살아남에 아득하게 잊혀졌던 옛 고향 친구를 만난 반가움으로
인연의 끈을 디시는 놓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어릴 때 시조의 음률과 가락을 내면에 새
겨 놓을 수 있도록 해주신 조부님 영전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완성
이 아닌 시작이라는 사실에 자세를 다잡고 더더욱 정진하여 시조문학의 이바지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약력
59년 경기 안성 출생
서울대신고
육군3사관 학교
88연 육군 대위 예편
현 고려농장 주
「신인상」 심사평
유권재는 단수 1편과 연시조 8편을 보내왔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시조형식을 잘 지키고 있
으나 시어가 참신하지 못한 점이 있다. 그래도 전체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지며 습작의 흔
적이 역력하다. 당선작 "임진각에서"는 '젓'과 '강물'을 대비하여 민족의 분단을 잘 나타내고
있으나, 감정이 지나쳐 자칫 영탄조로 흐르기 쉬운 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함께 보낸 "궁궐
을 태워버린/ 뜨거운 산정마다// 더덩실 춤을 추듯/ 불꽃이 일렁인다//화산에 노을 얹으니/
불길이 하늘 닿네"(관악을 바라보니, 전문)의 단수는 시적 긴장과 율조가 좋으나 제목이 내
용을 선도하지 못해 주제가 모호하다. 쉽게 쉽게 가는 평이한 다작보다, 앞으로 시상을 보다
압축하고 뼈를 깎는 퇴고과정을 거친다면 성공할 것이다. 정진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리 태극, 박 병순, 김 준
이 봉수 시인
백송분재(白松盆栽)
이 봉수
아파트 창을 열면 구름 밖에 높은 하늘
땀배인 하얀 피부 햇빛을 끌어 안고
밀양강(密陽江)* 푸른 물 위에
아픈 사연 띄운다
질박한 토분 안에 용트림한 작은 몸이
삼십년 세월 먹고 바위에 걸터 앉아
부르튼 가지 사이로
넓은 하늘 품었네.
유리창에 갇힌 울분 불같이 타는 목슴
조영히 명상하다 불현 듯 일어서서
긴 바늘 불쑥 내밀어
손가락을 찌른다.
*밀양강: 강변 솔숲에 백송 모수(母樹)가 있음
약력
경남 거창 출생(1939)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농수산부, 농협중앙회 근무
중앙일보 중앙백일장 차상(1999.3)
청람화실(초상화) 운영. T. 2648-1818
당선소감/ 이 봉수
엊그제 같지만 어느덧 아득히 멀어져 버린 중학교 시절, 진주 근교의 소풍 길에서 시 짖기 백일장이 열렸는데 얼떨결에 장원으로 뽑혀서 선생님으로부터 시인이라고 칭찬 받은 것이 시작이자 끝이 되고, 시는 먼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 버렸는데, '90년 되어 다시 가까이 돌아 왔으니, 반가우면서도 실종된 시간이 몹시 아까웠다.
평범한 자연과 일상의 삶에서 파묻혀 있는 세계를 찾아내어 공명을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정말 시다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욕심만 앞설 뿐,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애태우던 중, 반가운 전화를 받으니 마치 등산길에서 샘물을 만난 것 같다. 이제 빈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해야겠다.
설익은 글을 너그럽게 받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는 부끄럽다는 말씀 드리며,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신인상」심사평
이 봉수의 '백송분재'에서도 원숙한 인생 깨우침을 알게 된다. 햇살에 익숙한 모습, 30년 긴나날의 견딤 뒤에 얻어지는 진실 역시, 허망한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뉘우침을 글로 옮겨 놓았다. 더 좀 시를 진지하게 만나야 하겠다.
- 신사위원: 리태극, 김 준, 한 춘섭 BR>&n
이 수용 시인 편
만남
이 수용
겉절인 들꽃 내음 긴 긴 날 그리워라
분당호 비단 잉어 세상 살라 노닐다가
낯설은
만남 그 앞에
어울리면 고향일레
처마 밑 걸린 구름 솔잎에 빗질하고
연못 속 노느는 달 날 찾아 잔에 어려
이 가슴
조선 혼 담아
사랑 엮을 속 깊이
왼종일 산 그리매 햇살로 빛 뿌리고
노을진 자리마다 보일 듯 저 수풀이
호수옆
물기둥 둘레
전설 지킬 돌마각*
*돌마각: 분당 중앙공원 광장에 세워진 누각
약력
1942년 10월 1일 경북 안동 출생
성남문화원 이사(현)
성남펜클럽 회원(현)
주소:(463-05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우성A 227-2901
☏ 031-702-6266
당선소감/ 이 수용
禪門에서 이르되 公案을 공부하다 보면 眞如의 세계를 깨닫는다고 합니다.
眞理를 깨달았다 해도 현세에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 있으며 어찌 眞理를 언어문자로 표현하겠습니까?
참 詩人이야말로 眞理를 추구하고 비유해서 희로애락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나 時調는 정형의 율격이 첨가되어 만인에게 진실을 공유하는데 매개체가 되는 문학이라고 바아서서 평소 선망해 왔습니다.
신인상을 받고 시를 쓰게 되었으니 곱고, 아름답고, 희망이 있고, 꿈이 있는 시어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춘섭 선생님의 격려와 심사위원님들의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格外禪일 말정 공부하는게 편안케 해준 內子와 딸 현주, 아들 진욱과 함께 마음 같이 하고 싶습니다.
도연명과 많은 선객들이 즐겨 사용한 말, 나 또한 공감합니다.
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
「신인상」심사평
이 수용의 '만남'은 현대인 망향을 생각게 한다.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한 인공 호수 물 그리매에 어김없이 유년 시절을 만날 수 있고, 선조들의 애련한 전설을 손잡아 보게 된다. 앞으로 자기만의 옥특한 시어의 광맥을 부지런히 찾아 나서는 신인의 자세를 당부한다.
- 심사위원: 리 태극, 김 준, 한 춘섭
임 석 시인 편
개운포 辭說·3
공단 하늘 물들이고 밤을 앓는 기계음들
볼트와 나사못이 붉은 울음 토하는 사이
빈혈증 아침 햇살은 깃들 자리 잃어갔다.
갈 곳이 마땅찮은 새떼들의 겨운 날개짓
야무진 믿음 하나 카워낼 겨를 없이
우리네 흩어진 삶은 또 어디로 향해 있나.
추적추적 빗소리가 지친 세월 다독일 때
풀씨로 돋아나는 키 작은 희망 하나는
그래도 추스러야 할 여백이 있기 때문.
수시로 불어닥친 눈 못 뜨는 황사바람
어줍잖은 명분 엎에 바다는 스러지고
문명의 역신을 불러 별신굿을 하는 포구.
당선소감· 임 석
나는 거울에 보이는 나를 그림으로 그린다.
나의 자화상이다. 거울은 인상과 신념, 그리고 강한 열의를 갖게 한다. 또한 자기의 가치와
재능에 자신을 갖게 하는 작용을 한다.
때론 "별을 쏘다가 빗나가면 달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울타리를 쏘다가 빗나가면 진흙탕
에 처박히게 된다.
역경의 벽에 맞서는 법을 배운 사람은 실현을 위한 대가를 지불할 줄 안다. 참을 줄도 안
다. 인내는 벽을 오르고 문을 만들 때, 모든 저항을 극복하게 된다. 나는 내 삶 주변에서 숱
한 의미 있는 것 등을 마음의 눈으로 보아 왔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 격게 되는 여러 일들,
혼돈의 역사,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등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았다.
우리들은 물질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정신이요, 마음이요, 영혼이다.
삶과 죽음, 그러나 정신은 육체 속에 있고 그것을 통해서만 나타내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사고는 글로서 표현되어야만 비로소 그 존재 가치가 발휘된다고 본다.
유난히 높고 푸른 가을에 로프가 있는 바위를 타고 싶다. 작은 문학도에게 큰 힘을 실어준
「시조문학」에 고마움을 느낀다.
약력
울산 출생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2000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당선
국제라이온스 355-1 지구 <뉴스레타> 편집위원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울산시조시인협회 회원
울산문인협회 회원,
율맥동인
「신인상」심사평
임 석은 더 이상 소개가 필요 없는 금년도 「국제신문」신춘문예에 당선자로 본지를 통한
재등단을 응모해 왔다. 당선작 "개운포 사설·3"은 신춘 당선작과 같은 주제 하의 연작인데
후자가 포구의 현실을 토속적 처용설화로 형상화한 것이라면, 전자는 환경공해로 옛모습을
잃어 가는 포구를 통해 현대문명의 역기능을 고발하는 주제가 선명하고 풀씨 하나로 삶을
가꾸려는 의지가 희망을 갖게 한다. 일반적으로 관념의 형상화는 성공하기 어려운 법인데
이 정도로 동일 주제를 연작으로 시상을 발전시켜 나가는 시적 호흡과 언어의 직조력을 보
면 역량을 인정할 수 있다. 관념을 쫓다 보면 너무 시의(詩意)가 드러나는 흠이 있고 자칫
설명조가 되기 쉬우므로 앞으로 대상을 보다 육화한 자기만의 서정성을 추구하면 좋을 것이
다. 함께 보낸 "천전리 각석"도같은 맥락이며, 사설시조 "판화작업4"는 시조라 보기 어렵다.
탄탄한 형식에 의한 단형시조에 치중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리 태극, 박 병순, 김 준
<시조문학>2001년 가을호 신인상 당선작 발표
대포항의 아침
잔잔한 아침 바다 물결 고요한데
눈앞에 고깃배들 여남은 척 분주하니
새아침 푸른 희망에 어부들이 힘차네
날 흐려 수평선 위 돋은 해 가리우고
물이랑 흐릿하게 붉은 빛 어렸으니
동해의 해돋이 못 봐 들뜬 마음 아쉽네
쌀쌀한 아침 바람 찰랑이는 물결 위에
몇 마리 갈매기들 즐거운 듯 날아들어
맛 좋은 먹거리 찾아 신이 나서 넘노네
당선소감/조희식-------------------
우리의 민족 정서가 담긴 시조문학을 통해 민족이의 정체성과 순수성을 그리면서, 고유한 정형시를 흠모해 온 지가 무척 오래 되었습니다. 마음만 앞서 실제 작품은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마음만 졸여 오다가 용기를 내어 써 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오랜 동안 교직 일선에서 후진들에게 고전을 수업할 때마다 선인들께서 지으신 시조에 담긴 서정과 슬기, 묘미와 멋을 찾아 주어 심금을 울려주는 시조 수업을 해 그 맛을 알려 주었어야 할 터인데, 앵무새처럼 틀에 박힌 수업을 하면서 괴로워했던 시절이 후회가 되어 늦게 나마 단단한 각오로 작품 활동에 입문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략)
추천해 주신 김준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올리며, 배전의 노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특히 자신을 갖고 나름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신 원로 시인 조완묵 선생님의 각별하신 지도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약력/조희식 시인--------------------
1934년 출생 서울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공저 시집: "사랑이 그이운 사람으로 오시오라" 현 해오름 문학동인회 회원
최언진 시인 편
잡초는
노을재 최언진
다정한 이름 한 번
불려지지 못하고,
눈길조차 받지 못한
험한 골짝 가시밭에,
외로이
저대로 살다가
스러지는 잡초여!
돌틈에 끼어서도
기시넝쿨 헤쳐가며,
생명을 향한 줄달음
끊일 줄 몰랐어라,
잡초는
꽃피우고 울었단다
씨앗 품고 울었단다.
「시조문학」'97년 봄호
미는 말
최언진님의 '잡초는'을 천료작으로 민다. 이 작품은 힘 없고 이름 없는 '잡초' 편에 서서 꾸준한 삶을 굴함 없이 이어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삶의 실천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비웃음이나 억압을 뚫고 견디며 살아야만 한다.
약력
경기 광주 출생
어른 고을 문학 모임 동인
곤지암 아름다운 세상 운영
광주군 실촌면 곤지암리 443-4
천료소감
하느님! 감사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이룬 것이라고는 없었던 모자람에 주눅들고 억울하여 시린 가슴을 안고 그동안 살아 왔습니다.
저- 먹구름을 보고도 푸른 하늘이라고 외치고픈 이 기쁨을, 글을 쓰기 이전에 인간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하나 하나 다듬어 주시고 엄한 호령으로 게으름을 당겨주신 구름재 박 병순 스승님께 이 영광을 돌려 드리며 노을재 큰절을 올립니다.
마음속을 글로 노래하며 남은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온 세상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부모 형제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저의 웃는 모습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저를 격려해 주시고 예쁘게 보아주신 분들, 그리고 모자란 저의 글을 택하여 주신 월하 박사님과 심사위원님께 정중히 머리를 숙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bsp;
복된 울음
-'96년 「시조문학」최언진 초회천 작품
한 세상 살아가며
울고 싶은 울음들을,
뉘라서 여한 없이
쏟아 본 적 있겠는가?
기뻐서
우는 울음도
서러움이 반이리.
산파의 고운 손에
엉덩짝 얻어 맞고,
어머니 탯줄에 달려
입별려 외친 울음….
우렁찬
그 울음을
흉내라도 내봤으면
●심사평: '복된 울음'은 웃음에는 가지가지가 있겠지만 탯줄에 달려 우는 소리에 우는 그
울음이 가장 값 잇음을 말하였다.
-이근배, 김제현, 리태극
채홍련 시인 편
새싹
입덧을 삭히다가
벅찬 문(門)에 기대 서서
밟히는 청산(靑山) 자락
두 손으로 떠올리며
짓이긴 초록 비린내 목에 걸고 뜨는 눈
둥지 속 트는 생각
햇살 받아 귀가 열려
새소리 뒤를 쫓다
빠진 발을 꺼낸 자리
새순 난 손금 안 뜨락 가득 채운 꿈 하나
약력
'전남 보성출생
전남 여성회관 독후감 발표회 최우수상('95)
순천문협 회원
순천시 독서왕 선발대회 우수상 2회
중앙시조 지상백일장 입선
물백일장 우수상 등 다수
순천 시와 산문 회원
누리문학 회원
당선소감/ 채홍련
기쁨에 앞서 몹시 부끄럽습니다. 첫 애를 낳았을 때. 엄마라는 말이 겸연쩍고 생소했던 것처럼.
'98년 가을에 해남 녹우당에서 열린 시조백일장에서 분에 넘친 큰상을 받은 후, 용진호 선생님의 작시 종용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이와 함께 잡무에 파묻혀 선생님의 격려와 성의에 부응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선생님의 병환를 계기로 만나 뵌 후 정성어린 지도를 받아 큰 용기를 냈습니다.
쭈뼛거리는 저를 환영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흔해 빠진 '감사합니다'란 말 대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생명의 진실을 찾아 영혼의 울림으로 삶의 고통과 불행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안과 지혜를 주어야 하는 시인의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이 길의 초입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을 감내해야만 거기에 부합할 수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숨이 차 전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늘 겸손하고자 하는 제 희망 사항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지금의 처음 다짐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만으로, 힘든 길을 따라 나서는 당돌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해도 잘봐 주시지 말고, 호되게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전 제 시의 단 한 편만이라도 천만명 정도 애송할 수 있는 시를 쓰기 위해, 글밭을 가꾸면서 마음 밭을 가꾸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채홍련
채홍련은 15편을 응모, 기행시조, 생활시조, 개인서정 등 왕성한 창작열을 보이고 있는데,
'버섯', '새싹', '밤바다 조약돌' 세 편을 주목한다. '버섯'에서 "근심을 우산처럼 받쳐드는 그늘에서"라든지 '밤바다 조약돌'에서 "차도가 쏟아내리는 백만필 발굽소리" 같은 가구(佳句)가 보이나이 두 편은 사상이 발전되지 못하고 다음 수로 갈수록 산만한 약점이 있었다.
'새싹'은 소재가 진부하나 '입덧', '문', '초록 비린내', '둥지', '손금', '꿈' 간은 시어가 유기적으로 종합되어 출산을 상징하며 새싹의 움틈을 생명의 경이로운 이미지로 잘 이끌어내었다 하겠다.
언어의 조탁력도 돋보이고 특히 "새소리 뒤를 쫓다/ 빠진 발을 꺼낸 자리"는 신인 무대에서 보는 오랜만의 절창(絶唱)이다.
율격도 충실하여 앞으로 크게 기대된다. 다만 함께 보낸 작품의 수준들이 고르지 못함은 앞으로 꾸준한 연마를 통해 극복해야할 일이다.
심사위원: 리태극, 김 준, 한춘섭, 이우걸
.
강재식 시인 편
화개장터
동편제 판소리 한 가락
흘러가는 섬진강
경상 전라 사투리 가른
짚신 신고 가던 길목
지리산 그 정상 끌어 멈춘
인정 고운 화개 골.
강둑 돌아 서로 만나
와자히 벌인 장날
산토불이 장국내음 속
목로주점 앉은 촌로
나그네 세상 입담 벌려
안주 삼아 술을 드네.
천료소감/강재식
어렸을 때, 부자 동에를 지나다가 대궐 같은 집 대문이 굳게 닫힌 걱 보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한 번 들어가 보고픈 심정이었다.
오래 전부터 기다리던 문, 이제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겨 노았다는 기쁨이 가슴을 벅하게 하는 한편, 새ㅐ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끼면서, 조심스fp 내디디는 시작의 걸름마가 해맑은 웃음을 머금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야겠다.
아무튼, 전정한 내면의 서정을 펼쳐 보일 대문을 활짝 열어 주신 월하 선생님과 심사위원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약력
경남 하동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현 태릉고등학교 교사
미는말
'화개장터'를 천료작으로 민다.
경상 전라 어름에 자리한 '화개 장터'의 어제 오늘과 그 민정(民情)어긴 사연들을 잘 잡아 형상화하였다.
국문학을 닦은 결과인지 시 특히 시조로의 결구력이 급진전되었다고 보인다.
더욱 더 수련을 쌓으면 좋은 시조를 쓰리라 믿고 천료작으로 밀면서 그 앞날을 기대하는 바이다.
- 이 우종, 이 근배, 리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