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과 초사楚辭
시경은 주나라 시절의 시 즉 노래의 모음집이다. 공자가 당시에 여러나라에서 불리던 노래들을 모아 이 중에서 삼백수를 가려뽑아 한 묶음으로 편찬하였다고 한다. 당나라 때에 경經을 붙여 오경五經 중의 하나로 격상된다. 유가의 경전 중 제일 오래된 문헌이다.
그 내용은 민간에서 부르던 노래인 풍風, 제후나 신하나 서민의 의례 행사에서 부르던 노래인 소아小雅, 주왕실의 행사나 의식에서 부른 대아大雅, 그리고 주 왕실에서 선현을 기린 노래로 송頌이 있다.
말하자면 풍아송風雅頌으로 구별되는 노래 모음집이다. 여기에는 작자가 알려져 있지 않다. 공자가 이 시들의 성격을 일컬어 思無邪라고 하였다 하여 시경의 격格을 한껏 드높였다.
특히 성리학의 완성자인 주자류의 고식적인 해석으로 인하여 그렇지 않아도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시경이 성리학적 재단에 마추어 변조됨에 더욱 더 일상의 진면목과는 거리가 더 멀어지게 되었다.
이에 반하여 남만 오랑케 초楚나라의 시 모음집인 초사楚辭는 여러 면에서 시경과 대조가 된다. 초사의 시들은 모두 작자가 있다. 고고한 애국시인 굴원屈原(BC339-278)의 작이 주가 되고 그외도 작가가 알려진다. 그리고 굴원이라는 대시인이 초나라 말기 고국의 흥망성쇄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자신은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임금에게 버림을 받아 귀양을 간 후 십년을 허탈하게 방랑하며 그 울분의 애국시인의 절절한 한을 읊어낸 노래로 의미전달이 너무나 뚜렸하다.
굴원이 없었더라면 초사가 없었을 것이요,
굴원이 귀양가지 않았더라면 역시 초사는 없었을 것이다. 굴원에게 뼈에 사무치는 아픔이 있었기에 초사는 탄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사보다는 시경이 여태까지 좌지우지한다. 전통문화연구원에서 펴낸 수많은 책들 중에 시경은 들어있으나 초사는 빠져 있다는 사실이 저간의 우리 실정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사정도 근세조선조에서 성리학이 교조적으로 행세를 하여온 결과가 아닌가 한다.
이 참에 시경보다는 초사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초사를 유행시켜 우리에게 그 진 맛을 맛보게 함이 우리의 현 시세에도 잘 들어 맞을 것이다. 나라가 망하고 나서야만 우리의 초사가 비롯될 것인가!!?
(20230525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