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 수.
뉴욕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로맨틱 영화의 고전이라고 하는 '러브 어페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
숱하게 영상으로 보았던 그 빌딩에 올라가서 전망대에서 뉴욕의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하여 내심 기다려왔던 곳이었다.
뉴욕을 상징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대공항기였던 1929년에공사를 시작하여
1931년에 완공하였는데, 그 당시 입주자들이 나타나지 않아 '텅 빈 빌딩'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102층(381m) 높이의 건물을 단 1년 만에 완공하여 1973년 쌍둥이 빌딩이 세워지기 전까지
42년간 세계의 지붕 역할을 해 왔다니 당시의 한국의 상황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건축술이다.
입구에서 우리는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는데 작은 가방도 검색대를 통과시켜야 했다.
아무 위험한 물건이 없기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방과 사진기를 올려 놓았는데,
내 가방속에 무언가 기다랗고 날카로운 물건이 영상에 포착되어 직원이 보는
앞에서 가방을 열어 보이고 일일히 검사를 한 다음 통과시켜 주었는데 당황되었다.
일행들은 앞 서 올라가고 나는 뒤늦게 허둥지둥 일행을 쫒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곳의 직원들은 대부분 남미인들이었는데 늘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이하였다.
86층과 102층에 전망대가 있는데 우리는 먼저 86층 전망대에 올라가 옥외 테라스에서
360도로 뉴욕의 전망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정말 현대 문명의 중심처럼 느껴졌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맨해튼은 인간 문명의 최고의 경지처럼 보였다.
하늘을 찌를듯 높은 고층 건물들 사이로 아스라히 작은 건물들이 빼곡하였는데
그곳에서 우리 인간들을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슬프하고 기뻐하는구나....
숱한 사연의 인간 세상을 드넓은 하늘과 반짝이는강물이 포근히 안아주는듯 하였다.
전에 한번 언급한 도원이 가족과 나는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다.
도원이 아버지는 늘 잔잔한 미소를 지닌 분으로 내가 혼자서 배경 사진만을
찍는 모습을 보고, 곳곳의 명소에서 나의 인증 사진을 먼저 찍어 주겠다고 다가왔다.
도원이 챙기기에도 바쁠텐데 내 사진까지 챙겨 주시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황소 앞의 사진 노트르담 성당 앞사진. 유엔본부 앞에서의 사진 등 대부분 그가
찍어준 사진이어서 도원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였더니 이쁜 도원이 엄마도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하여 우리는 도원이 가족 전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도원이 아버지는 늘 일행들을 위해 양보하고 특히 나를 많이 챙겨 주신 고마원 분이셨다.
(이 여행기에 그의 가족 사진과 이야기를 올려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가방을 조심해라고 하였는데 내 가방은 반쯤 열려 있었다.
닫으려고 하였더니 무엇에 걸린듯 지프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열려진 가방이 계속 마음이 쓰여 일행 중 힘이 센 청년에게 부탁했지만,
결국 그 청년도 못하겠다고 뒤로 물러 났고, 열 수도 없으니 걱정이 되었다.
숙제를 풀지 못한 아이처럼 계속 찜찜한 마음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줄에 섰다.
그 때 관리자처럼 보이는 남자 직원이 보이기에 어쩌면 저 분이 도와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나는 그 분 앞으로 가서 저를 좀 도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분은 관심을 보이며 무엇을 도와줄까 하여서 내 가방문이 안열린다고 하였다.
그는 걱정하지 마라고 하면서 나를 기념품 가게로 데리고 가서 그 곳의 남자 직원에게
나를 도와주라고 하면서 자리를 떴는데, 이곳에서 사지도 않은 물건을 이 직원이
해 줄까?....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는 내 가방을 매대위에 올려 놓고
수리를 하였으나 이 놈의 가방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들여다 보니 아침에 비가 내릴것 같아 챙겨넣은 우비의 끈이 걸려 있었다.
한참동안 들여다 보고 애를 써는 모습에 내 마음도 함께 힘들었다.
그는 거의 10분을 넘게 온 얼굴에 땀이 줄줄 흘리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다른 직원도 합세하였고 나는 지프속에 걸린 우비를 잘라도 좋다고 하였다.
결국 그는 지프에 걸린 우비의 조각을 빼어 내는데 성공하였고 우리는 함께 함성을 질렀다.
여자 직원이 타올로 그의 얼굴의 땀을 딱아주는데 나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그에게 어눌한 영어로 어떻게 보답을 해야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손사레를 치며 웃었다.
내가 그곳에서 한참을 지체하였기에 약속 시간이 다가와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내려왔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오면서 미국인에 대한 내 선입견에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경험하였던 미국인은 이 세상에서 자기들 나라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다른 국가의 국민들은 얕본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늘내가 만난 미국인들의 성심껏
남의 어려움을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과연 일등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서적:
프렌즈 미국 동부.
이주은. 한세라 지음.
중앙 books
프렌즈 뉴욕.
글 제이민. 이주은. 사진 제어민.
중앙 books
프렌즈 캐나다
이주은 한세라 지음.
중앙 books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입구.
영화 '킹콩'의 배경이었던 빌딩.
건축의 역사 설명한 곳에서 기념사진
도원이 가족과 함께.
많은 영화의 배경이었던 빌딩.
층별 안내도.
86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 멘해튼.
맨해튼 주변을 감싸고 흐르는 허드슨강과 이스트강
오후의 햇살이 강물위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눈이 부셨다.
360도 한바퀴를 돌며 맨하튼의 빌딩숲을 사진에 담았다.
저 수많은 빌딩숲에서 우리는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투고....
인간이 만든 빌딩 숲을 내려다 보면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생각하게 하였다.
영화속에서 보았던 크라이슬러 빌딩도 보였다.
102층 야외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전망.
열리지 않는 내 가방을 수리하는 직원
혼신을 기울여도 꿈쩍 않는 가방에 땀을 흘리는 직원.
다른 직원도 다가와서 도와주었고 ....
드디어 가방 수리를 해 준 기념품 가게의 직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