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腦)에 대한 중요성은 그리스시대부터 근원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서양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히포크라테스(B.C 460-379)는 우리의 감각과 지능이 뇌에 자리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을 당시의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인 것은 아니며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지능이 심장에 자리하고 있으며, 뇌는 혈액을 식히는 방열기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였다.1)
그리스 의학자인 갈렌(Galen, A.D 130-200)은 히포크라테스의 견해를 지지하면서 대뇌는 감각을 받아들이고 소뇌는 근육운동을 지배한다고 주장하였으며, 가축과 원숭이의 머리를 해부하면서 뇌의 구조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말년에는 고향 페르가몬에서 검투사들을 돌보는 의사로 지냈는데, 이것이 그에게 뇌의 손상에 대하여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갈렌은 심장이 사고와 감정의 중추라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심심설(心心說)을 부정하고 자신의 뇌심설(腦心說)을 증명하기 위하여 원시적 실험을 시도하였으며, 동물의 뇌에 압력을 가하면 동물을 마비시킬 수 있지만 심장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의 호기심은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 전수되지 않았으며, 뇌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생각은 그와 함께 매장되어 버렸으다. 이후 수 천년 동안 뇌에 대한 이해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르네상스의 유명한 해부학자 베사리우스(1514-1564)가 뇌실을 포함한 자세한 뇌의 구조를 밝히면서 뇌기능의 체액-기계설이 대두되었다. 뇌는 기계 같은 것이며 체액이 이를 구동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을 지지했던 대표적인 학자는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데카르트(1596-1650)였다.
마음과 신체, 형상과 구조라는 이분법이 시작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지만,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도 데카르트 시대부터라고 하겠다. 그는 근대철학의 기본을 세운 철학자이면서 현대적인 기하학을 창시한 뛰어난 수학자이다.
데카르트 이후 약 1백년 사이에 뇌 조직의 염색기법에 대한 개발과 뇌(腦)의 구조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전자현미경 및 미세전극 개발과 EEG, PET, MRI, 최근에는 fMRI, 분자생물학 등에 의하여 뇌에 대한 의문이 하나씩 풀려가고 있다.
인간의 인체 기관 중에서 뇌(腦)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신생아 때의 뇌 무게는 4백 그램 내외로 체중의 2% 정도지만 출생부터 3세까지와 4세부터 7세까지, 그리고 10세 직후까지의 3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발달하여 28세 정도에서 정점에 달한다. 성인의 뇌 무게는 남자가 1천 4백 그램 내외, 여자가 1천 2백 50그램 정도가 되지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창조력과 상상력은 우주만큼이나 광대하다.
뇌(腦)는 크기나 무게가 지능이나 성격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 예로 영국의 시인인 바이런과 월트 위트먼의 뇌는 각각 2천 3백 50그램, 1천 2백 80그램으로 서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지만 두 사람 사이의 문학성에 다른 점수를 매길 수 없다는 예를 즐겨 든다.2)
뇌(腦)의 구성은 대뇌, 간뇌, 중뇌, 뇌교, 연수, 소뇌, 척수, 대뇌피질,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뇌(그림1)는 뇌 중에서 가장 늦게 진화되었으며 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져 있고, 두 반구는 뇌량을 통해 연결되어 상호협력체계를 갖는다.
(그림1) 대뇌(大腦) 측면(側面)
(그림 2) 시냅스
1950년 펜필드의 두뇌소인(homunculus)이 발표되어 뇌과학의 대중화를 불러온 이래, 1960년대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스페리(Roger W. Sperry)교수와 그의 제자인 마이어스(Ronald Myers), 트레바텐(Colwyn Trevarthen) 연구진은 여러 동물 실험 연구를 통해서 뇌량은 두 개의 두뇌 사이에서 기억력과 지각의 전달 및 통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3) 이 연구는 뇌량이 두 개의 두뇌를 서로 독자적으로만 작용하도록 나눠 둔다면 분명히 행동이나 기능이 완벽하게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것은 좌뇌와 우뇌의 역할과 기능을 입증하는 것으로 뇌(腦)연구사에 기초적인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
뇌(腦)의 구조와 활동에 관한 연구는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임상경험에서 출발하였다.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특정한 과제해결에 대한 어려움이 있음을 알고 그 뇌(腦) 부위와 기능을 관련시키기 시작하였다.
인간은 태어날 때 약 1천억개의 신경세포와 이들 신경세포의 결합으로 형성되는 50조개 이상의 시냅스(Synaps, 신경세포의 연접부)4)가 형성된다. 두뇌의 기본적인 신경회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 예컨대 심장 박동과 허파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 회로는 이미 유전자들에 의해 뇌간에 형성되어 있다.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10만개의 상이한 유전자 중 절반 정도는 뇌를 형성하고 운영하는 설계도로 믿고 있다. 그러나 두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인간이 보유한 유전자 수로는 그토록 많은 신경 결합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출생 후의 신경결합은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다. 경험이란 신생아가 신체 밖 외부 세계로부터 수신하는 모든 신호를 말하며, 경험은 시냅스를 강화시킨다. 그러나 사용되지 않는 시냅스는 ‘가지치기’라는 과정을 통해 약화되는데, 이 연약한 결합 상태를 강화해 주는 것이 바로 자극이다.
시냅스(그림2)의 형성(synaptogenesis)과 제거는 두뇌의 상이한 부분과 시간에 일어난다. 시냅스 형성은 생후 2개월 때 운동피질에서 시작된다. 그때쯤 유아들은 모로반사와 흡철반사(吸啜反射)를 중단하고 의도적인 동작을 배우기 시작한다. 3개월 때 시각피질의 시냅스 형성이 절정에 이르면서 아기의 눈은 물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기억 내용을 분류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해마(海馬, ippocampus)는 8~9개월 때쯤 기능이 형성된다. 그 때 아기들은 경험 내용을 명확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과거에 모빌을 움직이게 만들었던 방법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생후 6~12개월 때 논리적 사고와 예견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에서는 성인의 두뇌보다 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정도로 시냅스 형성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런 추세는 10세 때 까지 이어진다.5)
뇌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주위로부터 끊임없는 자극을 통해 깊이 있게 합리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다른 신체 기관의 세포와는 달리 뇌세포는 커지기는 해도 세포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18세가 지나면 뇌세포는 하루에 2만-5만개 정도가 죽어 없어지고 노년기에는 뇌의 무게가 약 30g 정도가 줄어든다. 새 세포가 생겨나지 않으므로 나이가 들수록 없어진 세포 때문에 뇌에는 빈틈이 많이 생겨 무게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뇌(腦) 연구가 발전하고 그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미국은 1990년부터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뇌 연구의 10년(Decade of Brain)’ 법안을 마련하여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21세기에 인간의 뇌를 중요한 연구 과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두뇌지식의 선점이 가져다 줄 이득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6) 우리나라도 1998년 한국 뇌학회가 창설되었고, 1999년에는 뇌(腦)연구 촉진법이 통과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분야에서는 미래의 새로운 교육과정과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하여 교육과 뇌에 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술분야도 뇌와 관련된 미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으로 창의성의 근거를 제시하여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뇌(腦)과학적인 측면에서 영재교육을 위한 교육자료에 응용하는 등 그 활용범위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2. 뇌와 미술
1)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뇌(腦)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대부분 화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과학자이며 음악가, 공학자, 건축가, 인체해부학자, 천문학자, 유명한 화가이며 조각가 였다.
그는 바위와 식물, 비행, 흐르는 물, 인체 해부 같은 과학적 연구 내용을 드로잉으로 그리지 않고, 아름답고 분명한 미술 작품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그림과 조각 작품의 계획도는 세부가 정확하고, 대단히 분석적이고 수학적으로 정밀했다.
레오나르도에게 미술과 과학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림그리기에 관한 논문」에서 그는 숙련공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준다. ‘미리부터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채 그림만 그릴 줄 아는 사람은, 키나 나침반을 갖추지 않고 항해에 나선 선원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준비 없이 바다로 나간 선원은 예정된 항구에 도착한다는 확신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산책, 승마, 수영, 펜싱을 좋아했으며, 항상 규칙적인 운동을 했다. 그의 해부학 노트에는 동맥 경화증은 노화를 가속화하며, 동맥 경화증의 원인은 운동 부족이라고 나와 있다. 또한, 몸의 양쪽을 균형 있게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림 그리기와 글씨 쓰기를 양손을 이용했다고 한다.
만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500년 전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설계했으며, 자전거, 헬리콥터, 종이를 자르는 가위, 안경알을 다듬는 렌즈 연마기도 설계했는데, 400년이 지난 19세기에 사람들이 실제로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43년 동안 30구 이상의 시체를 해부하였으며, 그의 과학적 탐구와 미술적 재능을 통합하여 많은 예술작품과 발명품을 남겼다. 다빈치는 1504년 황소의 뇌를 밀랍으로 형을 본뜬 후, 제 1뇌실은 상상력과 상식에 관련되며 제 2뇌실은 추리를 그리고 제 3뇌실은 기억을 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인체를 해부하고 관찰한 내용을 자신이 그린 해부도 가장자리에 자세하게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으며, 현재까지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2) 미켈란젤로와 뇌(腦)
미켈란젤로은 누구보다도 예술가의 위상을 높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창조의 재능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는 믿음으로 미켈란젤로는 모든 관습을 깨뜨렸다. 또한, 조각가이자 화가, 건축가, 공학자로 활약할 정도로 매우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림 3) 아담의 탄생에서 제우스 주변에 있는 천의 모습을 뇌모습과 합성
미켈란젤로는 산토 스피리토 교회 부속 수도원에 있는 교회 납골당에 들어가 그동안 아름다움의 궁극을 훔쳐보고 싶은 마음에 궁금했던 인체를 어린 아기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피부와 내장, 사지의 움직임과 뇌와 오장육부의 자리와 생김새를 모두 자세히 관찰하여 익히게 되었다. 죽은 사람의 뼈와 내장을 더듬으면서 대리석의 환생을 상상했으며, 죽음 한복판에서 예술의 눈부신 부활을 꿈꾸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성당에서 여러 부위를 관찰하면서 연구한 결과 이후에는 더욱 훌륭한 예술성 있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7)
미켈란젤로는 인체에 대한 호기심을 인체해부를 통해 극복하였으며, 과학적 논리와 예술적 감각이 조화롭게 발달하면서 불후의 명작들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3. 뇌(腦)와 미술교육
1)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사진 1 ) 아인슈타인의 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뇌 사진, 미국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가 촬영한 것으로 각각 위(A), 왼쪽(B), 오른쪽(C), 아래(D)에서 찍었다. E는 좌반구 뇌의 단면도, B와 C의 화살표 부분은 ‘실비안 열구’이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영국 의학잡지 랜시트 최신호를 인용해 ‘상대성 이론의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뇌구조가 일반인과 크게 달라 그의 천재성은 타고난 것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 보도 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은 평균지능지수(IQ) 115, 사망시 평균 연령 60세인 90여명의 뇌와 아인슈타인의 뇌를 비교하여 아인슈타인의 뇌는 수학적 능력과 공간지각력 등을 관장하는 좌우 두정엽 하단부인 연상회가 일반인 보다 15%가량 넓은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좌, 우 두정엽 사이의 ‘실비안 열구(裂溝)’로 불리는 홈이 일반인은 깊은 곳까지 파여 있으나 아인슈타인의 경우는 홈이 얕았으며 그 자리를 뇌신경세포가 채우고 있었다. 뇌의 무게와 앞, 뒤 길이, 위, 아래 길이 등은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커진 두정엽 부위는 인체가 인지한 여러 가지 감각을 서로 연결하는 부위이며, 사고 및 인식기능 중에서도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필요한 입체, 공간적 사고와 인식기능 계산 및 연상기능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 부위를 발달시키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퍼즐게임, 도형 맞추기, 관련 숫자 및 언어 맞추기 등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 계산이나 수학 공부보다는 광범위한 대뇌피질을 동원하는 연상과 추론의 수학 교육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귀로 들리는 소리와 눈으로 본 이미지 등이 서로 결합하고 공간 감각을 구성하고 수학적 능력을 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언어중추가 있는 측두엽은 보통사람보다 조금 작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아인슈타인이 세 살까지 말을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문장구성력이 떨어진 것은 이 같은 선천적인 원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언어능력이 뒤떨어진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이런 증거들은 뇌의 모양과 능력 사이에 일관성 있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말한다.8)
결국, 아인슈타인의 뛰어난 상상력, 수학적 능력은 이러한 능력을 담당한다고 생각되는 뇌의 부분이 크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9)
2) 노벨상을 받은 스페인의 화가, 신경과학자 카할
19세기에는 뇌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에 관한 연구가 현미경으로 행해졌으며, 세포가 가지는 ‘신경섬유’가 발견되면서 세포 본체도 자세히 관찰되었다. 1873년에 이탈리아의 신경학자 골지(C. Golgi: 1852~1934)에 의하여 질산은으로 세포를 염색하는 방법이 고안되면서 뇌(腦)연구에 활력을 주었다.
스페인의 화가이자 신경과학자인 카할(S. R. Cajal: 1852~1934)은 뉴런의 구조를 현미경으로 상세히 조사한 연구로 골지와 함께 19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두 사람이 함께 상을 받기는 했지만, 뉴런(신경세포)에 대한 생각은 전혀 달랐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뉴런을 보고 골지는 ‘세포끼리 돌기에 이어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망상설(網狀說)을 주장하였으며, 카할은 ‘각각의 세포는 독립된 존재로서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뉴런설을 주장하였다.
1932년 전자 현미경으로 뉴런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세포끼리는 이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카할의 ‘뉴런설’이 옳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러한 연구로 뉴런, 즉 신경세포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다른 세포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뉴런의 세포체는 ‘축삭돌기(軸索突起)10)’와 ‘수상돌기(樹狀突起)11)’라는 돌기가 뻗어 있다. 그리고 이들 돌기를 통하여 다른 뉴런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이 정보의 교환이야말로 뇌의 기본적인 기능이고 인간다운 활동의 원천이다.
카할은 생계를 염려한 부친의 권고로 의사가 되었지만 그의 과학적 논리성과 미술적 공간지각력을 조화롭게 발휘하여 세포의 단면모양 뿐인 광학현미경으로는 알 수 없었던 세포의 입체상을 인내력과 관찰력, 집중력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하였으며, 그 자료들을 학계에 발표하여 뇌(腦)과학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
사람의 뇌가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가장 다른 것은 역시 대뇌 피질이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뇌 연구는 먼저 이 대뇌 피질에서 시작되었다. 대뇌 피질을 밖에서 보면 어디나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소에 따라 기능이 국지되어 있다.
프랑스의 외과 의사 브로카(P. Broca 1824~1880)는 대뇌 피질에 말을 하는 기능을 지배하는 장소(운동성 언어중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후에 독일의 신경학자 베르니케(K. Wernicke 1848~1905)는 문자를 읽거나 언어를 듣거나 이해하는 중추의 장소(감각성 언어중추)를 발견하였으며, 1934년에 크라이스트에 의하여 대뇌 피질의 기능 지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3) 미국 예일대학교 의대의 미술감상교육
최근에는 미국 예일대학 의대의 어윈 브레이버맨 교수 연구팀이 미술감상 교육을 받은 의대생들이환자 진단 능력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의학협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브레이버맨 교수는 이 결과를 ‘주어진 그림을 보고 질문에 답하는 강의를 통해 환자에 대한 관찰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림 4) 채터턴의 죽음
연구팀은 먼저 의대생들에게 여러 환자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환자가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묻는 1차 시험을 실시했다. 1차 시험에서 의대생들은 거의 비슷한 점수를 얻었다. 연구팀은 1차 시험을 거친 학생들을 미술 강의와 해부학 강의를 듣는 집단과 일반 의과 강의를 듣는 집단으로 나누고 강의를 수강한 뒤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2차 시험 결과 미술 강의를 받은 학생들이 일반 의과 강의를 받은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일대 의대는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브레이버맨 교수의 연구결과를 수용해 미술 강의를 의대 신입생 필수과목으로 선정하고 있다. 미술 강의는 주어진 그림을 관찰한 뒤 전문 강사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예를들어 채터턴의 죽음 이란 그림을 보고 그림 속의 주인공은 잠들었는지 혼수상태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또는 그림 속의 방은 집안의 어느 곳에 위치하는 가를 물었다.
의대생들은 교육을 통해 그림 속의 비정상적인 자세는 주인공이 잠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였으며, 얼굴색이 납빛인 것으로 봐서 주인공은 이미 죽은 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창 밖의 풍경을 보면 다락방이거나 언덕 위에 있는 집의 지하실일 가능성이 있지만 창이 있는 벽의 경사로 봐서는 다락방임에 틀림이 없다는 답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다리가 아픈 환자를 진단할 때에 의대생들은 흔히 다리만 본다고 한다. 브레이버맨 교수는 그러나 ‘그림을 감상하듯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면 부은 눈을 보고 갑상선 이상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12)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4. 뇌(腦) 연구가 미술교육에 주는 시사점
예술가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사소한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최초의 아이디어를 전개해서 풍부한 의미를 갖는 예술품으로 창조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쥬라기공원1에서 육식공룡 벨로시랩터의 실재크기가 2m정도인데,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위해 모형을 약 3m정도의 크기로 제작하자 과학자들은 3m 벨로시랩터의 모형에 대해서 의의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영화촬영 도중에 실제로 3m 크기의 벨로시랩터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쥬라기공룡3에 나오는 익룡도 하늘을 날수 없다는 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이제는 익룡도 하늘을 나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 되었다.13)
과학자의 학설을 뛰어넘은 창의적인 사고를 지닌 스필버그는 컴퓨터 설계 및 전기를 다루는 아버지(좌뇌우세)와 피아니스트 어머니(우뇌우세)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로부터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와 어머니로부터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예술가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스필버그는 그의 재능을 충분히 살려 남들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창의성의 새로운 발상에 대한 대발견은 우뇌(右腦)의 역할이 불가결하며, 동시에 그 발상을 언어화하여 논리적으로 검증하려면 좌뇌(左腦)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렇게 창의성은 이론화하지 않으면 단지 생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좌, 우뇌 각각의 능력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생각의 대발견이 되어 세상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다14).
뇌(腦) 발달단계에서 사람의 뇌(腦)는 3세에서 6세까지 앞이마 부분인 전두엽 부위에서 신경회로의 발달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고, 7세에서 12세 사이에서는 두정엽과 측두엽 부위로 옮겨지며, 사춘기인 13–15세 사이에는 뇌(腦) 뒤쪽의 후두엽으로 발달의 중심이 옮겨가게 된다.15) 이런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뇌(腦) 발달이 아동들의 성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파악한다면 연령에 따르는 최적의 미술교육방법을 구안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적 창의성의 센터는 전두엽으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모든 영재의 공통된 특징으로 연상회(緣上廻)가 지목되고 있다. 이 곳은 두정엽과 측두엽, 그리고 후두엽의 연합령으로서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그 분야에서 수월성을 발휘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발달한 곳이다.
5. 결 론
창조적 행위란 떠오르는 착상을 가꾸고 다듬어 새롭게 완성된 발상으로 성취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 뇌(腦)는 물위에 뜬 빙산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빙산의 대부분을 보지 못하고 물위에 뜬 일부분을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뇌에 잠재하고 있는 기능의 10분의 1정도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편리하게 쓰는 텔레비전, 냉장고, 전화 등 일상용품은 물론 병을 고쳐주고 생명을 연장해주는 의약품들 하나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깊이 생각해서 이루어 놓은 업적이다. 우리는 이들이 머리를 써준 덕에 편히 이용만 하고 있다.16)
21세기를 이끌고 나갈 아동들이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능력이나 재능이 있는 어린이들에게 조기교육을 통하여 영재화 할 수 있으면 우리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조기교육의 확산으로 체계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교육제도를 아동들에게 접목하면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 좌뇌편중 교육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알아보고 미술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보겠다.
① 아동이 어렸을 때 그림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지만 성장하면서 그림그리기를 싫어하고 낚서를 좋아 한다. ② 그림을 그릴 때 형태를 그리지만 세부적인 묘사를 하지 못하고, 주제와 형태에 관한 내용을 제목이나 글로 적어서 표현하는 경우가 있었다. ③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은 아동들 중 일부는 의사소통할 때 말을 더듬는 경우가 발생했다. ④ 영재교육을 받은 아동들 중에는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같은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⑤ 아동이 예의가 없고, 어른들에게 존칭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뇌(腦)는 신체를 움직일 뿐만 아니라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뇌(腦)에 있는 모든 조절 기구들이 신체를 이상 없이 잘 움직이도록 돕고 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의 90%가 언어령이 왼쪽 측두엽에 있으며, 측두엽은 청각과 기억, 인지능력에 관련한다. 아동들이 5세 이전부터 조기교육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인지기능이 높아져서 측두엽에 있는 베르니카영역이 발달하게 된다. 이때 운동성 언어령인 브로카령과의 불균형이 야기되면서 말을 더듬는 현상이 발생한다.
뇌수술 전문의사인 ‘브로카(P. Broca 1824~1880)’는 실어증 환자의 뇌를 해부한 결과 같은 장소가 손상되었을 경우 실어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부위를 브로카 언어중추라고 명명하였다.
‘베르니케(K. Wernicke, 1848~1905)’는 실어증 전문의사였다. 베르니케는 구어력이 없는 실어증 환자를 치료하던 중 사망하자 그의 뇌를 부검하였는데 왼쪽 두정엽과 측두엽이 접한 언저리에 지름이 30mm쯤 되는 원형의 손상을 확인하였다. 1874년 그의 나이 26세였는데 그 손상된 부위를 베르니케 언어센터로 명명하였으며, 그 부위에서 언어를 이해하며 언어의 문법적 순서를 다루어 말과 글을 구성하는 중추임을 발견하였다. 의학계에서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카 영역의 발견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뇌에서 언어가 만들어지고 저장되는 과정의 분산성(分散性)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되었다.
창의성의 저해요인 중에 ①,②와 같은 증상은 어릴 때부터 논리적, 분석적인 교육을 많이 받은 아동에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언어의 이해력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발달하지만 언어중추를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이 같이 발달하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이다. 또한, 교육을 통해 습득된 사고력을 구현하기 위한 손의 협응력이 부족하면 베르니카의 정보량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표현에도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④,⑤는 아동들의 뇌 발달단계를 무시하고 조기교육을 했을 경우에 발생하는데, 교육을 통해 논리적인 지식이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적인 성장은 베르니케 영역의 발달을 의미한다.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의 이해력을 담당하는 곳이므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논리적이고 지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영재교육을 받은 아동들은 지적인 성장으로 또래집단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언어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같은 또래지만 교육을 통해 많은 지식과 언어를 습득한 아동들은 베르니케 영역이 숙성되면서 언어를 이해하는 깊이와 폭이 넓어지게 되지만 브로카 영역의 미성숙으로 언어의 표현력이 부족하게 된다. 더구나 좌뇌편중 교육을 받은 영재아동들은 교육을 통해 배운 지식과 표현력을 동등한 위치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형태감각을 길러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들은 처음에는 또래 집단과 어울려 그림을 그리지 못하므로, 부모나 교사가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재아동들은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길러진다.
선진국의 기업체들은 좌뇌가 발달한 사람과 우뇌가 발달한 사람을 같은 팀으로 분류하여 서로가 부족한 측면을 보충하거나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자녀가 우뇌적 사고가 우세하면 역사를 공부할 때 과거의 장면을 연기로 해보는 것도 좋다. 수학 공부는 공식과 방정식을 색으로 크게 쓰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으며, 색으로 숫자를 쓰고 그림이 가득한 달력을 만들게 해서 시간을 지키는 것을 배우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좌뇌가 우세한 자녀는 미술과 드라마, 음악 감상의 기회를 자주 갖도록해서 균형잡힌 뇌를 만들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이 뇌(腦)과학과 미술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노력은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앞으로 뇌(腦)와 미술교육의 학제적 연구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참 고 문 헌
과학동아9월호, 「쥬라기공원3」, 2001
김종성,『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지호,2000). p.183
노성두, 『돌에서 영혼을 캐낸 미켈란젤로』, (대한교과서주식회사,2001). p.68-69
4)신경세포는 수상돌기에서 정보를 받아서 세포체 부위의 돌기로 보내고 이어 축삭돌기를 경유하여 정보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한다. 이 축삭돌기는 끝이 불룩한 많은신경섬유(신경 말단)로 나누어지며 이 신경말단이 다른 신경세포와 기능적으로 연결된다. 이 연결되는 부위를 「시냅스」라고 한다.
5)NEWTON SPECIAL, 「생각하는 세포 뉴런」, p. 59-60
6)백중열, 「韓國初等敎育 제12집 제1호」, (서울교육대학교, 2001), p.164
7)노성두, 『돌에서 영혼을 캐낸 미켈란젤로』, (대한교과서주식회사,2001).p.68-69
8)문화/생활, 「아인슈타인 뇌(腦) 일반인과 다르다」, (동아일보,2000.3.28).
9)김종성,『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지호,2000).p.183
10)축삭돌기(axon)는 가는 섬유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수상돌기보다 훨씬 길다. 축삭은 뉴런의 정보 송신 축으로 신경충동을 다른 뉴런 쪽으로 전달한다. 축삭돌기는 여러개의 가지를 칠 수 가 있는데, 대개 세포체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축색의 주 줄기로부터 가지들이 뻗어 나온다.
11)수상돌기(dendrite)는 넓게 가지를 뻗는 가느다란 섬유로서 세포체에서 말단으로 갈수록 그 굵기가 가늘어진다. 수상돌기는 뉴런의 정보 수신 축을 형성한다. 수상돌기의 표면에는 시냅스(synapse)라고 불리는 특수한 접합부위가 늘어서 있는데, 이곳은 수상돌기가 다른 뉴런들로부터 정보를 수신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