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건지 못 오는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마음만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어차피 지워야 할 사랑은 꿈이었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건지 못 오는건지
대답 없는 사람아
기다리는 내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 작사가 김병걸(57)은 예천 지보중학교 18회 졸업생이며,
작곡가 최강산은 포항 출신,
가수 진성은 전북 부안 출신이다.-
이 노래는 애절한 사연이 있는 노래이다.
경북 안동역사(驛舍) 주차장 뒤편에 있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오층 전탑과
오래된 벚나무에 얽힌 역무원과 승객의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애절한 사연은
해방이전 어느 해 겨울 밤,
한 처녀가 열차에서 내리자 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젊은 역무원이 역무실로 업고 와 정성스레 간호해주고
집까지 데려 다 주었다고 한다.
며칠 뒤 처녀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그 역무원을 찾아왔고,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당시 역 주변에는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보낼 만한 이렇다 할 장소도 없고 해서,
늘 오층 전탑 주위를 거닐며 사랑을 나누곤 했다.
그리고 그 옆에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며
벚나무 두 그루를 같이 심었다.
그러다 얼마쯤 뒤 그는
갑자기 일본 고등계 형사들에게 쫓기게 됐다.
사실 그는 비밀 독립운동단체의 단원이었는데,
일본 형사들에게 그의 신분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애인이 걱정할 것을 우려해
"같이 심은 벚나무가 죽지 않는 한
자신에게도 별 일이 없을 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남기고는
황급히 만주로 떠났다.
그 후 처녀는 수시로 역을 찾아와
전탑 앞에서 간절히 기도를 하며
벚나무를 보살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뒤 6·25 사변이 일어났고,
피란을 떠났던 그녀는 전쟁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안동역부터 찾았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역에는 그가 와 있었다.
만주에서 독립군 생활을 하던 그는
해방이 되면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북한군에 편입됐다가
전쟁이 일어나 안동까지 내려오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벚나무를 보고는
그녀 생각에 도저히 그곳을 떠날 수가 없어
국군에 투항을 한 후
그녀를 기다리다 만나는 사연을 담고 있다.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말해 주려는 듯
그들이 심은 벗나무는
연리지처럼 밑둥치가 하나로 붙은 채
오늘도 푸른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치고 있다.
안동지역에는 조선시대 사랑과 영혼으로 알려진 '원이 엄마'와
안동역사의 '연리지 사랑'이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감동을 전해주는
명소가 되고 있다.
출처: 경북일보 이상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