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마군 魔軍과 부처를 동시에 되어 보았으며
죽고 사는 생사 生死 없는 곳에서, 죽고 사는 생사 生死의 삶 속에서 다 체험하였으니
무간지옥 無間地獄에 가기 싫으면 조사 祖師의 정법을 비방하지 말라.
어촌 만행 漁村 萬行
경허 성우 鏡虛惺牛 선사께서 충남 서산 瑞山 개심사 開心寺에 주석하고 계실 때이다.
아무 말 없이 홀로 출타하여 여러 날을 들어오시지 않으시자
대중들이 걱정하여 사방으로 스님을 찾아 나섰다.
거의 한 달간 아무리 찾아도 종적이 묘연하였다.
그런데 경허 스님이 가신 곳은 서산 태안반도 泰安半島의 어장 촌이었다.
생선 도매상을 하는 집에 들어가 주인에게 인사를 청하며 하는 말이
‘내가 이곳을 지나가는데 배도 고프고 올 데 갈 데 없는 불쌍한 신세라오.
이 집에서 일이나 거들면서 지내고 싶은데 머물도록 해 줄 수 없소!’
하고 머물기를 청하였다.
주인 영감이 스님을 보니 체격이 우람하고 힘께나 쓰게 생겨 품삯 들이지 않고 잘 됐다 싶어
즉석에서 쾌히 승낙하고 일을 시켰다.
스님은 그날부터 일꾼들이 자는 머슴방에서 같이 자고
아침부터 서둘러 새벽에 물도 길어 오고 산에 들어가 나무도 해오고
생선 배가 들어오면 생선 짐도 운반해 주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주인이 시키면 예! 예! 하면서 잘도 하였고,
키가 구척장신에 힘도 세고 일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가뿐하게 처리해 주니 주인은 아주 흡족해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드디어 경허 가풍 鏡虛 家風을 드러냈다.
주인집 부인이 부엌에 나와 밥을 짓고 있는데 아궁이에 불을 때던 스님이 난데없이
그 부인의 궁둥이를 넓죽한 손바닥으로 툭툭 치면서
‘아이고 고년 참 잘도 생겼다.’
하고 일어서 나갔다.
이 지경을 당한 부인은 분함을 참지 못해 주인 영감에게 달려가
갖은 푸념을 쏟으며 무도하기 짝이 없는 머슴을 혼 내 줄 것을 청하였다.
부인 말을 듣고 분기탱천한 영감이
‘이 중놈이 올 데 갈 데 없어 불쌍하여 거두어 주었더니 이놈! 아주 나쁜 놈이군!’
하고 동네 청년들을 불러 술을 잔뜩 먹이고 나서
‘저 중놈이 못된 짓을 하였으니 아주 죽도록 두들겨 패서 일어나 걷지도 못하도록 하게나.’
그리고 다시 비밀히 당부하기를
‘저자는 힘이 장사니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네.’
하며 때려죽일 것처럼 처음부터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웠다.
바닷가에서 드세게 자란 청년들이라 그 하는 짓들이 사람 하나 죽이는 것은 겁내지 않은 무리다.
술김에 주인이 시키는 대로 스님을 발로 걷어차고 몽둥이찜질을 얼마나 하였는지 모른다.
스스로 지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스님은 조금도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그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몸을 맡겨 버렸다.
이쯤 해 놓으면 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숨이 떨어지면 산에 갖다 묻기로 하고
피투성이가 된 스님을 거적때기에 말아서 생선 창고에 깊숙이 처박아 놓았다.
그리고 닷새가 지났다.
생선 도매 장수가 생선을 사러 와 주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
자기가 가져갈 생선을 들어서 구경하는데 어디서 거칠게 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이상하게 생각한 장사꾼은 그 숨소리 나는 곳을 찾아 고기 상자를 제치고 살펴보았다.
괴상한 큰 고기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거적때기를 제치자,
전신에 피투성이가 되어 엉겨 붙은 이상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의외의 사태에 눈이 휘둥그레진 상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씻고 다시 보았으나
분명히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었다.
부랴부랴 끄집어내 놓고 거적때기를 풀어 보니 ‘이 집의 머슴이 아닌가?’
상인은 거듭 놀라며 그 연유를 물어보았지만, 스님은 일체 말이 없었다.
그래서 급기야 창고 주인에게 그 연유를 묻게 되었으니, 집주인은
‘그 중놈이 워낙 나쁜 짓을 하였길래 그렇게 된 것이오.’ 하고 답변하자
이에 그 상인은 주인을 보고 크게 호령하면서
‘그 사람이 아무리 잘못하였다 하더라도 법에 따라서 처리하여야지,
어찌 사람을 이렇게 잔인하게 처리한단 말인가?
내가 관가에 고발하여 이런 무도한 일이 다시는 없게 하리다. 그리 아시오!’
하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제야 주인은 상인을 붙잡고
‘제발 고발만은 말아 주시오. 우리가 잘못 하였소이다.
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치료를 잘하여 자기의 본처로 보내겠으니 우리 말을 들어 주시오.’
하고 통사정하였다.
‘상인은 그러면 저 사람을 풀어 주고 상처를 잘 치료하여 완치될 때까지 당신이 책임지시오.’
‘그것 일랑 염려 마시오.’
이렇게 다짐을 받은 상인은 물건을 받아 길을 떠났다.
그 뒤 주인은 스님에게 말하기를
살려주는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속히 당신 갈 곳으로 가시오!
하고 떠나기를 재촉하자 스님은 아무 말 없이 그 집을 나와 개심사로 돌아오던 중에
스님을 찾던 만공 스님과 혜월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스님은 옷이 다 찢어지고 얼굴이 다 찢어진 상처투성이가 되어 올라 볼 만큼 초라하였다.
이토록 초췌한 스님께
‘스님 어디에 가셔서 이처럼 얼굴과 몸에 험한 상처를 입었습니까?’ 묻자, 스님은
‘포변 浦邊을 나갔다가 해풍 海風이 심하여 이렇게 되었다네.’
하며 흔쾌하게 웃을 뿐 일체 말이 없었다.
그 후 그때 구해준 상인이 개심사에 들러
그러한 사실을 다른 스님께 말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그제야 대중은 깜짝 놀라게 되었다.
★ 인욕선인 忍辱仙人의 도할양무심 塗割兩無心 도활 刀活에 양무심 兩無心
금강경에 인욕선인께서 가리왕이 할절신체 割切身體 하였을 때도 원망하는 마음 없이 무심 無心
제석천왕 帝釋天王이 원상 原象으로 회복시켜 주었을 때도 고맙다는 마음 없이 무심 無心
경허 스님께서 세속의 모진 풍파에 몸을 던진 것은 금강경의 인욕선인의 인욕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
가리왕은 궁녀들과 법문을 주고받는 인욕선인에 질투가 치밀어 너는 무엇 하는 놈이냐? 하니 인욕선인은 참는 공부 중이라고 하니 얼마나 잘 참는가 보자며 인욕선인의 눈을 뽑고 귀와 코를 자르고 사지를 잘랐을 때 아무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고
제석천왕이 놀라서 하늘에서 천둥과 벼락을 동반하고 내려와 인욕선인의 몸을 정상으로 회복시켜 주었는데 인욕선인은 몸을 자를 때나 회복시켜 주었을 때 원망하거나 감사하다는 두 가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부처님 전생에 인욕선인으로 계실 때의 이야기다.
경허 스님 또한 원인을 제공하였으니 죽을 만큼 얻어맞았고 며칠 뒤에 상인이 와서 구해주었을 때 고맙다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인욕을 시험하고 계셨을 테니까. 제석천왕이 상인으로 나투었을까?
후학들은 인과의 결과는 이렇게 확실하여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불교의 핵심이니 자나 깨나 온갖 욕심과 지식, 잡생각으로 똘똘 뭉친 이놈이 무엇인가?
이게 뭣꼬? 자신의 마음 상태를 관찰 참구해야 한다.
출처:https://wlrb.tistory.com/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