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 칼럼
공부 못한 사람들이 부자가 더 많은 이유
우리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 선생님과 부모들을 기쁘게 해 주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좋은 데 취직하고 돈도 잘 벌어 부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동안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것은 인생은 마라톤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42km 코스를 뛰기 위해 출발선에 선 마라토너들은 자신만의 전략을 갖고 시합에 참여한다. 출발과 함께 선두주자로 나선 선수들은 방송중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힘차게 달린다. 그러나 전혀 관심을 갖지 못한 선수들이 중간 지점에 도달하자 하나둘씩 앞서기 시작한다.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선두 그룹들은 하나둘씩 뒤처지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중도에 포기하거나 앰뷸런스에 실리기도 한다. 중간 그룹과 후미에서 묵묵히 뛰던 선수들이 마지막 몇 킬로미터를 앞에 두고 치고 나오며 선두를 유지하다 결국 우승하는 장면을 누구나 한두 번은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마라톤과 똑같을지 모른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자랑을 못해 안달이던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를 못 찾아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는가하면 대기업에 취직이 되었다고 자랑하든 이들이 여러 직장을 전전하는 모습들도 보았다. 일류대학 졸업 후 최고의 직장에 들어가 진급도 빠르던 친구가 사십 후반에 명예퇴직을 하고 치킨 집 사장으로 변신한 것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알 수 있고 인생도 환갑을 넘겨봐야 알 수 있다던 격언이 새삼 와 닿는다.
미국에서 꽤 많이 알려진 책 ‘백만장자 마인드’를 쓴 토머스 J.스탠리는 미국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가 조사한 부자들의 대학성적은 4점 만점에 2.92로 조사되었다. 작가의 조사결과 SAT 점수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자들도 꽤 있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제적 성공과 학교 성적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연구를 해 보았다. 결과는 45~54세 때 자산과 SAT 점수의 상관계수는 0.05였고, 수입과 SAT 점수의 상관계수는 0.07에 불과했다. 상관계수는 -1에서 1사이의 값을 갖는데 0에 가까울수록 둘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앞서도 말했듯 공부 잘해 최고의 직장에 들어가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스탠리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부자의 성공과 일류대학 출신 사이의 연관 수치는 30%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나이대가 60을 넘어가면 SAT 점수와 출신대학의 수준이 경제적 성공과 연관성은 더 크게 떨어졌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나도 곰곰 생각해 보았다. 험난한 투자세계에서 크게 성공했거나 대형펀드를 운용하는 큰 자산가들과 내가 자산관리를 조언해 주고 있는 큰 부자들을 하나씩 따져 봐도 같은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부를 잘 한다고 꼭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못했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책 저자의 주장이 와 닿는다. 학교 성적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지만 사회에 나가 사업이나 유머감각, 재치, 사람들을 포용하는 등 자신만의 재능을 살려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는 것을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반면 학교 다닐 땐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지만 사회에선 그냥 그런 월급쟁이로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사는 범생들도 많다는 걸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공부를 못했는데도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자들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스탠리는 SAT 점수가 1,000점도 안 됐던, 소위 공부 못하는 부자들을 900클럽이라고 명명하고 경제적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 결과 가장 많은 65%의 지지를 받은 첫 번째 대답은 “모든 사람에게 진솔하게 대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관계를 중시 한다”라고 63%가 대답했다. 그 다음으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61%)로 대답했다. 공부 못했던 부자들이 가장 지지하지 않은 대답은 “높은 지능지수와 탁월한 지식”이 성공 요인이라고 보는 데는 3%만이 동의했다. 학생 때 보통수준에 머물렀던 학생들이 부자로 성공하게 된 그 바탕에는 지식이 아닌 지성과 자신만의 신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배려심이 깊고, 남들과 잘 어울리며 관계에서도 남다른 포용력이 그 원동력이라고 필자는 말하고 있다.
부모들은 보통 수준이거나 그 이하인 성적인 자식들의 장래에 대해 어떤 경우라도 학교 공부를 기준으로 미래를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부모들의 공통점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문제는 공부와 경제적 성공은 특별한 관계가 없다는 실증자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성적에 목표를 둔 교육방식은 이 시대를 사는 자녀들의 성공과는 너무 큰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설령 당신의 자녀가 공부에 취미가 없고 또 능력이 안 되는데도 학원으로 내쫓고 적성과 맞지 않은 책만을 고집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은 많은 대기업들이 학교점수나 대학수준을 채용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그런 스펙으로 설령 운 좋게 뽑혔다 해도 팀원들과 협업능력이나 창의성이 부족하면 금방 그 조직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때는 마라토너가 앰뷸런스에 실려 가거나 겨우 뒤꽁무니를 따라오는 모습처럼 인생을 살 수 있어 더 비참한 모습일 수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기업들도 자신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직원을 붙잡아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인생은 마라톤의 여정과 같다’는 표현처럼 한 사람의 길도 삶의 중반을 넘어서 봐야 알 수 있다. 처음 마라톤 출발지점을 떠나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하지 않은 채 묵묵히 선두그룹을 따라가며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가는 동안 조금 외롭고 힘들지 모른다. 그러함에도 선두권을 따라잡을 수 있는 의지와 끈기를 잃지 않는 후발주자들처럼 마지막 결승 테이프를 통과 후 마라토너들의 참 모습을 봐 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돈을 중시하는 사회다 보니 중년에 들어서 돈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디에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이제는 사랑도 친구간의 우정도 부모에게 효도도 돈 없이 정성으로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중년 넘어서 특별한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며 학교자랑이나 과거의 화려함을 늘어놓는다면 주변의 시선은 어떨지 상상해 보라. 책에서 공부 못하는 그룹들이 말했듯이 성공의 강력한 무기는 학교 출신이 아닌 진솔함과 포옹력 그리고 자기관리라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 사교를 바탕으로 한 관계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 사람의 인품과 진솔함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는 성실함 같은 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공부가 적성에 맞아 열심히 책과 씨름하여 일류 대학에 가고 판, 검사가 되고 의사로 또는 교수로 훌륭하게 잘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적성과 공부가 체질에 맞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이 무조건 획일화로 자녀들을 바라보지 말 것을 강조한 점을 기억해 두자.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좋은 회사에 취직되기 쉽고 전문직업인으로 갈 확률이 훨씬 높다. 다만 적성에 맞고 책보기를 즐겨하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에 들어가 친구들이나 직장동료, 여러 단체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연락하면 소식이 단절되거나 모임에 나타나지 않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릴 듣는다. 동창회, 봉사단체나 취미활동 등 여전히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석하고 밥값을 먼저 내는 사람들은 그저 평범하고 공부를 못했던 부류들이다. 친구가 어려움에 처하자 큰돈을 내 놓는 이도 세차장으로 부를 이뤄 기부활동도 하고 있는 친구였다. 결석을 밥 먹듯이 하고 틈나면 그림을 그리던 한 친구는 유명한 화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날리는 그림쟁이가 되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요리가 좋아 공부는 담을 쌓고 짜장면 배달부터 시작한 친구는 일류 호텔 주방장이 되더니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몇 군데의 식당을 경영하며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책의 저자가 말했듯 꼭 공부를 잘한다고 성공을 한 것은 아니며 공부와 담을 쌓듯 해도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다. 인간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관계를 중시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결국 성공적 삶을 사는 비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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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 글이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데, 카페 외에 어디 게시된 곳이 없는 듯 하여 의아스럽습니다. 산문분과 단톡방에서 나눠도 괜찮을까요?
고맙습니다. 네.
또한 글에 관심 주셔서
감사한 맘
전합니다. 안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