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규제가 심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져 엄두를 못내지만
전엔 야외에서 고기구워먹는 일이 잦았었다.
꽃잎이 흩날리는 나무 밑이나 낙엽이 간간 떨어지는
계곡자락에서 삼겹살을 굽거나
옻닭 백숙, 혹은 해물을 구워먹는 게 월례행사였었다.
거의 십수년전 어느날, 어떤 친구가 자신하며 장담했다.
닭을 진흙으로 감싸서 구우면 기름기도 쪽 빠지고 담백하여
맛이 아주 죽인단다.
털을 뽑을 필요도 없고...저 유명한 북경오리도 바로 그런
식이라던가....
듣기에도 참 그럴싸하여 즉각 여럿이서 생닭을 네 마리나
사들고 출격을 했다.
술은 물론 장작도 충분히 준비했다.
도시라서 마땅한 진흙을 못 찾아 논바닥의 진흙으로 닭을
감싸서 굽는데....
그런데 도무지 흙에 끈기가 있어야지 말이다.
갈라짐이나 부서짐을 막으려고 짚부스러기를 섞어도
마찬가지였다.
쇠꼬챙이나 장작으로 고정해도 닭과 흙이 굳세게 따로 노는
데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기름이 빠지긴 커녕 도대체 닭은 진흙철갑옷을 두른 것처럼
더욱 안 익는 것 같았다.
처음에 장담한 놈도 그저 전설따라 삼천리를 옮긴 것 뿐,
스스로 체험한 게 아님이 분명했다.
초겨울이었는데 연기는 왜 그리 많이 나고, 바람은 왜 그리
방향이 자주 바뀌며 심한지....
날은 춥고 대관절 이 금강불괴를 방불하는 닭을 언제까지
붙들고 있어야 할지 정말 돌아가실 일이었다.
깡술을 마시며 연기와 열을 피해 이리저리 날뛰며 진흙덩이를
굴려대며...
우왕좌왕 하는 우리들을 지나가는 사람이 보고는
저 실성한 인디언들이 카리브 어디의 부두교 의식을 치르는가
했을지 모른다.
과장이 아니고 정녕 풍경이 그와 똑같았다.
결국 네마리중 세마리정도는 그냥 팽개쳤는지 분실인지
화장되었는지 소멸해버렸고..
한마리를 작은 조각으로 해체하여 최소한의 안주로 삼으려
했으나 그도 쉬운 공사가 아니었다.
결국 타거나 설익은 진흙 투성이 고기파편을 조금
우물거렸는지 말았는지...
물론 처음 그 정보를 전한 넘은 세상의 욕이란 욕은 모두
먹었다.
온몸을 떨며 아니 몸서릴치며 따뜻한 술집을 찾아드는데 모두
머리카락이 타거나 옷이 타거나
재를 뒤집어썼거나 불내를 엄청내어 눈총을 받아 이내
퇴출해야 되었다.
추측컨대 옹기빗는 찰흙같은 것으로 단단하게 밀봉하는 식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진공내지 증기같은 게 작용하겠지 짐작하다가
근래에서야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해본 바로는
생닭뱃속에다 마늘과 인삼 대추등을 넣어서. 알미늄 호일로
두어겹 단단히 감싼 다음,
황토진흙으로 감싸고 다시 호일로 감싸서 숯불에 구워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굽는 시간인데 나무보일러에 밀봉하여 숯불에 다섯
시간은 구워야 된다나?
네기랄, 5분도, 50분도 아닌 무려 다섯시간이라니...!
성질 급한 사람은 숨이 넘어가도 열댓번 넘어갈 짓을 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술이 숙성해 식초가 되어도 몇 번은 되었을 시간이다.
아니 그보다 그정도 재료와 공력이면 닭아니라 어떤 고기든
맛있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실은 그정도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오징어라든가 붕어
잉어등을 그런 조리방식으로 하는 걸 먹어보기도 했는데
삼계탕 사촌 부스러기같은...어디서 본듯한 대단한 비결도
아니다 싶다.
시간많아 주체못하는 사람있으면 함 만들어보시라.
사실 전국에 아주 드물게 진흙구이 통닭집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한 열군데정도?
..그런데 휴대폰 대리점은 전국에 48000군데란다.
그럼 온갖 치킨집은?...
역시 할일없는 분은 알아보시고 기어이 사줘야겠다면
연락하시라^
하여간 당시에도 골 때렸으나 세월이 상당히 흐른 지금에
와서는 잊지못할 재밌는 추억이었다싶다.
팁;
이런저런 야외 바베큐중 그래도 괜찮았던 것은 소나무
삭정이나 마른 솔잎으로 고기나 해물을 굽는
것이다. 발암물질 많이 나올 직화로 굽는 게 아니라
화강암같은 돌판을 달구어서 그 위에다 굽는
식이다. 인공연료와 달리 연기가 많이 나서 그 짓도
만만찮긴 마찬가지지만 본래 소나무류에서 나오는 피톤치트향이
건강에 좋다는데 그 영양가가 미치리라고 믿어버리면 솔타는
매운 연기도 제법 견딜만하며 고기에 솔향기가 좀 스며들어도
맛 죽인다고 믿어버릴만 하다.
땡감;
시몬
너도 좋으냐 돌판위에서 삼겹살이 지글거리는 소리가
갸륵한
조개는 자진해 돌아누우면서 바다의 영혼이 우는 소리를 낸다
해질
무렵 피어오르는 연기모양은 쓸쓸하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을 화장하는 풍경화가
눈에
파묻히느니 소신공양하는 저 아름다운 모습이 좋지않고는
못배기겠지?
메추리가 익을 땐 날개짓 소리와 여인의 옷벗는 소리를
내느니...
시몬
너도 분명 좋으리라...고 장담한다
전어가
익어갈땐 인어왕자가 심청이 채가는 소리가 들리나니
시몬 너도
술 두어병만 마시면 분명 들을 수 있을지라..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누워서 향냄새 맡는 가련한 고기려니
이내
썩어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부패하리니
시몬
너도 좋겠지 고기 굽는 냄새가
가까이
오라 벌써 술 고픈 술시노라
시몬
너는 그래도 좋으냐....
이리
횡설수설하는 내가...
........즈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