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당
대구서 살다 온 달이 한이는
동네 아이들 마당 우리 집이 최고지요
달이는 자전거 놀이 배트민턴
한이는 8자 놀이 그림자 밟기
씽씽 달리고 치고
술래잡기 8자로 아슬아슬 놀지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고양이도 모과나무 그늘에 누워 구경하고요
꽃밭에 숨어 있던 찔레가 아이들만 보면
나도 좀 끼워줘, 끼워줘 하얗게 쏟아지지요
- 배창환,<내 생애의 별들>
문득 어린 시절 추억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아무리 MZ세대라고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해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은 흔하지 않았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심심해지면 줄곧 밖으로 나가 뛰어놀곤 했다. 우리 집 오른쪽에는 주택가들로 만들어진 짧은 골목이 있는데 내 동생과 나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다. 술래잡기 경찰과 도둑, 줄넘기, 씽씽 카 타기 등등 지금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많은 놀이를 이름도 얼굴도 까먹은 친구들과 함께 즐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골목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얘기를 나눈 것이었다. 예전 일을 금방금방 잊어버리는 나에게는 몇 안 되는 초등학교 시절 추억이다. 또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보면 같은 반과 다른 반 친구들이 모여 축구를 하거나 대탈출, 소꿉놀이 등을 하며 놀았다. 그때의 우리는 하나의 작은 공동체였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자랐다.
이웃 어른들도 생각난다. 나는 심심하면 종종 옆집 언니네 놀러 가곤 했다. 연락 없이 문을 두드려도 환한 얼굴로 맞아주시던 언니의 할머님께서는 우리에게 항상 따듯한 밥과 간식을 서슴없이 내어주시곤 했다. 내 동생의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나 울고 있었을 때 근처 자전거 집 아저씨께서는 돈도 받지 않으시고 자전거를 고쳐주셨으며 울지 말라고 사탕까지 주셨었다. 그 밖에도 친구들과 내가 보이면 황급히 담뱃불을 끄던 아저씨, 남몰래 떡을 더 넣어주셨던 분식집 사장님 등 어린 우리가 시끄럽고 귀찮을 법도 한데 이웃 어른들께서는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리를 돌봐주시고 너그럽게 봐주셨다.
이 시를 읽으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아 나도 옛날에는 저랬었지~ 하고 저절로 웃음이 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이웃과 얘기하거나 함께 많은 것을 나눈 추억이 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런 이웃 간의 정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소통과 나눔이 어려워진 것을 크게 느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소통은 화면 너머로 이뤄지고, 실제로 마주하는 소통은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이나 주변을 둘러봐도 소통과 나눔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죄도 아니지만 꼭 고쳐나가야 할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한국인이 단결할 때마다 쓰이는 한국인의 정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한국인의 정이란 말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의 사회는 조금만 잘못해도 서로 물어뜯기 바쁘고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가 모두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고 생각한다면 다시 옛날의 정 많은 대한민국 사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골목을 막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아이들을 그저 귀엽게 봐주던 그때로 말이다.
신승현 의정부광동고등학교 20915 point66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