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교회 쇄신을 말하다
2. <복음의 기쁨>을 통해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교회는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교회의 쇄신을 당부합니다.
다른 하나는 ‘교회는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그 사명으로 ‘복음화’에 헌신할 것을 당부합니다(공의회, 교회헌장 1항 참조). 이 두 주제는 서로 무관하지 않습니다.
교종은 이를 ‘복음을 전하는(복음화) 하느님 백성 전체로서의 교회’로 요약합니다. 부정적으로는 ‘복음’을 교회라는 건물 혹은 제도 안에 ‘문자’로 가두지 말라는 권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주일에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여하는 것쯤으로 축소하지 말라는 당부일 것입니다.
긍정적으로는 교회(공동체)의 모든 활동,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이 ‘복음적 가치(하느님의 사랑과 정의, 복음 곧 기쁜 소식)’를 세상 곳곳에(가정, 정치, 경제, 문화, 국제질서, 법과 제도, 사회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 사명 수행을 위해 교회는 대화하고 협력하며 쇄신되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러려면 자신부터 곧 교회 공동체(본당, 교구, 교종청, 교종직)도, 그리스도인 스스로도 쇄신하고 복음화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3. 교회의 쇄신에 대해서(1장)
교종은 교회의 환골탈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쇄신의 긴급성을 밝힌 것은 그만큼 현재 교회 활동이 ‘복음화 사명’과 교회다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판단일 것입니다. 교회가 ‘생명력’과 ‘열정’을 잃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교종은 교회가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을 우려합니다. 사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역사 속의 ‘인류 구원’의 ‘수단이자 표지’로서 인류와 여정을 함께 순례한다고 선언했습니다(교회헌장 1항 참조).
그러나 교회의 사명을 외면한 채 ‘안주’와 ‘관리’에만 몰두할 때, 교회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본당이든 교구든 ‘그럭저럭’ 유지하고 관리하는 정도에 익숙해졌습니다. 교종은 용감하게 길을 나서라도 촉구합니다.
교종은 교회의 본래 사명(복음화)에 헌신하기 위해 교회의 쇄신을 촉구합니다. 교종은 교도권의 ‘분권화’(16항)와 ‘교회구조의 개혁’(26항), ‘자기보전’을 위한 “교회의 관습과 행동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모든 교회구조의 개혁(27항), ‘본당 사목구의 개편과 쇄신’(28항), ‘각 개별교회(교구)의 식별과 정화와 개혁”(30항)을 촉구합니다.
마침내 교종은 ‘교종직과 보편교회의 중앙 조직들의 개혁’까지 밝히는데, 그 근거는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제가 다른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저도 실천해야 하기”(32항) 때문입니다.
이는 “교회가 정의를 증언해야 한다면, 교회는 먼저 사람들 앞에서 정의로워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교회 안에서 행동 규범, 교회 재산, 그 생활양식 등을 검토해보아야 하겠다.”(1971년 주교 시노드, 세계 정의, 3장)는 교회의 가르침을 스스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교도권의 ‘분권화’와 ‘교종직과 보편교회의 중앙 조직들의 개혁’은 실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지만, 요한23세 교종의 서거로 중단된 ‘미완의 과제’였습니다.
실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그 변혁은 어쩌면 제3의 ‘충격’이 될 것입니다. 교종과 교종청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천주교회가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25항)는 교회 쇄신의 절박함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사명(임무) 수행(‘시대의 징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 정화와 쇄신, 복음화, 대화)이 인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라고 밝힙니다.(교회헌장 8항, 사목헌장 3항, 4항 참조) ‘sign’은 ‘경고’와 ‘안내’라는 이중의 역할을 합니다.
복음의 기쁨은 교회 안팎에서의 ‘sing’을 찾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자기 안위’를 경고하고, 복음화를 안내합니다.(1,2,3장) 교회 밖에서는 특히 ‘경제’와 ‘평화’부분에서의 경고와 안내를 찾습니다.(4장)
박동호 신부 (안드레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신정동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