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장, 출 산
김윤희의 해산달이 되자 정 회장부부는 귀국을 한다. 아무래도 며느리가 해산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위로를 해야만 할 것 같았던 것이다. 정상철은 다시 한 번 더 커다란 수술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아들보다도 해산을 하는 며느리와 대를 이어갈 후손이 더 걱정이 되는 정 회장 부부였던 것이다.
“어머님! 그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가! 너무 그렇게 신경을 쓰지 말아라! 이제 한 번만 더 수술을 하고 나서 경과를 보아서 귀국을 할 거다. 그때까지 보살펴 줄 사람을 옆에 두고 왔으니 그리 걱정 할 것은 없다. 그나저나 네가 무사히 순산을 해야만 할 텐데...........“
허인경여사는 연신 며느리 걱정뿐이다. “아참, 너에게 전해줄 것이 있다.“ 허인경여사는 핸드빽에서 봉투를 꺼낸다. “네 남편이 아프면서도 네가 보고 싶은지 편지를 써 주더구나!” 김윤희는 시어머니로부터 전해 받은 정상철의 편지를 가지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개봉한다. “ 다른 긴 말을 쓰지 않겠소! 당신 나름대로 힘이 들겠지만 우선 마음 편히 출산을 하기를 바라오. 우리 부모님께는 절대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모든 일을 내가 귀국해서 결정을 하리다. 당신의 마음을 믿겠소! 그리고 당신이 너무나 많이 보고 싶소!“ 간략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너무나 많다.
김윤희는 무엇을 어찌해야만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남편의 편지대로 이대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당신들의 핏줄이라고 믿고 계시는 어른들을 속이면서 출산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지금 병석에서 커다란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하는 남편의 마음을 냉정하게 뿌리친다는 것도 또한 하지 못할 일이었다. 자신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다친 남편이었다. 다시 수술을 받는다 해도 불구가 되는 남편이다.
자칫 말을 잘못하다가는 불구가 되는 남편이 싫어서 떠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는 것이다. 김윤희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한 처지에 빠진 자신을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출산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허인경여사는 며느리의 방을 아래층으로 옮긴다. 몸이 무거운 며느리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것이 안쓰럽다. 게다가 출산을 하고 나서도 이층으로 오르내리는 것이 힘이 들것이다.
출산일이 가까워지자 허 인경여사는 며느리인 김윤희와 한방에서 밤을 보낸다. 언제 어느 때 출산의 고통이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님!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니다! 내가 신경이 쓰여서 잠을 잘 수가 없구나! 이렇게 네 옆에 있어야만 그나마 잠을 잘 수가 있는데 어쩌겠니? 네가 불편하겠지만 출산 때까지만 참고 있어라!“
“네!” 허인경여사의 염려대로 김윤희는 한 밤중에 산고의 고통이 시작 된다. “아!~~~~” “아가! 배가 아프냐?“ “어머님! 배가~~~아!“ “이제 아기가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구나!” 김윤희는 급하게 병원으로 실려간다.
그러나 워낙에 늦은 초산이었다. “워낙 초산이 늦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겠습니다.” 의사는 윤희의 상태를 말해준다. 허인경여사의 마음은 애가 탄다. 산모도 아이도 모두 무사히 건강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가! 아프면 소리를 질러라! 이럴 때 소리를 지른다고 흉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 어머님! 너무 아파요!“ 그러나 김 윤희는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떳떳하지 못한 출산이었다. 마음 놓고 고통을 호소할 수가 없는 출산이다. “에그! 이럴 때 남편이 곁에서 지켜주어야만 하는 것인데....... 그것이 여자에게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되는 것인지 남자들은 알지를 못한다.“ “아!··~~~~~~~~~~~” 그녀는 고통을 참기 위해서 몸부림을 친다.
그녀의 온 몸은 땀에 흠뻑 젖는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흐른다. “이러다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닙니까?” 허인경여사는 의사를 찾는다. “아닙니다! 이미 골반이 많이 벌어져 있고 자궁도 많이 열려져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순산을 하실 수가 있을겁니다.“ “정말 순산을 할 수가 있을까요?”
“네! 일단 기다려 보기로 하지요. 제왕절개 수술을 하시면 몸에 칼자국이 남아서 보기가 흉합니다. 더 기다려 보다가 정 힘이 들고 안 되겠다 싶을 때 수술을 하지요.“ 허인경여사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입술이 바짝 타 들어간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넘기고 나서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순산을 한다. “고추입니다.” 전해주는 간호사의 말에 허인경여사의 입은 다물어 지지가 않는다. 이제 아들은 불구가 되어서 더 이상은 자식을 둘 수가 없다. 만약에 이번에 딸을 낳았다면 더 이상 대를 이을 손이 없어지는 것이다.
허인경여사의 두 눈에는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고맙다! 아가! 네가 정말 큰일을 해 주었구나!“ 병실로 들어서자마자 며느리의 손을 잡고 칭송을 한다. “어머님!.........” “수고 많았다. 그리고 정말로 감사하고 고맙구나!“ 김윤희는 더욱 마음이 불안해져온다.
어떻게 언제까지 이렇게 숨기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불안스럽다. 그녀의 병실에는 갖가지 축하 선물들이 넘쳐난다. 정 회장의 손자를 본 소문은 입소문을 통해서 번져 나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과 기업체에서는 각가지 축하 선물들을 보내온다. 너무나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선물들이 들어오고 하는 바람에 허인경여사는 예상보다 일찍 퇴원을 시킨다. 산모가 조금도 편안하게 쉴 수가 없는 것이다.
“어미야! 이제 편안하게 잠 좀 푹 자거라!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힘들었지?“ 사실 김윤희는 너무나 피곤했다.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제대로 눈을 붙이고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김윤희는 깊은 잠속에 떨어진다. 정 회장 부부는 아기를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연신 아기를 바라보느라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어허! 고거 참!“ “이뻐요?”
“암! 이쁘기만 하오? 대견하고 기특하고..... 허허허..............“ “여보! 이 아기를 내가 키워야 하겠어요. 저 애가 조리를 하고 나면 당신은 저애를 옆에 두고서 사업을 맡기신다고 하셨지요?“ “암! 그래야지! 이제는 저 아이 말고 누가 있소? 더구나 우리 손자를 낳아준 정말 우리 가문의 대들보인데.“
“그러니까 어미에게 애기를 신경 쓰게 하지 말고 내가 키워도 되지요?” “허허허.......... 당신 그러고 보니 며느리에게 아기를 빼앗을 심보구먼?“”아이! 무슨 그런 흉측스러운 말씀을 하세요? 아마 당신도 우리 손자를 잠시라도 안보시면 못 견디실 걸요?“ “허허허.......... 이제 사업은 조금씩 물려주고 손자 크는 재미로 살아볼까?“ 집안은 웃음꽃이 피고 활기차게 돌아간다.
그동안 정상철의 사고로 인해서 정 회장부부는 마음의 고생이 너무나 컸었다. 행여나 아들이 잘못될까봐서 마음을 태우고 아들의 고통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부모의 속 타는 심정을 어느 누가 알아줄까? 머나먼 이국땅에서 지금도 아들은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윤희는 미역국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다.
자신이 저지를 잘못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점 커다랗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미야! 이렇게 먹지를 못해서 어쩌려고? 산모는 미역국을 많이 먹고 푹 쉬어야만 하는 거란다. 어서 조금이라도 더 먹자! 응?“ 허인경여사는 애가 탄다. 평소에도 입이 짧은 며느리였지만 출산 후에 이렇게 먹지를 못하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또 다시 허인경여사는 주방으로 들어간다.
무엇이라도 산모를 먹게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김윤희의 마음은 더욱 가시방석이 되어간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허인경여사는 정성을 다해서 며느리를 위한 음식을 마련한다. “어머님! 이렇게 신경을 쓰시지 마세요!“ “무슨 소리냐? 네가 이렇게 먹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있니? 그저 무엇이든지 잘 먹어야 하는데.......“
“먹을게요.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김윤희는 시어머니의 수고를 덜어 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어미야! 애기는 내가 키우마!“ “네?...........” “다른 뜻으로 오해는 하지 말거라! 네가 산후조리가 끝나고 나면 네 아버지께서 말씀이 계실것이다. 이제는 아버지도 그만 일에서 손을 놓고 싶어 하시는 구나! 그러니 네가 아버지의 일을 도와 드리려면 아기에게 신경을 쓸 시간이 어디 있겠니? 그러니 아기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거라!“
“어머님! 그건.............“ 안 된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를 않는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그녀였다. “그나저나 어서 무엇이든지 잘 먹어야 할 텐데 어떻게 하니?” 허인경여사는 무엇보다도 며느리의 입맛을 맞추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었다. 김윤희는 불어서 나오려는 젖은 그대로 말리느라고 고생을 한다. 아기가 먹어야 할 젖은 아기에게 먹이지 않고 그대로 말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너무 먹지를 못하고 있기도 했지만 며느리의 몸매를 생각하는 허인경여사의 배려이기도 하다.
그런 시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어머니로서 근엄함을 보이시기보다는 정겨운 친정 어머니같은 자애로움은 주셨던 분이시다. 그런 어른을 속여야 하는 자신이 너무나 밉고 싫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하루속히 남편이 돌아와서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수습을 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도리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김윤희는 마음을 달리 먹고는 식사를 제대로 한다. 입맛이 돌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식사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렇게 언제까지 시어머니를 고생을 하시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제대로 밥을 먹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허인경여사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감돌고 있다. 언제나 자신을 그렇게 자애롭게 보아 주시는 시어머니다. 마음의 죄가 태산 같았으나 남편이 돌아오기까지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김윤희는 차츰 몸조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향설 시인님의 좋은글 "애증 28회"와 아름다운 영상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은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