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읽기26/나도 예민할거야/유은실/사계절/2013
<예민은 힘들어>
“나는……침대에서……못 잘 거야. 맨날 맨날……순할 거야. 맨날 맨날 아무 데서나 잘 거야.”
말하고 나니까 더 속상했다. 엄마 아빠는 오빠만 좋아한다. 예민한 오빠만 침대 사 준다.
“으으어.”
더 크게 울어 버렸다.(23)
예민하지 않은, 순하디 순한 정이와 예민한 혁이의 이야기다. 이층침대가 생겨 좋은 정이와 혁이는 신나게 침대에서 놀고 잘 자길…….
<유전자는 고마워>
“정이는 여자 이상호여.”
할아버지가 날 보고 빙긋 웃었다. 이상호는 우리 아빠다.
‘왜 아빠를 닮았지?’
속상하다. 오빠만 엄마 닮았다.
“아들이 잘생겼네. 엄마 닮아서.”
사람들이 그런다. 나한테는 안 그런다. 아빠 닮았느냐고 물어본다. 건강해 보인다고 그런다. 예쁘다고 안 한다.
“정이는 아빠 유전자가 우성인가 봐.”(38)
---모두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이지만 이 이야기는 더 그렇다. 집을 잃어버렸지만 “넌 우리 동네서 걱정이 없다. 니 얼굴에 ‘이상호 딸이요.’하고 쓰여 있어서.”(44). 이 부분에서 빵 터진다.
<꼬붕이는 맛있어>
“오늘따라 더 맛있네요.”
아빠가 우걱우걱 꼬붕이를 먹었다. 입에 침이 고였다. 배가 ‘어서 먹어, 어서 먹어.’ 그러는 것 같았다. 마음은 ‘먹지 마, 먹지 마.’ 그러는 것 같았다. 나는 힘들었다.(58)
---울면서 먹는 꼬붕이의 맛이 살아난다. 옛 기억속에 이런 장면이 있었는데 빙그레 웃으며 읽는다. 김유대의 그림과 함께 더 유쾌하게 보게되는 책이다.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키운 닭을 먹는 경험이 거의 없을 거다. 집짐승에 대한 개념이 소비가 아닌 반려의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은 시대다. 육고기는 공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안다. 키운 동물을 잡아 먹으며 슬픔을 느낄 수 없다. 맛있어서 슬픈 감정이 애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