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에 책임 떠넘기는 듯한 답변도 내놔
[러브즈뷰티 김소윤 기자] 삼성SDI에서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던 노동자가 또다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도 사측은 사실 관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반올림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SDI 연구원 A씨, 일할 당시 보호 장치 없이 발암물질 노출”
지난 31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SDI 선임연구원 A씨가 백혈병 진단 이후 투병 끝에 지난 2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사망했다. 반올림은 A씨가 일할 당시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다수 발암물질에 노출됐다고 지적하면서 보호 장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지난 19일 A씨는 골수이식에 대한 숙주반응(수혈된 림프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이상 현상)으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후 열흘 뒤인 29일 오후 8시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업무상 질병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A씨의 사망에 대해 언급을 피하려는 모양새다.
삼성SDI, 근로복지공단에 책임 떠미는 모습…삼성전자 제외 계열사 백혈병 피해자들은 언제 사과 받나?
삼성SDI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씨가 발암물질을 다루면서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었고 수동 방식으로 일하면서도 약액이 튀고 환기도 안 돼 코를 찌르는 냄새에도 보호구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등의 반올림 측 주장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사측은 또 ‘근로복지공단의 전수 조사와는 별개로 사측 내부적으로 전수 조사 등 공식적인 절차를 들어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된다.
심지어 사측은 “반올림의 A씨의 사망 발표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근로복지공단의 대처에도 지적을 하는 내용으로 생각 된다”라고 말해 자사 업무환경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A씨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역학조사 여부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다.
이번 A씨의 사망으로 지난해 11월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일도 오르내리고 있다. 11년 걸린 분쟁이 삼성의 공식 사과로 마무리된 것으로 비춰졌지만 당시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 보고된 피해들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A씨와 같이 계열사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다 질병을 얻은 노동자들이 있어도 보상 절차가 원만히 이루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SDI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숨진 B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는 아들이 잘못해 죽은 줄 알았다. 몇 년 뒤 반올림 등 사회단체에서 삼성직업병이 이슈화 되는 것을 보고 아들은 죄가 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A씨와 B씨를 포함해 삼성SDI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사망이나 질병 사례 제보가 반올림에 다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삼성SDI는 “그동안 사망한 노동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쉬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