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세주가 뜨죠?
소주와 1:1로 섞으면 50세주 라면서요?
그럼 2:1로 섞으면 25세준가???
신토불이 "우리 술이 최고여∼"
농경민족인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전통주가 쌀을 주원료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일제의 주세법 실시 이후 맥이 끊어졌다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는 전통주의 풍미는 서양 술에 뒤지지 않는다.
세계 각국은 그 나라 풍토에 따라 고유의 술, 즉 전통주가 전해내려온다.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과 브랜디가 그것인데, 쌀농사를 지어온 우리에겐 쌀을 원료로 한 전통주들이 계승돼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통주는 제조방법에 따라 양조곡주와 증류주로 나뉘며 양조곡주는 다시 순곡주와 혼양곡주로 구분된다. 순곡주는 거르는 방법에 따라 탁주와 청주로 대별되며, 빚는 방법에 따라 일반주와 이양주로 나뉜다. 이양주(異釀酒)란 생나무통, 대나무 대롱 등을 이용하거나, 술항아리를 땅에 묻거나 물 속에 담그는 등 특이한 숙성과정을 거쳐 빚어낸 술. 혼양곡주는 술에 독특한 향을 내기 위해 꽃이나 식물의 잎을 넣어 빚었다면 가향곡주, 약재를 넣어 빚었다면 약용곡주로 불린다.
하지만 이같은 복잡한 구분법에 비해 우리 전통주의 제조방법은 대개가 비슷하다. 통밀을 물과 반죽해 발효시킨 누룩에 쌀 찹쌀 등의 곡물과 물을 함께 버무린 다음 옹기 술독에 넣어 발효시키면 노란 빛의 맑은 물이 떠오르는데, 이것이 흔히 '약주'라 불리는 전통청주다(면천두견주, 교동법주, 백하주 등).
약주를 떠내고 남은 술덧에 다시 물을 섞고 밥알을 으깨 체로 걸러낸 것이 막걸리, 즉 탁주. 또 술덧을 솥에 넣고 끓이면 낮은 온도에서 끓는 알코올 성분이 기화돼 이슬로 맺히는데, 이를 받아낸 것이 소주다(안동소주, 문배주, 이강주 등).
우리 전통주의 매력은 원료와 발효, 보관기술에 따라 술맛이 천차만별로 다양하다는 점. 예컨대 와인이 포도의 품종과 수확시기 정도로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우리 전통주는 누룩의 종류와 쌀의 품종, 첨가하는 약재 등 부원료의 종류에 따라 복잡다단한 맛을 만들어낸다. 특히 누룩에는 발효 과정에서 수백가지의 미생물이 달라붙어 성장하는데, 미생물의 생태분포는 지역적으로 달라서 맛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독특한 술맛을 자랑하고 있다.
전통주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기능성에 있다. 적절한 때 적절한 주법으로 적절한 양을 마시면 음식도 되고 약도 되는 것. 특히 생약재를 부원료로 사용해 빚은 술은 '약주'(藥酒)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전통주는 '문배주' '면천두견주' '교동법주' 3종이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25종이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경주 교동법주
신라 수도였던 경주의 교동법주는 천년의 전통을 지켜온 약주. 왕과 문무백관들만이 즐기도록 제한한 특별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 도수는 16도. 찹쌀 특유의 찐득한 감촉이 특징이다. 교동법주는 경주의 최씨 문중 비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선 숙종때 궁중의 수라상 감독관인 사옹원의 참봉을 지낸 월성 최씨 가문의 8대조 최국선공이 법주의 맛에 푹 빠져 제조법을 사가에 전수했다.
보통 술 빚을 양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찹쌀과 누룩, 물로 밑술을 만들어 약 10일간 발효시킨다. 밑술이 익으면 덧술을 만드는데 밑술에 물을 붓고 끓여서 식힌 뒤 찹쌀로 지은 고두밥을 섞어 넣는다. 약 20일이 지난 뒤 용수(술이나 장 따위를 거르는 데 사용하는 기구)로 거른 뒤 두 차례의 숙성단계를 거쳐 술이 완성된다. 미황색을 띠며 찹쌀 특유의 찐득한 감촉과 더불어 순하면서도 곡주만의 강한 술맛을 느낄 수 있다.
▶ 김포 문배주
클린턴 옐친 등 국빈 접대용으로 유명한 문배주는 누룩, 좁쌀, 수수로 빚은 증류주. 그 향이 문배나무 과실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 술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86호로 지정됐으며 원래 고향은 평양. 현재 문배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기춘씨가 선대의 비법을 전수받아 4대째 술을 만들고 있다. 엷은 황갈색을 띠며 문배향이 강하다. 알코올 함량은 40%.
누룩과 좁쌀,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든 다음 5일후 수수밥을 넣어 1차 덧술을 하고 다음날 수수밥으로 덧술을 한번 더 한다. 이때 수수밥은 죽처럼 질게 짓는다. 숙성 단계를 거쳐 소주로 내린다.
▶ 면천 두견주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6호인 두견주는 고려 궁중에서 애용했던 약용술로 일명 진달래술로 통한다. 고려왕조 개국공신 복지겸의 딸이 충남 당진군 면천의 아미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산신령의 계시로 두견화와 찹쌀, 샘물로 술을 빚어 병을 낫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두견주는 단맛과 점성이 있고 향취가 좋은 술로 매운 맛이 도는 19도의 고급술. 하루에 한 두잔 마시면 류머티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원료로 들어가는 진달래꽃은 4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따서 건조시켜 두었다가 일년 내내 사용한다. 이때 꽃은 서서히 말려야 향기도 좋고 술도 맑아진다. 진달래꽃을 너무 많이 넣으면 술이 붉어지는데 약용으로 쓰려면 충분히 넣는 게 좋다.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누룩, 물을 넣어 술독에 안친다. 7일간 발효시키면 밑술이 만들어진다. 덧술도 역시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과 물을 섞어 안치되, 말려 두었던 진달래꽃을 물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겹겹이 넣는다. 덧술에 밑술을 쏟아붓고 실내온도를 15~18℃로 유지하면서 50~70일간 발효시킨다. 자루에 넣어 짜서 20일 정도 숙성시키면 두견주가 완성된다.
▶ 안동소주
경북지방에서 여름철 배앓이의 명약으로 쓰였던 전통적 증류주. 고려 충렬왕 때 몽고군을 통해 도입된 뒤 명문가에서 가양주로 전해 내려왔다. 영국 여왕 방한시 생일상을 차려 더욱 유명해진 무형문화재 12호 조옥화씨가 제조비법을 되살려 빚고 있는 이 술은 알코올 농도 45%로 세지만 그윽한 향취와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체증, 복통에 한잔씩 마시면 효과가 있고 화상을 입었거나 독충에 물렸을 때 바르면 해독이 된다.
▶ 전주 이강주
호남의 명주인 이강주는 조선시대 상류사회 최고의 술. 임금님 진상품이었던 이 술은 전통소주에 배와 생강을 넣어 만든다. 생강의 매콤한 맛과 계피향이 어울려 감칠맛이 나며 부드럽게 취하고 뒤끝이 깨끗한 게 특징. 울금, 꿀 등 한약재가 가미돼 신경안정, 피로회복에 좋다. 알코올 도수는 25도로 순한 편.
▶ 함양 지리산국화주
지리산의 서리맞은 국화로 만드는 국화주는 '동의보감'에도 기록돼 있는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명주. 야생국화, 생지황, 구기자 등을 넣어 숙성시켜 향이 좋다. 동의보감에선 눈을 맑게 하고 이뇨작용을 돕는다고 전한다. 알코올 함량 16%.
▶ 진도 홍주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약용소주. 조선시대에는 '지초주'라 불린 이 술은 민요, 서화와 함께 '진도 3가락'으로 꼽히는 진도인들의 애향주다. 쌀과 지초로 만들며 지초뿌리에서 붉은 빛깔이 우러나와 홍주라 한다. 신경통 위장병 설사 변비 등에 좋다. 알코올 함량은 41%.
▶ 한산 소곡주
백제인이 즐겨마신 충남 서천의 토속주. 선비가 취해 과거를 보지 못했다는 전설 때문에 '앉은뱅이술'이라고도 불린다. 누룩과 찹쌀 멥쌀 들국화 메주콩 엿기름 생강 고추를 섞어 100일간 숙성시켜 만들며 은은한 향기와 입안에 도는 독특한 맛이 그만이다.
소곡주의 원래 이름은 소국주(小麴酒)로, 누룩을 적게 넣어 만든 술이라는 뜻. 이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소곡주로 정착됐다.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혈압강화 작용이 있어 고혈압 방지에 좋다. 알코올 함량 18%.
▶ 용인 옥로주
옥로주는 물 좋기로 이름난 용인시 백암면 대덕산계곡에서 생산되는 토속 증류식 소주로 경기도 무형문화재 12호다. 알코올 함량은 45도로 다소 독한 편이지만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에 마시기에 부담감이 없다. 옥로주는 누룩과 술밥에 율무가 들어간다는 점이 특징. 누룩을 만들 때 통밀에 율무를 섞고, 술밥에도 율무를 넣어 함께 찐다. 위장병 피부병 종기에 효험이 있다.
이밖에 찹쌀 멥쌀을 주원료로 해 두충 음양곽 등 한약재를 넣고 숙성시킨 '담양 추성주', 옥수수로 빚은 증류주로 맛과 향이 독특한 '춘천의 옥선주', '논산 가야곡왕주' '순천의 사삼주' '문경 호산춘' '제주의 한주' 등이 전통주로 유명하다.
전통주 '맛' 알고 즐기는 법
전통주를 고를 때는 먼저 색상을 살핀다. 맑고 황금색을 띠는 것이 좋은 술. 단 약재 등 곡물이 아닌 원료가 들어간 경우 원료의 색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색이 짙으면 맛도 진하고 오래된 술이다. 술은 오래된 것이 좋다고 여기기 쉬우나 곡물을 사용한 발효주는 만든지 100일을 넘지 않은 것이 좋다.
다음엔 냄새를 맡는다. 전통주는 크게 두가지 향이 있다. 하나는 누룩의 독특한 향으로 구수한 느낌의 냄새가 난다. 누룩향에 낯선 사람은 다소 꺼려질 지 모르나 적당한 누룩향은 전통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또 하나는 과실향이다. 과즙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잘 발효된 전통주에서는 사과향이나 수박향 등 과실향이 난다. 이 과실향은 누룩의 밀껍질 성분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향기로 저숙성시킨 약주에서 많이 난다. 반드시 냄새를 맡아보고 취향에 맞는 술을 선택하도록.
그 다음엔 맛을 본다. 전통주는 단맛, 떫은 맛, 신맛, 구수한 맛, 쓴맛이나 매운맛, 청량미 등 여섯가지 맛 중 어느 하나도 두드러지지 않고 함께 어우러진 것을 으뜸으로 친다.
전통주는 8℃ 정도로 차게 마셔야 제맛이 난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다 차게, 다소 짙은 맛과 향을 즐기는 사람은 덜 차게 마시는 게 좋다. 온도 변화가 없도록 포도주처럼 얼음에 채워두고 마시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