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작 10분 전부터 아이들이 몰려옵니다.
얘들아, 아직 시간이 안 되었거든~~ 나가서 놀다가 오너라!
해도 뭐가 아쉬운지 안 나가고 교장샘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직 수업 자료 프린트가 안되어 나가 있으면 좋겠어서, 일찍 온 아이들을 밖으로~ ! 나가게 했답니다.
오늘의 시는 윤석중의 병아리입니다.
오늘의 시를 다루기 전에 지난 시간 배운 뻐꾸기 시를 노래로 함께 불렀습니다.
어느새 다 외워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
누가 한번 외워볼까, 했더니 한나가 손을 들고 노래로 불러줍니다.
하준이는 지난시간에 아파서 못왔는데, 오늘 노래를 듣고 바로 암송을 하네요.
병아리 시를 함께 두번을 읽고,
이 시에 나오는 이야기를 물어봅니다.
독수리가 하늘에 뜨자 노란 병아리는 어디에 숨었나? 그럼 하얀 병아리는?
서온이가 '고치 채반'이 무엇인지, '숯섬'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좋은 질문이지요. 누에가 고치를 틀면 그걸 채반에 모아서 두는데 - 교장샘은 누에를 키우는 잠실에서 살았더랬지요 -
누에가 토하는 실로 만든 옷감이 비단이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비단을 잘 모르네요.
엄마들이 좋아하는 실크 스카프, 그 실크가 바로 비단이라고 하니까 아~ 합니다.
서온이가 1연의 내용이 마지막연에도 똑같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왜 그런지 묻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 되묻습니다. 똑 같은 게 두번 나오면 어떤 거 같아?
시가 더 무겁게 느껴지니 가볍고 경쾌하게 느껴지니 물으니 더 경쾌해진다고 합니다.
지난 번 시에서도 봄이 가네, 여름 오네, 잘가란 인사, 첫여름 인사, 이런 식으로 같은 말과 비슷한 내용이
똑같이 반복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시는 이처럼 반복과 변주(라는 단어는 안 썼지만)를 통해 리듬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의 미션, 나만의 패러디 시쓰기를 했습니다.
교장샘이 꾀꼬리를 주제로 윤석중 선생님처럼 시를 써봤어요.
꾀꼬리네 집
물까치 물까치 나타났다
꾀꼬리 꾀꼬리 싸워라
노랑 아빠 꾀꼬리는
소나무 뒤에서 나와라
노랑 엄마 꾀꼬리는
아카시아 앞에서 막아라
노랑 언니 꾀꼬리는
개복숭아 밑에서 치달아라
물까치 물까치 나타났다
우리 숲 꾀꼬리 싸워라.
멀리 미얀마에서 날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려는 꾀꼬리를 물까치 떼가 공격해서 내쫓지 않도록,
꾀꼬리 가족이 힘을 합쳐 꾀꼬리 집을 지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써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지키고 싶은 학교 동물들을 주제로 시를 써보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동시 창작을 좋아하는 줄 - 알았지만^^ - 몰랐습니다 (라고 쓰고 싶네요!!)
아이들이 쓴 시는 아래에 실었습니다.
아이들이 역시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동물은 지티인가 봅니다.
또 닭과 오리, 토끼를 주제로 쓴 아이도 있는데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고, 표현도 퍽 좋습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이들은 시를 꼭 발표하겠다고 하며 교장실을 떠나지 않습니다.
너도나도 먼저 시를 발표하고 싶어하는 신기한 무궁화반 친구들!
결국 연옥샘께서 아이들을 찾으러 오셔서 신속히 발표를 마무리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시 발표 후에 어제 '이소'(둥지를 떠나는 것)한 아기 딱새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모자라~ 다음 시간으로 넘겼습니다.
시를 사랑하고 시심이 풍부한 무궁화반 친구들!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