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아웃룩] 코인이 투기? 제도권 금융 불신하는 젊은 세대, 그들만의 화폐 원한다
김학주 한동대 교수
입력 2021.04.28 03:00 | 수정 2021.04.28 03:00
지난 50년간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5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남성들의 정자 수도 50% 줄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세계 경제는 살기 위해 적응해 가는 유기체다. 출산율 하락도 지난 100년간 무분별한 성장을 뒤로하고, 인류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균형을 잡아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친환경을 위해 노력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인구 줄이기일 수도 있다.
증시에 가격 거품이 생길수록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고, 젊은이들은 더 저축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빠른 길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유엔은 2100년쯤 세계 인구가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그 훨씬 전에 시작될지도 모른다. 중국은 지난해 출생자가 전년비 15% 감소했고, 투자은행 크레디트 아그리콜(Credit Agricole)은 2027년경 중국 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 문양을 새긴 금 주화. photo 셔터스톡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법인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출산율 하락 및 인구 노령화에서 오는 경제 탄력 둔화를 어떤 정책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부의 재분배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그는 조세 회피 지역도 단속한다. 이제 사람들은 세금 부담을 피해 신성장 스타트업으로 이동할 것이다. 스타트업은 아직 이익이 없어 세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세제 지원을 받는다. 한편 미래의 성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어 인적 자원이 유입될 충분한 매력이 있다. 투자할 때 신성장 분야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젊은이들이 가상 화폐에 끌리는 이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주체는 주로 젊은 세대다. 그들은 기존 제도권 화폐를 싫어한다.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긴 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졌고, 그 과정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애써 만든 가치를 기득권이 가진 비싼 자산과 바꾸기 싫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화폐와 금융 체계를 요구한다.
특히 지금의 금융기관은 새로운 부가가치 창조에 기능을 제대로 못 한다. 돈은 경제의 혈액이다. 피가 공급되어야 조직이 자라듯 돈이 흘러야 신성장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데 금융기관은 스타트업에 자금을 주기 어렵다. 고객이 맡긴 돈을 지켜야 하는 부담이 커 위험을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신성장에 더 의존할수록 제도권 금융기관의 기능 역시 더 줄어들 것이다. 금융은 점차 기관이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 업체가 맞춤형 정보만 제공하고, 의사 결정은 개인이 직접 내리는 형태로 변해 갈 전망이다. 투자자는 자기 책임 아래 위험이 있는 스타트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결국 돈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으로 흐를 수 있게 된다. 여기서는 디지털 가상 화폐가 훨씬 편리하게 쓰일 수 있다.
가상 화폐 규제, 우려보다 적을 듯
최근 디지털 그림이 거액에 팔렸다. 여기에 디지털 토큰이 사용됐다. 사람들은 예술품의 아름다움을 실물뿐 아니라 디지털에서도 느낄 수 있음이 확인됐다. 디지털 덕분에 경제가 확장된 셈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장인 제롬 파월은 “가상 화폐는 쓰임새 없이 금처럼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고 언급했지만 그 자신도 그렇지 않음을 알 것이다. 왜냐하면 질식할 수준의 저성장에서 디지털이 주는 부가가치는 단비와 같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대 까지 하락하고 암호화폐 가격이 줄폭락한 2021년 4월 23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동안 안전과 관련한 전기차의 완성도가 미흡했음에도 규제 당국은 너그러웠다. 친환경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디지털 경제 및 가상 화폐도 규제 우려와 달리 예상보다 빠르게 보급될 것이다. 이런 부분이 가상 화폐가 금과 차별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권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은 뉴욕거래소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기차에서 테슬라가 독주했듯이 가상 화폐는 비트코인이 지배하고 있다. 신성장 분야에서 선점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도 제도권의 방해 없이 초기 수요를 쉽게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의 공통된 문제는 해킹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술도 마시지 않고, 졸지도 않아 안전해 보인다. 그러나 해커를 고용하여 운전자를 죽일 수 있다.
사이버 보안 해결되면 제2의 도약
가상 화폐는 2012년 거래소가 해킹당해 10억달러(약 1조원)가량의 사기 피해가 있었다. 가상 화폐의 운영체계인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었지만, 거래 체결 속도가 느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편법으로 거래를 공증하는 컴퓨터 수를 줄여 버려 해커가 공격해야 하는 대상도 줄어든 결과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경우 가격이 한 번 더 뛰어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어 보인다. 투자자들은 문제 해결 중심에 있는 사이버 보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많은 이가 비트코인을 투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치가 오를 다양한 이유가 있는 자산에 대해 그런 표현은 의아하다. 특히 화폐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달러처럼 말이다. 마스터카드, 비앤와이 멜론 등 비트코인을 사용하겠다는 금융기관이 늘고 있고, 테슬라도 지급 결제 수단에 비트코인을 포함했다. 그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이다. 스스로 취급하며 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권이 가상 화폐 보급 속도 조절을 위해 규제 조치를 할 때마다 가격이 출렁거릴 수는 있지만, 그 변동 수위는 예상보다 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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