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커다란 책가방을 둘러맨 준호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서 오세... 아니 이 녀석이 지금이 어느 때인데 가게로 오면 어떡하냐, 너 엄마 알면 경을 치려고” 카운터를 보시던 엄마는 잠시 외출했는지 보이지 않고, 얼룩이 묻은 앞치마를 걸친 아빠가 홀로 뛰어나와 준호를 맞이한다. “아빠?” “난 아빠 가게에서 빵 만드는 기술 배우면 안 될까?” “어차피 나는 공부로 성공하기는 틀렸단 말이야.” “뭐야 이놈아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 “넌 말여, 이 아빠처럼 허구한 날 밀가루랑 씨름하면 쓰겠냐.”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데,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와 빵을 집어 들더니 계산대로 다가온다. 이때 책가방을 잽싸게 내려놓은 준호가 계산해 드릴까요? 하고 상냥하게 말을 걸자 젊은 여자 손님이 기분 좋게 현금을 내민다. 준호는 이제 고3이다. 준호가 다른 친구들은 학력고사 준비에 한창인데, 준호는 담임 선생님 몰래 교실을 빠져나와 아빠가 운영하는 빵집에 왔다. 몇 달 후, 가로수길에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시나브로 흩날리더니, 간혹 눈발이 날린다. 거리에는 캐럴송이 울려 퍼지는데, 친구들은 햄버거집으로 달려가 콜라를 앞에 두고 만화책을 돌려 보며 킥킥 대며 놀고 있다. 학력고사가 끝난 준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아빠 가게에서 주문받은 케이크를 배달하기로 엄마랑 약속을 했다. 준호 아빠의 빵집은 아파트가 밀집한 상가에 위치 다행히 목이 좋아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 손님들로 인해 가게는 잘 되었다. 아빠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직원을 줄이고 새벽 6시에 가게에 나와 빵을 성형하고 오븐에 불을 올렸다. 성탄절은 어느 동네 빵집이나 선물용 케이크는 인기가 많았다. 준호 아빠는 새벽까지 케이크를 만들어서 가게 앞에 수북이 쌓아 두었다. 준호는 성탄절을 앞두고 아빠 가게로 달려갔다. 다른 날 보다 케이크 주문이 밀려 있어, 엄마도 아빠 옆에서 케이크 상자를 접고 일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날 준호는 친구 현석과 함께 아빠의 빵집으로 갔다. 케이크 판매와 빵 판매는 준호가 맡고, 케이크 상자와 포장은 준호가 맡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늦은 시간까지 아빠를 도와 일을 하던 준호는 친구 현석과 함께 아빠가 만든 슈크림 빵을 먹으로 집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현석이 사는 동네 입구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 들러서 주윤발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리기로 했다. "너는 배우 중에 누구를 좋아하냐?" 준호의 말에 현석이 "나는 당연 성룡이 좋아." 현석은 성룡 흉내를 내면서 기분 좋은 제스처를 취했다. "우리 시대에는 그래도 멋진 형님 주윤발이 좋던데 히히.“ 거리에는 젊은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추운지 손을 호호 불며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준호의 집으로 갔다. 텔레비전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성탄절에는 눈이 내리지 않고,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매우 추웠다. 부모님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일찍 철이 든 준호는 공부보다는 일찍 기술을 배워서 남보다 먼저 성공하고 싶은 성급함이 있었다. 준호 아빠의 바람대로 3개월 후 준호는 대학생이 되었다. 결국 아빠의 반대 반대를 무릅쓰고, 제과제빵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론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고교시절에도 그랬지만, 공부와 담을 쌓다시피 했던 준호 는 강의실에서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지루했지만, 딱 한 가지는 좋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여 자 형제가 없는 준호에게 같은 학과에 입학한 여학생으로 쾌활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지민 과 친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러나 지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민아? 우리 강의 끝나고 학교 앞에 새로 생긴 당구장에서 당구 한판 어때?” ‘난 말이야 바빠. “ 흥… 지민은 단번에 준호의 제안을 거절 했다. ”학교 끝나면 집에 가서 부모님 일손 도와 드려야 되. “ 지민은 강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쌩하고 밖으로 나간다. 지민의 뒤를 졸졸 따라가던 준호는 풀이 죽어 있다 대학 생활은 동아리 활동과 과 미팅 등을 하며, 낭만을 즐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준호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처럼, 학교 앞 막걸릿집으로 달려가는 대신 아빠의 아빠의 가게로 달려갔다. 아빠 가게에는 준호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이 일하면서 아빠에게 빵 만드는 것을 배우는 기술자들이 여럿 있었다. 준호도 형들 틈에 끼어서 반죽과 성형을 하면서, 앞으로 파티시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군대 제대 후 준호는 본격적으로 아버지 밑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새로운 제과 기술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분석하고 새로운 레시피 개발에 힘썼다. 시간은 흘렀고, 준호가 하는 동네에 새로운 인테리어와 넓은 평수를 자랑하는 새로운 빵집이 생겼다. 그동안 준호네 빵집 단골들은 새로운 빵집으로 몰려갔고,준호와 준호 아버지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더 맛있는 빵과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준호는 아버지를 떠나 호텔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파리에서 유학한 기능장에게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아침 식사를 대신하는 식빵과 샌드위치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T호텔 입사 후 식음료 부문에서 서빙을 담당하는 은우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녀는 호텔관광학과 졸업 후 호텔에 처음 입사하게 되었는데, 사회 경험이 적은 은우는 직장 선배이며, 서글서글한 준호의 친절함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두 사람은 점점 친밀감이 쌓이게 되면서 서로 좋은 감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준호는 휴일이면 은우와 신촌에서 기차를 타고 백마역으로 향했다. 백마역은 80년대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했다. 또한 준호는 서울 시내 유명한 제과점을 다니면서, 신제품 출시가 되면, 맨 먼저 달려가 품평회를 하면서, 제과업계에서 꾸준하게 자신의 명성을 쌓았다. 1년 후 준호는 은우와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 후 두 사람은 자신의 가게를 꾸리기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새벽부터 움직였다. 준호가 35살이 되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가게를 오픈 했다. 준호가 파티시에가 되는 것을 반대하던 준호 아버지는,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제과점 창업 후 준호의 가게는 장사가 잘되었다. 그동안 소식이 끊어진 고교 동창이자 절친인 현석이 준호를 찾아왔다. 현석은 대학교 졸업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그만, 피라미드에 빠져서 그동안 모았던 전 재산을 모두 날리고, 부인과 이혼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준호는 현석을 직원으로 받아들였다. 오갈 데가 없는 현석을 위해 가게 근처에 작은 방을 얻어 준 준호는 현석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수해 주었다. 머리가 비상한 현석은 준호가 가르쳐준 것을 빠르게 습득했다. 어느 정도 가게가 안정되자 준호는 좋은 재료를 찾아서 직접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농수산물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사 왔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레시피 개발에 힘을 썼다. 준호는 비어 있던 옆 상가를 확장해서 젊은이들이 담소를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을 늘리고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준호는 사업에 눈을 뜨게 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빵집을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구를 했다. 자신만의 레시피와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수해 준 레시피를 가지고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빵을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고군분투한 시간을 보내다, 갑작스레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가게를 친구이자 직원인 현석에게 맡겼다. 그러나 그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꼴이 되었다. 준호가 한 달 만에 병원에서 퇴원을 하자마자 알게 되었다. 그동안 탄탄대로를 걷던 준호의 가게는 단골손님들이 길 건너편에 새롭게 오픈한 제과점으로 상당수가 발길을 옮긴 후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동안 준호 밑에 일하면서 준호의 빵레시피를 그대로 복사해서 새로운 빵집 오픈을 하면서 빼돌렸다는 사실이었다. 준호는 분했다. 가장 믿고 신뢰했던 친구인 현석이 자신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준호 아버지가 평생 동안 공부한 레시피를 모조리 가지고 가서 자신의 가게를 차린 것도 모자라 가게 인테리어며, 빵 이름까지도 똑같이 판박이로 만들어서, 가격을 싸게 책정해서 준호에게 위해를 가한 사실이었다. 준호는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은행에 대출 이자와 그동안 밀린 임대로 등으로 건물주는 명도 소송을 걸었다. 준호는 현석을 원망했지만,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준호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은행에 대출 이자와 그동안 밀린 임대로 등으로 건물주는 명도 소송을 걸었다. 준호는 현석을 원망했지만,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준호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경영이 힘들게 되자, 직원들이 하나둘 떠나고, 그동안 재료비와 가게 임대료까지 모두 체납이 되어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한번 무너진 둑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입에 대지 않던 술과 담배로 준호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살고 있던 집 마저 월세로 옮기고 나니, 은우는 매일 울면서 준호를 설득했다. 지난날의 영광을 찾으려, 일어서려 했지만.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매일 허깨비처럼 허상을 붙들고 지난 과거를 되새기던 준호는, 현실의 피로감에 벗어나기 위해 한 움큼의 약을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잠이 든 준우는 꿈을 꾸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누군가 거칠게 자신을 흔드는 기척이 들렸다. "아들? 이제 정신이 들어." 누군가 상냥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이미 수면제를 먹고 죽었는데 여기 설마 저승인가? 저승은 원래 이렇게 시끄러운가 아니야 전설에 고향에 나오는 저승은 무서운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내가 눈을 뜨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거친 손이 내 눈꺼풀을 억지로 벌리고 있다. 그리고 으악…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내 얼굴을 함부로 만지고 난리야, ”환자분 이제야 깨어났군요.“ 하얀 가운을 입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여기가 어딘가 환자라니 환자, 나 설마 다시 태어 난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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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나게 잘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