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노리 (84)-우수리와 자투리」
유 준 호
울 어머니 사랑에는 우수리가 꼭 있었지
보탬도 모자람도 아예 없이 알맞은
누구나 탐을 낼만한 자투리가 꼭 있었지
우리 어머니의 사랑에는 우수리가 꼭 있었다. 보탬도 모자람도 아예 없이 알맞은 누구나 탐을 낼만큼 자투리가 꼭 있었다. 우수리는 거슬러 받은 잔돈을, 자투리는 재단하고 남은 천을 뜻한다. 느낌이 다를 뿐 둘 다 사용하고 남은 수나 양을 말한다. 다 쓰지 않고 남겨둔, 보탬도 모자람도 없는, 거기에 꼭 맞는, 그 무엇이 어머니에게 있다는 얘기이다. 이것이 어머니의 우수리와 자투리이다.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만 어머니에게는 그지 없이 소중하다.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식은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이듯 어머니는 자식의 끝없는 그리움이다. 현 시대의 효에 대한 경종, 엇노리이다. 하잘 것 없는 것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창조하는 것, 지고지순, 이것이 바로 고품질 시이다.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88]주간한국문학신문,2023.6.2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