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근무하다 보면 작은 생명을 품고 오는 예비 엄마들의 행복한 모습과 자궁경부암이나 난소암 등에 걸린 환자들의 근심 어린 얼굴이 진료실 창밖으로 교차한다.
얼마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규칙적인 출혈이 계속되던 26세 미혼 여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검사 결과 자궁경부암 2기였다. 암이 한참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자궁을 적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성과 함께 병원을 찾아온 어머니가 딸의 미래를 생각해 자궁 적출만은 피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성만의 특권인 출산의 기회를 잃은 환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자궁경부암은 대표적인 여성 암으로 질에 연결된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전 세계 여성 암 중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며, 최근 들어 발생 연령이 크게 낮아지
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15~34세 연령대에서 갑상선암, 유방암에 이어 3번째로 발생한다. 35~64세 연령대에서 갑상선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에 이어 5번째 순서인 것과 대조적이다.
발병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생리 외의 출혈이나 통증으로 병원을 찾으면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신은 1차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접종만 해도 암에 걸릴 확률은 10%대로 떨어진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2008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인류의 발명품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있다. 구미 선진국들과 심지어 아시아권의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에서도 국가 예방 백신으로 정하여 무료로 접종해 주고 있다.
만약 백신으로도 막지 못한다면 조기 검진과 적극적인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까지 주로 사용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는 자궁경부 세포 진단 검사이다. 이를 통해 자궁경부암과 관련 있는 사망률을 70%까지 줄였고, 최근에는 HPV 검사를 조기 진단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치료로는 수술적 치료와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이 있다. 광범위 전 자궁 적출술 및 골반 임파절 절제술은 병기가 2기 초까지 가능하며, 환자의 나이와 병기, 병변의 크기에
따라 수술 방법을 발전적으로 개별화, 다양화시키고 있다.
전암 또는 미세 침윤암의 경우 자궁경부 절제술로 가임기 여성의 자궁을 보존하여 임신 능력을 유지시키고, 초기 암의 경우 복강경 또는 로봇 수술로 수술 후 통증, 입원 기간, 수
술 흉터 등 수술 후유증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성의 몸은 생명의 근원이자 한 가정의 행복 그 자체이다. 여성이 건강을 잃게 되면 가정의 행복, 사회의 행복을 지킬 수 없다. 정부 또한 여성 건강을 위한 복지 행정에 관
심을 갖는다면 그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는 1974년 WHO에서 인정받는 면역혈청 검사법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당시 부인 암 중 가장 많았던 융모상피암을 퇴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HPV 연구를 30년 동안 주도하면서 국내 역학 자료 도출, 신규 발암 기전 규명, 유전자 면역 치료법 개발 성과를 이룩했다.
• 문의: 1588-1511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
박종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