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1)
크로아 남작의 집무실로 들어온 크로아 남작과 기현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를 맞대고
있었다.
평화로운 삶에서 살던 기현으로써는 암살이라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이였다.
"샤웰후작이야. 틀림없어. 그자와 나는 오래전부터 사이가 안좋았거든. "
"두 분 사이에 무슨 좋지않은 일이 있으셨나보군요. "
"그래.. 매우 안좋은 일이있었지. 약 5년 전 내가 남작의 작위를 받던 날이였지. 샤웰후작
은 나를 굉장히 반대했어. 자신의 아들을 남작의 작위에 올리려고했었지. 그 때는 남작이 5
명이여서 딱 한자리만이 남아있었거든. 그래서 나를 엄청나게 반대했던거지. 그런데 그게 마
음대로 되지 않았어. 백성들은 이 나라의 지배층들은 실력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목청껏 외
쳤어. 물론 후작의 아들도 실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송이에 불과했지. 결국 백
성들의 힘을 입어 내가 남작의 자리에 올랐네. 그 일로 후작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모함했
어. 결국 우리 크로아 기사들이 끈질기게 증거들을 찾아서 후작의 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지.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매번 후작의 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어. 그런데도 후작은 자신을 지
지하는 세력들과 힘을 모아서 극구 부인했지. 그 덕에 아직까지도 후작의 자리에서 자신의
권리를 모두 행사하며 잘 지내고 있는거야. "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런식으로 남작님을 공격하나요?"
"글세.. 아무래도 자신은 무슨 짓을 해도 자신에게는 피해가 않간다는 무언의 뜻이 담겨있는
지도 모르지. 그러니 좋게 물러 가지 않으면 이런식으로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겠지. "
"그럼 어떻게 남작님께서 정계에서 남아 있을 수 있는거죠? 이런 일을 말 한마디로 덮어버
릴 수 있을 정도면 후작의 지지세력은 꽤 강하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들이 마음만 먹는
다면 남작님을 정계에서 물러나시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자네 말이 틀린 것은 아니네. 하지만 말했지 않나. 난 백성들의 힘을 입어 이 자리까지 오
게됬네. 그런 나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남작의 직위를 박탈한다면 백성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네. "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기현은 머리를 저으며 이 세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필
요성을 느꼈다.
"그럼 샤웰 후작은 어쌔신 길드와 관련이 있나요?"
"그래. 샤웰 후작과 그의 지지세력들은 어쌔신 길드에 60%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하고있
어. 이들이 어쌔신 길드의 돈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네. "
"어쌔신 길드에 대해 좀 알 수 있을까요?"
"어쌔신 길드는.. 음.. 우선 어쌔신 길드의 마스터는 그냥 카이라 불리는 사내야. 자세한 이
름까지는 잘 모르네. 길드의 본 아지트는 수도인 글루딘 성지에 있다고 들었고. 어쌔신 길드
는 창설 된지 3년 정도로 길드에 소속된 어쌔신들이 대략 200명 정도라고 하더군. 이들은 의
뢰를 받아 물건을 훔치거나 협박, 암살 등을 하지.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네. 더 궁금한게
있으면 정보 길드를 찾아가봐. 하지만 이 정도의 정보를 얻으려면 한 두푼가지고는 안될걸
세. 돈은 내가 줄테니 한 번 찾아가 보겠나?"
"예, 감사합니다. "
"오히려 내가 고맙지. 내가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다 자네 덕분이네. "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
"운도 실력이지. 그런데.. 자네는 어째서 그런 것을 물어보는거지? "
"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해두죠. "
기현은 어차피 그런 집단이 있어봐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해 자신의 계기도 만들겸
찾아가보기로 했다. 무식하게 200:1로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냥 마스터인 카이인가 뭔가 하
는 자가 어떤자인지만 볼 생각이였다. 이참에 마력을 다루는 법도 익혀야하는 기현이였다.
자신의 마나를 모두 개방했다고는 하지만, 그 마나를 사용할 줄 모른다면 그다지 쓸모가 없
었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이곳에서는 마나를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부탁이있습니다. "
"뭔가? 말만 하게. "
"제게 마력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마력을.. 다루는 법이라고? 설마.. 마나도 다룰 줄 모르는 건가?"
다음 날
"헉.. 헉... 헉.. 시.. 신동이 따로 없군.. 적어도 소드 마스터 익스퍼트는 되겠어.. 그 나
이에.. 정말.. 대단한 친구로군.. "
"아직 멀었습니다.. "
크로아 남작도 기현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나
도 다룰 줄 모르는 10대 청년이 자신을 이겼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했다.
기현과 크로아 남작은 아침 일찍부터 기현의 실력부터 알아보기 위해 대련을 했다.
소드 마스터 중급에 좀 있으면 소드 마스터 익스퍼트에 도달하는 크로아 남작의 패배. 순수
한 검술만으로 시합을 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나와 수련하는 다른 크로아 기사들은 그것
을 보고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크로아 남작이 졌
다. 그들은 크로아 남작의 실력을 잘 알고있었다. 전쟁 때도 같이 출전하여 항상 앞서가고,
그 때마다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크로아 남작 때문이다. 그런 크로아 남작을
저기 있는 10대 후반 정도의 청년이 이겼다. 평생을 검에 매진한 크로아 남작을. 이건 도저
히 납득 할 수도 없었고 자신들이 직접 목격하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둘 다 엄청난 스피드
로 1시간이 넘게 검을 주고받았다. 자신들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 자신들하고는 차원
이 달랐다.
"세.. 세상에.. 크.. 크로아 남작님이 지다니!!"
"이.. 이건 말도 안되. 어.. 어떻게 소드 마스터 중급의 실력자를 그것도 순수한 검술로 이
길 수가 있지? 저 녀석 도대체 뭐야?"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였고,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여긴 크로아 남작과 기현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선 마나를 느껴 보도록하지. 자네의 몸 아무 부위에나 정신을 집중해보게. "
기현은 크로아 남작의 말대로 손에 정신을 집중했다.
스스스스스스스
"오오오..."
퍼엉
"아.. 아이고.. 나죽네.. "
"어떻게.. 된거죠?"
"혹시나 해서 말해봤는데 혹시나가 역시나구만."
기현의 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크로아 남작과는 달리 기현은 멀쩡했
다. 옷에 구멍이 좀 난 것을 빼면.
"너무 금방 익히는구만. 저기 저 기사들은 5년 이상 검을 잡아서 마나를 다루게 됬는데 자네
는 하루만에 다 익혀버리겠구만. 저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너무하는군. "
"....."
"너무 오래 마나를 끌어모았어. 손이라는 부위에 모을 수 있는 마나에도 한계가 있지. 그런
데 자네는 그 한계를 너무 뛰어 넘어선 마나를 끌어모았기 때문에 마나가 더 이상 모이지 않
고 터져버린거네. "
"저는 왜 멀쩡하죠?"
"자네의 마나이기 때문이지. 자네만의 마나. 자네가 마나고 마나가 자네라는 것을 잊었나?"
기현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기현과 마나는 한 몸이라는 소리다. 기
현이 마나를 공격 할 수 없듯이, 마나도 기현을 공격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네의 마나가 아니라면, 자네도 타격을 입을 것이네. 아까는 자세히 보지 못했는
데.. 다시 한번 해보겠나? 손에 적당한 무게감이 생기면 눈을 뜨게. "
크로아 남작의 말에 기현은 다시 한번 손에 정신을 집중했다.
스스스스스
약간의 무게감이 잡히자 기현은 눈을 떴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집중력은 급격하게 떨어졌
고, 더 이상 마력은 응집되지 않았다.
"오오오오오오오.... "
"에.. 왜그러시죠?"
"마... 마법이야!! 마법이라고!! 검사가 마법을 사용하다니!! "
"마.. 법.. ?"
"그.. 그래!! 소.. 속성은 없지만 순수한 마나의 결정체. 마법일세. 마나를 처음 다루는 사
람이 마법까지 사용하게 되다니.. 이건 정말 상상 이상이군.. "
주변에 있던 기사들은 완전 얼어붙었다. 자신들보다 어린놈이 검술로도 모자라서 마나를 처
음 사용하는 주제에 마법까지 사용하게 되다니. 도저히 자신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인
물이 탄생한 것이다.
"마력이라는 것이 원래 마나를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기현 군은 몸 전체가 마
나와 동화 되었으니 계속 마나를 느끼고 있을걸세. 다만 인식하지 못할 뿐. 그리고 마법은
더 나아가 엄청난 집중력으로 체내의 마나를 움직여야하는 고도의 마력술이지. 자네처럼 마
력 응결체로 마법을 만들 수는 없어. 무엇이든 속성을 부여해야 가치가 생기는 것이지. 그런
데 자네는 그것 또한 무시했어. 모든 것은 자네와 완벽하게 동화된 그 마나가 원인인 것 같
네. 마법이란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자연과의 친화력이 가장 중요한데 자네는 마나와의 완벽
한 동화로 그 친화력 또한 상당하다는게 내 생각일세. 그 때문에 마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
며 나아가 마법으로 변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지.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난 믿
어 의심치 않네. "
"그럼.. 저는 단지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마력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인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네. 보통 사람들은 평생을 검술이나 마법 둘 중 하나에 매진해도 그
쪽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가 힘든데.. 자네는 검술 뿐만 아니라 마법에도 뛰어난 소
질을 보이고있어.. 역사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
크로아 남작은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주변에 굳어있는 기사들보다는 훨씬 양호한 편이였다.
주변의 기사들은 똥씹은 표정으로 동상을 재연하기라도 하듯, 완벽하게 굳어있었다.
성문 앞.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
"이 친구가 뭘 모르는군. 어쌔신 길드의 정보라면 정보길드에서도 위험을 감수해야하네. 그
정도의 정보를 구입하는데 100골드라도 될지 알 수가 없을 정도야. 더 필요하면 말하게. "
"....."
크로아 남작은 기현에게 무려 100 골드라는 거금을 주었다.
크로아 남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돈을 받지 않으면 귀찮아 질 것이 뻔했기에 기현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돈을 받았다.
"정보길드는 어디에 있죠?"
"이 성을 나가서 앞에 있는 길로 쭈욱 내려가면 시장이 보일거야. 거기서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 3층짜리 건물이 있네. 간판에 '정보교환소'라고 써있으니 찾는데 어려움은 없
겠지. 그런데.. 도대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무엇인가? 설마 혼자서 어쌔신 길드를 상
대로 한번 해보자는 그런 무식한 짓은 아니겠지? 자네가 아무리 강해도 어쌔신길드가 그렇
게 만만하지는 않아. "
"그런 것은 아니니 염려 마십시오. "
"그럼 다행이군.. "
"그 동안 신세 많이졌습니다.
"무슨소리. 자네 덕분에 세상이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네. 나야말로 고맙지. "
"하하.. "
"기현, 잘 가요.. "
"아가씨,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뵐 땐 멋진 숙녀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
"우리 레니도 조금 있으면 결혼할 땐데.. 그 때 당신만 좋다면 우리 레니와 결혼을..."
"어머니! 그런건 실례에요. "
"어머, 그런가.. 내가 너무 솔직해서 그런거니 신경쓰지 마세요. "
기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크로아 남작가와 멀어졌다.
크로아 남작의 말대로 길을 따라 직선으로 5분 정도를 걸으니 재례시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
는 시장이 나왔다. 대충 1~2층 짜리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그곳 사이에 한 층 더 높은 건물
이 나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를 깎아 만든 간판에는 '정보교환소' 라고 적혀있었기에
기현은 문을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 옆에는 여직원이 서있었다.
"정보를 사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죠?"
"무슨 정보를 원하시죠?"
"어쌔신 길드의 정보를 구하고 싶은데요. "
"에... 예!?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쌔신 길드의 정보를 주시죠. "
"아.. 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그러더니 여직원은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어떤 남자를 데리고 나왔다.
"어쌔신 길드의 정보를 원하신다고요?"
"예."
"제정신이십니까?"
"뭐가 잘못됬습니까?"
"됬습니다. 어쌔신길드의 정보는 팔지 않겠습니다. 이만 나가주시죠. "
툭
"100골드입니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100.. 100골드!!"
"어쌔신 길드의 본 아지트는 정확하게 어디에있습니까?"
"글루딘 성지의 정 중앙에는 Hot Water 이라는 술집이 있습니다. 그 술집은 그냥 평범해 보
이는 대형 술집이지만 그곳 건물 1층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어쌔신들의 아지트입니다."
"어쌔신들의 움직임은?"
"요즘 샤웰 후작이 또다시 크로아 남작 암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소. 어쌔신길드에
의뢰를 할 것은 뻔합니다. "
기현은 그것이 얼마전 있었던 어쌔신 사건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다른 움직임은 없습니까?"
"우리 정보길드에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그것이 전부군요. 각종 잡다한 의뢰가 들어오긴
하지만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합니다. "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쌔신 길드 마스터의 본명이 뭐죠?"
"그건.. 아무리 알아내려고 해도 정보를 캘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기현은 그래도 길드 마스터 정도의 사람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보려 했지만 정보 길드에서 조
차 모를 정도면 직접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는 돈을 넘기고 브리트 제국의 지도
를 얻고 나와 글루딘으로 향했다. 상세지도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크로아 성지에서 글루
딘 성지까지 가는 길에 도시가 2개나 더 있는 것을 보곤 꽤나 먼 거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
다. 기현은 크로아 남작이 자신에겐 여행경비에 보태라고 따로 준 돈 10골드로 건빵, 물통,
육포 등을 사서 배낭에 넣고 배낭을 짊어지고 글루딘 성지가 있는 북쪽 성문으로 나가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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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슬레이어 [크로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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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27 21:0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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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재밌네. 오랜만에 오는건데 소설이 하나라니...아무튼 힘내서 쓰세요.
넵 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