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9,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2020, 총 337쪽
영국의 가디언紙가 우리나라에서 영화 바비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The fear of being labelled feminist is real’: Barbie movie flops in South Korea.
Critics point to patriarchal society where feminist themes can still be regarded as taboo."
[페미니스트라는 딱지가 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이다': 한국에서 바비 영화는 실패다. 페미니스트 주제는 여전히 금기시될 수 있는 가부장적 사회라고 비평가들은 지적한다. ]
과연 외국 기자가 우리나라를 바로 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나는 영화 바비가 개봉하는 날 영화 바비를 보러 갔다. 바비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갔을 때는 차가 너무 많아서 롯데 시네마 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했다. 그런데 그 다음 주 바비를 개봉하는 날은 주차장이 한산했다. 마고 로비가 우리나라에 와서 핫핑크 수트와 드레스를 입고 또는 한복을 입기까지 하면서 그렇게나 왁자지껄하게 광고를 했는데도 한국에서 바비는 흥행에 실패했다. 바비영화에서 바비는 말했다.
"왜 여자는 집안 일도 잘하고 회사 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다 잘해야 하는 거지? 우리도 한 가지만 잘해도 돼. 한 가지만 잘해도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아야 해." 라고 주장한다.
1991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여자 월드컵이 호주에서 요즘 한창 진행 중이다. CNN에서는 연일 2023 여자 월드컵 소식이 메인 뉴스로 등장하는데 우리나라 YTN에서는 아직 나는 여자 월드컵 뉴스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 심시선씨의 이야기가 소설로 쓰여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지극히 고집스런 가부장제가 번듯하다. 또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여자들이 가슴이나 엉덩이를 드러내고 캠페인을 벌이거나 식당에서 남자들과 욕을 하면서 싸우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나는 반페미니스트( 反feminist)가 아니고
나는 반페미니스트 (半feminist) 이다.
열정적으로 페미운동에 나서지는 않지만 여성의 권익을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을 꼼꼼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모두 시선씨네 가족들처럼 나름대로의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마티어스가 시선씨에게 하와이를 떠나 독일로 가자고 제안할 때 시선씨는 선뜻 따라갔는데 나라도 그렇게 했을까?
마티아스와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동거 생활 속에서 시선씨는 그를 벗어나 혼자만의 삶을 개척하는데 나도 그럴 수 있었을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조제프 리씨와 살다가 조제프씨가 독일로 돌아간 뒤 시선씨는 다시 홍씨와 결혼을 하는데 나라면 이렇게 재혼을 할까?
작가는 1950년 대부터 시작되는 시선씨의 삶을 남성중심의 거부장제에 맞서는 도전적이고 독립적인 삶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시선씨의 3녀 1남과 그 손녀3, 손자1의 삶까지 쭉 엮으면서 우리 시대의 여성과 남성이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장면들이 이 소설의 중심 축이다.
지난 달에 읽은 책 [언어의 높이 뛰기]에서 발전한 언어의 감수성 덕택에 이 책에서 한 가지 느낀 바가 뚜렷하다. 그래도 모계사회라고 자처하는 이 집의 큰 사위 입에서
"처제! 처제!"
라는 외침이 나올 때에는 우리가 어디서 부터 어떻게 우리 자신을 깨워야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과 말로 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내가 해야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아야 한다.
첫댓글 처제! 처제! 말고
어떻게 하면 半feminist ...
왜 남편의 남동생은 도련님!이고
남편의 여동생은 아가씨! 인데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이고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인거죠?
모두 좋은 이름을 부르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