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계속 중산리계곡을 끼며가는데 계곡엔 갈수기인지라 수량이 적다..가끔지나가
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홈바위근처에서 몸이완전히 풀려서 산행초입보다
한결 몸이 가볍다..얼어붙은 유암폭포를 지나고부터는 아이젠이 필요했다..난 두
스틱을 이용 아이젠없이 운행하다가 장터목1km부근부턴 아이젠없인힘들것같아 착용
한다.. 그사이 어느새따라붙으신 아저씨두분중 한분께 역전을 허용한다..
마지막1km는 빙폭을 거슬러오르는 느낌이들정도로 아찔했지만 그리 힘들지않게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한다.(16:40)
나중에 모포수령시에도 이 담배는 빛을발하며 모포두장을 공짜로 빌렸다..아저씨
백무동까지 배달할거없어요??
저녁을 해먹고 반야봉왼쪽에걸쳐진 낙조를 바라보며 깊은생각에 잠겨도본다..
날씨는 최고다.. 밤하늘의 별을 세어도보고(너무많아 다못셈) 앞으로의 인생의
각오도 다져도본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내자리로오니 옆에한분이 누워계신다..아주피곤해보이시길래
저녁은 드셨냐고물으니 드셨다고하신다..한40대후반쯤되보이시는 분인데 대전에서
오셨고 중산리출발 법계사경유 천왕봉을오른후 오셨다고한다.. 서로 이런저런얘기
를 나누다 20시30분 소등후 내일산행을 위해 취침을한다....
연하봉에올라 연하선경이란말을 실감한다..지리10경에 들만하다..몇개의 봉우리를
넘어 촛대봉에 오른다..이곳에서 바라보는 장관도 일품이다..특히 세석고원에
자리한 세석대피소는 영화의 한장면처럼 느껴질정로로 아름답고 운치있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여 이른점심을 해결한다..아침 아저씨두분도 계셔서 같이
붙여 먹는다.. 아저씨 어디서 올라오셨어요? 라고 물이니 아저씨는 어제 같이 올
라왔잖어.젊은이가 기억력이 왜그랴?하시며 웃으신다..난 할말이없길래 아저씨 썬
글라스벗어서 못알아뵜다고 둘러댔다..아저씨두분은 화엄사까지 종주중이시랜다..
이분들과 즐거운점심식사를 마치고 백무동을향해 출발한다..백무동코스는 그동안
가고싶어하던코스라 기대가컸다..칠선계곡다음으로 제일 험한코스고 현재는 지리산
북쪽이라 적설량도 많을거란 기대에 일부러 세석가지와서 내려가는것이다.(11:20)
백무동의 지명도 재미가있다. 백무동은 천왕봉 성모사를 관리하기위해 100명의 무당
이 살던곳이라고도 하고, 혹은 항상 흰 농무가 끼어있는 곳이라 백무동이라하나
지금은 白武洞이라 쓴다.
700m정도는 엄청난 급경사지대이다..이때마침 올라오는 팀이 두팀이있었는데..
나보고 부럽다고했다..이길로 안올라온게 다행이라고할정도로 급경사였다..내려오다
발을 헛딛여 눈에빠졌는데 허벅지이상으로 빠지는 눈은 하산내내 날 긴장시켰다..
최상류 첫번째폭포에 다다랐다.. 폭포밑에 바로 지나는길인데 왜 백무동길이 호우시
통제되는지 알수있었다.. 그이후 계속 계곡을 이리저리건너는데 인공다리가있는곳
도있고 없는곳도있어서 비가많이오면 상당히 위험할거라 느꼈다..
얼마간을 내려왔을까? 아까부터 계속 사람소리비슷한게 들리는데 한참을 내려와도
사람모습은 보이질않는다..분명 밑에서소리가났었는데.. 영신봉쪽에서 발원한 계곡
을 지나 얼마지나지않아 사람한명이 앉아있다.. 아 이사람이었구나,, 목소리 참으로
크다..알고보니 여기서 계곡 어이~ 어이~하면서 소리를 내고있었다.. 나도 마침 쉴
참으로 서로 혼자왔다는걸 알게되고 복장이 부실해보이길래 1박했냐고 물으니
어제 백무동에서 15:30분에 출발해 해지기직전 장터목에서1박후 천왕일출보고 세석
경유해서 내려오는길이랜다.. 1박준비도 안돼있어서 밥은먹었냐 물으니 빵이랑 간식
으로 대신했다고한다.. 마침 나랑동갑이라(81년생 닭띠) 우린 금방친해질수있었다.
아직 한신폭포도 훨씬못미쳤으니 한참동안 같이 가겠구나라고생각하며 이런저런얘기
도 하고 우리또래관심사는 제쳐두고 산얘기와 경치구경 내가아는 지리산전설을
얘기하며 즐거운하산길에 올랐다..
종석이는 지리산바래봉밑 남원 운봉에사는데 그냥 feel이 꽂혀서 백무동에 왔다고
한다. 그러다 장터목으로 갈맘이생겼고 그냥오르려했는데 공단직원이 시간도
늦었고 장비도부실하여 통제를했다고한다. 여기까지온게아까워 근처에서 아이젠을
사서 올랐다고한다.. 또 놀라운건 랜턴없이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일출을 보기위해
혼자서 갔다고한다.. 난 대단한 배짱이지만 산에선 배짱은 곧 그만한 희생을 치른다
는 말을해주며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얼마를 지나 한신폭포를 지나고 오층폭포를 지났다..겨울이라 모든게 눈으로 덮여
있어 멋진모습은 볼수없었지만 수량이 많으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을했다. 계곡을
따라 얼마내려오니 가내소폭포와 한신지계곡갈림길에 다다랐다..
내리막길이었지만 계곡도 여러번 건너고 상당히 험했다..여기서 우린 물도마시고 간 식도먹으며 휴식을취한다. 장터목으로오르는 한신지계곡은 철망이 가로막고있었다..(13:25)
내려가면갈수록 백무동의 계곡물소리가 들리기시작하며 계곡은 켜져갔다.
첫나들이폭포를 지나 조금내려가니 아줌마아저씨들이 밥도주셔서 밥도먹고 떡도먹
었는데 시장기가 있던 지라 정말 맛있었다.. 첫나들이폭포이후론 길도 넓다.
이길은 60년대말 도벌꾼들이만든 산판길이라 한다. 마을이 보이기시작하고 민박집
도 보인다. 지리산행이 막을내리는 순간이다. 백무동주차장에서 함양행버스시간
을 확인하고 지리산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주차장앞에 빨치산관련
게시판이있었는데 백무동이 빨치산의 은신처였다는것과 토벌대에 쫓겨 집단동사
했다는 사실에 그럴만하다고생각이들었다..
스트레칭을하고 잊지못할밤을 선사해준 수렴동대피소와 작별을 한다..(08:00분)
구담을 돌아 시작부터 만만치않은 계곡길이시작된다.. 수렴동계곡과는 다르게
구곡담계곡은 계곡폭이 좁으며 더욱더 절경을 뽐낸다..
길은 아이젠없인 위험할정도로 빙판이다..잘못하다간 저밑 계곡으로 추락하겠다..
이럴땐 정신통일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만수담을지나 백운동계곡초입을 지나
계곡을 더욱깊이 들어갈수록 천하제일의 절경을 뽐낸다.. 왼쪽으로 용아장성이 보이
기 시작하고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나며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고 눈이 발목이상차오
르며 숨을 헐떡이다보면 어느새 쌍폭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바라보니 내설악의 전경은 세상어디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없을정도다.. 얼
어붙은 쌍폭을 뒤로하고 또다시 오름길을 재촉한다..봉정골입구에서 계곡길과 작별
한후 사자바위까지 수직의 오르막을 친다.. 사자바위를 돌아 봉정암에 도착한다.
(11:25분)
봉정암에 배낭을 벗어놓고 탑으로 향한다. 11월 오대산적멸보궁때와 마찬가지로
1000원을 시주한후 부모님의 건강함과 동생의 이라크파병안전을 기원해본다..
탑뒤 벼랑을 올라가본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뒤를돌면
소청 중청그리고 서북주릉이 길게 이어져 귀때기청봉에서 솟구친다..
중청의 식수부족을 인지하고 봉정암에서 수통에 물을 보충하고 소청대피소로 향한다.
엄청난 바람과 눈의양에 또한번 놀란다..등산화속으로 눈이들어갈정도라 스패츠를
착용한다.. 비행기소리를내며 바람이부는데 몸을 몸가누겠다.. 그나마 바람을 등지고
있기에 올라갈만하다..
소청에서 중식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내설악관망후 다시 소청을향해오른다.. 이쯤되면
봉정골입구부터 계속오르막이기에 대부분지치게 된다.. 페이스조절이 필수다..
소청에 올라가 중청으로 발길을 돌린다..
경치구경은 남얘기다.. 지금은 살기위해 중청대피소로 가야한다.. 내설악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옆구리를 강타해 우릴 동해바다로 날려버릴기세다.. 몸이 바람에 들린
다는 표현이 어울릴듯하다.. 생전 이런바람은 처음이다.. 소청매점에서 아저씨말씀이
일년동안 이런바람은 처음이라한다..
첫댓글 쥔장님의 어명을 따라야죠^^
김사웅님 이해 감사합니다...사진 올리시는 법도 배우셧으니 앞으로의 님의 산행기가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