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탄면 '보광사(普光寺)'
통일 신라시대에 건립된 천년 고찰
영조의 사모곡(思母曲)이 스며있는 곳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보광사는
통일 신라시대 말기인 894년에 건립된 천년 고찰이다.
파주와 고양, 양주의 경계를 이루는
산 중의 하나인 고령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보광사는 조선시대 영조의 어머니이자
MBC 드라마 ‘동이’의 주인공인
숙빈 최씨가 잠들어 있는 소령원의 원찰로
왕실의 시주가 구한말까지 이어진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과 6.25때 불타긴 했지만,
대웅보전 등 전각들과 왕실의 손길이
머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보광사의 역사에 관한 기록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대웅전에 있는 인조 12년(1634)에 만들어진 범종인
‘숭정칠년명동종(崇禎七年銘銅鐘)’의 명문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데
절의 역사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기도 하다.
기록에 의하면
보광사는 신라시대인 894년(진성여왕 8년),
왕명에 의해 도선국사(道詵國師)가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창건했다.
고려시대인 1215년(고종 2년)
원진(圓眞)스님이 중창했으며,
법민(法敏)스님이 목조불보살상 5위를 조성하여
대웅보전에 봉안했다.
1388년(우왕 14년)에는
무학(無學)대사가 중창했다는 것도 전해진다.
이후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1622년(광해군 4년)에
설미(雪眉), 덕인(德仁) 두 스님이
법당과 승당을 복원하고 도솔암(兜率庵)을 창건했다.
1634년(인조 12년)에 범종인 숭정칠년명동종 봉안 불사가 이루어졌다.
1667년(헌종 8년) 지간(支干), 석련(石蓮) 두 스님이
대웅보전, 관음전 등을 재건하는 등 절을 중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보광사에는 대웅보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3호)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전각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으나,
대웅전과 만세루 정도가
숙빈 최씨의 원찰이 되었을 때
중건 또는 창건된 건물이다.
대웅전은 팔작지붕에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조성된 비교적 큰 규모의
전각으로 다포계 양식의 팔작지붕이다.
기둥 위에는 안초공을 두어 창방머리를 감싸고 있으며
내,외 삼출목(三出目)의 공포를 두었으며
외부로 나온 쇠서(牛舌)는
연꽃과 연봉을 초각(草刻)하였고
내부에는 운궁형(雲宮形)으로 조각하여
매우 화려하게 장식하였으며
단청도 잘 남아 있다.
지금의 전각은 1740년(영조 16)에
새로 중건된 것이라고 한다.
현재 걸려있는 대웅보전 현판은
영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대웅보전과 만세루는 영조가 중수한 이후
6.25전쟁 당시에도 불타지 않고
현재에 이르고 있는 만큼
영조의 손길이 묻어 있는 특별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웅보전 내부에 모셔진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대웅보전 편액 등을 보면
자연 본래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대웅전의 가장 큰 특징은
외벽이 흙벽이 아닌 나무 판벽으로 되어있으며,
건물 동, 남, 북 삼면의 판벽 가득히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민화를 연상케 하는 이 벽화들은
19세기 후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내로 들어서는 방향에서 먼저 눈에 띄는 벽화가
북쪽 우측에 그린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이다.
벽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코끼리는
매우 다부진 외형이다.
굳건하게 땅을 딛고 있는 네 발,
날렵하고 강인해 보이는 눈매는
등에 앉은 보현보살만큼 호방한 기세를 뿜어낸다.
왼쪽에 있는 그림은 고해(苦海)를
건너는 중인 백의관음보살의 모습이다.
건물 뒤로 가면 벽면 가득 그려진
연꽃대좌 위의 동자와 보살, 아미타부처님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얼굴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남쪽 벽면에는 사자를 탄 문수보살 벽화가 있는데
보살을 태우고 느긋하게 뒤를 돌아보는 사자의 모습도 흥미롭다.
한편 보광사는 조선후기에
사격(寺格)과 관련해 매우 큰 변화를 겪게 된다.
1740년(영조 16년)에 숙종의 후궁이자
영조 임금을 낳은 숙빈 최씨의 묘소인
소령원의 원찰이 되는 것이다.
전북 태인에서 태어난 숙빈 최씨는
어릴 때 역병으로 가족을 잃고
친척 집에 얹혀살다가 숙종의 계비였던
인현왕후 민씨를 따라 궁궐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청소 따위를 하는 무수리로 지냈으나
후궁의 위치까지 올랐고,
25세에는 연잉군 이금(영조)을 낳았다.
그러나 숙빈 최씨는 궁궐에 사는 동안
이러저러한 정쟁에 시달려야 했고
왕의 어머니가 된 후에도 후궁에 머물러야 했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를 향한
영조의 효심이 지극해서인지
소령원에 친필 비문을 새겼으며,
모친의 혼을 보광사에 모셔
극락왕생을 빌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사찰 경내에는
숙빈 최씨의 위패가 봉안된 어실각이 있으며,
그 앞에는 제법 우람한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령 300년이 넘은 이 향나무는
영조가 어실각을 조성할 때
함께 심은 나무라고 전해진다.
멀리 한양에 있는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를 지켜주길 바람을 담았던 것일까?
어실각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망토를 두른 장군을 연상케 한다.
대웅전 맞은 편에 있는
만세루 툇마루 처마에는
‘목어(木魚)’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지냈을 만큼
낡고 허름해 보이지만 불교의 세계를 볼 수 있다.
목어는 불교의식에 이용되는 범종과 비슷하며,
누에 걸어두고 예불을 볼 때마다
목어 안을 두드린다고 한다.
머리는 용, 몸과 꼬리는 물고기를 닮은 모양이다.
목어가 걸려있는 만세루 바로 옆에는 범종각이 있다.
그 안에 걸려있는 ‘숭정칠년명동종’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8로 지정된
조선 후기 범종으로 보호를 위해
진품은 대웅전 안에 보관하고 있다.
이 종은 전체 높이 98.5cm의 중간 크기 종으로서
입체감과 안정감이 있으며,
조선 후기 범종 양식을 갖추고 있다.
사찰의 가장 높은 지대에는
마치 연꽃 위에 떠있는 석불이 있는데
1981년 조성한 높이 12.42m의 호국대불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대자연 속
고령산에 세워진 석불상은 웅장함 그 자체다.
호국대불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쉬어가라는 배려도 고마운데
평안을 빌어주는 부처님까지 눈앞에 서계시니
근심과 욕심은 사라지고 마음은 고요해질 수 밖에….
석불전에 올라 석불상과 등을 지면
계단 밑으로 탁트인 아름다운 보광사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호국대불을 모신 석불전 옆 다리를 건너면
고령산 안의 암자 도솔암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
석불전에서 700m 거리다.
경사가 다소 가파르고 노면이 고르지 않지만
산사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싶다면 올라가봄직하다.
절을 한 바퀴 돌아봤다면
지장전과 원통전 사이에 있는
남쪽 담장 문으로 나가보자.
개울의 낭랑한 물소리를 들으며
비탈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전나무 쉼터라는 표시판을 세운 숲 입구가 나타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울창한 전나무 군락은 보광사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근사한 병풍 역할을 한다.
숲으로 들어서면
나무들 아래 여러 개의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피톤치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숲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절과 맞닿아 있기에 바람이 불적마다
풍경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보광사에는 유독 풍경이 많아서
화음을 이룬 풍경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산새들이 지저귐은 곧 노래가 된다.
이방인은 그저 장단만 맞추면 그만이다.
치유의 숲이 따로 없다.
아름다운 고령산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보광사는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곳곳의 사찰 흔적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년 내내 피톤치드를 머금고 있는
전나무 숲 아래 자리한 보광사는 힐링 그 자체다.
석불전과 전나무 숲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
편안하게 숲속을 거닐며 힐링할 수 있다.
또한, 고령산 둘레길을 끼고 조성된 산책길은
한여름에도 강한 햇볕을 피해
전나무 숲에서 여유와 힐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하늘 높이 곧게 쭉쭉 뻗은 전나무 숲속 안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또 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또 보광사를 끼고 주차장 옆까지 흐르는 계곡에는
산책하기 좋은 나무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계곡은 평소에는 수량이 그리 풍부하지 않으나,
비가 온 후에는 물이 많고 시원하고
수심이 얕은 편이라
여름철에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여
사찰도 보고, 계곡에 발 담그기에도 좋다.
보광사를 품고 있는 고령산은 높이 621.8m로,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와 영장리,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장흥계곡에 걸쳐 있으며,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높이가 별로 높지 않으나,
경기도 북서지역에서는
감악산(675m)과 더불어 가장 높은 산으로 꼽힌다.
북쪽으로 양주시가,
남쪽으로 북한산 백운대가,
동쪽으로 불국산, 사패산, 도봉산 등의 봉우리가 있다.
보광사에서 고령산 정상인 앵무봉까지의 산행 시간은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여유가 있다면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산행 코스> 보광사 → 도솔암 → 헬기장 → 정상(앵무봉) → 서릉 → 전망대 → 보광사
【보광사 관람 안내】
*위치 :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보광로474번길
*개장 시간 : 별도의 개장 시간 제한 없음.
*입장료 : 없음
*주차료 : 무료(주차공간이 매우 넉넉함)
*인근 관광지 : 마장호수(출렁다리),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방문일 : 2022년 10월4일, 화)
첫댓글
꼭 가보렵니다.
네, 시간되시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가을과 여름에 오시면 좋습니다. ^_^
보광사에 관해
많은것을 알게 되었네요ᆢ
세세한 안내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포스팅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찾다보니 보광사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저로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_^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도솔암 오르는 길도 호젓하고 좋지요.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포스팅하면서 새롭게 많이 알았답니다. 감사합니다.
한때...
보광사 벽화에 꽂혀 자주 들락 거렸지요.
그 옆 보리밥집까지.
ㅎㅎ 가봐야겠어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저는 보리밥보다 산채비빔밥을 좋아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