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지 확인해 봅시다
최광희 목사
한 페이스북 친구가 롯데월드타워 사진을 올려놓고 언제쯤 저길 올라볼 수 있는지 혼잣말을 써 놓았다. 연세도 있고 지위도 있는 분인데 어쩌다 보니 아직 올라갈 기회가 없었나 보다. 그러자 댓글 창에는 곧 올라갈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격려, 자기 손을 잡고 같이 오르자는 재미있는 말, 그리고 높은데 오르면 어지러울 것이라는 농담 등이 올라왔다. 그리고 댓글 가운데 눈에 뜨이는 하나는 “올라가 봐야 별것 없다”는 말이었다.
가벼운 농담으로 했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별것 없다’는 그 말에 내 눈이 멈춘 이유는 내 마음에 거슬렸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말하는 그분은 과연 롯데타워에 올라가 보았는지 알 수 없지만 123층에 오르는 경험이 별것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것을 별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한 고마운 친구의 배려로 123층에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서울 전역이 발아래로 보이는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기회를 만들어 좋은 분들과 함께 또 오르고 싶다. 그렇게 신선한 경험이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은 달이나 화성에 다녀와야 감동할 수 있으려나?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의 감동을 오래 기억한다. 태국의 방콕, 호주 시드니, 작은 섬 사이판, 중국 베이징에서 만리장성에 오른 느낌과 장가계의 어마어마한 바위들, 시안의 병마용갱을 본 경험 등은 시간만 주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고 싶다. 여러 여행 경험 중에 백미(白眉)는 이스라엘에서 성경의 현장을 학습한 경험과 그랜드 캐니언에서 홍수의 증거를 공부한 감동이다. 여유와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누구나 한번은 꼭 가 보라고 하고 싶은 경험들이다.
그랜드 캐니언을 쉽게 가기 어렵더라도 롯데월드타워는 마음만 먹으면 웬만하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여름에는 휴가를 동해안으로 가는 대신에 서울을 휴가지로 정하고 롯데타워도 올라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굳이 해외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 안에도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너무나 많다. 거제도 몽돌 해수욕장에서 파도가 밀려왔다가 쓸려 내려갈 때마다 촤르르 자갈들이 구르는 소리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갈대들이 바람에 춤을 추는 장관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 여수 밤바다에서 케이블카를 올려다보는 경험도 얼마나 낭만적인지 모른다. 목포 삼학도 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까지 가서 해상으로 연결된 해안데크를 걸어보는 것도 매우 낭만적인 경험이다. 태백의 바람의 언덕에 오르면 한여름에도 춥게 느껴지며 대형 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는 가히 위협적이다. 꼭 스키를 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곳곳에 즐비한 스키장 꼭대기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맛있는 것도 정말로 많다. 한 친구 장로님의 배려로 호텔 뷔페식당에서 식사한 경험은 여러 해가 지나도 잊을 수 없지만, 대학가 앞 소박한 순댓국밥집에서 모듬순대와 묵은김치를 함께 먹는 것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경험이다. 이런 소확행을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호텔 뷔페식당에서의 식사도 별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경험을 별것으로 느낄 수 있고 행복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가슴이 뛰는 사람이고 또 새롭고 신나는 경험을 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남의 말만 듣고 별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별것이 있는지 없는지 직접 가서 확인해 보자. 그러면 틀림없이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와 보지 않았으면 후회 안 할 뻔했네.”
(흔히 ‘후회할 뻔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와 보지 않은 사람은 좋은 줄도 모르니 후회조차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후회 안 할 뻔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