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라도 지역의 음식
전라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로 풍부한 곡식과 해산물, 산채로 다른 지방보다 월등하게 음식에 정성을 들이며 음식이 매우 호사스럽다. 특히 조선 왕조 전주 이 씨의 본관이 되는 전주를 비롯하여 전라도의 여러 곳에서 부유한 토족들이 대를 이어 좋은 음식을 전수하고 있으므로 어느 지방도 따를 수 없는 풍류와 맛의 고장이라 하겠다. 쌀과 보리가 풍족하여 쌀, 보리밥을 주로 먹고 해물과 깊은 산의 귀한 산물들을 고루 잘 써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전주 지방의 콩나물은 맛있기로 이름 나 있다. 전라도 지방의 상차림은 음식의 가짓수를 많게 하여 상위에 가득 차린 음식으로 외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전라도는 기후가 따뜻하여 음식의 간은 센 편이고 고춧가루도 많이 써서 매운 편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젓갈의 종류가 많다.
전주비빔밥
전라도 음식 가운데서 가장 널리 전국에 퍼진 음식이다. 이곳에서 나는 풍부한 산물을 골고루 넣은 비빔밥은 농가의 아낙네들이 들에 밥을 이고 나갈 때에 밥과 찬을 두루 담아 가는 것이 힘들어서 생각해낸 것으로 여겨진다. 곧 큰 옹배기 같은 그릇에 밥을 넣고 그 위에 찬을 고루 담은 다음 고추장을 얹어 논이나 밭으로 가져가서 밭둑에 앉아 먹었던 것을 비빔밥의 시초로 보고 있다. 지금은 전주비빔밥이 재료도 다양해지고 동그릇에 데우는 따위로 고급화되어서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전주비빔밥에는 철에 따라 여러 가지 나물을 얹고 청포묵과 육회도 넣는다. 밥을 지을 때 육수로 짓기도 하며 콩나물 맑은 탕을 빼놓지 않고 곁들인다.
홍어어시욱
홍어의 껍질을 벗겨 꾸덕꾸덕하게 말린 다음 짚을 사이에 넣고 쪄서 양념장에 찍어 먹거나, 아예 양념장을 듬뿍 발라서 찌기도 한다. 말린 홍어를 불려서 쓰기도 한다.
송정의 홍어찜
홍어는 항아리에서 꺼낸 뒤 깨끗하게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 부위별로 다듬어 요리를 하거나 저장한다. 양 날개 모양의 살이 두텁고 물렁뼈가 알맞게 섞인 부위가 가장 쓰임새가 많다. 생채로 다져 양념을 해 회로 먹거나 찜으로 한다. 머리 부위에서 등뼈와 꼬리까지는 알맞게 다듬어 탕으로도 낸다.
광주의 애저
조선시대 중엽에 시작된 애저요리는 진안의 명물이었다. 돼지를 통째로 고기가 푹 무르도록 삶은 다음 한데 놓고 뜯어서 양념장을 찍어 먹는다. 애저란 어미돼지로부터 태어나 젖으로만 먹고 크다가 아직 사료를 먹기 전까지의 새끼돼지를 말하는 것으로(생후 약 20일 전후) 진안지방의 애저 탕은 예부터 그 독특한 맛으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이 지방 특유의 조리법으로 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각별한 맛을 창조해 내기에 이른 것이다.
콩나물국밥
콩나물국을 뚝배기에 담고 밥을 넣어 끓이되 새우젓으로 간을 한 전주의 명물이다. 콩나물밥은 아침 식사로도 좋을 뿐만 아니라 속이 확 풀어져 해장국으로도 대신할 만하다. 전주의 콩나물은 원래 임실산 서목태(쥐눈이콩) 등을 사용하여 길렀으며 뿌리는 외뿌리로 잔뿌리가 없이 키워 다 자라기 전에 뽑아(5-6cm) 사용하므로 질기지 않고 맛이 좋다.
특히 전주지방에서 콩나물이 유명하게 된 것은 콩나물 재배에 기후, 수질 등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콩나물국밥은 한마디로 콩나물국으로 된 우리 서민들이 즐겨 먹던 해장국이다.
두루치기
두루치기는 여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는 호화로운 음식이다. 콩나물은 머리를 따고 간, 천엽, 쇠고기는 채로 썬다. 또 무, 배추, 박고지, 버섯류를 고루 합하여 볶다가 국물을 붓고 끓인다. 여기에 밀가루를 풀어 약간 걸쭉하게 한 다음 잣, 은행, 실고추 따위를 고명으로 얹는다.
부각
가죽나무의 연한 잎을 모아 고추장으로 간을 한 찹쌀 풀을 발라서 말린다. 메추리 부각은 메추리의 날개와 발을 잘라내고 두세 마리씩 꼬치에 끼워 풀을 발라 말린다. 절에서는 연한 동백 잎이나 국화잎을 풀칠하여 말린다. 김은 두 겹이나 여러 겹으로 찹쌀 풀을 발라 말리기를 여러 번, 이렇게 만든 여러 가지 부각은 잘 간수했다가 필요할 때 튀겨서 찬이나 안주로 긴요하게 쓴다.
고들빼기김치
고들빼기김치는 전라도 특히 전주의 음식이다. 약간 쌉쌀한 맛과 향기가 일품인데, 인삼을 씹을 때의 맛과 같아 인삼 김치라고도 한다. 쓴맛을 빼고 맑은 멸치 젓국으로 간하는데 젓국이 텁텁하면 고들빼기의 빛깔이 안 나고 맛 또한 떨어진다. 그리고 양념도 골고루 해야 한다. 파, 마늘, 고추 가루, 생강은 빠뜨릴 수 없는 양념이며 밤채와 잣, 당근과 배를 넣어도 좋다. 고들빼기김치는 보통 음력 설 이후에 별미로 먹는데 겨울 김장때 따로 담가 놓으면 겨우내 가끔씩 입맛 돋우는 김치로 먹을 수 있다. 풋고추를 삭혀서 넣으면 더욱 향기롭다.
갓김치
갓김치는 전라도 지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밑반찬 중의 하나이다. 고추 가루를 많이 넣어 매콤하면서도 갓 특유의 속이 확 트이는 것 같은 쌉쌀한 맛과 향기가 식욕을 돋운다. 갓김치를 담글 때는 맛과 향기가 더 진한, 보라 빛이 도는 갓으로 준비하여 반드시 실파를 섞어 담근다. 담근 지 한 달이면 알맞게 익어 먹을 수 있으며 웃소금을 넉넉히 뿌려두면 봄이나 여름까지도 저장 할 수 있다
배추김치(전라도식)
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반찬으로 그 종류와 맛 또한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담그고 즐겨 먹는 것이 배추김치다. 전라도식 배추김치는 무채를 많이 넣지 않고 찹쌀 풀로 속을 버무려 걸쭉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배추김치보다 속을 많이 넣지 않고 고추 가루 대신 붉은 고추를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색깔이 곱고 맛이 진하다. 찹쌀 풀의 단맛 때문에 비교적 빨리 시어지므로 식구 수를 고려하여 적당한 양만 담가서 작은 항아리에 나누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오래도록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낙탕(영암)
영암 갈낙탕은 갈비와 낙지의 맛을 조화시킨 음식으로 갈비의 '갈'자를 앞세워 갈낙탕이라 불린다. 삶고 푹 고아 기름을 뺀 갈비 한 토막을 큼직한 뚝배기에 안치고 육수를 부은 뒤 대파와 통마늘, 붉은 고추, 그리고 인삼과 대추, 밤, 은행 등 약재를 넣어 한소끔 끓인다. 이때, 세발낙지를 산 채로 넣고 끓여 낙지가 알맞게 익으면 먹는다. 그밖에 표고가 몇 송이 꼭 들어가고 간을 하는 양념 다대기에는 참기름을 듬뿍 넣어야 한다는데 이것은 낙지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맛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 세발낙지는 월출산 도갑사의 봄 동백이 절정을 이루는 봄철에 가장 맛이 난다. 갈낙탕으로 몸을 보한 뒤 월출산을 오르거나 도갑사 계곡을 산책하면 봄의 맛길로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바다참장어회
민물장어나 바다뱀장어가 공통적으로 머리 모양이 뱀과 비슷하지만, 바다 참장어는 머리모양이 갈치나 꽁치머리에 가깝고 몸 빛깔도 붕장어처럼 갈색이나 검은 색이 아닌 희고 화사한 빛깔을 지니고 있다. 지느러미도 더 넓고 화려해 마치 관상어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잡는 방법도 주낙으로만 잡힌다. 살도 붕장어보다 단단하다. 힘이 좋고 생존력도 뛰어나다. 다만 몸 속에 실가시층이 있어 회를 뜰 때 전문적인 솜씨를 요한다.
회를 떠놓으면 맛은 붕장어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뛰어나다. 지방이 풍부해 먹는 맛이 한결 부드러우면서도 붕장어보다 더 담백하다. 회를 먹고 남은 머리와 가시로 매운탕을 끓여 주는데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칼칼하게 끓여 놓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그러면서도 기름지기는 자연산 민물장어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꼬막
우리나라에서 꼬막이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전남 고흥반도이다. 꼬막은 바지락이나 다른 조개와 달리 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꼬막은 본래 약간 덜 익혀야 제맛이 난다. 덜 익은 상태라면 까기가 쉽지 않지만, 까보면 살은 노랗고 옆에 붙은 날개는 짙은 갈색이 나면서 다소 상한 것 같다. 게다가 불그죽죽한 국물이 주르륵 흘러나오기도 한다. 벌교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요것을 홀짝 들이마시면서 말끔하게 먹어치워야 하는데, 외지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꼬막은 삶을수록 맛과 영양가가 줄어든다. 물을 팔팔 끓이다가 찬물을 한 바가지 붓고, 약간 식힌 다음 꼬막을 넣어 다시 끓어오를 무렵, 꼬막이 벌어지기 직전에 건져낸다. 익혀낸 꼬막을 반으로 가르고 양념을 얹어 무쳐 놓은 꼬막은 그대로 집어다 국물째 말끔하게 먹고 껍질만 내려놓아야 제대로 먹는 법이 된다.
벌교읍의 국일식당과 동백식당, 고흥의 고흥식당과 평화식당은 고흥반도에서 들러 볼 만한 한정식집들이다.
대통 밥
대통 밥이란 지리산 대나무 마디 밑에서 약 15cm 절단하여 이 속에 쌀과 죽염, 밤, 대추, 은행, 수수 등을 넣고 다시 녹차 물과 차 잎, 솔잎을 얹어 지어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속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의 선식이다.
돌솥 밥
조선시대 법주사에서 궁중의 귀한 손님이 불공을 드리러 왔을 때 이들을 대접하기 위하여 사찰에서 구하기 쉬운 음식재료를 돌솥에 담아 바로 밥을 짓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이 돌솥 밥은 예부터 기운을 돋우는 영양식품으로 허약해진 식구들에게 건강 회복을 위하여 만들어 주던 음식이었다.
농촌에서는 돌솥은 몰라도 밤, 은행 등 재료 구입은 용이해 식탁에 자주 올리던 음식이었다.
아귀찜
해방 전후만 해도 아귀라는 생선은 흔해서 별 인기가 없었으나 이 고장에서 처음으로 음식 맛을 개발,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군산의 아귀찜은 명물이 되었다. 일명 '안강어'라고도 하는 아귀는 남해에서 주로 잡히는데 주둥이가 몸 전체의 반을 차지해 아귀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아귀 요리에 관한한 군산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곳이라고들 한다. 아예 '군산아귀찜'으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
대하 탕
대하란 왕새우를 말하는 것으로 구한 말 서양 요리와 일본 요리가 전래되면서 조리, 판매되기 시작하였는데 왕새우를 넣고 끓인 대하탕은 새우 맛과 된장 국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어 탕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표고버섯덮밥
내장산 지역 고유의 음식인 표고버섯덮밥은 1920년대 일제하에 식량이 부족하여 산에 올라가 표고버섯을 삶아 밥과 버무려 먹은 데서부터 유래하여 현재까지 전해오는데 요즘에는 각종 양념을 넣고 미각을 최대한 살려 조리하고 있다. 표고버섯은 고혈압에 좋고 항암작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덕구이
조선시대에 화전민들이 산에서 더덕을 캐어 날로 먹거나 쪄서 먹다가 근래에 각종 양념을 첨가, 숯불에 올려놓아 구워 먹게까지 된 것이 더덕요리이다. 더덕구이 한정식은 건강식품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더덕구이에서는 산더덕 특유의 향기와 감칠맛이 난다.
어죽
어죽이란 민물고기를 솥에 넣고 끓인 다음 살만 발라내고 육수에 쌀을 넣어 다시 끓인 음식으로 무주지방의 전통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삼복에 천렵으로 잡은 민물고기로 요리하면 그 맛이 일품일 뿐 아니라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 영양식으로서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풍천장어
풍천장어란 원래 강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장소에서 산란하여 맑은 물과 흰 모래 속에서 자란 장어를 말하는데 그 맛이 특이하여 옛 조상들이 즐겨 먹었고 요즘엔 고단백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선운사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 맛을 보는 별미가 됐다. 풍천장어 맛의 비결은 일반 민물장어와 별 차이가 없으나 양념 만들기와 굽는 방법에 밝힐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바다장어와 민물장어의 중간 맛을 내게 하는 풍천장어의 각별한 맛인 듯하다. 여기에 산딸기로 담가 만든 복분자술을 장어와 곁들이면 향토미각은 하나의 절정을 이룬다.
백합죽
백합죽이란 해변에서 잡은 조개류의 일종인 백합을 넣고 끓인 죽인데 먹기 시작한 연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옛날부터 식도락가와 숙취를 풀거나 스태미나에 좋다고 하는 음식이었고 요즘에는 간장질환, 담석증 환자에 특효가 있다고 하여 영양식으로 주로 찾고 있는 음식이 되었다.
추어탕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늦가을 마을주민들이 논바닥이나 용수로에서 공동으로 미꾸라지를 잡아먹던 것이 가을 고기탕이라 하여 '추어탕'이라 하였는데 그 맛이 고소하고 얼큰하여 해장국류로 최고의 음식으로 쳤다.
가오리찜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가오리는 고기가 연해 옛부터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즐겨 찾던 어류였으나 요즘에는 찜으로 조리해 먹고 있는데 매콤하고 톡 쏘는 듯 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홍어찜과 거의 비슷한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