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 사흘되는 5월 22일은
고구마 줄기도 심고, 산너머밭 모내기 앞두고 논 바닥 평평하게 하는 일에 힘 보태었어요.
홍천에서 봄에 받은 진안재래흰고구마가 물에서 뿌리와 줄기를 이쁘게 내었죠.
올해는 고구마영양체에서 고구마 열매 맺는 것도 보고 싶어 줄기 낸 고구마를 한켠에 그대로 심어 보기도 했어요.
그간 몇년 밭에서는 안보이던 멧돼지가 밭에 다녀갔어요.
밭 곳곳에 발자국과 흔적들을 남겼는데, 앞으로 더 자주 있을 일이려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마음 준비해야겠구나.. 했어요.
토란 촉이 땅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이쁘고 단단하고 신비한 토란!
밭에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부지런히 논으로 내려와 써레질 했어요.
써레질은 논에 차오를 물에 모가 골고루 알맞게 몸 담그고,
들뜬 논 바닥 잘 다져 물빠짐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요.
올해는 써레질하며 논에 한번 빠져보겠다는 다짐을 했던 푸른이들도 있었지만,
놀 자리 아니라는 마음, 고마운 마음으로 고요하게 써레질 했어요.
그리고 이 날! 빠질 수 없는 새참! 수고한 서로를 바라보며 시원한 꽁꽁이도 맛있게 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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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갔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나주땅콩을 봤다. 그런데! 정~말 반가운 땅콩싹이 나 있었다. 잎도 잘 났다. 고마워 하고 있던 그때! 딸기 자리가 눈에 띄었다. : 없었다: 멧돼지님이 밑에서 거하게 식사하시고 내 딸기를 밟고 집에 가셨다. 푹 파여 있는 것이 사람인가..? 했는데 딸기 열매가 떨어져 있는걸 보고, 또 멧돼지 이야기를 듣고, 추측할 수 있었다. 처음엔 화가 났다. 꿈인가? 싶기도 하고. 돼게 실제 같은 꿈인줄 알았다. 그러다 왜 밟고 간거야! 하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콩세알 심어 하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벌레가 먹고, 하나는 내가 먹는다는데.. 좋게 생각해도 억울했다. 하필 내걸!!! 근데 갑자기 이미 벌어진거에 너무 마음이 가 있는건가? 생각이 들었다. 멧돼지도 먹을게 없어서 온거겠지..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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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레질 했다. 작년에 빠지자 했는데.... 빠지진 않았다. 그런 놀이도 아니었다. ㅎ
진짜 얼마 안 남았는데 이 시간, 사람 소중히 여기고 싶다. 기억에도 남게. 후회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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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구마 심고 써레질 했다. 물을 아~주 듬뿍 줘서 거의 진흙처럼 만든 다음에 심었다.
그리고 흙이 마를 수 있으니까 풀 덮개도 해줬다. 점점 밭이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 좋다....
써레질을 했다. 흙을 퍼서 깊은 곳으로 옮겨 줬는데 땅이 점점 안보이기 시작하는게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힘든 줄도 모르고 엄청 열심히 했다. 이렇게 해서 흙날 모내기 할 수 있나 했지만 늘 했으니까. 딱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써레질하고 먹는 오미자쭈는 정말 최고였다! 히 히 히 이건 빠질 수 없는 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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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때 선배와 갔다. 나의 고민이라기보다 나눔의 방식, 기세우리(빛알찬에서 조용히 해가는 '기운세우는 우리' 운동) 등등 지내면서 관계가 깊어지거나 비슷한 경우에 대한 이야기들 이었다. 선생님들과 이야기 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더 와닿았다. 다가와준 선배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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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짝꿍에 동생들 위주로 적었었다. 동생들에게 먼저 말고 걸고 더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근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깊은 이야기 주고 받는게 더 어색하기도 한 것 같고, 이번에는 왠지 내가 마음을 많이 못 냈다.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을 대하는게 정말 다르다 느꼈다. 좀 더 애쓰고 싶고, 이 마음이 뭔지 잘 들여다 봐야겠다.
함께밭 고구마 함께 심었다. 지금까지는 늘 씨고구마에서 순을 내 그 순을 심었었는데, 이번에는 순도 심고, 고구마도 같이 통째로도 심었다. 순 낼 때 중간에 끊어서 뿌리를 낸 것도 있었다. 어떻게 자랄지 기대된다.
소만 열흘되는 5월 29일!
쥐눈이콩 심고, 김매기! 김매기! 김매기! 열심히 했어요.
봄에 메주콩 심을 자리에 진주대평무를 심었었는데, 봄 무가 쑥쑥 잘 자랐어요.
무 거둬 밭에서 애벌씻기 하고, 학교 가져와서 깨끗이 다시 씻고, 찹쌀풀 쑤고, 소금에 절이고, 양념 만들고,
열무김치 담궜어요. 비빔밥도 해 먹고, 국수도 말아먹고... 여러 상상에 저마다 스스로 마음내어 일사불란 잘 마쳤습니다^^
앗! 그리고 생강 촉이 땅을 뚫고 올라왔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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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 뽑기, 오이 옮기기, 김매기, 물주기, 함께밭 일 등등 했다. 그렇게 일을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참 빨리간다. 그래서 하려던 일도 다 못하고 무 뽑고, 씻으러 갔다. 서로 물 뿌리면서 하니까 갑자기 물놀이 하고 싶어졌다. 난 원래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한 여름이 기다려진다... 돌아와서 점심 먹고 김치를 담궜다. 생각보다 무가 많이 잘 자라서 참 풍성했다. 맛이 기대가 된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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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딸기를 줬는데 고마웠다... 콩 심는게 재밌었다... 학교에서 김치 담갔는데 앞쪽에 놀다가 못해서 아쉬웠지만 같이 정리하고 썰고 해서 좋았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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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감감 무소식이던 토란이 얼굴을 내밀었다. 정식인사를 했다. 아직 잎이 난건 아니고 촉?이 나왔다. 세개를 심었는데 두개가 났다. 파릇파릇한 기운이 많이 느껴졌다. 반갑고 기쁘다. 토란! 그리고 오늘 큰 일을 했다. 밭을 김매기 했는데 열심히해서 밭이 정돈됐다. 눈에 확 띈다. 해야지..해야지.. 다짐만 하다 날 잡고 제대로 하니까 속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내 자신 대견해! 함께밭 무 뽑아 김치 담궜다. 두번째 용수통에서 씻고, 손질하고, 털고, 합 맞추는게 잘 맞기도 하고 딱딱 돼서 깔끔했다. 김치.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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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밭에 있는게 잘 안나는 것 같다. 칠성초도 아직 작고, 옥수수도 크지 않는다. 모두 내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있다 생각이 들었다. 작물들에게 미안했다. 내 생각에 가두려는 모습이 돌아봐진다. 선배들은 경험도 많고 더 열심히 살폈을 것인데, 그런 수고 없이 큰 걸 바랐던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하늘땅살이는 하면할 수록 잘 될 수 도 있고, 안 될 수 도 있는 신비(?) 심오한 배움 같다. 노력은 나 나름대로 아직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자신있게 열심히는 했다. 이 너머는 경험과 지혜의 문제 같다. 작은것에도 기쁨을 누리고 천천히 자라는 걸 보는 배움이 하늘땅살이다. 마음에 새겼던 다짐들과 지금 적었떤 돌아봄 품고 밭생명 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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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온통 초록색이다. 언제 이렇게 됐나.. 싶다. 겨울에는 산이 온통 푸른 빛일 때가 올까? 했는데, 결국 왔고, 지금은 겨울이 정말 올까? 싶다.... 동생과 이야기 나누며 밭 오갔다. 지난 1,2학년 함께살이로 마음 나누기 할 때 서로 어색해 한다고 느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동안 배움터에서 함께 지내는 사이 서로 더 가까워졌고 편해졌다는 걸 느낀다. 내가 더 끈끈하게 만나려고 조력하는 것처럼 동생도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서 고마웠고 힘이 났다. ... 함께밭 쥐눈이콩 밭 다듬고 씨앗 넣었다. 구덩에다 물 흠뻑주고 했다. 총 여덟 구덩이다. 지난해 쥐눈이콩 알이 잘 안 찼었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잘 자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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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도 무성하다. 근데 지주 반대방향으로 가서 문제다. 저번주에도 그래서 걸쳐놨는데 또 이러네.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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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 본잎도 이제 꽤 컸다. 그러고보니 오이 호박이 먹을 생각만 했지 오이를 자세히 관찰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옥수수 : 잘 크고 있는데 이제 솎아줘야 한다. 뭔가 아깝다. 옮겨 심을 사람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토란 : 세 아이 모두 쑥쑥 큰다. 귀엽다. 물 흠뻑 줬다.
상추 : 봉지 챙겨가서 뜯어왔다. 양이 꽤 되는데 다음에는 학교에서 버무리 만들어 먹어도 좋겠다.
무 : 벌써 뽑는다니 내가 키운 무는 전체적으로 길었다. 조금씩 닮아서 뭔가 신기했다. 김치할때 돕지 못해서 미안하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지.
땅콩 : 네 구덩 중 세 곳만 났다. 왜 그럴까? 잘 크고 있다.
고구마 : 잎이 좀 누래지긴 했지만 잘 적응 중이다. 물 많이 주고 풀덮개도 더 해줬다.
완두 : 하하.. 너무 빨리 자라서 당황스럽다. 줄 더 묶어줘야겠다. 완두 둘이 손을 잡고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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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옥수수와 오이 옮겨주는 일 했다. 돌아봐진 것은 이미 너무 커버려서 뿌리가 깊어 옮기기 까다로운 상태가 되버린 상태였다는 점이다. 옮기며 뿌리를 조금씩 건드려서 걱정이 된다. 김매기도 해주고, 드디어 ! 첫 가지싹을 봤다.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역시 생명의 가능성은 내가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다! 모든 밭의 무 뽑아서 같이 다듬는 작업 했다. 함께밭과 몇몇 푸른이 무를 합치니 양이 꽤나 많았다. 나름 시스템 갖춰서 열심히 씻고 다듬고 1,2차 정도만 하고 마무리 했다. 씻은 물은 고구마, 토란 밭에 물 주는 지혜까지! 알차게 일하고 돌아왔다... 점심 먹고 돌아와 하나, 둘 손발 맞춰 김치 담갔다. 몇몇이 기운 만드니 함께하는 분위기 만들어졌다. 무 다듬는 것과 양념 만드는 것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미리 주신 종이보며 한단계 한단계 했다. 마음 모아준 모두에게 고맙고 풍성하게 담은 김치 맛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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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많아서 16개를 따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무를 씻을때 허리가 지끈지끈 뻐근했다. 그치만 만들고 함께 먹을 걸 생각하니 힘이 났다. 내가 만들고 먹었을때는 특히나 더 맛있는 것 같다. 다 씻고 자르는데 시간이 다 갔다. 큰 무는 여러 조각으로 얇게 잘라야해서 손이 많이 갔다. 열심히 한 만큼 맛있으리라~~ 함께 먹으면 맛있다. 지어 먹으면 더 맛있다. 함께 길러 지어먹으면 더더 맛있는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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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밭에는 아직 토란이 무소식이다. 너무 깊이 심었던걸까. 애가 탄다. 그렇지만 차분히 기다리련다. 다행히 해바라기도 밤밥밑콩도 잘 자라고 있고 걱정했던 백일홍도 싹이 났다. 한개 났을때 어찌나 기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