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 흥천사. 서울 강북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고찰이다. 그러나 흥천사는 잊혀진 절이기도 했다. 흥천사라는 이름보다는 일반인들에게 환갑잔치를 여는 신흥사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 오랜 고찰이라 경내 곳곳에서 전통의 향훈이 배어나오지만, 흥천사는 비구 대처 사이의 다툼 소용돌이 속에서 사각지대로 무려 반세기를 방치된 상태로 지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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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암동 흥천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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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일주문. 돈암동 아파트와 빌라단지가 끝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꼭 50년 만에 이 흥천사가 새롭게 탈바꿈하는 일대 전기를 맞았다. 조계사를 제외하면 도심 인근에 이렇다할 큰 절이 없는 현실에서 흥천사는 성북동 길상사와 함께 강북 도심지역 핵심 포교도량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흥천사는 입지조건이나 사찰의 전통 등을 고려하면, 길상사보다도 더 훌륭한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이 절의 주지로 낙산사 복원불사의 주역으로 널리 알려진 정념 스님이 부임하면서 한층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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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인수인계를 마친 후 명부전에서 설명을 하는 거주승 법운스님과 신임주지 정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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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흥천사 대방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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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현판. 흥선대원군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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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의 현판. 고종황제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흥천사 주지 정념 스님은 10월 21일 오후 2시 흥천사에서 사찰운영권을 정상화하는 인수인계 절차를 마치고 향후 종단의 종지종풍에 맞게 법회와 포교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양양 낙산사 복원불사에서 보여준 것처럼 대작불사에 남다른 원력과 추진력을 갖고 있는 정념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것만으로도 신흥사의 변화가 자못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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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극락보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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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보전 전면의 용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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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보전에서 내려다본 대방의 뒷편 모습.
정념 스님은 이날 취재진과 도량 곳곳을 거닐며 사찰면모 일신의 청사진을 얼핏얼핏 공개했다.
“서울 도심에서 흥천사처럼 새소리를, 깊은 산속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절은 없습니다. 시민들이 이곳에 와서 편안하게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도량을 정비하고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포교는 저절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념 스님의 구상은 이미 끝난 듯 보였다. 방치된 탓에 전각을 비롯해 산책길, 계단 등 모든 것이 허술하고 어설픈 것은 말끔히 정비하고, 시민들의 마음 휴식공간으로 단장을 하는 것, 경내에 있는 무허가 살림집촌을 정비해 전통과 역사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도량 곳곳에 있는 문화재급 성보들을 찾아내 지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각을 개보수하거나 새롭게 조성하는 것, 수행과 정진에 도움이 되도록 사찰 배치를 조정하는 것 등 스님의 머릿속에는 이미 흥천사 중창복원 설계도가 자세히 그려져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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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북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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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정겨운 흥천사 뒷산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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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주지 정념스님은 새소리,바람소리 청명한 흥천사를 시민들의 쉼터요, 마음수행의 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선 태조 4년(1395) 신덕왕후 강 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1396년 창건된 정릉의 능침사찰로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도 왕실의 보호를 받으면서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해 온 전통사찰의 면모를 반세기만에 되찾을 일대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사세가 크게 위축됐고, 특히 1962년 조계종 통합종단이 출범한 이후에도 사찰의 대표권은 조계종에 있으면서도 사찰관리는 이른바 화동파 스님들이 맡아 왔다. 또 흥천사 경내에는 22세대의 가구가 불법 입주해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흥천사를 정상화하는데 큰 걸림돌이었다.
이에 따라 종단 안팎에서 흥천사 정상화 명목으로 토지를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비판이 제기되면서 흥천사 토지매각은 전면 백지화됐고, 신흥사 조실 무산 오현 스님이 토지매각 없이 흥천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큰 뜻을 내어 흥천사의 인수가 마침내 성사되기에 이른 것이다.
정념 스님은 흥천사 주지로 임명된 후 절에 상주하고 있는 다른 종단 스님들과 이주협약을 체결했고, 경내에 거주하고 있는 총 22가구 중 18가구에 대한 이주매매계약을 마쳤다. 나머지 네 가구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주시킬 계획이다.
주지 정념 스님은 인수인계를 마치고 난 후 흥천사를 찾아온 기자들에게 “그 동안 미입주 사찰로 남아 있던 흥천사가 통합종단 출범 이후 50년 만에 조계종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앞으로 흥천사가 서울 강북권 포교와 사회활동의 중심도량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