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만드는 사람 / 정희연
2006년 7월 건설교통부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선정 작품 현황을 발표했다. 대상은 「다리의 향연 창성-삼천포 대교」다.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 세 개의 섬을 연결하는 연장 3.4km의 연륙교로 다섯 개의 교량(삼천포 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이 각기 다른 공법으로 시공되었고, 남해안 천혜의 자연 경관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예술과 기능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 ‘길’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사회 간접 자본 중 하나로, 길을 만드는데 있어 우선으로 결정지어야 하는 것은 시작과 끝, 폭, 노선을 확정짓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도로 노선의 결정이 가장 어렵다. 기하 구조(도로를 형성하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통틀어 이르는 말) 측면에서 안전하고 쾌적하면서 원활한 교통이 보장 될 수 있도록 모든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문화재도 보호해야 한다. 땅값이 너무 높거나 완공을 하고서 소음이나 진동으로 2차 피해가 발생될 수 있는 축사, 양식장도 피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눈은 원거리와 근거리를 번갈아 보면서 초점을 맞춘다. 한 곳을 계속 바라보게 되면 눈이 지속적으로 수축상태를 유지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몸도 그렇다. 한 자세로 장시간 동안 머무르면 목과 어깨 근육이 긴장해 피곤이 몰려와 졸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빠른 이동을 목적으로 직선화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항목 중 하나다.
도로는 기능별로 주간선도로(고속도로, 일반국도, 특별시도, 광역시도) 보조간선도로(일반국도, 특별시도, 광역시도, 지방도, 시도) 집산도로(지방도, 시도, 군도, 구도) 국지도로(군도, 구도)로 구분되고, 도로에 따라 설계속도를 달리하게 된다. 주간선도로는 60~120 km/h, 보조간선도로 50~70 km/h, 집산도로 50~60 km/h, 국지도로 40~50 km/h로 나누어진다.
자동차가 설계속도로 주행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달리 수 있어야 한다. 굽은 길에서 차량이 원심력으로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도록 알맞은 경사를 둔다. 그리고 물고임 현상으로 차가 미끄러지거나 다른 차에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도로 중앙을 가장자리 보다 높게 하여 비가 많이 와도 물이 고이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도심지의 경우는 횡단 구배에 종단 구배를 같이 준다.
치산치수(治山治水), 예부터 산림을 효과적으로 경영하고 물을 잘 관리하는 것을 정치의 기본으로 삼았다. 그중 치산은 산림녹화 정책과 경제 성장으로 땔감으로 사용하는 나무를 화석연료로 바뀌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물을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기후변화로 해마다 집중호우가 발생해 인명 피해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하천을 설계할 때는 도로보다 높은 100~200년의 강우빈도(일정 기간에 내린 비의 빈도)를 적용하였고, 지금은 500년으로 바꾸고 있다. 도로의 경우는 장소에 따라 30년~50년으로 규정하여 물이 막힘없이 하천까지 원활하게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대전광역시에서 일반 산업 단지 진입도로를 건설 중이다. 과선교(철로 따위를 건너갈 수 있도록 그 위에 놓은 다리) 시공이 한창이다. 교량의 길이는 275m다. 하천위로 열차가 지나가고 그 위로 또 다리가 지나가 그 높이가 꾀나 높다. 상부공사는 도로의 뼈대가 되는 강재 슬래브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 과정을 거쳐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다. 철도를 횡단하는 구간은 지보 없이 한 경간이 95m로 국내 최대이면서 최초다. 안전을 고려해 열차의 이동이 없는 야간에 설치한다. 며칠 동안 이루어지는 난이도가 높은 공사다.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대전광역시는 산림 경관 보전(계족산, 보문산, 계룡산, 구봉산, 식장산, 금병산), 역사 문화재 보전(유회당, 이상동, 질현성 일원), 주요 관문 거점 강화(계룡로, 계백로, 북유성 대로, 금산로, 산내로, 대둔산로, 옥천로, 남대전·안양·남세종 아이씨(IC), 농촌 생활 중심지(대청, 세동, 흑석, 정생, 상하소), 매력적인 경관 도로(대청 호반길, 산내길, 산서로, 벌고~장안로), 수변 경관 보전(대청호, 방동 저수지, 금강, 누루벌), 과학 벨트 및 산업 단지 경관(신동, 둔곡, 기성·, 평촌)지구로 지정해 조화로운 경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현장은 산, 철도, 하천을 횡단하고 때론 같이 접하면서 농촌마을을 지나 산업 단지로 이어진다. 도로, 교량, 절토 사면, 마을 진입 도로, 가로등, 방음벽 등 경관을 디자인 하고 ‘대전광역시 경관 심의’를 거쳐 시공하고 있다. 자연 환경을 고려하고 여러 규정을 지키며 길을 만든다. 자동차가 과학 기술의 집약체라 한다면 토목 또한 과학과 기술이 녹아든 거대한 시설물이다.
「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길」은 '자유와 낭만 그리고 여운이 있는 길'로 평가되어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길은 단순히 연결과 이동의 목적을 벗어나 다양한 복합물의 완성체로 거듭나고 있다.
나는 길을 만드는 사람이다. 길이 완성되면 새로운 길을 찾아 이곳을 떠나야 한다.
첫댓글 길을 만드는 사람이라니. 완전 멋지게 들려요. 아릉다운 선생님만의 길도 만들어 가시네요.
선생님처럼 글이 나오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길에서 정 선생님을 생각할게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 현장마다 모두 다르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 하시는 겁니다. 도로 공사하는 데 지나가면 정 선생님이 떠 오를 것 같아요.
갈수록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사고 소식이 들릴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토목 분야 전문가군요.. 어려운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맞아요.
교량 마지막 콘크리트 타설하고, 그 위를 처음 걸으면
그동안 힘듬었던 것이 한 순간에 모두 날아갑니다.
멋져요. 길을 내는 사람이라서.
'자유와 낭만 그리고 여운이 있는 길'에 더해 안전하고 예쁜 길까지 많이 만들어 주세요.
예, 고맙습니다.
나와는 다른 낯선 일을 하시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숨가쁘게 돌아가는 건설현장을 그려봅니다. 아울러 땀흘린 분들이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을 누리는 행복한 우리를 생각합니다. 토목공사 하시는 분들, 우리에게 천국을 주시고 천국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저번 주에 경기도 시흥에서 교각위 거더를 올리는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한 가지 잘못이 아닌 복합적인 문제로 인한 결과일거라는 생각에 같은 토목인으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런 일로 직업에 관련된 글을 올리가 좀 껄끄럽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다음에 길에 관련된 글 또 써 주세요.
예, 고맙습니다.
길을 가며 '왜 이렇게...' 라고 불평했던 일이 부끄럽네요.
내 일이 가장 쉬운 것 같아요.
길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도로나 시설물이 잘못된 것을 접할 때면 민망하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길을 만드는 사람> 제목이 멋지네요. 글을 읽고 도로의 이모저모를 많이 배웁니다.
좋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마지막 단락이 참 인상적이네요. 앞으로는 길이 달리 보일 것 같아요.
하하, 고맙습니다.
길을 만드는 희연 샘 더 멋집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주에 너무 바빠서 글을 읽지고, 댓글을 달지도 못했네요.
하여 수업 들으면서 하나하나 댓글을 답니다.
길을 만드는 데 그토록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는 걸 글로 알았습니다.
길을 만드는 정희연 선생님!
앞으로도 멋지고 안전한 길 부탁드려요.
예,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