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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IANIST (피아노 치는 여학생과 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
가을밤은 깊어가고
어젯밤은 으스스 춥고 낮에 보았던 그 피아노 치던 여학생에게 고마움도 표시 못하고 온 것이 자꾸 걸렸다
꿈자리까지 시끄러운 것이
대학교 때 함께 했던 여학생들이 와서 라면도 끓여 먹고 놀다가 자고 간단다
사치기사뽀뽀를 하자면서 자꾸 다리를 내게 끼어 넣는다
꿈에서도 뜨거워져 나는 어머님께 뭐라고 말할 수도 없어 쩔쩔매다가 깼는데
개잠을 잤는지 이 사람이 결혼식장에 안 갈 거냐고 하며
자기만 갈 거니까 아침은 알아서 먹으라며 식탁 위에 시골 기름집에서 보내온 내 좋아하는 송편들과 치커리 샐러드 커피 타 놓았으니
전자렌지 맨 위 단추 한 번만 누르고 데워 먹으란다
어~ 대답은 해 놓고
꿈자리가 시끄러서 혹시 구설수에 들지나 안을까 하면서도
내 마음은 어저께 그 모란동백 치던 여학생이 오늘도 혹시 나왔을 거 같은 마음에 가 있다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면 2,563m라서 세 바퀴 돌고 호수변 벤치에서 맨손체조 좀 하고 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늘은 두 군데서 공연 행사들이 있어서 피아노 소리가 안 들린다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가니 오늘은 영화 피아니스트의 그 곡을 연주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인 데 어찌 알고서,,,,
다 끝내서 가깝게 가니까 오셨어요? 하면서 모란동백을 쳐 준다
어렵게 "대접 인사를 하고 싶은데,,," 하면서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내가 말해서 나 대신 말해 주기로 했다
집사람이 뭐라고 하니까 그 여학생이 점심을 갖고 왔단다
또 집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모기만한 소리로
그럼 '케익'하고선 카모마일 차는 처음 이란다
전화를 끊고 우리 아래층 집 같은데 요즘 복숭아 케이크가 한참이요
난 운동 하고 볼일 있으니 혼자 찾아갈 수 있냐고 하고는 먼저 할 일도 없는데 왔다
먼저 와서 아래층 W.하우스에 들러
그 피아니스트가 오면 갈 때 버터케이크 두 개만 싸주라고 일렀다
맞다 그 여학생 피아노 소리가 복숭아케익처럼 맑았다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도 하고 연습한단다
나의 초보자 귀에도 절도 있고 중간중간에 탕탕 강한 믿음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지금은 곤란해도
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뭐를 짓는 사람들은 스스로 절도 있고 앞뒤를 가려야하며
그분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누추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
밥 지으실 때 어머님은 참 깨끗하셨다
내가 운동기구 쉼터에서 마무리 운동을 하려면
옆 벤치에서 늙달남과 할줌마가 별별 소리를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젊어 보인다고 하고
헛소린지 무슨 소린지 깔깔 들 댄다
아무리 이런 세상이지만
그런 여학생이 한 명만 있어도
가을 하늘은 계속 청명할 거다
마음이 참 소중한 거다
꿈자리도 시끄러웠고 좀 가난했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 모란동백의 여학생과 나는
스스로에게 한 신용이고 약속이었다
오늘은 더 추워졌다 이 여학생이 살아가는데 하느님의 긍휼 하심과 사랑이 더
특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 하면서
오늘 보니 거위들이 많은 새 식구들이 생겼다
가을 호수가 햇볕에 따뜻하다
당신이 피아니스트요!
어쩐지 이런 좀 가난한 피아니스트는 이성에 대해서 진실 투명하고
금전에 대해서 깨끗할 것 같다
그 깨끗함은 남녀가 됐든 밥 짓는 일이든 피아노포르테가 됐든
진정한 결합으로 결혼으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며
또 하나를 완성해 나가는 것 훌륭함인가 보다
Nocturne, B. 49: Lento con gran espressione in C-Sharp Minor
https://youtu.be/X03qiMU2jJQ?list=OLAK5uy_mN-1zhSno_dVSMSn09tcilNrV1bLf3k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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