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맨해튼의 밤
리우데자네이루로부터 아메리카합중국의 내륙을 가로질러 존
에프케네디공항에 도착한 747점보기에서 갈색 싱글 차림의 한
사나이가 내리더니 게이트 입구에서 기다리던 두 명의 사나이를
따라 링컨컨티넨털에 올랐다. 해안 도로를 따라 한참 달려온 자
동차는 맨해튼에 들어서자 이내 브로드웨이를 흐르는 차량의 물
결에 섞였다
비행기에서 내린 삼십대 후반의 사나이는 차 안이 더운 듯 손
등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었다
미스터 딕슨, 에어컨을 세게 올릴까요?'
사나이는 말없이 손을 내저었다. 아마 상대가 다른 어떤 말을
했어도 딕슨은 손을 내저었을 것이다. 창 밖으로 멍하니 눈길을
던지고 있넌 딕슨은 얼굴에 비웃음을 흘리며 조롱 섞인 목소리
로 비아냥거렸다.
내가 자살이라도 할까 봐 자네들을 보냈나?'
무슨 소릴요, 저희들은 언제든 나오지 않았습니까?~
'자식들, 언제든 나왔다구?'
딕슨은 한꺼번에 몰려드는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이맛살을 찌
푸렸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내 매기였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아끼고 위해주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아내였다. 다
음으로는 외아들 미키. 그러나 녀석은 한번 이런 따끔한 맛을 보
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이 세상의 모든 게 거저 주
어지는 것으로 아는 한심한 놈이다. 한번 고생을 해봐야 세상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지 알 게 아닌가.
그러나 다음 순간 딕슨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니야, 안 돼. 녀석에게는 방법이 없어. 그냥 저 바닥으로 전
락해 버릴 수밖에 없는 놈이야. 내가 끝까지 돌봐주어 야만 해:
미스터 딕슨, 몸이 안 좋은 것 아닙니까?'
입 닥쳐 , 이 멍청아!
말을 내뱉어놓고 딕슨은 자신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게 그럴 필요는 없는 건데.
그러나 딕슨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들은 아서에게 월
급을 받고 있는 아서의 개들이 아닌가. 사람이 아닌 개에 불과한
자들이 건방지게 자신을 걱정해 주는 듯한 표정을 짓자 딕슨은
무척 불쾌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자신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아서의 개들 중
한 마리였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제 아서에게 버림받았다는 절망
감이 혹독하게 뇌리를 파고들었다.
자동차가 월스트리트의 한 검은색 마천루 앞에 멈추자 온통
금장으로 두른 도어맨이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오십대의 도어
맨은 딕슨을 보자 곧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딕슨 씨 , 무슨 일입니까? 얼굴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딕슨은 주머니에서 잡히는 대로 돈을 꺼내 상대의 코트 주머
니에 찔러주었다
고맙습니다.
도어맨은 여느 때와는 달리 심상치 않아 보이는 딕슨의 뒷모
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서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딕슨을 맞았다.
여어 , 딕슨! 어서 오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인형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을 수
있는 것은 아서만의 특기였다 그러나 때때로 그의 웃음은 공포
감마저 들게 했다. 웃고 있는 아서의 얼굴 뒤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회장님, 저는 만회할 수 있습니다. 틀림없이 할 자신이 있습
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웃음으로 터질 듯한 아서의 얼굴과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딕슨의 얼굴이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아니야, 자네는 훌륭했어. 누가 자네를 탓하겠나.
회장님, 제발~
좀 쉬는 게 좋을 거야. 괜찮아, 괜찮다구.
나스닥에 제가 잡아놓은 신주들이 이제 곧 뜰 겁니다.
그러나 딕슨의 말은 아서에 의해 器기고 말았다.
쉬게, 자네는 휴식이 필요해.
회장님,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냥 조용히 나가게.
딕슨은 필사적이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선물 거래에서 당한 참패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하. 괜찮아, 괜찮다구 그냥 쉬라니까.
여전히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던 아서가 눈짓을 하자 대기
하고 있던 두 사람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걸어와 딕슨의 팔을 잡
았다.
딕슨은 안간힘을 쓰면서 저항하려 했으나 거한들에게 양팔이
붙잡히고 몸이 들려 꼼짝할 수 없었다
딕슨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절규했다.
한국, 한국입니다. 회장님, 한국에서 해낼 수가 있습니다. 맹
세합니다.
그러나 아서는 회전 의자를 돌려 창 밖에 보이는 자유의 여신
상에 눈길을 보냈다 딕슨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줄 기미라고는
이미 조금도 없었다.
회장님! 매기, 그리고 미키의 목숨까지도 걸겠습니다. 실패
하면 우리 가족은 모두 죽어도 좋단 말입니다. 틀림없이 기회가
있습니다 일거에 만회할 수 있단 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아서의 귀가 꿈틀했다 시선을 여전히 창 밖에 둔 아서의 짤막
한 목소리가 딕슨의 다리를 땅에 닿게 했다.
시간은 1분이야. 말해 봐. 어떻게 네놈이 선물 거래에서 패대
기쳐 버린 10억 달러를 한국놈들이 돌려줄 수 있는가를.
15. 함정
정완은 46번가의 사우나도크에 앉아 있었다. 맨해튼의 사우나
는 서울의 사우나와는 달리 김이 짙은 데 비해서 온도가 낮아 싱
거웠다 두르고 있던 타월을 뜨거운 물에 적셔 아예 바닥에 깔고
드러누운 정완의 머리에 복잡한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제 열흘 후면 결산 보고를 해야 한다. 즉 해커들이 기다려준다
는 시한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정완은 이 일이 크게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의 본사에는 이름을 날리는 쟁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수없
이 포진해 있어 그들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본사의 기술 팀은 뜻밖에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보안용 칩을 개발하는 것과 해킹을 추적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그들의 안쓰러운 대답에 정완의 가슴
은 덜컥 내려앉았다
그제야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완은 속내를 감춘
채 수많은 외부 전문가를 만났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로부터도
만족스런 대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해킹이라는 것은 어떤 이론이 있어 체계적으로 배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해커 자신이 수많은 노력과 시험을 통하여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력이란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것이
라 할 수 있다
정완은 얼마 전 리노에서 만났던 수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과
학기술원 최 박사의 권고가 있어 한번 만나보기는 했지만사실
큰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상의
해 보아야 한다고 어린아이 같은 대답을 하던 여학생이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난 지금에 와서 자꾸 생각나는 것이다.
회사의 비서로부터 전화가 와 있습니다.
정완은 흘끗 시계를 봤다 다음 약속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비서가 사우나에까지 전화를 걸어 방해할 리가 없
다는 생각에 정완은 의아해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베키입니다.
그동안 정완은 임시 주총을 통해 회장직을 수락한 터였다
여비서의 오그라드는 목소리에 정완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
꼈다.
무슨 일인가?'
회장님 컴퓨터의 극비 파일에 외부 침입자가 들어왔었습니
다.
내 컴퓨터에 외부 침입자라구?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
지?'
아직 정확한 경위는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상하군. 비밀 번호는 나만 알고 있는데 어떻게 파일에 접속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외부 침입자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역시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파일에는 어떤 직원
도 접근을 못하기 때문에
으음, 침입자말고는 말이지.
정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 수 있었나? 침입자가 내 극비 파일에 접속
했다는 것은?~
침입자가 제 컴퓨터의 이메일에 메시지를 남겨 두었습니다.
여비서는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수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
답했다.
메시지를 읽어봐.
(339276이란 이름이 붙은 파일의 끝을 보시오)라고 되어 있
습니다.
알았어 , 곧 가지 .
정완은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회사로 향했다. 자신이 많은 전
문가들과 접촉한 것을 알고 당장이 라도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요
구라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다급하게 옮겨놓고 있었다.
(아저씨, 회사의 컴퓨터를 한번 훌었는데요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어요.부분적인 정보만 빼내는 보통의 해킹과는 달리
협박자는 수십 차례에 걸쳐 접근해서는 키스테이션의 명 령 체계
를 모조리 읽어버렸어요. 어떤 조작도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캐시박스에 돈이 차 있는 한은 얼마라도 뺄 수 있어요 키스테이
션은 한 방향으로만 명령을 내리는데다가 외부 입력 방지 시스
템이 가동되고 있는데 이 방지 시스템을 깨고 명령 체계도 쌍방
향으로 작동하도록 바뒀으니 상대는 완전 프로란 얘기죠. 현재
로서는 안개 속에 있는 셈이지만 한 가지 방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말씀드리죠. 내일 뉴욕으로 가겠
어요 자연사박물관 앞의 노상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 어떨까요?
괜찮은 시간을 이메일로 넣어주세요.)
뜻밖에도 침입자는 수아였다.
정완은 자신도 딜펄게 주먹을 불쁜 쥐었다 짧은 메모였지만
여태까지 만난 전문가들의 탁상공론과는 달리 믿음을 주는 내용
이었다.
자연사박물관의 길 건너편 카페는 햇볕을 온몸에 받으며 한가
롭게 대화를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박물관이 있는 이곳은 맨
해튼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그리 바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지
역이다
정완은 자연스럽게 에프레소 한잔을 들고 걸으며 테이블 사
이를 살피다가 낯익은 믹을 보았다. 순진하고 맑은 눈동자의
수아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정완은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대생은 간데없고 싸구려 미장원에서 손질한 듯
한 곱슬곱슬한 금발에다 루즈를 짙게 칠한 입술, 그 옆에 장난스
럽게 찍은 점,그리고 할머니도 입지 않을 것 같은 50년대 식의
낡은 투피스에 2차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이 목에 매던 국방
색 스카프가 정완을 순간적으로 착각하게 했다. 수아가 먼저 눈
으로 아는 체를 안 했으면 못 알아봤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그래,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선 앉으세요.
하하, 반갑구나 그런데 갑자기 30년이나 빨리 늙어버린 것
은 무슨 까닭이지?'
변장을 했어요. 혹시 누가 지켜볼지 몰라서요.
그럴 리가 있을까?'
이런 일에는 늘 조심을 해야 해요.
그래,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정완이 이 방면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다는 소문이 이미 퍼
졌을 수도 있으므로 수아의 일견 장난스러워 보이는 변장은 충
분한 의미가 있을 법했다. 그러고 보니 자리도 주변에 다른 사람
들이 없어 마음껏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정완은 수아가자신보다 더 신중하게 일에 임하고 있다는 느
낌이 들어 부끄러웠다.
아버지와 의논해 봤어?'
승낙하셨어 ?'
학비 얘기도 했고?~
뭐라 그러셨지?~
그런 걸 받는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훌륭한 아버님이시군. 하지만 나로서는 뭔가 보답을 하지 않
을 수는 없는데.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수아는 진심으로 대가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수아는 테이
블에 놓여 있는 밀크세이크를 맛있게 빨아먹었다 나이를 짐작
할 수 없게 변장을 한 수아가 세이크를 빨아먹는 모습에 정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혼자서 하고 있는 협박이 아녜요. 전문적인 조직 같아요. 일
을 서로 분담하는 조직 말예요.
나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중에 최소한 한 사람은 아주 뛰어난 해커예요. 자신감이 넘
쳐흐르고 있어요. 너희들이 아무리 해도 나를 막아낼 수는 없다
고 생각하는 거죠.
어떻게 알 수 있지?'
기한을 길게 주고 있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그 정도 기간이라면 얼마든지 시스템을 바꾸거나 보안 처리
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보통의 해커라면 즉각 돈을 내놓으라
고 요구할 거예요. 하지만 이 사람은 여유가 있어요. 바꿀 테면
바꿔보라는 거죠. 그 다음에는 더욱 큰 손해를 보아야 할 거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아저씨네 회사뿐 아니라 다
른 회사들에도 접촉했을 거예요. 아마 늘 성공했겠죠. 따라서 자
신감도 붙었을 거구요. 이 정도 해커라면 수사 기관에서는 붙잡
지 못해요. 어떤 회사든 타협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다. 자신은 지나친 모험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모든 회사들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
닌가. 정완은 화가 치 밀어올라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그 해킹이란 것을 이해할 수가 없군. 보안 장치를 해
두고 평생을 두드려봐도 알아낼 수 없는 비밀 번호를 달아두는
데도 침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해킹이 가능하니까 아저씨네 회
사에서 보안 칩이 내장된 컴퓨터를 개발해 돈을 벌 수 있는 거잖
아요?'
수아의 허를 찌르는 말에 정완은 혀를 차며 웃을 수밖에 없었
다. 이미 이 기술 세계는 윤리니 도덕이니에 붙들려 있을 수 있
는 공간이 아니었다.
치열한 싸움, 그리고 승리밖에는 살아날 길이 없는 삭막한 세
계였다
문득 회의 석상에서 정의를 부르짖던 스튜어트가 생각났다.
지더라도 싸워야 한다던 스튜어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이사는
단 한 사람도 없지 않았던가 만약 중형 스테이션 판때라는 특수
한 사정에 처해 있지 않았다면 자신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니 별로 자신이 서지 않았다.
lift
그들은 어떤 수법으로 키 스테이션을 조작했을까?'
제가 접촉해 본 바로는 아저씨네 컴퓨터의 패스워드를 조합
에 의해서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게 무슨 말이지?'
비밀 번호를 알아내어 접속할 수는 없다는 얘기죠.
그럼 어떻게 접속했지?'
비밀 번호를 묻고 거기에 따라 접속을 시키거나 차단하는 프
로그램 자체를 붕괴시켜 버린 거죠.
그럼 접속도 불가능하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그게 바로 상대의 실력이죠. 상대는 일단 프로그램을 붕괴시
키고는 그 프로그램의 틀에 따라 기능을 되살린 거예요. 보통 때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바이러스를 심어둔 거죠 전문 용어로는
'트로이의 목마' 라고 하는데 오랜 잠복 기간을 거쳐 3분 27초 간
작동되도록 한 것은 대단한 실력가라는 얘기예요.
그런 자에게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함정을 파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방법으로?'
상대는 성공을 거듭하다 보니 기고만장해졌어요.자만에 빠
져 있는 거죠.
그래서?~
역 이용하는 거죠. 초일류의 해커에게는 광기와도 같은 자존
심이 있어요. 그 자존심을 건드리는 거예요.
어떻게?'
수아는 싱긋 웃었다.
해킹 대결을 하는 거예요.
대결이 라고?'
네 상대가 키스테이션에 접속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일
단 키 스테이션에 접속하면 저도 바로 키스테이션으로 들어가는
거죠. 혹은 제가 먼저 들어가 있을 수도 있구요.
들어가서는?~
같이 해킹을 하는 거예요. 상대는 언제 들어와 봐도 제가 무
언가를 들쑤시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경쟁심이 생기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저는 여러 가지로 상대를 유도할 수 있죠. 어떤 방
법을 쓸지는 그때 가서 판단할 거예요.
수아는 뭔가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일은 상대를 추적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버는 것이 중
요하거든요. 이제까지 상대는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키스테
이션에 접속했어요. 하지만 한 번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분이죠 너무 길면 꼬리가 잡히니까요.
그렇겠지 . 다른 고객보다 현저히 길게 접속한다면 추적을 면
치 못하겠지.
전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접속 내용을 일일이 다 점검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까 상대의 정체를 알아낼 수는 없지요 하지만
상대를 유도하여 통화 시간을 늘리게 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
될 거예요. 일단 같이 키스테이션에서 만나면 뭔가 방법이 나올
것 같아요.
정완은 될 수 있는 대로 자신과 수아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이
일을 모르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
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수아와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야 비로소 정완은 이 외로운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지지만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