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연,돌산령,편치볼 누리길(강원도 평화 누리길 10, 11, 12 코스)

[요새비]

모텔에서 꽤 긴 시간(10시간 정도)의 휴식과

깊은 잠에도 불구하고

아침의 몸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어젯 저녁 식사중에 마신 반주(飯酒)가 과했나~?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직탕폭포와

백자박물관 건물 모습을 찍고

송현리로 가는 중에 뭔가 미심쩍어

카메라를 점검해보니 메모리 카드를 넣지않고

빈 사진을 찍은 걸 발견했습니다 ㅉㅉ

되돌아 가기 싫을만큼 이미 멀리 왔기에

그냥 두타연으로 걸음을 서두릅니다

두타연 터널

터널을 빠져나오자 구름에 가렸던 일출이

잠깐 얼굴을 내보이고는 이내 사라져버립니다

터널 앞 로타리에 세워진 백자도기(白磁陶器)들이

눈길을 잡아챕니다

모형이기는 하지만 저렇게 큰 그릇들 자체가

보물 같아서요

두타연 갤러리

양구평화의 길(양구 9 코스) 종착점이자

두타연 길(양구 10코스)의 시작점인 갤러리는

코로나로 문을 닫아 걸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고민을 해봅니다

현지 주민들이나 버스 기사님들 말로는

두타연은 폐쇄된 상태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 하다는데

길 사정을 잘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두타연은 들어가지 않더라도

우회길을 이용하여 지나갈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발동했습니다

하여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두타연길에 들어섰습니다

갤러리 옆에 세워진 이정표에는

탐방안내소 까지 2.8km의 거리 표시가 돼있더군요

두타연 탐방안내소

허나 역시 이 곳도 이중 삼중의 바리케이트를 친 군인들이

길을 막아섰습니다

이유는 코로나와 돼지열병이었고

민간인 통제 구역(민통선)이라

작전상 어쩔 수 없다는

총을 든 군인의 완고한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갤러리로 되돌아 나와 뱅이골 언덕을 오릅니다

언덕밑에는 조그만 지진관측소도 있었구요

긴 오르막에 지칠 때쯤이면

'삼대막국수집' 간판이 힘을 돋우게 합니다

그러나 이 곳도 기대를 저버리고

허울뿐인 간판이 힘든 도보꾼을 실망시키는

삭막한 휴게소였습니다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휴게소 의자에 앉아

어젯 저녁 방산 이발소 부인이 정성으로 싸준

곶감말랭이와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랩니다

마땅찮은 터널(도고)을 지루하게 지나오면

터널밑에 또 다른 이중터널을 뚫고 있는 긴 언덕을 내려서서

삼거리길에 이르게 됩니다

양구와 평화의댐(화천)을 잇는 31번과 460번 혼합도로 사이의

동면으로 가는 지방도로로 들어섭니다

군부대 앞을 지나

강원 레미콘 앞으로 뻗은 응달길 끄트머리에서

양구로 갈리는 또 다른 삼거리를 만나며

덕이 많다는 덕곡리를 지나게 됩니다

<두타연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의 모티브가 되는 동면 사무소>

양구의 오지라면 오지인 동면 소재지인 임당리를 지나

팔랑리쪽의 월운 저수지를 향하여 터벅터벅 걷습니다

두타연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접점을 찾아

의도치 않은 엉뚱한 길을 걷고 있는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마는

두타연 길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자주 막힌다고 보며는

오늘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쩌면 그 대안으로서 새로운 길이 될 수 있고

나는 선답자가 될 수도 있다고 억지 위안을 삼아봅니다

 

바득 검문소가 있다는 월운저수지쪽을 피해

이 곳에서 오른쪽 팔랑 마을로 꺾어 들었습니다

팔랑리 마을

인위적으로 막힌 '두타연 길'(10 코스)을 포기하고

먼길을 돌아 와 11 코스의 '돌산령길'을

새롭게 시작합니다만

아치 파고라도 길을 소개하는 이정표도 없습니다

팔랑마을로 내려오는 두타연 물길을 막은 월운저수지 제방

두타연은 못 갔지만 저 제방 뚝길이라도 걸어봐야 됐었지 않나

지나면서 후회를 했고~!

팔랑리 마을회관(경노당)

마을 윗쪽의 태양광 시설 너머로

돌산령 종주길이 은근히 겁을 멕여줍니다

마을을 떠난 후 한참만에

월운 저수지쪽에서 올라오는

자전거 길을 만났는데

물론 도보꾼들도 이용 할 수 있는 길이 생겨 반갑기는 했지만

라이거들과 트레커들의 차별이 느껴져

심사는 곱지 않았습니다

터널 800m전 오른쪽으로 돌산령을 넘는 옛길이 누리길입니다

음지는 4월이 돼야 눈이 녹는다는

마을 주민의 얘기가 귓가에 맴돌아

주눅이 들기는 했습니다마는

힘 빠진 다리를 부추기며 고생길에 들어섰습니다

몇년전에 인제 방면에서

대암산과 용늪을 탐방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용늪 해설은 양구군 관계자가

별도로 설명을 해준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예 돼지열열병 발생지라

전면 폐쇄를 한 상태이니

100대 명산을 하는 사람들은

가슴앓이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ㅎ

돌산령은 오르막이던  내리막이던

곳곳에 과분한 쉼터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도보꾼이 아닌 라이거들에게는

과유불급인 것 같았습니다

조망터도 아니면서...!

돌산령 마루의 야생화 조성 벨트

구름과 바람이 많았던 돌산령

포병 부대 앞으로 험상궂게 생긴 도솔산(1,147.9m)이

웅크리고 있는데

부대 건물 등 군사보호시설을 사진에 찍지 말라는

경고판에 쫄아

촬영을 최대한 자제하며 얌전히 고개를 넘습니다

부대 건물과 정문 사진은 못찍었지만

이 정도 멀리 지나와 검문소 사진을 찍는거야

시비를 걸라구요!

돌산령 전망대를 들렀다가 언덕을 내려오면

샘터가 아닌 직접 물이 나오는

'대암샘'을 만나게 됩니다

수량이나 물맛도 나무랄데 없이 좋았구요

옆에는 돈 들여 지은 쉼터도 있습니다

응달에는 역시 눈이 녹아 만든 빙판길이

걸음을 위태롭게 했습니다

돌산령 끝머리는

터널과 거의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끝이 납니다

정상에서 이 곳 까지가 5.1km이고

시작점에서 정상까지가 6km이니

돌산령을 넘는데는 11km의 거리에

약 2~3시간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터널에서 약 1km쯤 걸어 내려와야

돌산령길이 끝나가는 자생식물원 간판앞에 섭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약 300m쯤 더 걸어가야

돌산령길의 끝인 자생식물원이 있습니다마는

난 여기서 차도를 따라

만대리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지금은 길표시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분명치 않은 누리길을

자전거도로를 굳이 따라가며

길을 이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지친 다리를 얼른 쉬고 싶은 절실함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펀치볼

한국전쟁 당시 전쟁 취재를 하던 외국인 종군기자가

가칠봉에 올라서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는 해안 마을을 보고

펀치볼(화채그릇)을 닮았다 햐여

펀치볼 마을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는 곳입니다

고랑에 메주덩이만한 돌들이 굴러다니는 밭에

무우를 심어 무청을 잘라내 시래기로 말려서 파는

영농법을 쓰는 마을로 알려져 있습니다마는

지금은 삼밭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대리 마을에서 야생화 공원도 들러봅니다마는

한 겨울에 야생화를 발견 할 수는 없었네요

매화마을 전설을 간직한 남근석

해안 성당

돼지가 편안하게 산다는 뜻의 해안(亥안) 마을이건만

지금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기피 동물이 됐고

지역 경제를 가로막는 공공의 적으로 둔갑했습니다

좋았던 시절에는

꽃돼지와 꽃소녀가

함께 어우러지는 사이였는데 말입니다

방산에서 해안까지

하루 일정으로는 다소 먼거리인 50여km를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돌산령을 넘어

펀치볼길을 걸을 때는 안간힘을 다 해야 했습니다

내일 일정을 위해

16시 20분 양구행 버스를 보내고

해안 모텔에 숙박을 정했습니다마는

저녁에 걸려온 안쥔의 전화로

이튿날 부득이 귀가길에 오르고야 말았습니다

[마무리]

요새비님.그사이에 정말로 9~12코스(양구 구간)을 우여곡절 , 고군분투 하시며,주파하신 의지와 체력에 갈채를 보냅니다.
바둑뚤때 붙히면 젖히는 대담한 담력으로, 막히면 돌아가시는 고수다운 담력 이 부럽습니다.
옆지기의 말씀을 잘 따르시는게,다음 ~인제-고성까지 완주히실수6차 있을것 같습니다.
Condition조절 잘 하시고, 건보,안보 하세요.화이팅 입니다.

[요새비]

바둑이든 걷기든 막히면 뚫으려고 하는게 인간 본성 아닐까요? ㅎ
저는 어쩔 수 없는 후퇴를 선택했습니다마는
마음을 다독여 주는 새로운 풍경들이 있어
우회길도 흥미롭게 걸었습니다

보일러가 고장이 나 sos를 치는 아낙이
보일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얼른 가장의 자리로 복귀했습니다 ㅎㅎ

[마무리]

참, 잘 하셨습니다.
행복하세요.

[죽산]

양구 고을 고갯길 돌고돌아 해안마을까지
50km걸으시면서
자세한 사진과설명,
참으로 귀한 자료입니다,
감사한마음으로
나머지 코스도
화이팅으로 응원합니다.

[요새비]

후기 올리기가 약간 겁이 나
차일피일 미루다 시험 앞둔 학생처럼
벼락치기를 하려니
마음과 뜻대로 되질않아
오늘 마음 고생을 좀 했네요

앵베실님이 올린 댓글은 본의 아니게
날려버리기도 했구요

응원 대단히 감사합니다

[가곡]

연세가 지긋 하신데 대단하신 도전에 갈채를 보냅니다.
그쪽은 마음 뿐이지 늘 눈팅만 하고 있지요.
무사 완주하시는 그날까지 화이팅으로 응원 드립니다.
건강 하십시요.
긴 구간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