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연립주택·빌라·다가구·다세대 주택 등의 값이 많이 떨어져 담보부족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도 마찬가지다. 은행의 담보대출 연체율은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 높아지고 있다.이에 따라 담보대출 심사를 전보다 더 강화하는 은행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심사 강화=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최근 일선 영업점에 아파트를 제외한 연립주택·빌라·다가구·다세대 주택 등에 대한 담보대출심사를 강화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조흥은행은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미분양 빌라를 매입하는 것처럼 속여 담보대출을 받은 뒤 달아나는 소위 ‘빌라깡’ 업자 ‘주의보’를 내렸다.
조흥은행 여신기획부 이순주차장은 “최근 시공사가 보증선 뒤 집단대출을 받았다가 미분양되는 경우도 늘고 있어 건설업체에 대한 일선 지점장의 대출 전결권을 크게 축소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이들 공동주택의 담보인정비율을 현재 실거래가의 55%에서 50%로 낮추고, 담보대출 금리도 아파트나 단독주택보다 0.1~0.15%포인트 높였다.
현재 은행의 담보대출 연체율은 평균 1.3~1.5%로 추정되지만 개인대출 비중이 큰 국민은행은 3%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개인영업추진부 정용기부부장 “현재의 작은 예대마진 수준에서 연체율이 2%를 넘는 것은 이미 대출부실이 위험수준에 이르렀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주목하는 부동산 경기=일선 대출담당자들은 서민들이 주로 사는 연립주택, 빌라,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과 경기에 민감한 상가 등의 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인천, 부천, 주안, 시흥, 의정부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빌라나 연립주택 값이 과거에 집행된 대출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에서는 담보부족액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이들 공동주택의 경우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을 세 놓거나, 경매처분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매물건이 늘면 집값이 추가 하락해 낙찰돼도 세입자의 최우선변제금을 빼고나면 실제 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대출원금에도 못미친다.
대출수요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들어 신규대출이 지난해보다 30~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 가계영업기획부 추홍련과장은 “부동산 거래가 눈에 띄게 줄고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과거 서울 강남지역에서 최고 5억~6억원씩 나가던 신규 대출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소액대출만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대출이 문제=정부가 담보인정비율(실거래가의 50% 수준으로) 등을 규제한 2002년 말 이후에 나간 담보대출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은행들의 판단이다. 집값이 떨어진다해도 폭락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 채권회수에 여유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나간 담보대출은 문제다. 당시에는 집값의 90%까지 돈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사실 은행들도 고민만 할 뿐 처리가 막막한 형편이다.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박화재 부부장은 “담보인정비율을 갑자기 낮추면 경매물건이 늘어 은행의 부실이 더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기존 담보인정비율을 유지하면서 만기상환을 연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