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슈즈의 바람을 일으켰던 수콤마보니의 ‘수’였으며 현재 패션 PR&스타일링 에이전시 브랜드 폴리쉬를 운영하고 있는 심연수 대표. 미니멀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감각 있는 패션피플로 손꼽히는 그녀의 스타일 이야기.
- ▲ 패션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심연수 대표는 심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룩을 즐겨 입는다.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여성스럽고 우아한 그레이스 켈리와 고 다이애나 비는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롤 모델.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절제미가 있었던 그녀들의 사진집은 그녀의 스타일링 바이볼이다.
q 스타일 좋기로 소문난 패션 피플이신데요?
패션 피플이라기보다는 그냥 옷 입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패션업계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패션을 전공한 것도 아닌걸요.(웃음) 워낙 패션을 좋아해서 모델라인에서
쇼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시작해서 2003년에 구두 디자이너 이보현 씨와 함께 수콤마보니를 론칭했죠. 지금은 패션 홍보와 스타일링 에이전시 ‘브랜드 폴리쉬’를 운영하고 있고요. 디자이너 브랜드 벤소니를 비롯해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헬레나&크리스티, 셀렙 by 김영주 등을 홍보하고 있어요.
q 패션을 좋아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유치원 때부터였어요. 아버지가 굉장한 멋쟁이셨죠. 아버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셨는데 인물도 좋았고 젊었을 때 영화와 패션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해요. 20년 전에 아버지 옷장에서 에르메스 넥타이와 구찌 벨트가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명품이 흔하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거든요. 멋내기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어린 우리를 의상실에 데려가 체크 코트에 베레까지 맞춰서 입히곤 했어요. 그렇게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했어요. 어린 마음에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고요. 그런 일들이 옷을 좋아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멋지게 차려입고 나가면 내가 주목받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즐기게 된 것 같아요.
q 심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즐겨 입으시죠?
20대 때부터 스타일이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제 외모가 귀엽거나 예쁜 스타일이 아니라서 오히려 클래식하게 절제하면서 미니멀하게 입었어요. 대학을 다닐 때도 실크 블라우스에 팬츠를 입는 식이었죠. 20년 전 사진을 봐도 지금과 비슷해요. 2003년 수콤마보니를 운영할 때 캐주얼 룩을 시도하긴 했어요. 그때 한창 프리미엄 진들이 론칭되었는데 당시로는 파격적이었던 수콤마보니의 골드나 실버, 브론즈 샌들에 진을 매치하는 스타일링을 제안했거든요. 하지만 그때도 코트나 드레스 같은 아이템들은 미니멀한 걸 선택했어요. 최근 들어서는 더더욱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링이 좋아졌어요. 나이가 들수록 화려하거나 세련된 것보다 우아한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스타일리시한 룩을 완성하는 노하우는요?
저는 심플하면서도 포인트가 있는 걸 좋아해요. 주름이라든지 절개 라인이라든지 간단한 디테일이 들어간 아이템이요. 출장 가면 스트리트 룩을 눈여겨봐요. 가만히 보면 그들이 입은 아이템이 다 미니멀이더라고요. 하나하나 보면 우리도 다 갖고 있는 아이템이고. 그걸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가 관건인데 특히 컬러 매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블랙이나 화이트, 그레이 의상에 레드, 오렌지, 블루 등 화려한 컬러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거죠.
q 컬러 매치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신다면요?
완전히 보색 대비로 해 보세요. 코발트블루에 오렌지 머플러를 한다든지 그레이 컬러 코트에 핑크 머플러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예전엔 톤온톤으로 맞추는 게 정석이라고 여겼죠. 그러면 너무 단조로워 보여요. 여러 색이 섞이지 않는다면 그렇게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아요. 또 보색 대비로 컬러 매칭을 하면 활발하고 젊어 보일 수 있어요.
q 쇼핑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요?
기본이 되는 아이템은 좋은 걸 사는 게 좋아요. 유행하는 의상들은 몇 번 입고 나면 질리고 오래 못 입게 되죠. 옷장만 차지하고. 그래서 잘 만들어진 옷을 사기 시작했어요. 미니멀하고 베이식한 아이템은 오래 입어도, 자주 입어도 질리지 않아요. 옷이 많지 않아도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요. 저는 지금도 10년째 입고 있는 아이템들이 반이에요. 한 가지를 가지면 오래 입는 스타일이거든요.
- ▲ 그녀의 페이버릿 아이템들. 스타일을 완성시켜주는 심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구두들과 포인트가 되는 컬러풀한 머플러들. 특히 그녀는 캐시미어 소재의 무릎용 블랭킷을 볼드한 머플러로 연출한다. 문구류는 그녀의 또 다른 컬렉션 아이템으로 패션 홍보와 행사 등 다양한 일에 영감을 준다.
q 좋아하는 브랜드는요?
아르마니를 좋아해요. 심플한 팬츠 같은 것들을 구입하죠. 돌체&가바나도 시즌마다 나오는 심플한 재킷, 슈트 같은 아이템이 있는데 유행을 타지 않아요. 10년째 입고 있는데 지금 입어도 멋스러워요. 저는 SPA 브랜드에서도 5년 이상 입을 수 있는 것들로 골라요. 레깅스나 셔츠 같은 것들이요. 또 프렌치 커넥션이나 베네통, 클럽 모나코 등도 좋아해요.
q 쇼핑 플레이스는요?
주로 편집매장의 아울렛 매장을 즐겨 찾는 편이에요. ‘무이’ 아울렛인 ‘F/X’와 ‘스페이스엠’, 도산공원 앞에 있는 분더샵 아울렛 ‘블러스’, 그리고 제일모직 아울렛 온라인 숍인 ‘일모 스트릿’이요.
q 3040 주부들을 위한 잇 아이템을 추천하신다면요?
카디건이요. 엉덩이를 덮고 길게 축 늘어지는 카디건 말고 적당히 박시하면서 짧은 것으로요. 캐멀이나 누드핑크 같은 컬러로 구입하세요.
그 안에 티셔츠나 진주목걸이, 볼드한 목걸이와 매치하면 화사해 보여요. 봄가을에는 슬리브리스 원피스 위에 걸쳐 입고 학교나 행사가 있을 때는 단추를 잠그고 그 위에 스카프나 숄을 두르세요. 저녁 모임이 있을 때는 화사한 블라우스와 목걸이를 착용하고요.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에요. TSE나 랄프로렌, 씨바이끌로에 같은 브랜드를 추천해요. 좋은 소재의 카디건은 미니멀하면서도 여성스러워 보이는 최고의 아이템이에요.
q 편하게 자주 입게 되는 진에 대해 스타일링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요?
편하게 입기도 하지만 스타일링이 어려운 아이템이 바로 진이에요. 진을 입을 때는 박시한 상의를 살짝 넣어서 입으면 다리도 길어 보이고 예뻐요. 거기에 스니커즈보다는 힐을 신도록 하시고요. 단화를 신으면 핏이 예쁘게 나오기 힘드니까요. 특히 진을 입을 때는 언더웨어를 잘 선택해서 입어야 해요. 라인이 드러나면 안 돼요.
q 구두에 대해서도 잘 아실 텐데요, 구두를 고를 때의 주의사항은요?
여성의 라인이 제일 예뻐 보이는 높이는 8cm예요. 특히 메리제인 스타일의 슈즈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스타일링을 완성해줘요. 심플한 티스트랩 스타일도 좋고요. 힐이 부담스럽다면 웨지힐도 좋아요. 진에는 에스빠드류 같은 슈즈도 잘 어울려요. 요즘 유행하는 플랫슈즈는 편하긴 하지만 예뻐 보이기가 쉽지 않아요. 네이비, 와인이나 다크그레이 같은 컬러의 스타킹과 매치해서 신으면 다리가 더 날씬하고 길어 보일 수 있죠.
q 사실 근사한 옷을 입고 싶어도 체형 때문에 도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잖아요.
저는 지난여름에 3kg을 뺐어요. 좋아하는 옷을 더 근사하게 입고 싶어서요. 또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을 수 있는 나이를 연장하고 싶어서요. 나잇살은 누구나 찌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스스로 긴장하고 스타일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당연히 자신에게 투자해야 되죠. 지난여름에 필라테스와 발레를 했어요. 단지 날씬한 게 아니고 여성스러운 라인을 만들고 싶어서요. 저는 발레할 때 입는 보디슈트가 입어보고 싶더라고요.(웃음) 최근에는 테니스도 다시 시작했어요. 테니스 룩은 여성에게 참 잘 어울리는 룩이거든요. 단정하면서도 우아해 보이고 테니스를 치는 즐거움에 의상을 갖춰 입는 재미도 있어요.
q 전체적인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TPO죠. 그날의 일정을 생각해요. 오늘 누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이런 스타일링이면 상대가 좋아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오늘도 <여성조선> 독자분들이 어떻게 입은 걸 좋아하실까 생각하며 골랐어요. 11월호니까 조금 따뜻한 느낌에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스타일링이란?
남자친구! 나를 설레게 만드는. 여성들은 옷을 사는 일에 많은 추억과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잖아요. 늘 갖고 싶고 아쉽고 가끔은 시들해졌다가도 좋아지기도 하고. 스타일링을 잘하고 나온 날은 하루 종일 기분도 좋고 일도 잘 풀리는 느낌이잖아요. 스타일링은 단지 사치와 멋을 부리는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이벤트죠. 그러니 좀 더 고민하고 의논하고 즐겨도 좋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 즐거운 일이잖아요. 기분이 좋아지면 엔도르핀도 솟고 그러면 피부도 좋아지고요. 스타일링은 삶의 활력이에요.
/ 여성조선
전영미 기자ㅣ사진 방문수ㅣ장소협찬 벤소니(02-54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