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동구 좁은 주택가를 걷던 여성 주민이 '안심산책로' 안내문을 보고 한 말이다.
최근 공원 입구나 한적한 곳을 다닐 때 주위 사람들의 접근에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지난 8월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CCTV가 없는 곳을 택했다"는 범죄자의 진술에 ‘묻지마 범죄’가 확인되자 산책로 안전 개선 사업이 요구되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이상동기범죄에서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서울시는 공원 및 등산로(둘레길)에 지능형 CCTV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공원, 진‧출입로, 갈림길, 사고 발생 지역 등에 CCTV를 확충하는 데 지원금 512억원을 자치구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달맞이공원 입구에 부착된 '안심산책로' 현수막에 사용 방법 및 QR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조시승
25개 자치구 또한 각 구의 상황에 맞춰 무차별 범죄 대응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데, 성동구는 개개인이 소지한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보다 손쉽고 실용적인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눈길을 끈다.
앱 설치 없이도 QR코드를 스캔하고 전화번호 입력과 영상 및 위치 전송을 하면,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성, 위치가 성동구청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에 전송된다. 말하자면 개인 스마트폰이 휴대용 CCTV로 변신, 구청 통합관제센터에 모니터링되어 필요 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셈이다.
저물녘 성동구 송정동 송정제방길 모습 ©조시승
성동구는 응봉산과 달맞이공원 산책로 2곳에서 먼저 시범 운영한 후 상점가 골목, 강가, 재개발 및 정비 구역 등 점차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만약 이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전송된 CCTV 영상은 시스템 종료 이후 바로 삭제된다고 하니, 이 점도 마음이 놓인다.
송정제방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금 송정제방길이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느낌인데, 이런 산책로에서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을 활용하면 무척 유용할 거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안심 산책로에 설치된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 이용방법 ©조시승
지난 8월 28일부터 응봉산과 달맞이공원 산책로에 시범 운영한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이 호평을 얻자, 성동구는 10월 중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산지형 공원 4곳(응봉산, 매봉산, 달맞이공원, 무학봉) ▴하천변 제방 1곳(송정제방길, 중랑천변) ▴왕십리 도선동 상점가 골목길 1곳 ▴성수전략정비구역 1곳 등이다.
송정제방길.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 QR코드를 스캔하면 구청 통합운영센터와 연계된다. ©조시승
성동구의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은 개인이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범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의 CCTV가 설치되지 못한 모니터링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동구의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이 잘 정착되어 서울시 다른 지역에도 확대 적용되길 기대해 본다.
성동구에선 개인 스마트폰이 CCTV가 되는 '산책로 범죄 예방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조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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