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신기원 음양사단 [完. ‘10년’의 약속]

[「 베르사유」]

 

                        10 場 . 
  
                    신 기 원 음 양 사 단   
  
                         - 10년의 약속 -






 


 

完. ‘10년’의 약속

* 3개월 후 *

부림여고 하교길.

“아, 김보미 쫌!! 미쳤어?! 니가 좋아하던 남자애랑 나랑 소개팅을 왜 해~! 뭐어?! 동인남? 그게 뭐야 또!

뭔데 자꾸 나보러 그걸 하라는 거야~! 어제는 인터넷에서 자꾸 오이지인지 야오이 인지 이상한 만화책을 사라고 하질 않나~

저리 좀 가! 귀찮게 왜 그래 진짜!!!”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필시 미친것인가 싶은 광경에도, 이미 부림여고의 여학생들은 적응이 될 대로 된 터라

그의 저런 ‘하늘보고 혼잣말하기’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여학생들의 치마와 동일한 색상의 교복바지를 입고, 예전 누군가의 리폼으로 멋지게 변신한 나비넥타이의 사내아이는

여고의 하교길 유일하게 파르스름하게 깎은 머리로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저 나이에 남색 실래화 가방 따위를 가지고 다니는 그 얼뜨기 같은 모습은

이미 부림여고 여학생들에게 한낱 재롱둥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였다.

[팡‥!]

그렇게 학교를 나서는 길에 누군가가 냅다 충재의 엉덩이를 팡 소리고 나도록 때린다.

“아야!”

“토실토실 충재 궁뎅이~ 떡볶이 사먹으라고 꿀꿀꿀~ 엄마송희~ 비가 와서~ 안 된다고 꿀꿀꿀~”

“윤송희 너어...”

“얼씨구! 요 놈, 노려보는 눈 좀 보게. 앙큼한 것.”

“너 우리 가게에 외상값 왜 안 값아~ 왜 안 값아~!!!”

“까짓 그까짓 푼돈 주면 될 거 아냐!!! 문사장이 받아 오라든?”

“그리고 너 왜 맨날 떡볶이 먹고 내 이름으로 외상 다는 거야 왜~!”

그렇게 송희라는 여학생의 콧구멍이라도 찌를 듯 삿대질을 해대며 따져오는 충재의 곁으로,

“유후~”

“으악!!!”

느닷없이 누군가가 귓불로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자, 충재가 기겁을 하여 귀를 쥐고 뒤를 돌아보았다.

“야!!! 강민지 너어! 내가 귀에다가 그러지 말랬잖아!!”

“어머? 그럼 귀 말고 어디‥? 입술? 아니면... 가슴?”

그러면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의 턱밑까지 얼굴을 들이밀자 충재는 기겁을 하여 뒷걸음질 친다.

“나 진짜 니들 이지메 때문에 학교 다니기 힘들어!”

“다 사랑해서야‥ 너무 사랑하니까. 자꾸 그렇게 달아나려고 하면 당신. ....부셔버릴 거야!!!”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이젠 뭐 거의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충재는,

“하아……”

저렇게 사라지는 노을을 향해 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나 왜‥ 아, 왜~ 도대체 이 학교를 졸업시키려는 거야 정혁이 형은!!!”

그렇게 버럭 소리를 치는데, 순간.

“어어?? 야! 야! 저기 봐봐! 완전 내 스타일인 오빠 하나 서있는데?”

“어머머머! 웬일이야, 저 그냥 티도 쫄티로 만들어버리는 근육라인 하며!! 웬일이야 웬일! 누구지? 어떤 선생님 애인인가?!”

“근데 저 오빠…… 왜 이렇게 낯이 익지? 저 머슴적인 분위기하며!”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희롱하던[;] 여학생들이 일제히 교문 밖을 바라보며 꺅깍 거리고 소리 지르느라 난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슬쩍 그녀들이 바라보는 곳으로 고갤 돌린 충재는,

……!!!

“혀‥혀엉!! ...........동완이 형!”

그렇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달려가 와락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그 남자는 충재를 향해 환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지어 보이고 있었다.

“분식집은 어때 잘 돼?”

“뭐‥ 정혁이 형 말로는 손해는 안 본데.”

“하하‥ 그럼 다행이네.”

충재는 동완이 사준 햄버거를 맛있게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입 언저리에 연신 무언가를 묻히며 먹는 충재의 입가를 동완은 티슈르 슥슥 닦아내며 흐뭇한 표정이었다.

“형은 어때?”

“뭐가?”

“시골에서 울타리 버섯 키운다면서.”

”...................느타리다.”

“어? 아, 그래 어쨌든 타리는 맞잖아~”

“형도 먹고 살 정도로 하고 있어.”

“으응, 그렇구나. 방학하면 나 놀러 갈래.”

“그럼. 꼭 와. 너같은 육체파 노동인력이 필요해.”

”으휴, 진짜 형은! 아 참참! 며칠 전에 혜성이 형한테 전화 왔었다?!”

그러면서 반짝 눈을 빛내는 충재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 동완은 그러하냐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라든?”

“제주도래.”

“제주‥도?”

뜻밖이라는 듯이 동완이 되묻자, 충재는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응. 제주도. 거기 있는 쬐끄만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에서?”

“영양사 한 대.”

“……난감하다 정말. 이걸 어울린다고 해야하니 안 어울린다고 해야 하니.

그게 그래 뵈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닐 텐데 어떻게 들어갔대?”

“그건 잘 모르겠어. 원래 혜성이 형이 안 될 것 같은 것도 잘 뚫고 그러잖아. 뭔가 분명 비리가 있었겠지. 누굴 구어 삶았다던가.”

“그러고도 남지. 그 녀석은.”

그러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흰 가운 입고 아이들에게 급식 나눠줄 혜성의 모습이 영 우스워 동완은 혼자 계속 웃는다.

“그리고 있잖아~ 바로 어제 민우 형한테도 전화가 왔었거든? 근데 앞이 찍힌 지역번호가 혜성이 형이랑 똑같은 거 있지?!”

그러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자, 동완이 또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며 그런다.

“호오‥ 그래? 그거 잘 봐봐. 뒷번호까지 똑같을 지도 몰라.”

그렇게 넌지시 암시를 해도, 우리 해맑은 충재는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겠냐며,

“정말?? 에이~ 설마. 그럼 둘이 서로 만났을지도 모르겠네?!”

“글쎄다. 그러려나? ‥하하, 모르지.”

아니면 같이 살지도.

-    *    -

“다들 아시겠지만 이 돌하루방의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어디 아들 딸 구별이 있겠냐마는,

난 기필코 아들을 나아야겠다 싶으시면 한 번씩 쓰다듬어 주시는 게 나쁠 건 없겠죠?”

그러면서 가이드는 얼굴 가득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검은 뿔테 안경에, 살짝 웨이브를 준 짧은 머리의 남자는 웃을 때마다 입가에 패이는 보조개가 예쁘다.

“어머! 가이드님 너무 하시다! 우리가 무슨 신혼부부도 아니고, 여대생끼리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가씨들 앞에서~”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그러면 못 쓴다고 아우성치는 여행객들에게 민우는 하하! 하고 시원한 웃음소리를 냈다.

“뭐 장차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실 몸들인데 미리 알아둔다고 나쁠 거야 없죠.”

“그러지 말구.. 우리 아까부터 얘기했던 건데요 가이드님 콧날 한 번 만 만져보면 안 돼요?”

“……!!! 죄송하지만 그건 팁을 따로 받습니다.”

“따로 드릴게요!”

“……으흠..”

요즘 여대생들.. 강하다[;]

“아주 좋아 죽네, 좋아 죽어. 좋냐? 어? 좋아?”

그렇게 서울에서 내려온 여대생 여행객들과 너무 샤프하게 생긴 가이드 사이의 오붓한[;] 시간 속에

누군가 그들의 사이를 척 가르며 나타나 가이드를 매몰차게 갈구었다.

“아주 뭍 여자애들만 내려오면 정신을 못 차리지?”

“너 뭐야. 애들 밥 안 퍼주고 왜 왔냐, 여기는?”

“다 퍼줬거든???”

“그 흰 가운 입고 돌아다니지 좀 마. 그런 네가 부끄럽다. 남 근무하는데서 왜 추태야 추태가.”

“개새끼야! 악착같이 모아야 십 년 후에 될까 말까 인데 지금 니까짓 게 나한테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거냐 어?!”

그렇게 맹렬하게 삿대질을 하며 달려드는 그의 행태를 보아서는 금세라도 그 찔러대던 손가락을 민우의 콧속에라도 넣을 태세다.

여대생들의 그 경악스러운 표정과, 주변 관광객들의 수군거림에

몹시 쪽이 팔리기 시작한 그는 영양사를 데리고 저 먼 구석으로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이제 봄이 오려나.”

“여기야 마음은 늘 봄 같지.”

결국 햇빛 따뜻하게 내리 비치는 벤치에 앉히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려주자 혜성은 잠잠해졌다.

“너 적금 한 달에 얼마 붓냐?”

”노코멘트.”

그렇게 단호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민우가 대꾸하자, 또 그는 성질이 확 오른 얼굴이다.

“뭐 그 딴 걸 노코멘트라고 지랄이야? 말하면 어때서!”

“훗! 웃기고 있네. 그 딴 거? 너 그거 왜 묻는데? 너 내가 오십만 원 붓는다고 하면 오십일만 원 붓고,

백만 원 붓는다고 하면 백만 천 원 부을려고 하는 거잖아. 꼭 백 원이라도 나 이겨 먹을려고. ……하여튼 여전히 유치해.”

“아니 이게 진짜! 야, 치사해 말하지 마!”

그리고는 팽 토라지는 시늉을 하며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우그적 깨물어먹는다.

그 모습에 피식 웃는 민우는 문득, 멍하니 눈앞으로 시선을 던졌다. 눈앞에는 파란 바다가 보였고,

조금 더 예쁜 색의 하늘이 보였고, 그리고 따뜻하게 그들의 볼을 스치는 바람이 있었다.

무조건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무조건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따뜻하고, 파랗고, 넓게 새로 태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따듯하게 위로 받고 싶었고, 그렇게 순수하게 다시 살아나고 싶었다.

"......"

그런 생각들에 잠겨 있다가 민우는 문득, 곁에 앉아있는 혜성을 바라보았다.

“너… 왜 끝까지 말 안 해주냐.”

“내가 뭘?”

“왜 나를 찾아 여기 왔는지.”

“......”

“......”

“너는 왜… 교린지구에서 울며불며 하다가 만 말 아직도 안 해주는데?”

「뭐가 두려운 것인지 나 차마‥ 나 차마 내색하지 못했지만‥!!

. ............나, 너‥ 나, 너‥」

민우는 대답대신 다시 한 번 슬쩍 혜성을 바라본다.

그러다 슬며시 혜성의 손목을 덥석 쥐자 혜성이 놀라 짜증 섞인 표정으로 그것을 뿌리치려 하였다.

그러나 역시, 힘에서는 당해낼 수가 없어 민우는 손아귀에 꾹 그것을 쥐고 놓지 않았다.

“아직은 안 돼.”

“뭐가? 그리고 이거 안 놔? 죽을래?!”

“…아직은 좀 이르고, 조금 더‥ 좀 더 살아보고.”

“......”

그 때 말해 줄게‥

그 때처럼 내 절절히 울며 소리쳐 주마-.

-    *    -

“야!! 너 테이블 안 치우고 어딜 쏙 들어가! 암튼 저 뺀질이 저거~!”

“아, 알았어! 나 이것만 좀 보구!!!”

밖에선 빨간 딸기 땡땡이가 그려진 앞치마를 입은 정혁이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충재에게 뭐라뭐라 타박을 하고 있었지만,

충재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가슴에 분홍색의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안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책상 밑에 쪼그려 앉아[;] 숨는다.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그가 가슴에 품은 것은, 헤어질 때 동완이 건네준 선호의 편지였다.

충재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겨우 진정하며 천천히‥ 그것을 조심스럽게 펴들었다.

「충재에게-」

그저 ‘충재에게’라는 한마디를 읽었을 뿐인데, 금세 눈가에 눈물이 맺혀왔다.

「충재에게-」

너무너무 보고싶은 친구‥ 충재야. 잘 있었니?

자주 편지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글을 보내는 구나. 미안해.

우리 느타리 농장이 요즘 조금 바빴어! 분식집은 잘 되고 있니?

정혁이 형이 의외로 사업수완이 좋은 관상이라- 잘 돼서 성공하리라 믿어!

크게 이름도 날리고 언젠가 ‘박퍼피분식’ 체인점도 전국 방방곡곡에 생기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형 도와서 열심히 일 해야 해!

“치이‥ 난 그래도 우리 분식집 이름이 챙피하다구‥”

그리고 여고생활은 어떠니? 아이들은 여전히 널 만지고 좋아하니?

그 때 보니까 짓궂어서 그렇지 널 참 좋아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네가 하도 괴로워해서 내가 타이를 양으로 보미를 불러서 얘기를 좀 했는데‥

보미는 얼마 전에 네 수호신 신청을 내서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

직계가족 외의 사람에게 수호신을 자처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 만큼 널 좋아하고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는 뜻이니, 고맙게 받아들이고 사이좋게 지내길 빌어.

아, 그리고 보미가 내게 ‘아담과 아담의 언덕’이라는 책을 추천해주고 가던데‥

넌 읽어보았니? 언제 한 번 동완이 형에게 사다달라고 부탁해서 읽어보려고 해.

“안 돼! 읽지 마!! 안 돼! 김보미 내 이것을 그냥!! 우리 선호마저!!!”

우리 느타리버섯 농장도 제법 수확이 좋은 편이라 다행이야.

벌써 올 초에 하우스가 여섯 동이나 늘어났단다.

방학이 되면 네가 올 것이라고 하던데 네 방학이 너무너무 기다려져.

“나도 너무너무 기다려져‥”

아, 우리 느타리 농장 옆에선 신우형이 홍삼을 키워.

아직은 실수투성이라 아무래도 베테랑인 동완이 형이 많이 도와주지만,

자기 혼자 라이벌의식을 느끼며 도움을 안 받으려고 해. 동완이 형은 전혀 의식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향심이 누나 때문인 것 같아. 그 바로 옆에 향심이 누나네 원예농장이 있거든.

향심이 누나네 화원은 정말 너무너무 예뻐. 이곳에 놀러오면 우리 꼭 그곳에 함께 가자.

너무 내 얘기만 했나보다. 헤헤, 다음에 오면 네 얘기 많이많이 들려줘.

…난 잘 지내. 우리 충재도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지낼 거라는 거 잘 알아.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건강하길 바라‥

너무너무 그리운 친구에게 …선호가.

편지를 다 읽고 충재는 가만히 편지지를 가슴에 안았다.

괜스레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우리 꼭 다시 만날 거야‥ 꼭‥”

-    *    -

‘일종에 타임캡슐 선약을 하는 거다.’

‘타임캡슐 선약?’

‘지금이야 돈도 없고, 이거 빼면 먹고 살 재주도 없고, 학력도 없고.

우린 너무 초라하고 볼품없는 인간들이지만.’

‘......’

‘그렇다고 이대로 흩어져 버리기엔 우린 서로 놓을 수 없는 인연이란 걸 잘 알고 있잖아.’

‘......’

‘우리 열심히 돈을 벌어서 십 년 후, 커다란 집을 사서 그곳에 함께 사는 거다.’

‘......’

‘7층 짜리 커다란 집을 지어서 나랑 충재랑 동완이랑 선호랑 너랑 그리고 이민우 향심씨까지. ...우리 다시 그렇게 만나는 거야.’

‘현실성이 있는 얘기야?’

‘믿음이 있다면 이룰 수 없는 것은 없어. 우리가 이대로 흩어져 버릴 수 있을까.’

'..못하지. 내 유일한 가족인 걸.’

‘그렇게 누구에게나 떳떳할 만큼 열심히 살아서, 비로써 서로가 모여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게 되면...’

‘......’

‘우리 그 때 다시‥ 진짜 음양사단으로 부활하는 거다. 음양사단일도 다시 시작 하는 거야. 지금은 위의 감시도 있고,

 여건이 되지 못해 기거할 곳도 없이 떠돌아야 하지만‥ 우리 그 때가 되면 우리 힘으로 다시 그렇게 일어서서,

정말 소수정예의 멋진 한 팀으로 우리만의 음양사단을 시작하는 거다.’

‘그래. 그러자.. 그래.. 난 아무리 박봉에 쓰리디에, 보험처리도 안 해 줬지만.

나 그래도... 우리 모두가 그래도... 그 일을 정말 사랑했으니까.’

‘그래. 십 년 후다.’

‘그래. 십 년 후.’

-    *    -

“선호야~ 햇볕에 너무 오래 있지 마라. 어지럽다.”

“네‥”

멀리서 메아리치는 동완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여 뭔가를 찾고 있던 선호가 몸을 세웠다.

초록색의 풀이 무성하게 바람에 몸을 살랑대는 파란 언덕 가운데에 새하얀 얼굴의 소년이 그림처럼 서있었다.

그 곁으로 다가가며 동완은 선호의 턱 끝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땀방울을 스윽 닦아내며 아이를 향해 씨익 웃었다.

이젠 서로를 향해 매일 이렇게 웃는다.

“형도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그러면서 선호도 제 손등으로 스윽 동완의 땀방울을 닦아내며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이신우 이놈의 자식 잡느라고. 이게 기껏 따놓은 느타리버섯을 두 박스나 훔쳐갔다.”

“예에? 아니 그건 왜요?”

“향심이한테 물으니 양복 쫙 빼 입고 홍삼이랑 느타리버섯을 들고

 새벽같이 향심이네 할아버님 할머님께 인사드리러 갔다는 구나.”

“향심이 누나도 없이‥?”

“그러게 말이다. 누구랑 결혼할 생각으로 향심이도 빼먹고 혼자 그리로 갔는지. 영 띨띨한 녀석 같으니.”

“예비 손주사위 되고 싶어서 많이 긴장했나 봐요.”

“으휴… 그런 모자른 놈한테 향심이를 어떻게 주지?”

그러면서 동완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언덕 밑을 굽어본다.

마치 작은 장난감처럼 옹기종기 모인 시골집과, 나무와 풀과 자연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는 것을 그는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선호가 문득 그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십 년이란 세월이.”

“......”

“짧을까. 아니면 길까.”

그의 질문에 그와 같은 곳을 향해 가만히 시선을 옮긴 선호가 따듯한 미소로 대답하였다.

“짧을 꺼 예요.”

우리에겐. 너무나… 짧은 시간 일겁니다.

그렇게 소년은 자신의 주위를 감싸는 눈부신 햇빛에 눈썹 위로 손 그늘을 만들며 그

리 밝지도 어두운 표정도 아닌 얼굴로, 그 드높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

계절은 벌써 봄이 다가 왔는지 한낮의 태양은 조금 뜨겁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어째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러다 거짓말처럼 소나기라도 퍼부을 태세입니다.

쿡… 언젠가 이와 비슷한 말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이와 비슷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입니다.

언젠가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어리석은 인간이 있다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자. 세상에 나만 아는 비밀이 존재한다고 믿는 자.

...나는 볼 수 없지만, 그것은 지금도 날 바라보고 있다는 걸.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려는 순간,

그 비밀은 이미 하늘이, 혹은 제 3의 미지의 존재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게 저희의 임무…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두 종류의 어리석은 영혼이 있습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영혼과 부질없는 복수심으로 인간의 명줄을 좌지우지하려는 영혼.

조금 더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사람' 보다는

이 두 종료의 어리석은 영혼들을 상대하는 일을 주로 하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의 정확한 명칭은..

그 기원을 따라가 보면 '천문(天文) 역수(曆數) 풍수지리 등을 연구하여 길흉화복을 예언하는 자'를

뜻하지만 점차 세상이 어지러워지면서 귀신이나 요괴를 물리치는 술사(術士)로 직인 하게 된 사람들.

그 들의 후손의 후손 즘 되는 우리를 사람들은 음양사(陰陽師)라…… 불렀습니다.

당대의 음양사들과는 달리 영혼을 다루는 수법들이 조금은 괴이하고

유례가 없는 특이한 집단이라 하여 우리는 그렇게 불려… 졌었습니다.

신 기 원 음 양 사 단 (新紀元 陰陽師團)

그리고 우리는, 조금의 인내의 세월을 보낸 후 기필코 서로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

그렇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음양사의 삶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은 그렇게 다시 시작 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인 한 반드시…

그리고 영원히…

◈ 신 기 원 ․ 음 양 사 단 (新紀元 陰陽師團) ◈ [2003/06/26 - 2006/02/16] …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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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이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신기원음양사단의 전부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많이.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정말정말 많이. 


나의 삼년, 그리고 여러분의 삼년의 세월이 이 完. 이라는 단 한 글자에 담기엔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그렇게 아쉽고 기쁘고 뭉클한 모든 감정을
그저 가슴으로 삼키며 저는 괜스레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 지금을 그저 혼자서 즐기렵니다.


...........

아주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멘트로 끝낼까요? (흐흐)
그 동안 신기원 음양사단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베르사유 드림.  

[할로]

근데 '그때 이들이 10년째 귀신을 쫒을지 미리 알았더라면 휴-' 이거 왜이렇게 웃기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첨봤는데 빵터졌어요ㅋㅋㅋ

[아곰]

9장만 다시 보고가요ㅎㅎ 여전히 설레고 감동적이에요ㅠㅠ

[원츄☆]

정말 몇년만에 신.음 정주를 했어요 ㅠㅠ 읽으면 읽을수록 멋드러진 내용과 예상치 못한 반전에 눙무리 ㅠㅠ 정말 미친듯이 잘 읽었습니다^^ 시즌2도 잘 읽겠습니다~~~

[강가]

오랜만에정주행햇습니다ㅠㅠ언제읽어도진국이네요진짜..최고b

[민자몸빼셩]

정말 넋을놓고 다 읽었네요ㅠㅠ 너무 잘봣습니당 !!!!ㅠㅠ 사랑해요ㅠㅠ

[아이디바까따]

정말 오랫만에 재탕했네요 ㅎㅎ 읽어도읽어도 참 재밌는 신음 시즌 2도 재탕해야겠네용 ㅎㅎㅎ사유님 애정합니다!

[치즈맛양갱]

간만에 정주행완료!!아직 외전과 신.음 2가있긴하지만 항상 완결이 되면 가슴한구석이 찡하네요..볼때마다 감동적이구요 사유님 항상 감사합니다!!

[Jin.Ks]

대망의 5월 1일을 기다리며 정주행 완료! 수정된 이후로는 처음하는 정주행이에요 ㅎㅎ 확실히 예전에 읭?하던 부분들을 많이 손보셨네요. 수정도 창작만큼 어려운 일이라는데, 사유님 감사해요 업그레이드된 신.음 보여주셔서!

[j-eun]

어쩜 이런 대작을 여태 안 읽었을까요..사유님 너무 대단하십니다 이제 시즌2보러 갑니다~ 너무 기대되요~~

[사랑하는동완]

ㅠㅠㅠㅠㅠ정주행 완료 했습니다ㅠㅠㅠㅠㅠ다시 봐도 너무 재밌고 여운이 남는 소설이예요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랑랑랑v]

시즌1정주행 완료! 사실 몇번이고 했지만 또 오랜만에 한 번 했네요^^ 오랜만에 보니까 10년후의 약속이 왜 오빠들 공백기 느낌이 나는지..허허 무튼! 언제나 사유님은 최고세요!! 항상 좋은 글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이제 시즌2로 고고!!

[롱디]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기는군요ㅠㅠㅠㅠ 이걸 왜 이제야 보았을까.....

[초코비]

여전히 너무 좋네요 ㅠㅠ 완결 났을때가 고딩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이십대 중반이 되고 다시한번 완결을 읽으니 감회가 새로워요..좋은 추억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유님❤️

[디제이]

신.음은 다시 재탕 삼탕해도 늘 놀랍고..먹먹하고.. 가끔은 무서우면서도 끝까지 따스했던 그런 이야기인것 같아요....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제 와서 이런 댓글 좀 그런가? 싶지만 3년이란 시간동안 정말 고생하셨고....(벌써 10년이 흘렀다니....!)이런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베르사유님❤️

[BM클럽]

아름다운 마무리였었음을 또한번 느낍니다. 수십번 읽고 또 읽었지만 또 읽어도 재미있어요. ㅡㅜ

[미소빵]

몇 번을 봐도 언제나 느껴지는 감동은 매번 다르면서도 똑같습니다. 사유님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매번 행복합니다. 애정합니다!

[랑랑랑v]

진짜 너무너무 오랜만에 3일에 걸쳐 정주행했어요! 매번 느끼지만 정말 최고해요 늘! 애정합니다! ㅎㅎ

[10번]

넘 재밌었어요!!! ㅠㅠㅠ

[이민봉이]

사유님. 간만에 시즌1 정주행 했습니다. 사실 제본으로도 종종 정주행하는데요. 이번엔 이상하게 여기 이 연재 게시물들로 정주행이 하고싶더라구요. 2006년(이라는 숫자를 쓰면서 괜히 소름 돋습니다...정말...정말 오래되었네요.) 연재글과 같이 호흡하던 독자들의 흔적이 있어 더 재밋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젠 가을에게 좀 더 늦게 지나라가 땡깡 부릴 수도 없는 계절이 왔습니다. 이번 겨울도 무척이나 추울것 같아요. 어디에서 무얼하고 계시든 항상 건강하시구 조만간 꼭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니난노노]

신.음 정주행했어요. 이제 신.음2를 봐야하는데 왜 여기서 한참 머무르게 될까요. 그러게요 10년이 느리게도 빠르게도 갔습니다 ㅠㅠ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여섯에 신우 향심씨 준이 현민이까지 행복하게 살기를

[ㅇ0ㅇ]

2018년 여름도 신기원 음양사단과 함께!!

[쥬쥬]

봐도봐도 재밌네 크으으으

[셩셩셩]

옛날에 읽을 땐 10년이 길어서 슬펐는데, 지금은 10년이 너무 빨라서 슬프네요ㅜㅜ다시봐도 명작 신.음♥

[또자네]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마지막은 의외네요ㅜㅜ

[orange]

시즌 1 정주행 끝났습니다! 제본이 나온다면 꼭 사고 싶어요 ㅎㅎ

[은파유]

며칠에 걸쳐 다시 정주행했네요. 처음 읽을 떄의 신.음과 지금의 신.음은 같은 듯 다른 감동을 늘 줘요 ㅠㅠ 감사합니다 사유님

[정만이]

정주행 완료!! 언제 읽어도 재밌고 몇번을 읽어도 감동이에요ㅠㅠ

[이민봉이]

몇년만에 또 왔어요. 동완이가 선호에세 10년이란 세월이 짧을지 길지 물어보는데요. 나날을 모아보니 너무나 많은 기억들이 있는데 너무나 빨리 지나갔네요. 신기합니다. 2003년 6월에 연재가 시작된 신음도 몇해만 지나면 20주년이 되네요. 정말 너무나 짧고 또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끄닥끄닥]

문득 생각이나서 다시 읽게된 게 또 완결까지 왔네요 10년도 15년도 참 짧죠 그러니 아직도 사유님이 생각나고 이 글이 이렇게 재밌는거겠죠 또 10년 또 20년 뒤에도 제가 이 글과 이 공간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건강하시고 꼭 꼭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