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사회복지회, 대부업체의 후원 받아도 되나 | ||||||||||||||||||||||||
[지금여기 데스크-한상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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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발행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의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는 “경제금융활동에서 정당한 이윤추구는 용납할 수 있지만 고리대금업에 의존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이하 241항)고 주의를 요청했다. 고리대금업은 “폭리를 추구하며 탐욕스러운 행위로 인류 형제의 굶주림과 죽음을 유발”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성환 신부) 설립 35주년 기념행사의 후원단체로 한국 대부업체 3,4위를 다투는 ‘바로크레디트대부’와 ‘웰컴론’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후원단체로 지정된 (주)평화드림은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사장 정진석 추기경)이 운영하는 수익 사업체이므로 당연시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후원단체로 지정된 ‘우리은행’ 역시 금융기관으로, 전통적인 교회 정서와 가르침에 따르면 석연치 않다. 결국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기념행사에 후원한 단체는 (주)평화드림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대부업체인 셈이다. 그동안 대부업체들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후원사업을 겸하고 있는데, ‘바로크레디트대부’는 지난 2007년부터 정기적으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영등포지역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토마스의 집', 가출청소년에게 숙식과 심리치료를 베푸는 '노틀담 수녀회', 지체 장애자들의 교육과 자활을 돕는 '제천청암학교', 소년원에 가야 할 유소년의 계도와 교육을 실시하는 '살레시오 나눔의 집', '요셉의원' 등에 기부해 왔다. 웰컴론의 경우에는 핸드볼 팀 웰컴론 코로사를 후원하고, 웰컴론 방정환장학 재단을 설립해서 기부해 왔다. 이들 대부업체에서는 순이익의 1% 정도로 나눔운동으로 돌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들의 수익률에 비하면 기부액수는 체면치레조차 되지 않는다. 다소를 불문하고 기부행위 지체야 탓할 수 없겠지만, 기부행위의 의도가 만일 불순한 것이라면 교회 차원에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고리대금업자는 대부업체들이다 정작 이들 대부업체들은 지난 2002년 10월 대부업법이 제정된 이후 66%의 엄청난 이자율을 받았으며, 그후로도 2010년 7월까지는 49%의 이자율을 적용해 왔다. 또한 시민단체와 각계의 비판에 따라 지난 1년동안은 겨우 5% 내린 44%의 이자율을 적용해오다, 2011년 7월부터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일부 개정으로 39%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엄연한 고리대금업이다. 덧붙여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12-16%이고, 일본도 대출금액에 따라 연 15-20%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현재 ‘바로크레디트대부’와 ‘웰컴론’은 대출금리를 연 39% 이내로 정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로 알려진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등 대부업체들도 법 개정 이후부터 39%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체이자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40%가 넘은 연이자를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다른 선진국의 이자율 상한선을 감안해 볼 때 여전히 대부업체들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이들 대부업체들은 대부분 1천만원에서 2천만원까지 소액대출을 주로 하는데, 이들이 제시하는 높은 이자율은 사실상 부자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들이 제1금융권을 벗어나 높은 이자를 주고 사채를 끌어다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업체의 돈을 빌어다 쓸 수밖에 없는 이들은 우리시대의 가난한 서민들이다. 당장에 급전을 돌려야 하는 약자들이다. 웰컴론에서 광고하듯이, 11초만에 대출해 준다고 하지만, 그 돈을 거저 주는 게 아니다.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에 걸려 다시 사채를 써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파산하는 게 경제적 약자의 설움이다. 그래서 경제전문가들은 복지차원에서 이자율의 최고상한선을 20%선 정도로 낮추는 정책을 세워 상환능력을 갖춘 자활계층을 지원하고, 일반 금융기관에서 도저히 대출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을 위해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같은 저금리 서민 소액대출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톨릭일꾼운동을 도로시 데이와 더불어 전개했던 피터 모린은 “교회를 상인들이 저당잡았다”고 말했다. 그리스도는 환전상들을 성전 밖으로 몰아내셨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돈놀이꾼인 대부업체들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최근 교회 안에서도 사회적 책임투자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도덕성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환경 및 평화에 기여하는 기업에 교회의 여유자금을 책임있게 투자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회 가르침에 위배되거나 환경을 훼손하고 승자독식 구조를 강요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말자는 운동이다. 그러나 교회는 투자뿐 아니라 기부받을 때도 선한 은인들의 자발적 헌금에 의지해야 한다. 기업의 돈을 받더라도 가려서 받아야 하느님 나라에서 받을 상급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