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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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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카페 컬럼 스크랩 김남훈님의 컬럼 현역 프로레슬러가 본 "더 레슬러"
김남훈/인간어뢰 추천 0 조회 93,932 09.03.14 19:13 댓글 25
게시글 본문내용

 

영화관에서 영화가 오랫동안 상영되지 못할 거라는 강한 예감이 때문에

 

수요일낮에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예상대로 극장안엔 저를 포함해 겨우 3명밖에 없더군요.

 

 

1980년대 꽃미남의 전형이었던 "미키루크"

 

 

영화의 스토리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퇴물 레슬러 랜디의 이야기지요. 그리고 그의 마지막 경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랜디는 멋진 육체와 화려한 공중살법 그리고 깔끔한 외모로 8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던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메이저 단체가 아닌 중소단체를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지요.

 

저 역시 10년전에 프로레슬러로 데뷔를 했기에, 물론 랜디처럼 전성기랄것도 없고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메인이벤트를 뛰어보지도 못했기에 "부"-"침"에 있어서 "부"를 경험하진 못했지만 "침"은

 

많이 경험해 보았지요.

 

 


 

낡은 트럭과 궁색한 살림의 랜디

 

 

 

차가운 철제의자에 앉아 뜨거워졌던 몸을 식히며 테이핑을 뜯어내며 옷을 갈아있는 장면에선 속이

 

뭉클해지더군요.

 

땀에 절은 팬츠너머로 스멀 올라는 철제의자의 냉기에 몸을 떨며 하얀 봉투에 넣어진 현찰은 받아본 사

 

람만이 압니다.

 

 

그의 본명은 "램진스키"입니다. 그러나 하위문화의 코드,

 

미국식 영웅주의가 메인테마를 이루는 레슬링무대에서

 

"스키"가 들어가는 이름은 결코 레슬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을 겁니다.

 

마치 꽃보나 남자의 구준표가 진한 사투리를 쓰는 격이랄까요?

 

그는 영화속에서 내내 자신을 "램진스키"가 아닌 "랜디"로 불러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 감독의 이름도 "아로노프스키"이지요. ^^

 

"램진스키" -> "랜디"

 

 

그의 인생은 무척이나 퍽퍽합니다.

 

간신히 굴러다니는 그의 화물밴처럼 우중충하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그의 삶처럼 영화도 우중충합니다.

 

 

이 영화는 결코 끝까지 , 어떤 감정의 선까지 관객을 내밀지 않습니다.

 

이른바 러브씬은 키스 한번이 고작이고 그것도 중간에서 끊어집니다.

 

부녀간에 가족의 감정을 재확인할 때도 뭔가 아쉽게 끊어집니다.

 

 

이렇게 중간에 멈칫 하게 만드는 것은 감독의 의도로 보여지며 결국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맨 마지막장에서도 같은 모습을 취합니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죠.

 

기승전결 딱딱 맞아 떨어지며 "끝장"까지 제대로 가는 게 어디있겠습니까.

 

이런 장면에서 눈물 펑펑나게 하면 관객이 좀 더 왔을까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습니다.

 

저에겐 "더 레슬러"가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이며,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기 했습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망가져가는 랜디의 모습. 이가 부러지가 마비까지 격었던 저였기에 그 느낌은

 

머리뿐만 아니라 제 피부 진피층 밑의 모세혈관까지 모두 묵직하고 세세하게 퍼져나갔습니다.

 

 

숙적 윤강철에게 "탄자니아 백드롭"을 시전중인 필자

 

 

이 영화의 감독은 정말 프로레슬링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나 랜디가 마트에서 일하며 주방과 창고의 좁은 복도를 지나갈 때 랜디는 관객의 함성을 듣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격투기의 링, 프로레슬링의 링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좁고 긴 복도를 지나갈 때...

 

링에 입장할 때의 흥분을 느낍니다.

 

상가의 복도안에서 심지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경기장의 링으로 들어가는 "임장감"을 느꼈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뭔가 아는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영화는 랜디의 뒷모습에 집중합니다.

 

관객이 떠난 경기장, 집으로 들어가는 랜디, 마트에서 일하는 랜디.

 

카메라는 랜디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자친구가 일하는 스트립바의 문지기가 등통증을 호소하며 진통제를 랜디에게 구해달라고 하지요.

 

프로레슬러들은 실제로 등부상에 시달립니다. 상대의 공격을 일부러 받아들이며, 링바닥에 등으로 떨어지다보니

 

광배근처럼 넓은 근육에 부상이 생기고 이 고통은 평생을 갑니다. 저도 종종 등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가 있지요.

 

 

이렇듯 내내 등에 집중하던 카메라는 딱 한번 랜디의 앞모습을 화면 전면에 비춰줍니다.

 

바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였지요. 어떤 모습인지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랜디는 링 보다도 링바깥의 세상에서 더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링에 올라가야만 했던 또는 그것외에는 할수 밖에 없었던 "올인"의 삶이었죠.

 

 

 

 "링 안"보다 "링 바깥"에서 더 많은 상처를 받은 랜디

 

 

링에 오르는 자는 딱 두가지 부류 입니다.

 

링 안의 박진의 삶에 영혼이 혼미해졌거나, 링밖의 세상이 두려워 피신처로 삼는 것이지요.

 

 

영화는 어떤 이에게는 시덥지 않은 드라마였을테고

 

누군가에겐 젊음을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서 같았을 겁니다.

 

 

예전에 누군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로프반동이라는게 너무 웃기지 않나요? 어떻게 로프쪽으로 보냈다고 다시 튕겨져 돌아오나요?"

 

 

제가 대답을 했지요.

 

"튕겨서 돌아오지 않으면 경기가 진행이 안됩니다. 저도 가기 싫지만 가야해요."

 

 

 

여러분들의 삶은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의 링은 어떤가요?

 

 

 

 

 

                                                                                       - 인간어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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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3.14 21:03

    첫댓글 저도 어제 봤는데 남훈님이 쓴 글을 읽어보니 더 동감이 가네요~

  • 09.03.14 22:46

    부상으로 장시간 입원하셨던 김남훈님의 글이라 그런지 더욱 와닿네요.아직 안봤는데 님글보니 보고싶어지네요.님이 말씀하신 링에 입장할때의 흥분감은 어린시절 정말 맛보고 싶은 것이였는데 이제 나이들어 그럴 기회도 없어져 버렸네요.^^ 대리만족 해야죠.이영화 시간내서 한번 봐야겠습니다.

  • 09.03.15 11:46

    불현듯 워낭소리의 할아버지 모습이 랜디와 교차돼는군요. 삶은 틀리지만 다리가 불편하면서도 농사일을 하는 그 억척스러워보이는 할아버지와 자기몸이 찢겨지는 고통속에서도 링에 오르는 랜디. 모습은 틀리지만 분명 사람들은 그렇게 사나봅니다. 남훈님 글이 참 잔잔하게 와닫내요 잘보고 갑니다.

  • 09.03.15 14:48

    "튕겨서 돌아오지 않으면 경기가 진행이 안됩니다. 저도 가기 싫지만 가야해요."

  • 09.03.15 15:40

    비록 어둠의 경로로 감상하긴 했지만 거의 다큐멘터리같은 리얼함을 연출하더군요. 스트립쇼를 하는 여인과의 엇갈린 삶의 만남이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본질적으로 그 여인의 무대 뒤에 숨겨진 삶의 애전함과 랜디의 그것은 쌍동이 처럼 닮아있지 않겠어요. 결국 삶이란...ㅠㅠ

  • 09.03.15 15:42

    이 영화를 본 한 사람으로, 정말 레슬링 본 지 오래되었다는 걸 느끼게 되더군요.. 레슬러도 하나의 사람이고, 하나의 스포츠 엔터테이너인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그들을 좀 냉대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 나라 레슬링도 빨리 부흥해야할텐데.. 말이죠.

  • 09.03.16 02:08

    정말 논픽션 같은 영화였죠

  • 09.03.16 12:27

    어릴적 헐크호간과 워리어,,이왕표를 보고 자란 세대라 이해도가 높았습니다. 프로레슬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인거 같고 미키루크의 인생과도 교차해서 참 감명깊었어요..

  • 09.03.17 20:19

    '땀에 절은 팬츠너머로 스멀 올라는 철제의자의 냉기에 몸을 떨며 하얀 봉투에 넣어진 현찰은 받아본 사람만이 압니다." 찡합니다 ㅡㅡ;;; 요즘 남훈님의 멋진입담에 탄력받아 우리한국 레슬링도 멋지게 부활했으면 하네요~

  • 09.03.23 18:21

    감동이네요 글읽고 나니 가슴이 뭉클해 지네요 ..

  • 09.03.24 12:58

    좋은데요..

  • 09.03.25 16:57

    원래 캐스팅예정이었던..니콜라스케이지가 연기했다면....이런 영화가 되었을까요? 정말..미키루크의 삶 그 자체인 영화더군요..랜디처럼 미키루크도..잘 나가던 시절 촬영장 안팎에서 안하무인 이었다죠

  • 09.03.27 20:59

    이영화 보는내내 심금을 울리더군요..남훈님의 글...정말 감동적입니다..ㅜ_ㅜ

  • 09.03.29 00:21

    앗! 그분이셨군요!

  • 09.04.02 22:23

    정말 감동적이네여. 영화도 감동적이었고... 점보 츠루다 못지 않은 백드롭 사진도 멋지네여. 항상 좋은 글, 좋은 해설 감사드립니다~ ^^ 프로레스 사이고!!!

  • 09.04.03 00:36

    정말이지 공감가는 글입니다.^^ 저도 이영화를 보면서 가슴벅찬 무언가가 찡하고 올라오더군요...지금까지 레슬러에대한 진정한영화가 없었는데(물론 어설픈 레슬링 영화는 많았지요..ㅡㅡ) 이제야 그들을 이해할수있는 영화가나와서 참으로 기쁩니다. 레슬링은 쇼니까 안보신다는 분들도 한번쯤 이영화를 보시면 어느정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 09.04.07 21:38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09.04.07 23:25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보고 싶어지네요....

  • 09.04.13 03:37

    글 잘 읽었습니다. 감동적이라니 저도 한번 봐야겠네요.

  • 09.04.19 16:33

    미키루크는 영화 홈보이에서 넘 강렬한 인상이 남아서 아직도 그때 떠돌이 복서가 떠오느네요

  • 09.04.19 20:03

    ㅎ후후

  • 09.05.04 23:26

    달리고 달려 모든걸 잃어 빌어 먹어도 후회할 일은 없다.

  • 14.03.01 04:34

    랜디...

  • 14.10.14 15:10

    힘좀쓴다고운동을한다고
    /// 머리가 좋아야하는것으로아시고 내가머리가안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남은힘으로 다른생각하시요 운동하는사람들에 머리는 비상함니다 아이큐130이상인걸요

  • 14.12.05 20:28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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