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들어와서 며칠 일 때문에 푸닥거리고, 에보 훈련 땜시 푸닥거리고, 고열에 몸살에 링거까지 맞고 죽을 맛이었는데 이제 정신이 드네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곳은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근교 목장입니다. 이틀에 걸쳐 두 마장을 방문하였는데요~ 먼저 소개해드릴 곳은 "EzdaSofia"라는 이름의 승마장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 등 여러모로 관리를 하는 느낌이라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피아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라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는데요~^^
도착하니 마당에 공작새가 돌아다니고 분위기가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허나 좋은 분위기는 요때까지~
기승전 마장을 조금 둘러봤는데 큰 방목장은 보이지 않고 원형 마장에는 하프링거 한 마리가 보였고,
작은 마방에 들어가 보니 또 다른 하프링거와 더러브렛이 함께 있었습니다.
사실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아~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1시간 외승만을 이야기하고 일단 기승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승을 준비하고 장구와 말의 상태를 보니 음~ 뭐라고 해야 하나 관리를 너무 안 한다고 해야 하나요~
장구도 그렇고 장구를 채운 모양새도 그렇고 말은 빗질도 하지 않는 상태 같고...점점 불안한 마음이 커져만 가더군요~
어찌 되었든 짧은? 1시간 외승이라 정불안하면 평보만 하다가 돌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출발 직후 5분도 안 돼서 아~ 이거 뭐 완전 판단 미스였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위에 사진에 보이는 빨간 바지 청년이 선두마를 말을 타고 가이드를 해 주었는데... 귀가 잘 들이지 않나 봅니다. 출발 한지 5분이 안돼서 바로 구보 시작합니다. 만난 지 10분이 안된 처음 본 말에 올라, 앞에 말따라 미친 듯이 구보하는 말에 올라가 있는 공포를 아시는지요? 길도 모르고, 가이드는 구보전 어떤 신호도 주지 않고 산길을 달려야만 하는 공포는 청룡열차 100배의 공포를 주었습니다. 시작 5분 이후부터 오직 살아 돌아가야겠다는 마음뿐...흑흑 가이드는 저를 가이드 하지 않고 오직 휴대폰만 봅니다. 흑흑
그런데 차라리 휴대폰 보고 있는 게 다행이더군요~ 흑 휴대폰 보다가 다시 휴대폰이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순간 구보 시작입니다. 흑흑 밑에 영상 보시면 가이드 호주머니에 휴대폰이 들어가는 순간 저도 바로 영상 끝내고 구보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 어떤 신호도 없습니다. 힐끗 뒤를 돌아보고 웃고는 바로 달립니다. 말타고 처음 점핑했던 날 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흑~ 보기에는 착하게 보이는 청년이 완전 처키입니다.
마지막 나의 모습이 될 거란 생각이 들어 한 컷 남겨봅니다. 제가 웃고는 있지만 (제가 원래 당황스럽고 무서우면 웃습니다. 흑~) 언제 시작될지 모를 구보에 시선이 자꾸 앞으로 갑니다.
이후로는 영상이 없습니다. ^^
무사히 업힐을 마치고 다운힐에서는 다행히 달리지 않더군요~ 그래도 아시죠~? 혹시 달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ㅋㅋ 우쨌든 살아서 복귀했고... 빨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
마장에 주인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었을까? 아니면 이날만 그랬을까? 아니면 원래 이렇게 타는 건데 내가 너무 불안해했나? 돌아와 여러 생각을 해봐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마장이었습니다. ^^
다음날 방문한 마장은 'Plana Kon'이라는 마장입니다. 이 마장은 전에 포스팅한 '후프앤새들'에서 소개해 준 마장입니다. 소피아에서 40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장이고, 사전에 연락을 못하고 택시 타고 바로 찾아갔는데요~
예약이 없는 날이라 주인이 볼일 보러 나가려는 걸 다행히 잡아서 2시간 기승 부탁하였습니다.
헌데 마방도 없고 패독에는 말도 없습니다.
그러고는 말이 들판 또는 산에 있으니 데리러 가야 한다고 합니다. ^^
주인아저씨 차를 타고 들판을 다녀 보았지만 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뜨거워서 그런지 산에 있을 거라 하는데 어떻게 잡아 올지는 미지수입니다.
목장에서 일을 한다는 이 젊은 친구는 신발도 신지 않고 산을 누비고 다닙니다.
말도 야생이고 사람도 야생이네요~^^
1시간 정도를 이 산 저 산으로 말을 찾아다니다 결국 포기하나 싶었는데... 말들이 사람 인기척을 느꼈는지 다른 숲에서 나와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ㅎㅎ 차량이 다가와도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
20마리 정도로 보였는데...개중에 몇 마리를 데리고 마장으로 가려 합니다. 헌데... 밑에 영상에 보이는 하얀 말이 아라비안 말인데...
자신이 저 말을 타고 발칸반도 지구력대회에 나갔는데 자신을 챔피언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시면 저 말을 아이가 알말을 타고 있습니다. 그것도 산속에서 나온 지 10분도 안된, 조마삭도 한번 돌리지 않은 말을 말입니다. 주인아저씨는 아주 강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강한 것은 육체적으로만 강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트레이닝은 자연마술로 하였다고 합니다. ㅎㅎ 뒷다리 양보도 잘 시키고 기좌의 작은 움직임으로도 아주 민첩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 마장은 기승전에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립니다. ^^
7~8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아이가 알말을 타고 우리 차량을 따라옵니다. 뭐라 말이 필요할까요~ 말도 사람도 너무 멋지고, 그들이 사는 환경을 그 어딘들 부럽겠습니까~
위 영상에 내용처럼 더러브렛을 국내에서 승용으로 많이 이용한다고 하니깐... 주인아저씨가 아주 놀라워했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자신이 예전에 경주퇴역마를 승용으로 사용하려고 훈련을 시켜보니... 우선 경주 후유증, 일종의 트라우마(습보)가 너무 강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훈련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발목과 발굽이 튼튼하지 않아 자신들이 하는 산악 승마에는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루 외승을 나가보니 다음날 다리를 절어서 그냥 다시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말들은 좋은 말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히 훈련될 것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다리 문제지만, 일반 승용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인아저씨는 아라비안 홀스를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토종은 아니지만 불가리안 홀스와 반종인 말들을 선호하는 것 같더군요~^^ 지구력과 산악용으로는 그 조합이 탁월한 선택일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라마라고 보시면 됩니다. 크기도 딱 그 정도구요...하지만 아랍마의 피가 좀 더 강하게 썩인~^^
그렇게 2시간의 라이딩을 마치고 마장에 복귀하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말 잡을 때부터 저렇게 웃통 벗고 라이딩 하시고~ 몸이 좋으니 부럽네요~
하마해서 장구 풀고 말들을 놓아주니...ㅎㅎ 다시 친구들을 찾아 산으로 갑니다.
굿바이~^^
소피아까지 주인아저씨가 데려다주기로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주인아저씨 집에 들러서 불가리아식 홈메이드 불가리스? 맛보고 왔습니다. ㅋㅋ "Plana Kon" 목장 어떠신지요? 멋진 주인아저씨와 멋진 말들, 그리고 남부러울 것 없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저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잼나게 읽고,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번 포스팅은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은 8일간의 산악승마 투어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늘 안전하고 행복한 승마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첫댓글 SNS로 관리한다고 믿을 것이 못되는군요~
Plana Kon 목장의 산과 들이 너무 부럽네요... 우왕~~~ 저곳에 우리 마장의 아이들을 풀어놓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는지요? 우리나라도 국대가 운영한다고 다 좋은 마장은 아니듯 홈페이지에 완전 속았네요~^^ 플라나콘은 부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살아돌아오셔서 또 반갑고요 ^^
ㅎㅎ 감사합니다. 이 또한 좋은 추억이겠지요~^^
어머나
휴대폰 구보 휴대폰 구보 구간을 읽으면서는 제 염통까지 쫄깃쫄깃 했어요
마치 처음 말 위에 올랐던 그때로 돌아간듯하여..(첫기승에 구보 추억 있거든요 낙마추억도 함께요)ㅎ
실감나고 생생한 후기 너무 잘 보았습니다
감사해요^^
잼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분들과 산북이 날 더분데 잘 지내는지요? 저희는 새벽이나 이른 저녁 아니면 도저히 훈련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날이 뜨겁습니다. 늘 건강유의하십시오~^^
살아 있는 소중한 말 가정 체험 하신것 축하드립니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말 케어 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글 읽어도 현장에 있는 느낌 입니다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