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제주 사람들 향기
-하루를 영원처럼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
올해(2024년) 3월에 신교장 부부랑 제주도에 <일주일 살기>를 계획하면서 2018년 8월에 <제주도 보름 살기>로 인연 맺은 펜션을 다시 찾았다. 2018년 그때 일기장을 보니 ‘글로리 힐 펜션010-3769-8299 손혜정 사장님. 서귀포시’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첫째: 집 자체가 편백나무 집이라 좋다.
둘째: 전망! 언덕 위에 있어서 방 안에 앉아서 눈만 들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 좋다.
셋째: 교통!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버스나 택시로 여러 곳 관광하기. 올레 시장 장보기들이 편리해서 좋다.
넷째: 사장님 댁 인심, 배려. 자상한 안내 가이드는 천사를 만난 것 같다.
이번에도 제주공항에서 내려 비석거리까지 버스를 타고 갔더니 거기까지 차를 몰고 우리를 마중 나왔다. 친척 집에 온 듯 반가웠다. 노부부 두 쌍이 머무는 날 동안, 귤 봉지를 들고 와 들여다보고, 붉은오름 가던 날은 근처에 식당이 없으니, 주먹밥을 만들어가라며 보온병 도시락 두 개와 계란과 김치들을 들고 와 주고 갔다. 떠나는 날에도 우리가 택시를 불러 쇠소깍까지 타고 가려는데, 가방을 들고 돌아다니기 힘들다며 쇠소깍까지 태워주고 가셨다가, 우리끼리 점심 먹고 북카페에 들렀다가 보목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거기까지 태우러 다시 오셨다. 우리 일행이 네 명인데 사장님 부부까지 합해 정원이 한 명 넘쳤다. 그걸 예상하고 여사장님은 거기서 집까지 뛰어가려고 운동화를 신고 오셨단다.
그러면서 ‘여보, 병원 갔다 와요.’ 하는 게 아닌가? 사장님은 투병 중이시다. 2018년에 우리를 만났을 때도 목구멍에 생긴 병에 10년째 투병 중이셨고 장폐쇄증도 있어 음식도 천천히 넘기셔서 우리가 식사 대접도 한 번 못했다. 큰 병이 생겼을 때마다 좋은 의사를 적기에 만나 수술로 살려 이어가는 목숨인 만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새날처럼 감사하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여사장님도 당뇨 직전이고 고지혈증세도 있다면서 3.5 km나 되는 길을 운동한다며 뛰어가신다니. 달려가는 여사장님 뒷모습에 천사의 날개가 달려 너풀거렸다. 두 분 모두 하루를 영원처럼 베풀며 살고 계셨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 너무 많았다. 사장님은 공항 가는 버스가 다니는 비석거리까지 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며 소천지를 구경시켜 주고 나서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주고 병원으로 가셨다. 어제도 붉은오름 가려고 나섰을 때 여사장님 왈 ‘아직 날씨가 추워요. 옷을 두껍게 입고 나오세요.’하는 점검에 걸려 다시 들어가 옷을 따스하게 입고 나와 비 온 뒤 숲속 날씨에 적응하기 좋았다. 이렇게 친절하고 자상한 사장님을 만나다니 우리도 전생에 지은 복이 있었는가 싶다. ㅎㅎ
어저께도 좋은 사람을 만났다. 왈종미술관을 갔다가 점심때를 맞았다. 우리는 소문난 맛집 앞에 줄 서는 취향이 아니라서 손님이 한적한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여사장님 손맛이 좋았다. 해물 뚝배기 맛있게 끓이는 비법도 배우고, 깍두기 김치 맛있게 담는 요리 비법도 배우며 보니, 일부러 광고 내는 맛집이 아니라 입소문으로 세월 두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진짜 ‘맛집’이었다.
“사장님, 이 집 간판, ‘맷돌 토속음식점’이라 하지 말고 제주 맛집이라 해야겠어요.”
하며 맛좋은 음식을 먹고, 맛좋은 요리비법을 배우고, 사람 향기나는 삶의 이야기를 얻어 나왔다.
떠나기 전날, 우리가 머문 펜션 옆집이 귤을 파는 매장창고인 걸 처음 알았다. 젊은 청년 사장님이 오일장을 찾아다니며 차에 싣고 가서 판단다. 들어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지금 철에는 천혜향 수확철이란다. 대구에 가져갈 천혜향도 한 박스 사고, 펜션 사장님 댁에도 한 박스 사드리려고 한다 하니
“사장님이 좋으시지요?“하며 우리보다 더 칭찬을 많이 해대며 흠 있는 천혜향이라며 한 봉지 푸짐하게 담아 내밀며 가져가 그냥 먹으란다. ‘나 원 참! 우리가 얻어먹을 형편도 아닌데… ’ 제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제자 박수영 선생도 어린이들 사랑으로 가득한 교사이고 보니 사람 향기에 흠뻑 물들어버렸다. 제주도에 와서 자연의 향기에 물들고 싶었는데,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 따스한 가슴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 그득한 양식으로 남들에게 베풀면 나의 남은 하루하루도 영원처럼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10매)
첫댓글 와
아름다운 제주살기 글 잘 읽었습니다
제주 풍경과 아름다운 분들과의 만남이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풍경도 너무 너무 좋네요
식당과
펜션이름 기억했다가 저두 가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