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은 늘 그리움의 섬이다. 보름 살기, 한 달 살기, 제주 오름, 올레길 모두 걷기 등으로 다녀온 뒤로도 늘 그리움으로 마음에 담겨있는 섬! 돌담과 감귤과 바다 물빛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사람 향기가 그윽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2018년 그때 일기장을 보니 ‘글로리 힐 펜션(서귀포시)’에 처음 갔던 그해의 기록이 남아 있다.
첫째: 집! 편백나무 집이라 좋다.
둘째: 전망! 언덕 위에 있어서 방 안에서 눈만 들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 좋다.
셋째: 교통!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버스나 택시로 관광하기. 올레 시장 장보기가 편리
넷째: 사장님 댁 인심, 배려. 자상한 안내 가이드는 천사를 만난 것 같다.
2024년 올해도 제주공항에서 내려 비석거리까지 버스를 타고 갔더니, 펜션 사장님이 거기까지 차를 몰고 마중 나왔다. 친척 집에 온 듯 반가웠다. 우리 노부부 두 쌍이 머무는 날 동안, 여사장님이 귤 봉지를 들고 와 들여다보고, 붉은오름 가던 날은 근처에 식당이 없으니, 주먹밥을 만들어가라며 보온병 도시락 두 개와 계란과 김치들을 들고 와 주고 갔다. 떠나는 날에도 가방을 들고 돌아다니기 힘들다며 쇠소깍까지 태워주고 가셨다가, 우리끼리 점심 먹고 북카페에 들렀다가 보목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거기까지 다시 태우러 오셨다. 일행이 네 명인데 사장님 부부까지 합해 정원이 한 명 넘쳤다. 그걸 예상하고 여사장님은 거기서 집까지 뛰어가려고 운동화를 신고 왔단다.
그러면서 ‘여보, 병원 갔다 와요.’ 하는 게 아닌가? 사장님은 투병 중이다. 2018년에 만났을 때부터 목구멍에 생긴 병에 10년째 투병 중이었고 장폐쇄증도 있어 음식도 천천히 넘겨서 우리가 식사 대접도 한 번 못했다. 큰 병이 생겼을 때마다 좋은 의사를 적기에 만나 수술로 살려 이어가는 목숨인 만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새날처럼 감사하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여사장님도 당뇨 직전이고 고지혈증세도 있다면서 3.5 km나 되는 길을 운동한다며 뛰어간다니.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천사의 날개가 달려 너풀거렸다. 두 분 모두 하루를 영원처럼 베풀며 살고 있어, 본받아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사장님은 공항 가는 버스가 다니는 비석거리까지 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며 소천지를 구경시켜 주고 나서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주고 병원으로 갔다. 어제도 붉은오름 가려고 나섰을 때 여사장님 왈 ‘아직 날씨가 추워요. 옷을 두껍게 입고 나오세요.’하는 점검에 걸려 다시 들어가 옷을 두텁게 입고 나와 비 온 뒤 숲속 날씨에 적응하기 좋았다. 이렇게 친절하고 자상한 사장님을 한 해에 한 번씩 만나다니 우리도 전생에 지은 복이 있었는가 싶다. ㅎㅎ
어저께도 좋은 사람을 만났다. 왈종미술관을 갔다가 점심때를 맞았다. 우리는 소문난 맛집 앞에 줄 서는 취향이 아니라서 손님이 한적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여사장님 손맛이 좋았다. 해물 뚝배기 맛있게 끓이는 비법도 배우고, 깍두기 김치 맛있게 담는 요리 비법도 배우며 보니, 일부러 광고 내는 맛집이 아니라 입소문으로 세월 두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진짜 ‘맛집’이었다.
“사장님, 이 집 간판, ‘맷돌 토속음식점’이라 하지 말고 제주 맛집이라 해야겠어요.”
하며 맛 좋은 음식을 먹고, 맛 좋은 요리 비법을 배우고, 사람 향기 나는 삶의 이야기를 얻어 나왔다.
떠나기 전날, 산책을 하고 오다가 우리가 머문 펜션 옆집이 귤을 파는 매장 창고인 걸 처음 알았다. 젊은 청년 사장이 오일장을 찾아다니며 차에 싣고 가서 판단다. 들어가서 귤을 고르며 물어보니 지금 철에는 천혜향 수확 철이라 천혜향이 맛있단다. 대구에 가져갈 것도 한 박스 사고, 펜션 사장님 댁에도 한 박스 사드리려고 하니 ‘사장님이 좋지요?’ 하며 우리보다 더 칭찬을 해댄다. 그리고 흠 있는 천혜향이라며 한 봉지 푸짐하게 담아 내민다. ‘나 원 참! 우리가 얻어먹을 불쌍한 형편도 아닌데… ’ 제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제자 박수영 선생한테서도 제자 사랑이 극진한 이야기를 잔뜩 듣고 오는데…
제주도에 와서 자연의 향기에 물들고 싶었는데,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 또 따스한 가슴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 그득한 양식으로 그리움을 채우며 다시 일 년을, 나도 베풀고 나누며 살아야겠다. (10매)
첫댓글 와
아름다운 제주살기 글 잘 읽었습니다
제주 풍경과 아름다운 분들과의 만남이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풍경도 너무 너무 좋네요
식당과
펜션이름 기억했다가 저두 가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