賦 儀 - 글. 최영규
봉투를 꺼내어
부의라고 겨우 쓰고는
입김으로 후~ 불어 봉투의 주둥이를 열었다
봉투에선 느닷없이 한 웅큼의 꽃씨가 쏟아져
책상위에 흩어졌다 채송화 씨앗
씨앗들은 저마다 심호흡을 해대더니
금새 당당하고 반짝이는 모습들이 되었다
책상은 이른아침 뜨락처럼
분홍 노랑 보랏빛으로 싱싱해졌다
씨앗들은 자신보다 백배나 큰 꽃들을
여름내 계속 피워낸다 그리고 그 많은 꽃들은 다시
반짝이는 껍질의 속으로 숨어들고
또 다시 꽃 피우고 씨앗으로 돌아오고
나는 씨앗 속의 꽃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 알도 빠짐없이 주워 봉투에 넣었다
봉투는 숨쉬는 듯 건강해 보였다
할머니 마실 다니시라고 다듬어 드린 뒷길로
문상을 갔다
영정 앞엔 늘 갖고 계시던 호두알이 반짝이며
입 다문 꽃씨마냥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옆에 봉투를 가만히 올려놓았다
첫댓글 나도 문상 가야됩니꺼...???
ㅋㅋㅋㅋ
산다는 건 씨앗들이 제각각 꽃을 피우기 위함 아닐까요.
그 씨앗들이 다치지 않도록 조슴스러워 질 그런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그래도 복받은 거 아닐까요.
빠른시간속에서 삶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월의 문턱을 높이고 싶어집니다~~~
살아지는 세월의 무게를 뭘로 가감하리요.
마음 덜어내고 다가오는 세월앞에 한층 겸손해 질 필요가 있을터...
못다한 이야기 있으면 늦었다 생각말고 지금부터라도 열심으로 해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