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대장정 몽블랑 둘레길을 걷는 일정중 매일 17키로 씩 8시간을 해발고도 940 에서 2600고지를 오르내리다 보니 미국 버팔로대 약대 일학년에 다니는 병원장 딸의 발목이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닷새간 가이드가 되어 주었던 건강 미인이자 프랑스 여성산악인 산드라도 이태리 쿠르마예르 산마을까지 우리 일행을 안전하게 데려다 주고는 오일 일하고 쉬는 엄격한 노동규칙에 따라 아침에 이태리와 프랑스간 직선으로 뚫린 터널을 통해 프랑스 샤모니로 떠났다 떠나면서 내게 달려와 갑자기 퍼붓고 간 프랑스식 볼 키스세례에 내 정신줄이 나갔다 내 가슴은 속마음을 들킨듯 아니 정조를 잃은 듯 쿵쾅거리고 다리가 풀렸다
서툰 영어를 섞어가며 이태리 산장마을 파타고니아 등산복 매장서 고어택스 기능 얇은 파커 하나를 어렵게 샀다
산드라를 대신해 앞장서는 줄리앙은 매우 유쾌하였다 산 마운틴을 몽틴이라 발음하며 우리가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든 말든 용담등 약초설명까지 곁들여가며 잘도 주절거렸다
보나티 산장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근처 산장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매우 슬퍼 했다
엘례나 산장을 지나 페레고개를 넘으니 이제부터 스위스다 산세가 다르고 소들이 커다란 워낭을 흔들며 화음의 메아리와 함께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아름다운 스위스 요정이 전통의 복장을 걸치고 숲에서 뛰어나와 반길듯하다
빨간 바탕에 하얀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이 나부끼는 스위스 페레마을이 오수에 졸고있다 매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소시지를 입에 구겨 넣었다
호수마을 라플리 산장에서 생전 처음 먹어보는 퐁뒤 식사는 색다른 맛이었다 감자를 곁들여 긴 막대기에 빵을 꽂아 뜨거운 치즈수프를 찍어먹었다
긴급 회의가 열렸다 부상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 부터 발목이 안 좋은 여대생과 파계한 수녀출신 여자분이 무릎관절이 부어 걷기가 어렵다하니 스위스 구간은 산길을 피해 버스를 타다가 산악열차를 탄후 택시를 타고 트리앙까지 가기로 했다 이는 트레킹일정중 반칙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 스위스 수목원서 파계한 수녀와 영어로 다투니 병원장이 한국어를 놔두고 툭탁거리는 모양에 의아해했다 그간 내가 눈길을 가이드 산드라에 빠져 사는 모습을 질투한 여인의 반격이었으리라 나 보고 왜 거기서 그런 영어를 산드라에게 구사했느냐며 따져 물었고 일행의 안전을 위해 대장도 아닌 사람이 오케이를 너무 잘한다는 이유였다
가이드 줄리앙은 자주 물어왔다 "두 유 워너 엑스 와이프?" 옛스라고 하고픈 마음이야 굴뚝이었지만 살아온 정조관념을 해외에서 무너뜨리기가 거시기해 "노 웨이! "거절했다
매일 먹어대던 포도주는 항산화작용과 혈액순환촉진으로 몸은 뜨거워지고 걸을 수록 더욱 원기왕성해져 어느새 축구의 공격수가 되어 골문까지 화려한 드리블로 공을 몰고가서는 정작 골문앞에서 어이없는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일부러인지는 몰라도 아무튼ᆢ